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6)
얼굴 천재 배우님-36화(36/200)
얼굴 천재 배우님 036화
메인 남여주가 대본 리딩에 참여한 후 강한성 감독의 연락이 뜸해졌다.
거의 매주 대본 리딩을 하자며 연락을 보내던 게 뚝 끊겼다.
나는 약간의 허전함을 느끼며 이 부분에 대해서 이주연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주연][14:03] 어째서 그런 걸까? [Sijun][14:03] 글쎄요 [Sijun][14:03] 이제 메인 남여주를 집중적으로 케어하겠다는 거 아닐까요? [주연][14:03] 확실히 다른 배우들은 대본 리딩을 하면서 배역에 꽤 적응했지…. [Sijun][14:04] 그에 비해서 메인 남여주의 연기는 기대한 것보다 조금 아쉽고요 [주연][14:04] 나 이번에 메인 남여주를 보면서 반성 많이 했잖아 [Sijun][14:04] 무슨 반성이요? [Sijun][14:04] 선배가 반성할 게 있나요? [주연][14:04] 이전에는 그냥 배역에 빠져드는 게 최고인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더라고 [Sijun][14:05] 선배도 메인 남여주가 전작의 배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주연][14:05] 넌 아니야? [주연][14:05] 딱 봐도 연기에서 그런 티가 났잖아 [주연][14:06] 작가님한테 하는 질문도 그랬고나 혼자 메인 남여주의 문제점을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건 아닌 듯했다.
내가 알고, 이주연이 알았으면 다른 사람들도 전부 깨달았을 것이다.
아마 회귀 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겠지.
‘그랬는데도…. 메인 남여주의 연기가 그 정도밖에 나아지지 못했구나.’
오히려 나는 이 부분이 더 충격적이었다.
가까운 미래를 알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충격이기도 했다.
내 짐작대로라면 김희수 작가와 강한성 감독은 메인 남여주를 따로 불러서 집중 케어를 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아직 전작의 배역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는 얘기도 할 거고.
그런데도 실력을 회복하지 못했다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새삼 배우가 이전 배역에서 빠져나와 다른 배역에 몰입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딱히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서명희도 이에 관해서 적당한 해결 방안을 제안하지 못했다.
‘한 가지 방법을 알려 주긴 했지만….’
솔직히 그게 정말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얼마 전 서명희와 대화를 나눴던 순간을 떠올렸다.
“다른 사람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아니지만요?”
“그래도 해결 방안을 찾자면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죠.”
“그게 뭔가요?”
“메인 남여주가 정신을 바싹, 차릴 수 있도록 시준 씨가 연기에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네? 정말 그렇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알 수 없죠. 하지만 책임감 있는 메인 남여주라면 시준 씨의 연기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 거예요. 압도적인 연기력 차이라면 더욱더 반응이 좋을 거고.”
서명희가 제안한 해결 방안이라는 것은 솔직히 현실성이 조금 떨어졌다.
내가 훌륭한 연기를 보여 준다고 해서 메인 남여주가 어떤 반응을 보일 거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명희의 말대로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여 준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럴 만한 능력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서명희의 이야기를 다른 문제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연기에 집중하라는 얘기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좋겠지만 제가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 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하.”
그러자 서명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하여튼. 시준 씨는 자신을 너무 못 믿는다니까.”
그렇게 서명희와의 대화는 싱겁게 마무리됐고 나는 결국 마땅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다.
도돌이표처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내 일이나 잘하자는 생각을 계속할 뿐이었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내가 도움을 주지 않아도 메인 남여주는 제 몫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는 별다른 혹평 없이 시청률 15%를 넘기며 명드 반열에 오르게 될 예정이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고 이주연에게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대화를 정리할 수 있었다.
[Sijun][14:07] 작가님과 감독님이 집중 케어를 시작했으니 뭔가 답이 나오겠죠이주연도 두 사람이 어련히 일을 잘 처리할 거라 생각하는 듯 크게 개의치 않는 기색이었다.
[주연][14:07] ㅇㅇ 그렇겠지? [주연][14:07] 나도 이 문제는 그만 고민해야겠다 내 코가 석 자니까 [주연][14:07] 워낙 박준 선배님이랑 정세희 선배님 모두 능력자시고충격을 받긴 했지만 메인 남여주의 전작을 본 사람이라면 미래를 낙관하는 게 당연했다.
그만큼 박준과 정세희가 전작에서 보여 준 임팩트는 압도적이었다.
‘혹시 자기들끼리 대본 리딩을 하다가 싸우는 건 아니겠지?’
잠시 내부 갈등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이런 생각을 했지만 피식, 웃고 넘어갔다.
그날 누구도 선을 넘을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김희수 작가의 경우에는 기분이 나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 가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부 갈등 문제는 메인 남여주의 연기력 저하 원인을 엄한 곳에서 찾는 한낱 헛소문에 불과했다.
리딩장의 분위기를 직접 확인한 사람으로서 이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 * *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됐다.
-배우님! 집 앞입니다!
여경찬의 연락을 받고 밖으로 나왔다.
차량의 문을 여니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배우님!”
고개를 돌려보니 차량 안쪽에는 처음 보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오늘부터 함께 일하게 된 스타일리스트 ‘송진아’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김준만으로부터 스타일리스트가 배정될 거라는 연락을 받았다.
드라마 촬영에는 매니저만큼이나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이 중요했다.
“아! 스타일리스트님! 반갑습…. 어?”
“네?
“혹시 센수스 광고 촬영 때 같이 일했던 분 아닌가요?”
“헐. 그걸 기억하세요?”
“네. 당연하죠. 그날 많이 도와주셨잖아요.”
“아아! 정말 감사해요!”
“감사하긴요. 저야말로 앞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텐데.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앞으로 내 스타일을 전담할 송진아와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누고 현장으로 출발했다.
저번에 일할 때도 느낀 것이지만 송진아는 활달한 성격이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았는데.
도저히 멈추지 않을 것처럼 떠들다가도 내가 피곤해하는 걸 느끼면 귀신처럼 입을 다물었다.
4년 차 스타일리스트라더니 확실히 노련한 구석이 있었다.
그렇게 내가 송진아의 합류에 만족스러워하고 있을 때 차량이 숍에 도착했다.
나는 숍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현장은 내가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밝은 분위기였다.
스태프들의 표정에서 첫 촬영에 대한 설렘이 느껴졌다.
나는 첫 촬영이니만큼 여경찬과 함께 현장을 다니며 스태프들에게 인사했다.
그사이 하나둘 다른 배우들이 도착했고 나는 빼먹지 않고 그들에게도 인사했다.
공개 대본 리딩 때의 첫 회식에서 길게 대화를 나눈 사람도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인사를 마치자 메인 남여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메인 여주인 정세희와는 평범하게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이시준입니다!”
“아! 김원영! 오랜만이에요. 오늘 잘 부탁해요.”
“네. 선배님.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세희가 맡고 있는 ‘김인영’과는 남매라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부딪힐 일이 꽤 있는 편이었다.
오늘도 한두 개 씬을 함께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정세희의 표정을 보니 무난하게 촬영을 끝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안심을 하고 곧이어 도착한 메인 남주인 박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이시준입니다!”
박준은 나를 보더니 잠시 놀란 듯하다가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시준 씨. 마지막 대본 리딩 때 보고 처음 보는 거죠?”
“맞습니다. 선배님.”
내가 손을 맞잡은 채 대답하자 박준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때 참 내가 선배답지 못하게 꼴사나운 모습을 많이 보여 줬네요.”
“아아. 아닙니다. 선배님.”
박준이 금세 씁쓸한 표정을 지우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나도 내가 그때 어땠는지 알아요. 하지만 오늘은 준비 확실하게 해 왔으니까 기대해요.”
그리고 그 자신감 속에서 나는 왠지 가시가 돋아 있는 기분을 느꼈다.
당연하게도 그 가시가 나를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메인 남주로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겠다는 태도인 것 같았다.
일종의 승부욕 같은 거라고 보면 됐는데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오히려 박준이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연기를 잘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었으니까.
그렇게 잠시 후 많은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강한성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고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 첫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1부 1씬 스탠바이해 주세요.”
강한성 감독의 요청에 따라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박준을 비롯한 여러 배우가 카메라 앞에 섰다.
강한성 감독이 시작 사인을 보내자 박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분하게 변했다.
앞서 자신감을 내비치더니 제대로 준비한 모양이었다.
나는 기대감을 품고 한쪽에 서서 박준의 연기를 확인했다.
* * *
쏟아지는 조명, 아름다운 음악, 서너 명씩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높게 걸려 있는 플래카드에는 ‘WW 네트웍스 5주년 행사’라고 적혀 있다.
화려함이 느껴지는 파티장 한쪽에서 한눈에 봐도 이 자리의 주인공인 것 같은 사람들이 대화를 나눈다.
“장 대표. 정말 수고 많았어. 역시 수완이 다르다니까.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린 거야?”
“그러니까 말이야. 나도 엄청 놀랐어. 우린 정말 장 대표 없으면 안 돼. 그렇지 않아? 어? 하하하.”
“하하하.”
자리에서 한바탕 웃음이 터지는데 정작 이야기의 당사자인 장혁준(메인 남주)의 표정은 밝지 않다.
그러자 함께 있던 사람들은 장혁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다.
장혁준은 자신의 앞에 놓인 잔을 천천히 들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샴페인을 단번에 마신다.
“아이디어라…. 좋았죠. 그래서 올해 WW 네트웍스가 또 한 번 매출을 갱신했고요.”
“그래! 그렇지! 하하하.”
“진짜 최고였….”
“그런데 말입니다. 어떤 아이디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응?”
“그야….”
“누군가 기분을 내겠다고 접대비를 사용해 놓고 그 돈을 영화 제작비로 둔갑시킨 거?”
“장 대표.”
“…도대체 왜 그래.”
“아니면 신인 여배우를 데리고 호텔로 들어가려다가 꼬리가 밟힌 걸 돈으로 무마시킨 거?”
“뭐?”
“그건 내가….”
“그게 또 아니면 예산을 빼돌리느라 모두가 바쁠 때 어떻게든 영화 한 편을 성공시켜서 프랑스 영화제에서 상을 받게 한 거?”
쾅!
장혁준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자 비어 있던 샴페인 잔이 쓰러지며 깨진다.
모두가 놀란 얼굴로 장혁준을 바라보면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윤정훈(서브 남주)이 질끈 눈을 감는다.
“여러분이 곱게 퇴사할 수 있게 딱 5초를 드리겠습니다. 5…. 4…. 3….”
장혁준이 초를 세기 시작하자 눈치를 보다가 빠르게 파티장을 빠져나가는 사람들.
허둥거리다가 넘어지고 물에 빠지는 등 난리를 피운다.
하지만 장혁준은 신경 쓰지 않고 중얼거린다.
“쓰레기들.”
* * *
“컷! 오케이!”
확실히 박준의 연기는 좋았다.
분명 회귀 전보다도 좋은 연기였다.
하지만 나는 왠지 박준의 연기를 보면서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박준의 연기력은 부족한 느낌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36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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