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40)
얼굴 천재 배우님-40화(40/200)
얼굴 천재 배우님 040화
박준의 변화가 놀라웠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뭔가를 보여 주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했다.
그래서 연기가 부담스러웠는데 오늘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편안하게 장혁준 역할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로서는 메소드 마스크 속의 장혁준이 밖으로 튀어나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만큼 박준의 연기는 훌륭했다.
표정 하나까지 모든 걸 완벽하게 구현하는 느낌.
‘두렵다….’
그렇게 진정한 의미의 장혁준을 마주하자 이상한 두려움 같은 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두려움이 단순히 어색함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내가 느끼는 두려움은 장혁준이라는 인물의 존재감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장혁준이 현장을 압도해, 나라는 존재를 사라지게 할 것 같았다.
나는 이 사실에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뿐.
두려움은 긴장감으로 바뀌었고 긴장감은 또 한 번 기쁨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기쁨 속에서 나는 첫 대사를 뱉었다.
“…누구세요?”
그와 동시에 ‘진짜’ 장혁준이 내 대사를 받아쳤다.
“닮았군요.”
“누구를요?”
“여기가 김인영 씨 집 맞죠?”
“와. 설마 했는데 누나 이름이 나오네.”
나는 그 사실에 희열을 느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메소드 마스크 속에서만 펼치던 연기를 현실에서도 펼칠 수 있게 됐으니까.
메소드 마스크를 손에 넣고 연기를 어느 정도 해낼 수 있게 되면서 나는 갈증을 느꼈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메소드 마스크 속의 연기를 완벽히 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맞군요.”
“네. 맞습니다. 여기가 김인영 씨 집입니다. 그런데 명의는 누나가 아니라 저로 돼 있거든요?”
“명의?”
“그래요. 명의. 김원영. 딱 제 이름으로 돼 있다고요. 누나가 얼마나 빌렸어요?”
“아…. 그런 오해….”
“됐고. 딱 원금만 먼저 말씀해 주세요. 이자가 얼마인지 들으면 너무 놀랄 것 같으니까.”
처음에 나는 그게 내가 연기를 충분히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분명 내 연기가 아직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상대방의 문제이기도 했다.
원래 연기라는 게 혼자 잘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함께하는 사람과 얼마나 호흡을 맞출 수 있는가 하는 것.
이것이 중요했다.
“누나가 평소에도 돈을 빌리고 다닙니까?”
“그건 아니지만 그쪽이 누나 회사의 상사거나, 누나의 남친이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없어서 하는 말이에요.”
“음.”
“그나저나 요즘 대부업체가 잘나가네. 이렇게 훤칠한 사람을 직원으로 쓰고. 얼굴도 잘생겼는데 싸움도 잘하는 스타일?”
“금방 소설 한 편을 써내는 것도 남매가 쏙 닮았네. 어쨌든 저는 대부업체 직원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박준은 좋은 연기를 보여 주고 있었다.
스스로의 연기를 완벽하게 해내면서도, 혼자 너무 튀려고 하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느낌.
매일 밤 메소드 마스크를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던 장혁준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 덕분에 나는 한결 편하게 내 페이스대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언어의 온도가 적당히 달궈졌고 자연스러운 호흡 속에서 대사가 뱉어졌다.
“그럼 뭐예요? 지나가는 행인 13?”
“김원영 씨 누나 회사의 상사이자….”
“헉.”
“김원영 씨 누나의 남자 친구입니다.”
“…이런 썩을.”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의 연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나는 정말 나에게 누나가 있는 것처럼 몰입해서 연기를 펼쳤다.
그리고 그것은 전부 박준이 완벽하게 연기를 해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강한성 감독으로부터 단번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컷! 오케이!”
박준 역시도 자신의 연기가 만족스러운 듯했다.
오케이 사인을 받자마자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나도 연기를 제대로 해냈다는 느낌에 무엇인가가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기쁨, 뿌듯함, 만족감이 오묘하게 섞여 있는 것 같은 감정이었다.
호흡을 맞춰서 좋은 연기를 한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제대로 깨달은 기분.
“곧장 클로즈업 샷을 따겠습니다!”
물론 좋은 호흡으로 연기를 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미 이주연과도 매일 만족할 만한 연기를 하고 있었다.
<체포> 때는 양이듬, 구경모가 훌륭한 파트너가 되어 줬고.
“장혁준. 먼저 갈게요.”
하지만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면서 이 정도의 희열을 느낀 것은 단연코 처음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서로의 호흡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팽팽하게 맞서면서도.
편안함을 느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정말 독특한 경험이었다.
어째서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지 고민하자 떠오르는 게 있었다.
평소처럼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다른 역할로 서명희의 연기를 도와주고 난 뒤의 일이었다.
“시준 씨. 오늘도 고생했어요. 항상 연습도 잘해 오고, 내 연습도 잘 도와주고. 고마워요.”
“아닙니다. 선생님께서도 괜히 저 때문에 다른 부분까지 연습하느라 바쁘시잖아요. 항상 호흡을 맞춰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정도로 뭘. 아마 현장에서는 더 좋은 파트너를 만나게 될 거예요.”
“음. 선생님보다요? 확실히 주연 선배라면 연기 호흡이 괜찮을 것 같아요. 원래 알던 사람을 만나다니 운이 참 좋네요.”
“아아. 주연 씨도 충분히 괜찮은 배우죠. 그런데 제가 말하는 좋은 파트너라는 건 다른 의미예요.”
“좋은 파트너의 다른 의미요? 어떤 의미인데요?”
“강한 존재감으로 나를 압박하면서도 내 연기를 성장시키는, 그런 파트너.”
“…어렵네요.”
“어렵죠. 하지만 곧 현장에서 만나게 될 거예요.”
그때는 서명희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뜻을 확실히 알 것 같았다.
방금 박준과 호흡을 맞추면서 나는 분명 그런 느낌을 받았으니까.
내 존재감이 흔들릴 것 같은 상태에서 나만의 연기를 해냈을 때의 느낌.
그렇게 나는 이번 씬에서의 내 존재감이 평소보다 훨씬 더 커졌음을 확신했다.
일종의 시너지 효과라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아직 오늘 박준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씬이 남아 있었다.
나는 클로즈업 샷을 따고 있는 박준을 보면서 다음 씬을 기대했다.
* * *
어수선한 집 안의 풍경.
말쑥한 정장 차림의 사내가 집 안의 풍경을 살피고 있다.
나는 팔짱을 낀 채 그런 사내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중얼거린다.
“일단 집으로 들이긴 했는데…. 이게 맞는 건지…. 다시 내쫓을 수도 없고….”
“혼잣말 다 들립니다.”
“혼잣말이 아니니까 들려야죠. 정말 우리 누나 남자 친구 맞아요?”
“남자 친구가 아니라고 해도 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상사인데?”
“조금 위계가 막 질서하고 꼬장꼬장한 스타일? 윽! 딱 질색인데….”
“일 잘한다는 얘기는 자주 듣습니다.”
“누나도 딱 싫어하는 스타일이고.”
“…그런 얘기는 못 들었고요.”
“이번에는 또 얼마나 가려나. 누나랑은 약간 급이 안 맞는 거 같은데.”
“이것도 들리라고 하는 말입니까?”
“아뇨. 이건 혼잣말. 그러니까 실례가 되지 않게 귀는 닫아 주세요.”
“그러죠. 딱 한마디만 하고.”
몇 번이나 꼽을 줬는데도 자칭 누나의 상사이자 남자 친구라는 사내는 주눅 한번 들지 않는다.
이런 걸 보면 또 누나의 남자 친구가 맞는 것 같은데….
상사이기도 하다니 무슨 말일까.
사내는 유난히 반짝거리는 눈으로 내 쪽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연다.
“잘생겼네요.”
“네? 이건 또 무슨 전개?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
“이봐요. 무슨 전개인지 물었는데 왜 답이 없죠? 괜히 무섭게.”
“한마디만 하고 그만 말하라는 줄 알아서.”
“…뒤끝 있으시네.”
“그쪽이 잘생겼다고 말했습니다. 동생이 없는 줄 알았는데.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의외이고 더 잘생겨 보이는 것 같고 그러네요.”
“칭찬 감사합니다만 자주 듣는 얘기라서요. 하나도 기쁘지 않고 그러네요.”
“명함 한 장 드리죠. 연기는 못 하는 거 같으니까 나중에 모델 쪽 생각 있으면 연락 주세요.”
“아니! 내가 무슨 연기를 못 해요! 이래 봬도 대학 다닐 때…. 헉? 대표 이사? 이런 상사였어?”
“네. 대표 이사입니다. 그리고 김인영 씨의 동생분이 연기를 못 한다고 한 건 거짓말 때문입니다. 아닌 척하지만 누나를 아낀다는 게 딱 티 나거든요.”
“와우….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인데 대표 이사라고 하니까 완전 멋있어…. 잠깐만요! 이럴 게 아니라 물 한 잔 드리겠습니다! 매형!”
WW 네트웍스의 대표 이사라니.
앞으로 누나와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소홀히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 쪽으로 뛰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현관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누나로 인해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다.
“김원영. 스톱.”
“왔어? 이쪽에…. 누나의 대표님이자 매형이라는 분이 와 계시는데….”
“그것도 스톱. 매형은 누가 매형이야. 우리 헤어졌거든?”
“뭐? 진짜야? 왜 그랬어?”
“진짜입니까? 우리 헤어진 거였습니까?”
“그럼 어제 제가 보낸 메시지가 무슨 뜻이라고 생각한 건데요?”
“와우. 생각한 것보다 빠르네. 역시 급이 안 맞았어. 전(前) 매형…. 죄송합니다…. 물은 못 드리겠어요….”
“그쪽도 태세 전환이 빠르시네. 일단 얘기는 다른 곳으로 옮겨서 하죠. 저는 메시지로 하는 이별 통보 따위 받아들일 수 없으니까.”
“좋아요. 그럼 어디로든 가서 똑바로 말씀드리죠. 메시지로 하는 이별 통보가 더 마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그렇게 누나와 누나의 대표님이자 전(前) 매형이라는 사내는 함께 집을 나선다.
쾅, 하고 박력 있게 닫히는 현관문 소리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뿐이다.
“조심히 다녀와…. 일찍 들어오면 더 좋고….”
* * *
정세희까지 세 명이 함께 호흡을 맞춘 씬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씬을 연기하면서 조금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좋은 파트너를 만났을 때의 두근거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여전히 박준은 장혁준에게 빙의된 것은 같은 좋은 연기를 보여 줬다.
정세희 또한 좋은 연기를 보여 준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박준과 둘이 연기를 할 때처럼 희열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이번 씬에서 지워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 없었어….’
그것은 정세희의 연기가 박준처럼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또는 세 명이 연기를 할 때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었고.
‘확실히 셋이 함께 연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너무 한 사람이 앞서 나가면 안 돼.’
이런 씬에서 시청자가 기대하는 것은 하나였다.
세 사람이 얼마만큼 잘 어우러져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가 하는 것.
결국 희열감은 박준과 둘이 연기를 할 때만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박준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무척이나 의미 있게 느껴졌다.
그와 함께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준 박준에게 고마웠다.
그래서 나는 오늘 오후 촬영이 끝나자마자 박준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선배님!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늘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박준의 표정이 묘하게 어두워졌다.
얼굴 천재 배우님 40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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