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4)
얼굴 천재 배우님-34화(34/200)
얼굴 천재 배우님 034화
“이쯤 해서 오늘 연습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결국 그날의 대본 리딩은 메인 남여주가 필요한 씬의 연습을 생략하고 다시 역할을 배분하는 식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무사히 대본 리딩을 끝마쳤지만 안심되는 느낌이 아니었다.
앞서 이주연과의 대화에서 우연히 떠올린 기억이 머릿속에서 점점 구체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내부 갈등은 김희수 작가와 메인 남여주 사이에서 불거진 게 맞았다.
기사에서는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나타내지 않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는 거의 대부분 이런 식의 이야기가 돌았다.
심지어 회귀 전 업계 관계자가 이 얘기로 수군거리는 것을 들은 적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로서는 이 문제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는 시청률 15%를 넘기며 명드의 반열에 올랐지만, 누구라도 좋지 않은 분위기에서 연기하고 싶지 않은 게 당연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분위기에 예민한 편이라 더욱더 불편한 현장에서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드라마가 잘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내가 내 몫의 좋은 연기를 해내는 것이었다.
딱히 내가 박애주의적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이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좋겠는데…. 방법이 없을까….’
나는 이런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문제가 불거지지도 않았는데 먼저 나서는 것은 옳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인 배우에 불과한 내가 이런 문제에 나서는 게 옳은 일인지도 알 수 없었다.
이런 일까지 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
‘그래. 괜히 신경 쓰지 말자. 이참에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연기를 하는 걸 배우는 것도 괜찮을 거야.’
나는 이렇게 생각을 정리했고 다행히 이후로는 이런 갈등의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몇 번 더 메인 남여주 없이 대본 리딩을 진행했지만 크게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한 번 역할 배분 문제에 덴 적이 있는 강한성 감독이 현명하게 일을 잘 처리한 덕분이었다.
“지금 나눠 드린 종이를 확인해 보면 씬마다 어떤 분이 오늘 참석하지 못한 분의 연기를 대신해 주면 되는지 적혀 있을 겁니다. 이대로 연습 진행 부탁드립니다.”
그 덕분에 대본 리딩은 순조롭게 흘러갔고 그사이 메인 남여주의 작품 활동이 끝났다.
여경찬이 다음 대본 리딩부터 메인 남여주가 참여할 거라는 소식을 전달했다.
-이번 주 목요일 연습에는 박준 배우님과 정세희 배우님도 참석한다던데요?
“계속 메인 남여주가 없어서 작가님이랑 감독님이 아쉬워했는데 잘됐네요.”
-공개 대본 리딩 때는 어땠나요? 서로 바빠서 대화를 많이 못 나눴죠?
“저는 별로 바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두 분이 정신없었죠. 다들 인사하러 왔으니까.”
-회식 때도요? 대단하네요. 그래도 이번에는 소수로 하는 연습이니까 친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좋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어쩔 수 없죠.”
-혹시 메인 남여주 두 분이 조금 까칠해도 배우님이 이해하세요.
“그래야죠. 여기저기 찾는 사람이 많으면 예민해질 수도 있는 거니까.”
박준과 정세희는 각각 이번에 출연한 드라마에서 굉장히 좋은 결과를 얻었다.
박준이 출연한 <밤은 어둡고 아침은 밝지만>은 시청률 11.2%로 종영했고, 정세희가 출연한 <에스코트>는 시청률 8.9%로 종영했다.
워낙 주목도가 커서 그런지 최근 일주일을 두 배우가 책임진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 대한 기대가 무척이나 높아진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김희수 작가가 평소처럼만 해도 이번만큼은 반드시 시청률이 10%를 넘을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과 같은 주목도라면 그렇게 되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는 시청률 10%를 넘을 예정이었다.
‘그렇게 된 데에는 박준과 정세희의 출연이 엄청난 도움을 줬지. 홍보 효과가 대단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희수 작가의 대본이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앞서 한 차례 설명한 바 있듯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는 김희수 작가의 역작이었다.
드라마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세 커플이 역동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사건을 구성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애초에 대본이 좋지 않은데 시청률이 15%를 넘는다는 것은 요즘 시대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오히려 박준과 정세희가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느낌이었어.’
두 사람 모두 최근까지 출연한 드라마에서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줬다.
괜히 두 배우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에 비하면 딱히 부족한 부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서는 어쩐지 딱 기본만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 박준의 경우에는 다음 작품에서 무성의한 태도로 논란을 빚은 적 있었다.
연기력도 이전보다 떨어지는 느낌이었고.
‘후….’
뭔가 이런 생각들이 이어지다 보니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내부 갈등 얘기가 점점 더 사실이 되는 듯했다.
여러 가지의 퍼즐이 딱딱 들어맞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저으며 이러한 사실을 부정했다.
이미 한 번 결론을 내린 것처럼 내가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뭔가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나는 또다시 신인 배우답게 연기에 집중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런 뒤 집으로 돌아와 메소드 마스크를 쓰고 연습에 집중했다.
거의 새로운 세계나 다름없는 메소드 마스크 속의 가상현실은 상념을 잊기에 가장 적당한 장소였다.
* * *
그리고 목요일.
나는 약속 시간보다 15분 빠르게 리딩 연습이 진행되는 드라마 제작사에 도착했다.
평소 도착하는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오늘은 뭔가 기분이 색달랐다.
왠지 이 자리에서 소문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분이 색다른 것은 단순히 내부 갈등에 대한 불안감 때문만이 아니었다.
메인 남여주가 얼마나 훌륭한 연기를 선보일지 기대됐다.
내 기억 속에서 메인 남여주는 특출난 기량을 보이지 못하고 딱 기본만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두 사람의 연기를 경험한다면 뭔가 다른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함께하는 배우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은 전혀 느낌이 달랐으니까.
결정적으로 몇 번의 대본 리딩을 거치며 서브 남여주가 엄청난 활약을 펼치는 걸 두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더욱더 기대감이 높아졌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메인 남여주가 서브 남여주보다 못한 연기를 보이리라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나는 대로 <밤은 어둡고 아침은 밝지만>과 <에스코트>의 본방 사수를 하면서 두 사람의 연기에 몇 번이나 감탄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두 사람은 최고의 인기를 구사할 만큼의 실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배우였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는 내부 갈등에 대한 불안함과 메인 남여주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했다.
특히 메인 남여주 연기에 대한 기대감은 나만 품고 있는 게 아닌 듯했다.
나보다 3분 늦게 대본 리딩장에 도착한 이주연이 입을 열었다.
“시준아! 오늘도 먼저 와 있었구나!”
“안녕하세요. 선배님. 오늘은 올 때 길 안 막혔어요?”
“길 막힐까 봐 이번에는 똥차 끌지 않고 지하철 타고 왔어. 진짜 서울의 교통난은 어떻게 해야 한다니까.”
“선배는 여전하네요. 소리샘 때도 맨날 서울의 교통난 얘기를 했으면서.”
“내가 그랬나? 어쨌든 오늘은 박준 선배님이랑 정세희 선배님이 대본 리딩에 참가한다며?”
“네. 그렇다는 거 같아요. 드디어 주연급 배우들이 완전체로 모이겠네요. 기대돼요.”
“나도. <밤은 어둡고 아침은 밝지만>과 <에스코트> 둘 다 엄청 재밌게 봤거든. 완전 열혈 시청자였어!”
이주연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 또한 두 사람의 연기에 기대감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맞장구를 쳤다.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다른 배우들도 속속들이 도착했다.
모두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대본 리딩을 준비했다.
원래 이런 자리에는 배우가 작가와 감독보다 일찍 도착하는 게 예의였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오늘도 일찍 오셨네요!”
그렇게 서브 남여주가 제자리를 찾아서 앉았고 간단히 담소를 주고받았다.
잠시 후 약속 시간에 딱 맞춰서 김희수 작가와 강한성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메인 남여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오늘도 오지 않는 것인가? 분명 메인 남여주가 참석한다고 했는데….’
불안감에 떨고 있을 때 강한성 감독이 턱 끝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흠…. 아직 박준 배우님과 정세희 배우님이 도착하지 못했나 보네요.”
김희수 작가가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가 연습실 내부를 둘러보고는 그 말을 받았다.
“초행길이라 살짝 늦나 봐요. 대본 리딩은 조금 기다렸다가 시작하죠.”
연습실에는 왠지 모르게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얼른 메인 남여주가 도착해 이 정적이 깨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약속 시간보다 15분 늦게 박준이 등장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 뒤로 곧장 정세희도 모습을 드러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미안한지 먼저 사과부터 하는 게 고의로 늦은 건 아닌 듯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심각했던 김희수 작가와 강한성 감독의 표정이 풀렸다.
“너무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처음이면 늦을 수도 있는 거니까.”
“맞아요. 물 한잔하고 심호흡부터 해요. 뛰어오느라 힘들었겠다.”
다행히 김희수 작가와 강한성 감독은 권위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서 메인 남여주의 지각은 크게 문제 삼지 않고 곧장 대본 리딩을 진행했다.
다소 무겁게 느껴졌던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풀렸다.
그렇게 다시 좋아진 분위기 속에서 강한성 감독이 입을 열었다.
“박준 배우님과 정세희 배우님은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것 같으니 1부 12씬부터 시작할까요?”
1부 12씬은 서브 남여주가 활약하는 부분이었다.
공형진과 이미화는 강한성 감독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언제나처럼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김희수 작가가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연기는 원래도 훌륭했지만 거듭되는 연습으로 확실히 초반보다 더 좋아진 느낌이었다.
둘만이 아니라 나와 이주연의 경우에도 각자의 역할에 많이 익숙해진 상태였다.
대본 리딩을 반복적으로 진행한 덕분이었다.
그렇게 쭉쭉 대본 리딩이 진행됐고 마침내 박준과 정세희의 차례가 됐다.
“좋습니다. 이제 앞쪽으로 돌아와서 박준 배우님과 정세희 배우님께 연기를 요청드리겠습니다.”
마침내 두 사람이 어떤 연기를 보여 줄지 궁금증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박준과 정세희의 연기가 시작되자마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34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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