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5)
얼굴 천재 배우님-35화(35/200)
얼굴 천재 배우님 035화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두 사람의 연기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너무나도 개판이야.’
서브 남여주가 좋은 연기를 보여 줬기 때문에 더욱더 비교가 되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메인 남여주의 연기는 나와 이주연보다도 못한 느낌이었다.
그냥 내 생각만이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나와 이주연은 매번 대본 리딩에 참가하며 실력을 가다듬었으니까.
또한 연습 때마다 괜찮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작가와 감독에게 인정을 받기도 했고.
하지만 메인 남여주는 그런 시간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인지 연기력이 너무나도 기대 이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박준과 정세희를 옹호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메인 남여주는 세간의 기대만큼이나 엄청난 몸값을 받고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 출연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몸값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배우로서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대본 리딩이 진행되고 있는 연습실의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조금 나아졌던 김희수 작가와 강한성 감독의 표정도 다시 눈에 띄게 굳었다.
다른 배우들도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는데 특히 이주연은 어찌나 놀랐는지 입을 떡, 하니 벌린 채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뒤에야 실수를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연기를 진행했다.
나름대로 티키타카를 해 보겠다고 호흡을 맞추는데 이상하게 더 꼬이는 느낌이었다.
말투나 표정 같은 것도 이상해서 애초에 캐릭터 분석이 잘못된 게 아닌가 싶었다.
‘아니야. 조금 전에는 그렇게 대사를 치면 안 됐어. 약간 더 호흡을 빠르게.’
김희수 작가와 강한성 감독이 지금껏 대본 리딩 과정에서 몇 번이나 설명한 메인 남여주의 느낌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랬기 때문에 박준과 정세희를 제외한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괴리를 느끼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먹고자 하면 연기에 훈수를 둘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도 내 주제에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마침내 두 사람이 대본 리딩을 끝냈지만 아무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강한성 감독은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무리 감독이라도 메인 남여주에게 직설적으로 연기가 좋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김희수 작가 역시도 비슷한 입장인지 아무런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나는 그나마 다른 사람들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지금은 최악이라 할 만큼 별로지만…. 점차 좋아질 테니까.’
회귀 전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를 봤을 때는 이렇게까지 최악이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엄청 잘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본기가 탄탄한 연기를 보여 줬다.
실제로 박준과 정세희의 연기력은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서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간신히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미래를 알지 못한 채 두 사람의 연기를 목도한 김희수 작가의 심정이 어떨지는 가늠이 되지 않았다.
특히 이전 연습에서 시청률의 압박감을 이겨 내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혹시 내부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일까?’
내부 갈등의 단서를 찾아낸 것 같아 내 마음속에서 조금씩 불안감이 피어나고 있을 때였다.
“저…. 그런데요….”
뜻밖에도 박준 쪽에서 먼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거운 침묵을 뚫고 목소리가 들려 오자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시선.
하지만 박준은 메인 남주답게 모두의 시선을 받고도 담담하게 하고 싶은 말을 이어 나갔다.
“이 씬에서의 ‘장혁준’의 감정이 이해되지 않네요. 제가 ‘장혁준’이라면 같은 순간에 다른 선택을 할 것 같거든요.”
박준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내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은 김희수 작가에게 캐릭터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타이밍이 아니었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작가에게 작품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는 것은 조심해야 할 일이었다.
작가의 프라이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김희수 작가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할 거라 생각했다.
대충 그 내용은 “박준 배우님의 연기를 보니 캐릭터 분석이 다 끝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건 너무 섣부른 질문이 아닐까요?”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벌써 내 머릿속에서는 한바탕 말싸움이 펼쳐졌다.
어찌나 그 싸움이 격렬한지 이대로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가 괜찮을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어쩌면 내가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 들어옴으로써 어떤 나비 효과가 일어나 이 드라마가 엎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희수 작가의 입가에는 미소 하나가 걸렸다.
비웃음처럼 느껴지는 미소였다.
‘아…. 결국 소문으로만 듣던 내부 갈등의 실체를 두 눈으로 목격하는구나.’
나는 섣불리 이렇게 단정 지었다.
하지만 다행히 내가 걱정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김희수 작가는 가볍게 미소를 지은 뒤 진지하면서도 열정적으로 박준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 그것은 장혁준이….”
심지어 그 과정에서 박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게 조심하려는 기색까지 보였다.
그제야 박준은 장혁준이라는 캐릭터가 이해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작가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장혁준의 생각을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나만 더 물어도 괜찮을까요?”
그렇게 본격적으로 박준과 김희수 작가 사이의 질의응답이 시작됐다.
박준은 기초적이라 생각되는 부분부터 아주 복잡한 장혁준만의 감정까지 빠짐없이 질문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정세희도 어떤 바람이 불었는지 박준에게 뒤지지 않고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연습실의 분위기는 작가와의 대담이 된 듯했다.
그렇다고 제3자가 함부로 끼어들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와 메인 남여주의 대화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강한성 감독과 나머지 배우들은 작가와의 대담이 끝날 때까지 데굴데굴 눈만 굴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게 나에게도 아예 의미 없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 상황을 통해서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것은 메인 남여주의 캐릭터 분석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캐릭터 분석만 잘 끝나면 두 사람이 괜찮은 연기를 보여 줄 수 있을 거란 뜻이었다.
그나마 안심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의문이 풀린 것은 아니었다.
어째서 캐릭터 분석을 이렇게밖에 하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박준과 정세희의 연기가 공개 대본 리딩 때보다 좋지 않다는 것도 이상했다.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연기력이 정체된다면 모를까 이전보다 나빠진다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이었다.
메인 남여주는 분명 프로 중의 프로였다.
이 사실은 최근 방영된 두 편의 드라마를 통해서 충분히 증명됐다.
괜히 나와 이주연이 두 사람의 연기를 기대한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엄청난 몸값에 걸맞은 연기를 해낼 수 있는 배우였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형편없는 연기를 보여 주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경력이 짧은 단역 연기자도 이런 연기를 보여 주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캐릭터에 관한 질문도 이상해. 아무리 캐릭터 분석을 끝내지 못했다지만…. 어?’
메인 남여주와 김희수 작가의 질의응답이 생각보다 길어졌기 때문일까.
문득 머릿속의 퍼즐이 착착 맞춰지며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그러자 메인 남여주가 어째서 오늘 형편없는 연기를 보여 준 것인지 알 것 같았다.
해답은 메인 남여주가 최근까지 작품 활동을 하며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는 데 있었다.
두 사람은 단순히 인기만 얻은 게 아니라 자신의 배역을 200% 소화했다는 찬사를 듣는 중이었다.
결국 아직 메인 남여주는 이전 작품의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다시 말해서 박준과 정세희는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배역에 녹아들 만한 준비가 돼 있지 못하다는 뜻이었다.
만약 이 가설대로라면 어째서 두 배우가 공개 리딩 때보다 연기력이 나빠졌는지 그 이유까지 설명됐다.
마음을 다른 곳에 두고 단순히 머리로만 고민해서는 캐릭터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오히려 기술적인 부분을 내세우느라 캐릭터의 본질을 흐트러뜨리고 아예 옳지 않은 방향으로 캐릭터를 분석할 수 있었다.
그러면 캐릭터 분석을 하지 않고 연기를 하는 것보다 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맞아.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 거야. 그랬으니 아주 기초적이라 할 만한 캐릭터에 관한 질문도 하는 것이겠지.’
그사이 어느새 김희수 작가와 메인 남여주의 질의응답이 1시간을 넘어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강한성 감독이 조심스럽게 세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
“얘기가 길어져서 그런지 다른 분들은 할 일이 없네요. 시간이 꽤 지났으니 이쯤에서 자리를 파하고 따로 얘기하는 거 어떨까요?”
그제야 김희수 작가와 메인 남여주는 자신들의 실수를 깨닫고 자리를 파하는 데 동의했다.
몇 번이나 우리에게 용서를 구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지속된 것에는 큰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드라마를 성공시키기 위한 세 사람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여경찬이 운전하는 차량에 몸을 실었다.
그런 뒤 어떻게 하면 메인 남여주의 연기가 좋아질 수 있을까 고민해 봤지만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됐다. 그만두자. 누가 누굴 걱정해.’
* * *
하지만 너무 답답했기 때문에 한참 고민하다가 며칠 후 서명희에게 내가 생각한 것을 얘기했다.
서명희는 내 말을 듣고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다.
“배우가 이전 작품의 배역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다음 작품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죠.”
서명희는 못된 시어머니 역할을 맡았을 때 그 배역에 빠져들어서 며느리에게 심한 말을 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린 적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어찌나 아찔하던지…. 그대로 며느리랑 사이가 나빠졌으면 어쩔 뻔했겠어요.”
나는 배역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할 만큼 연기를 잘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 느낌이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일상에 영향을 끼칠 정도라면 내 가설이 어느 정도 들어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를 이끌어 가야 하는 메인 남여주가 흔들리고 있다니….”
“많이 걱정돼요?”
“솔직히 좀 그렇네요. 뭔가 해결책이 없을까요?”
나는 딱히 해결책을 제시하기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서명희에게 물었다.
그러자 서명희는 뭔가 고민하더니 한 가지 해결책을 알려 주기 시작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며 서명희에게 되물었다.
“정말 그렇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얼굴 천재 배우님 35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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