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8)
얼굴 천재 배우님-38화(38/200)
얼굴 천재 배우님 038화
어둡게 불이 꺼져 있는 작은 거실.
나는 누나(정세희)와 함께 영화를 보고 있는 중이다.
영화는 부모를 죽인 원수를 바닥에 깔아뭉개고 주먹을 날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머리가 완전히 벗겨져 있는 원수는 남자 주인공의 주먹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정신을 잃는다.
-개새끼! 개새끼! 개새끼야! 으아아악!
피가 사방으로 튀는 폭력적인 장면.
나는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입으로 팝콘을 가져가던 손을 멈춘다.
도저히 팝콘을 먹을 수 없는 기분이다.
솔직히 이런 걸 보면서 팝콘을 먹는 사람이 있다면 이상한 일….
“흐흑.”
설마 우는 건가.
나는 믿기지 않는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아니나 다를까, 누나가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설마…. 감동해서 우는 건 아니지? 제발 아니라고 해 줘라. 나 지금 완전 무섭거든?”
“흐흐흑. 넌 저걸 보고도 눈물이 안 나와?”
“사람이 두들겨 맞고 있고…. 피가 나고…. 저러다가 죽으면 어쩌지…. 걱정스러운 장면을 두고?”
“으아아아앙! 너무 주인공이 불쌍해! 복수에 성공해도 엄마는 살아나지 않는 거잖아!”
“으아아아악! 너무 내가 불쌍해! 죽기 전까지는 누나가 내 누나인 거잖아!”
내가 이렇게 외치자 누나는 눈물을 뚝, 하고 그친다.
나와 누나 사이에는 기묘한 정적이 한차례 흐른다.
“너는 애가 왜 이렇게 사람이 덜됐냐?”
“나도 지금 하나 보이는데 사람이 덜된 거. 거울은 보고 하는 소리야?”
“이씨! 야!”
결국 누나는 폭발해서 곽티슈를 나에게 던진다.
나는 데구르르 한 바퀴 멋진 뒤구르기로 곽티슈를 피해 낸다.
그런 뒤 손에 들고 있던 팝콘을 던져서 누나의 이마에 맞춘다.
툭!
“이 미친 새끼가! 야! 김원영! 당장 안 와! 너 잡히면 죽어!”
잡히면 죽는다니….
안 잡히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나는 순식간에 줄행랑을 쳐서 누나를 따돌린다.
그 덕분에 맨발로 집을 나서야 했지만 죽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다.
* * *
“컷! 오케이!”
다행히 나의 첫 촬영은 강한성 감독으로부터 단번에 오케이 사인을 받아 냈다.
곽티슈를 피해 뒤구르기를 하는 것부터 팝콘을 단번에 이마에 맞히는 장면까지.
소소한 액션이 필요한 장면이라 여러모로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휴.’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나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연기를 지켜보고 있었는지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의 표정은 대체로 괜찮았다.
무엇보다도 오케이 사인을 낸 강한성 감독의 표정이 밝다는 사실이 긍정적이었다.
조감독과 함께 내가 연기한 장면을 다시 모니터링하면서 역시, 하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무사히 첫 씬을 소화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뒤쪽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시준 씨. 고생 많았어요. 대본 리딩 때보다도 연기가 더 좋아졌던데요? 팝콘을 좀 던져 본 솜씨더라고.”
고개를 돌려 보니 그 자리에는 방금 나와 연기를 펼쳤던 정세희가 서 있었다.
어쩐 일인지 정세희의 뺨은 다소 상기된 느낌이었다.
눈을 반짝이면서도 뭔가 할 말이 더 있는 듯 입을 달싹였다.
‘혹시 나한테 팝콘을 맞은 게 기분 나빴나?’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사과를 하려고 할 때 정세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상상한…. 아니, 그 이상의 느낌이었다고 할까? 김원영의 연기 너무 좋았어요.”
정세희의 입에서 나온 것은 뜻밖의 극찬이었다.
그 사실이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이 정도로 극찬을 받을 일인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방금 연기는 소소한 액션을 제외하면 사실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김인영(정세희)과 함께할 때 김원영은 별로 복잡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그저 장난기 많은 동생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를 해낼 수 있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메소드 마스크로 같은 연기를 수백 번 반복해야 했지만, 어쨌든 다른 장면에 비하면 힘든 느낌이 아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체포>에서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연기하며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표출할 때가 더 힘들었다.
‘상대적으로 편안한 연기라…. 그러고 보니 나도 많이 컸네. 예전에는 이 정도의 연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이런 생각도 안 했을 거고.’
아무래도 시선 처리에 대한 서명희의 수업이 주효한 듯했다.
예전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촬영에 임하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어쨌든 계속 딴생각을 하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 정세희의 말에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이 잘 끌어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그래요?”
“네. 저도 김인영을 연기하는 선배님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아아. 고마워요.”
정세희는 내 대답에 기뻐하면서도 뭔가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사실 나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정세희의 연기는 박준의 연기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나쁘지 않지만 뭔가 걸리는 데가 있는 연기.
그렇다고 박준처럼 과장된 느낌은 아니었지만 억지로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게 비슷했다.
하지만 그게 크게 거슬리는 느낌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기를 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박준보다는 정세희의 연기가 확실히 나았다.
‘어쩌다 보니 내 주제에 남을 평가하고 있군…. 내 연기에나 집중하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모니터링을 모두 끝낸 강한성 감독이 새로운 사인을 보냈다.
방금 찍은 장면의 클로즈업 샷을 찍겠다는 뜻이었다.
나는 다시 연기에 집중했고 클로즈업 샷까지 단 한 번에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촬영팀은 다음 씬 스탠바이해 주세요!”
그렇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 촬영이 끝났다.
그때 한쪽에서 누군가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 게 보였다.
뒷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니 누군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박준이었다.
* * *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촬영은 순조로웠다.
벌써 3부까지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그동안 A팀과 B팀을 오가며 촬영에 참여했다.
메인 남여주와 붙을 때는 A팀에서 촬영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B팀에서 촬영을 하는 식이었다.
강한성 감독은 나와 이주연이 B팀 감독의 디렉을 받아도 충분히 연기를 잘해 낼 수 있을 거라 판단을 내린 듯했다.
<체포> 때도 이런 식으로 촬영을 진행했기 때문에 특별히 놀라지 않았다.
강한성 감독과 항상 함께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 오히려 이렇게 촬영을 진행하는 게 서로 편하고 효율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B팀 감독과 촬영을 진행하면 마음이 조금 더 편안했다.
촬영 중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도록 연습 중이었지만 아예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강한성 감독이나 메인 남여주가 없는 촬영은 비교적 편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B팀 감독과의 촬영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시준아. 봤어?”
“네? 뭘요?”
“박준 선배님이 오늘도 B팀 촬영을 구경 왔더라고.”
“아…. 그렇더라고요.”
“왜 자꾸 나타나는 걸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저도 그게 의문이네요. A팀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시간이 날 때마다 박준이 B팀의 촬영장을 찾으면서 현장의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A팀의 스케줄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모든 촬영을 구경 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박준은 어쩐 일인지 시간이 날 때마다 B팀 촬영장에 찾아오고 있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B팀 촬영을 구경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리 대기 시간의 배려를 받는다고 해도 메인 남주의 분량은 만만치 않았다.
본인의 촬영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좀 촬영장이 가까워서 자주 구경을 오는 건가….’
확실히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는 일상물인 만큼 촬영 장소가 한정적이었다.
그런 까닭에 A팀과 B팀의 촬영 장소는 거의 항상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이유로 구경을 자주 온다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박준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혹시 감시의 목적이 아닐까?”
“네?”
“내가 메인인 드라마를 다른 사람이 망치게 두지 않겠다. 이런 거.”
“설마요.”
“그럼 왜 그러는 거지? 다들 불편하다고 난리야.”
“그래요?”
“응. 와서 무슨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심각한 표정으로 구경만 하고 가니까.”
이주연은 박준의 행동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나도 박준이 왜 그러는지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앞서 얘기한 대로 매번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B팀의 촬영을 구경했기 때문이다.
그때 이주연이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냈다.
“심지어 모든 B팀의 촬영을 구경하는 것도 아니야. 꼭 우리 촬영만 그런다니까.”
“…음.”
“그나마 시준이 너랑 촬영이 갈렸을 때는 구경을 안 왔는데 자꾸 이러니까….”
“저랑 촬영이 갈렸을 때는 구경을 안 왔다고요?”
“응. 내가 아니라 네 쪽의 촬영을 구경하러 가던걸? 아! 설마….”
“네? 왜요? 박준 선배님이 왜 그러는지 짐작 가는 게 있나요?”
“있어. 이건 오로지 내 가설일 뿐인데….”
“네. 말씀하세요.”
“박준 선배님은 얼빠인 게 아닐까?”
“뭐요?”
“얼빠. 그런 게 아니라면 왜 계속 네 촬영만 쫓아다니겠어?”
왠지 설득력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하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설마 박준이 얼빠일 거라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야…. 아닐 거야….’
그렇게 한창 이주연과 둘이서 속닥이고 있을 때였다.
한참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B팀 감독이 입을 열었다.
“이쯤이면 잘 나온 거 같네요. 다음 촬영 진행하겠습니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 새롭게 합류한 B팀 감독은 강한성 감독과 달리 신중한 스타일이었다.
오케이 사인을 내고도 꼼꼼히 모니터링을 한 뒤에 다음 촬영 진행을 지시하는 편이었다.
같은 장면도 가능하면 두세 번씩 찍어서 제일 좋은 것을 선택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런 방식이 피곤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더 좋은 작품을 위한 일이니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나의 경우에는 세 번 이상 같은 촬영을 하는 일이 많지 않았다.
어쨌든 오케이 사인이 나왔고 다음 B팀 촬영 일정은 이주연의 단독 씬이었기 때문에 나는 대기를 하기 위해서 자리를 옮겼다.
“그럼 저는 가서 쉴게요. 이따 봐요. 선배.”
“응. 고생했어. 이따 봐.”
멀지 않은 곳에서 나와 함께 가기 위해 여경찬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내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는데 누군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박준이었다.
“아. 선배님. 무슨 할 말이라도….”
박준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내일이군요. 드디어 우리 둘이 붙게 되는 날이.”
얼굴 천재 배우님 38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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