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4)
얼굴 천재 배우님-4화(4/200)
얼굴 천재 배우님 004화
대학로 외곽, 낡은 건물 지하에 위치한 소극장.
그곳에서 지금 막 청소를 마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둘은 이제 갓 대학생이 된 것처럼 앳되고 어리숙한 느낌을 풍겼다.
“지겹다. 언제까지 아침 청소를 해야 해.”
“쉿. 조용히 해. 선배들 오면 어쩌려고.”
“너는 억울하지도 않냐?”
“뭐가?”
“우리만 이렇게 좆빠지게 청소하는 거.”
“신입이면 다 그런 거라잖아.”
“시준이 형은? 우리랑 같이 입단했는데 청소도 안 하고 주연을 떡하니 맡았잖아.”
“그야 시준이 형이 워낙 잘생겼으니까. 자신감도 있고.”
“겨우 그것뿐이라는 게 문제야. 솔직히 나도 대뜸 주인공 시켜 준다고 하면 자신감 있었을걸.”
“하긴. 네가 얼굴이 나쁜 것도 아니지.”
“그치? 너도 괜찮은데. 시준이 형보다 네가 연기도 더 잘하잖아.”
“시준이 형보다 못하면 되겠냐. 사실 나도 단장 선배의 눈이 조금 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
“젠장. 우리한테는 겨우 아침 청소에 소품 세팅이나 시키고. 이게 뭐야.”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손에 쥐고 있던 대걸레를 바닥에 내팽개쳤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소리가 조금 커서 걱정했다.
그 걱정에 호응이라도 하듯 누군가가 등장했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냐.”
“준호 선배!”
“대걸레부터 얼른 안 주워?”
준호 선배라고 불린 자가 눈에 쌍심지를 켜자 신입이 얼른 대걸레를 도로 주웠다.
선배라는 호칭이 붙는 것치고는 그다지 나이 든 느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선배라는 호칭에서 오는 위엄 같은 것이 있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두 사람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누구 욕을 그렇게 하고 있었어?”
“그게…….”
“빨리 대답 안 해!”
안준호가 적절한 타이밍에 목소리를 높이자 두 사람이 화들짝 놀랐다.
“시, 시준이 형이요.”
“시준이 형?”
“시준이 형의 나이가 많다는 건 알지만 저희랑 함께 입단한 동기인데 혼자만 아침 청소에 빠지는 게 조금 그래서….”
“…….”
안준호가 아무 말 없자 용기를 얻은 것인지 신입의 표정에 자신감이 들어찼다.
확실히 지금의 상황은 안준호 또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후배들에게 그것을 곧이곧대로 얘기할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시준은 안준호보다도 나이가 많은 형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없는 데서 욕을 하는 건 아니지. 어쨌든 형이잖아. 나한테도 그렇고.”
“네…….”
“아침 청소 부분은 내가 단장 형한테 따로 얘기해 볼게. 그러니까 우리 전부 잘 지내보자. 불만 있으면 당당하게 말하고.”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청소 마무리 짓도록 해. 이제 곧 리허설 시작할 테니 소품 세팅해 놓고.”
그렇게 신입 두 사람이 대걸레를 빨기 위해서 터덜터덜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안준호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푹,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안준호 역시도 단장의 결정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시준의 나이가 3살이나 많았지만 자신이 극단에 1년 먼저 들어온 선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준에게 모든 배역 중 가장 비중이 큰 뫼르소 역할이 갔으니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시준의 연기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별로라서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단원의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으로 구성된 극단이라 그런지 이런 부분에서 더 예민했다.
그렇게 안준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먼 곳에서 신입 두 사람이 크게 인사를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선배님!”
잠시 후 이 극단의 단장인 임경렬이 휘적휘적 소극장으로 들어왔다.
확실히 스물아홉의 임경렬은 여전히 앳된 느낌이 남아 있어도 가장 선배처럼 느껴졌다.
안준호가 임경렬을 발견하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형.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왠지 눈이 빨리 떠지더라. 시준이는?”
“아직이요. 그래도 10분 안에 오지 않을까요? 워낙 성실한 형이니.”
“성실하지. 연습도 빠진 적 없고. 그런데 그러면 뭐 해. 연기가 개판인데.”
임경렬의 말에 안준호가 당황하며 반문했다.
“네? 그렇지만 시준이 형은 선배가 추천해서…….”
그러자 임경렬이 골치 아프다는 듯 미간을 손으로 꾹꾹, 눌렀다.
“휴. 그래. 내가 추천했지. 그걸 내가 요즘 매일 후회한다. 준호야.”
“아….”
“솔직히 작년에 선배들이 다수 빠지고 나서 우리 극단이 많이 힘들었잖아. 그래서 시준이처럼 잘생긴 애가 꽃병풍 역할을 해 주면 우리 극단이 적자를 면할까 기대하고 추천한 건데…. 역시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해. 그치?”
“…그야 그렇긴 한데.”
안준호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며 말끝을 흐리고 있을 때.
임경렬이 안준호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늘 시준이의 역할을 바꾸려고. 계속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하는 얘기인데 네가 다음 공연부터는 뫼르소의 역할을 맡아 줄래? 대본은 다 숙지했을 거 아니야.”
임경렬이 이렇게 말하자 잠시 벙쩌 있던 안준호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곤란함을 숨길 수 없던 눈빛에 반짝반짝, 생기가 돌았다.
“저야 뫼르소 역할을 맡겨 주신다면 감사하죠. 확실히 시준이 형은 너무했어요. 어떻게 그 얼굴을 가지고 연기를 그렇게밖에 못 할 수가 있지?”
방금 전까지 신입들에게 그래도 시준이 형이니 뒤에서 욕을 하지 말자던 안준호는 어디론가 모습을 감춘 채 사라진 상태였다.
다소 기회주의적인 모습이었지만 임경렬은 오히려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나랑 생각이 같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런 명분도 없이 시준이의 역할을 바꿀 수 없다는 거야. 그래서 생각을 해 봤는데….”
임경렬이 주변을 살피더니 안준호에게 한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안준호의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 * *
역시나 내 예상대로였다.
메소드 마스크는 같은 장면의 연습이 몇 번이나 가능했다.
그 덕분에 나는 총 4막으로 구성된 <이방인>의 모든 장면을 연기할 수 있었다.
단순히 연기를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했던 대로 뫼르소의 표정, 몸짓, 감정을 모두 느꼈다.
나는 가면을 벗으며 생각했다.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만큼 메소드 마스크를 통한 연기 연습은 큰 도움이 됐다.
그와 함께 몇 가지 정보를 추가로 얻을 수 있었다.
먼저 메소드 마스크는 내가 원할 때 언제든 벗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메소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마음을 먹자 생각보다 손쉽게 떼어낼 수 있었다.
또한 메소드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의 내 모습은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녁을 먹자고 몇 번이나 불러도 나오지 않자 아버지가 방으로 들어와 내 어깨를 흔들었다.
“아들.”
“네?”
“이상한 마스크를 쓰고 침대에 가만히 앉아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연극 분장인가?”
“아아. 네.”
“어서 저녁 먹자.”
“지금 나갈게요.”
그 덕분에 외부에서 나를 건드리면 메소드 마스크의 시스템이 곧장 종료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메소드 마스크가 나에게만 기이한 현상을 보여 준다는 것도 알게 됐지.’
혹시나 해서 아버지가 써 보도록 해 봤는데 메소드 마스크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메소드 마스크의 기적은 나 혼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인 셈이었다.
그렇게 메소드 마스크를 이용해 연기 연습을 하고 그 비밀의 일부를 알아내는 사이.
화요일이 됐고, 나는 늦지 않게 준비를 하고 나와서 곧장 대학로에 위치한 소리샘의 소극장으로 향했다.
이틀간 익숙해진 것은 메소드 마스크뿐만이 아니었다.
회귀 사실에도 익숙해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뭐야? 왜 이렇게 잘생겼어?”
“아이돌 연습생인가?”
“그냥 연예인 같은데?”
“대박. 미쳤나 봐.”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야만 했다.
회귀를 한 만큼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할 거라 생각하며 편하게 밖으로 나왔는데.
그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모양이었다.
실수였다.
‘맞아. 연예인이 되기 전에도 항상 이랬지. 모자라도 쓰고 나올걸.’
하지만 후회를 해 봐야 늦은 뒤였다.
이미 대학로의 가장 북적거리는 거리를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사람들의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도 이 거리에 들어서고 나서의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도망치듯 북적거리는 거리를 벗어났다.
그런 뒤 노점상에서 모자를 빠르게 구입해 소극장 입구로 들어섰다.
‘이러면 귀가할 때는 곤란한 일을 겪지 않아도 되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소극장 복도를 지날 때였다.
복도 끝에서 흐릿하게 기억에 남아 있던 얼굴들이 보였다.
과거 나와 함께 비슷한 시기에 입단한 신입 두 사람이었다.
“형. 오셨어요?”
“시간 딱 맞춰 오셨네요.”
“아아. 그래. 잘 쉬었어? 둘은 일찍 왔네?”
나는 두 사람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대충 화제를 전환했다.
그러자 왠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신입 중 한 사람에게서 대답이 돌아왔다.
“신입은 아침 청소를 해야 하니까요.”
그제야 불현듯 잊고 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같은 신입임에도 이맘때 나는 비교적 나이가 많고 주연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아침 청소에서 면제되고 있었다.
당시에는 이러한 특혜를 별생각 없이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그게 이치에 맞는 일이 아니란 걸 알았다.
주연 역할을 빼앗기고 아침 청소까지 하게 되었을 때 뒤늦게 깨닫게 된 사실이었다.
“…두 사람이 고생 많았구나.”
“뭐. 어쩔 수 없죠.”
“내일부터는 나도 할게.”
“네?”
“아침 청소 말이야. 이제 나도 하겠다고.”
“아….”
내가 얘기를 꺼내자 두 사람이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입맛이 썼다.
당연한 얘기를 꺼내고도 이런 표정을 목격해야 한다니.
내가 얼마나 옳지 못한 삶을 살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제라도 바로잡아야지. 그런다고 두 사람의 기분이 풀릴지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신입 중 한 사람이 갑자기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띠었다.
“괜찮아요. 그러지 않아도 곧 그렇게 될 테니까.”
“응?”
나는 이렇게 되물음과 동시에 또 한 번 어떠한 기시감을 느꼈다.
소극장 무대 위에 서 있던 한 남자가 내 쪽을 향해서 손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시준아! 왔구나! 이쪽으로 얼른 내려와!”
남자는 소리샘의 단장이자 <이방인>의 검사 역할을 맡고 있는 임경렬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 극단의 2인자 격인 레몽 역할의 안준호가 함께 서 있었다.
소리샘의 중추 같은 인물들이라서 그런지 얼굴뿐 아니라 이름까지 비교적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렇게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자 기시감의 정체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두 사람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확실해…. 오늘이 바로 그날이야.’
내가 극단원의 조롱 속에서 뫼르소의 배역을 빼앗기고 교도관의 역할을 떠맡게 된 날.
그날이 분명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내가 생각을 한쪽으로 밀어 놓고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자 임경렬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 우리 시준이는 이틀 만에 봤는데도 신수가 훤하네. 주연이도 근처라니까 도착하는 대로 바로 리허설에 들어가자. 4막부터 해 보고 싶은데 괜찮지?”
연극 <이방인>의 4막.
뫼르소의 연기가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이 장면은 연극 <이방인>의 대미라고 할 수 있었다.
임경렬의 의도가 무엇인지 훤히 드러나는 선택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5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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