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41)
얼굴 천재 배우님-41화(41/200)
얼굴 천재 배우님 041화
그러더니 갑자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박준이 왜 웃는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정세희 또한 웃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촬영 현장에 새롭게 생긴 따돌림 현상인가 싶어서 의아함을 감추기 힘들 때.
박준이 여전히 웃음기가 남아 있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 정말 모르는군요. 어째서 제가 오늘 이런 연기를 보일 수 있었는지.”
내 입에서는 자동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네? 그야…. 선배님의 원래 실력이 출중해서 가능한 일….”
하지만 박준이 내 말을 끊고 되물었다.
“정말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서의 내 연기가 괜찮았나요?”
“어….”
“괜찮아요. 솔직히 말해도 돼요. 사실 나도 내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아아.”
“우리가 함께 마지막으로 대본 리딩을 했을 때까지만 해도 인정할 수 없었어요. 내 연기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그렇게 최악은 아니었는데….”
“아뇨. 최악이었습니다. 사실 작가님과 감독님이 애써 티를 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있잖아요?”
“음.”
“하지만 그날 그런 일을 당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죠. 어떻게든 내 진짜 실력을 보여 주겠다. 이런 생각을 했으니까. 첫날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있었어요.”
확실히 그날 박준은 자신감이 넘쳤다.
실제로 대본 리딩 때보다 실력이 늘어서 온 게 사실이었고.
하지만 나는 그때 박준의 연기가 여전히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장된 부분 때문에 배역에서 튕겨 나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박준 또한 같은 문제를 느끼고 있었다니.
의외였다.
어째서 그럴 수 있었던 걸까.
다행히 오래 기다릴 것 없이 곧장 박준의 입을 통해서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몫의 촬영을 마치고 시준 씨의 연기를 본 순간,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연기가 거기에 있었으니까.”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정말 충격이었어요. 그렇게 편안하게 그 배역으로 태어난 사람처럼 연기를 한다는 게 정말 놀라웠으니까. 그 이후로 나는 내 연기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설마…. 그래서?”
“네. 맞아요. 그래서 계속 B팀의 촬영을 구경 간 거였죠. 시준 씨의 연기를 보고 나면 제 문제점이 조금 더 명확하게 보였으니까. 애초에 시준 씨가 아니었다면 파악할 수 없는 문제점이기도 했고.”
“…그랬군요.”
“그랬죠. 그리고 나의 문제점은 전작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새로운 배역에 도전했다는 데 있었습니다. 새로운 배역이 되기 위해서 처절하게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자만에 빠져 마치 관전자처럼 연기를 했으니…. 어긋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박준은 내가 생각한 것과 똑같이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 사실이 놀라운 동시에, 뭔가 낯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준처럼 훌륭한 배우가 나로 인해서 부족함을 깨달았다는 것.
그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박준의 얘기를 부정하는 말이 나왔다.
“아마…. 선배님은 혼자서도 이 문제를 극복할 방법을 찾았을 겁니다.”
내 대답을 듣고 박준은 신중하게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랬을지도 모르죠. 다만 시준 씨 덕분에 좋은 자극을 받은 것은 저뿐만이 아닙니다.”
그러더니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에는 내내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정세희가 서 있었다.
정세희는 자신에게 시선이 쏠렸다는 걸 깨닫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맞아요. 저도 시준 씨 덕분에 같은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어요. 전작의 배역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건 박준 씨뿐만이 아니었거든요.”
알고 보니 두 사람은 각자 흩어지기 전 회사에 함께 소속돼 예전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죽이 맞는 편이라 친하게 지냈고, 이번 일과 관련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단다.
그 과정에서 연기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고.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메인 남여주가 나로 인해 좋은 자극을 받고 연기를 교정했다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와 동시에 이전에 서명희가 했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다른 사람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아니지만요?”
“그래도 해결 방안을 찾자면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죠.”
“그게 뭔가요?”
“메인 남여주가 정신을 바싹, 차릴 수 있도록 시준 씨가 연기에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네? 정말 그렇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알 수 없죠. 하지만 책임감 있는 메인 남여주라면 시준 씨의 연기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 거예요. 압도적인 연기력 차이라면 더욱더 반응이 좋을 거고.”
“…그렇다면 좋겠지만 제가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 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하.”
“하여튼. 시준 씨는 자신을 너무 못 믿는다니까.”
서명희에게 얘기를 들을 때만 해도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메인 남여주가 연기에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런 식의 극적인 변화가 생길 거라 생각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었다.
서명희조차도 가능성이 너무 희박한 일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이야기를 덧붙었다.
그냥 내가 자신의 연기에 조금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얘기를 꺼낸 것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서명희가 어떤 가능성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평범한 배우였다면 좋은 연기를 본다고 해도 이런 식의 자극은 받지 않았을 테니까.
박준과 정세희.
두 사람은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을 이끌어야 할 메인 남여주였다.
또한 전작을 통해서 연기의 극지를 맛본 톱급 배우이기도 했다.
스스로의 연기력에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겨우 세 번째 남주밖에 되지 않은 배우가 좋은 연기를 보여 주고 있다니….’
두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을 듯했다.
이것은 경력 많은 배우가 좋은 연기를 보여 주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이었다.
경력 많은 배우가 좋은 연기를 펼치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지기 쉬웠으니까.
하지만 나는 박준과 정세희보다 나이가 어리고 경력이 적은 배우였다.
그랬기 때문에 두 사람은 조금 더 자극을 받은 듯했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자 대충 상황이 어떤 식으로 돌아갔는지 알 것 같았다.
이와 함께 내 연기력이 두 사람에게 자극을 주고 극적인 변화를 끌어냈다는 데 뿌듯함을 느꼈다.
희박한 가능성을 뚫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고.
그렇게 내가 상황을 파악했다고 생각했는지 박준이 입을 열었다.
“어쨌든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시준 씨 덕분에 우리 두 사람의 연기를 교정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꼭 이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네. 저도요. 심지어 이와 관련해서 감독님과 상의해 빠르게 재촬영까지 진행할 수 있었으니 정말 다행이죠. 이대로 방송에 나갔으면 어떤 말을 들었을지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네요.”
정세희가 박준의 말을 받으면서 정말 다행이라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째서 A팀이 재촬영을 하느라 바빴는지 그 이유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는 이것이 내부 불화설의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새삼 안도했다.
‘역시 내부 불화설은 외부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일까.’
모든 일이 술술 풀리고 있는 느낌이라 새삼 이 부분이 궁금했고 다시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 분명했다.
멀리 떨어져서 바라봤을 때 메인 남여주의 연기력이 어째서 전과 같지 않을까.
답을 찾기에 내부 불화설만 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 불화설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관계자들은 전부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
잘되는 드라마에는 이유가 있다고.
회귀 전에도 시청률 15%를 넘긴 게 우연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입장에서는 뒷걸음을 치다가 쥐 잡은 격이라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결과적으로 일이 잘 풀려서 다행입니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자 두 사람이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게요. 시준 씨 입장에서는 확실히 우리가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게 얼떨떨하겠어요.”
박준의 이야기에 정세희가 타박하듯 대답했다.
“오늘 촬영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몰랐을 테니 당연하죠. 며칠 전부터 얼마나 분위기를 잡는지 나도 덩달아 긴장했다니까요. 아까 첫 촬영을 할 때도 박준 씨의 생각을 모른 척하느라 혼났고.”
그러자 박준이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시준 씨랑 처음 붙게 되는 씬이라 잘해 내고 싶었거든요. 혹시 저 때문에 불편했다면 두 분께 모두 죄송합니다.”
나는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선배님. 아예 불편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덕분에 저로서도 좋은 경험을 했어요. 특히 이렇게 긴장감 넘치게 누군가와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은 다음 촬영이 준비될 때까지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어쩌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결과가 더 나아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그날 이후.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촬영에는 속도가 붙었다.
거리낄 것이 없으니 속도가 붙는 게 당연했다.
그사이 나는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많지 않지만 종종 박준과 단둘이 붙는 씬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짜릿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준 또한 비슷한 느낌을 받는지 나와의 촬영을 즐거워했다.
그렇게 7부 촬영이 끝났을 때 나는 김희수 작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배우님. 정말 감사해요.”
“네?”
“배우님 덕분에 메인 남여주가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아. 그거라면 제 덕분이라고 할 수 없죠. 저는 평소처럼 연기를 했을 뿐이니까요.”
“배우님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저로서는 너무 고마울 수밖에 없어요. 사실 메인 남여주의 연기가 생각한 것만큼 나오지 않아서 고민이 있었거든요.”
“아아.”
역시나 김희수 작가는 메인 남여주 연기력에 대한 고민이 있던 모양이었다.
너무 걱정스러워서 이대로 계속 대본 집필을 해도 될지 걱정이었단다.
강한성 감독과도 후반부 대본을 수정할까 진지하게 회의를 한 적이 있다고.
‘그랬으면 메인 남여주의 반발이 꽤 컸을 텐데…. 어쩌면 내부 불화설이 아예 없는 얘기는 아니었을지도?’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김희수 작가의 칭찬을 겸손하게 받아들였다.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결과적으로 모든 일이 잘 해결됐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만큼 내부 불화의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메인 남여주의 연기력이 좋아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41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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