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43)
얼굴 천재 배우님-43화(43/200)
얼굴 천재 배우님 043화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는 크게 세 커플의 이야기로 드라마가 전개됐다.
먼저 메인 커플은 WW 네트웍스의 대표 ‘장혁준(박준)’과 홍보팀 직원 ‘김인영(정세희)’의 이야기를 다뤘다.
황당한 계약 연애를 시작으로 티격태격 싸우며 사랑을 키우고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다음으로 서브 커플은 WW의 2인자 ‘윤정훈(공형준)’과 미혼모인 ‘김정희(이미화)’의 이야기였다.
아련한 첫사랑을 간직한 두 사람이 우연히 재회해 특별한 사랑을 키워나간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커플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회로 뛰쳐나온 ‘김원영(나)’과 WW의 법무팀 변호사인 ‘임희주(이주연)’의 서사였다.
나이와 사회적 지위가 크게 차이 나는 두 사람이 그것을 뛰어넘는 사랑을 한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13부 11씬은 그런 두 사람의 감정이 깊어지며 연애관이 충돌하고 결국 헤어지게 되는 장면을 그렸다.
김원영은 꼭 결혼을 하지 않아도 영원히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임희주는 지금 시기를 놓치면 결혼이 멀어지기 때문에 계속 김원영을 만나는 게 맞는지 고민하는 입장이었다.
‘어떤 연애가 그렇듯 누구 한 사람이 맞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야.’
괜히 연애를 타이밍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었다.
김원영의 나이가 조금만 더 많아서 다른 생각을 가졌더라면.
임희주가 조금만 더 어려서 연애만 해도 좋다는 마인드였더라면.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둘은 시기를 만나지 못하거나, 지나치며 필연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김희수 작가는 이 지점을 완벽하게 캐치해 김원영-임희주 커플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어떤 한 사람만을 응원하거나 비난하기 힘들도록 교묘하게 서사와 감정을 쌓았다.
어째서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가 김희수 작가의 명작으로 손꼽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세 번째 남여주의 서사와 감정까지 전혀 빈틈이 없다는 게 놀라웠다.
그렇게 완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인 만큼 13부 11씬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김원영-임희주 커플의 갈등이 폭발하는 결정적인 지점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
결국 이별을 선택하는 두 사람의 생각이 드러날 수 있도록 연기를 하는 동시에.
시청자가 양쪽 누구의 편도 들 수 없게 감정을 잡아내는 것.
이것을 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13부 11씬의 연기 난이도는 상당했다.
그런 까닭에 나와 이주연은 이 장면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괜히 서명희가 나에게 이 장면을 잘 찍기 위해 공을 들였다,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다.
실제로 나는 이 장면을 훌륭하게 연기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서명희의 도움을 받는 것은 물론, 메소드 마스크를 이용해 얼마나 많이 같은 장면을 연습했는지 셀 수 없을 지경이었다.
심지어 나는 대본 분석에 따라서 메소드 마스크 속 내용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용해.
조금씩 표현이 다른, 다양한 종류의 임희주와 연기를 펼쳤다.
수백 번 다른 버전의 임희주와 호흡을 맞추면서도 온전히 나만의 연기를 할 수 있게 연습을 한 셈이었다.
그렇게 나는 어떤 버전의 임희주를 만나도 완벽하게 연기를 펼칠 수 있게 연습했고….
그 덕분일까.
“수고하셨습니다!”
“좋았어요! 이시준 배우님!”
“최고예요! 두 분 다 고생하셨습니다!”
다행히 그 노력이 빛을 발했다.
임희주를 등 뒤에 둔 채 몇 발자국을 걷는 순간.
도저히 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당장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강한성 감독으로부터 오케이 사인을 받은 것이었다.
‘해냈구나….’
이런 장면을 단 한 번의 NG도 없이 끝냈다는 것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내 얼굴에는 언제 눈물이 흘렀냐는 듯 금방 기쁨이 차올랐다.
“고생했어. 시준아.”
방금까지 임희주를 연기한 이주연의 목소리에도 만족감이 깃들어 있었다.
나 또한 이주연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배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말 좋은 연기였어요.”
진심이었다.
이주연이 좋은 연기를 보여 주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만족감은 느낄 수 없었을 테니까.
‘심지어 선배는….’
내가 메소드 마스크를 통해 만났던 여러 임희주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버전의 연기를 펼쳐 냈다.
워낙 연기가 어려운 장면이라 훌륭한 버전이 여럿이라는 게 함정이었지만.
어쨌든 그중 하나를 끄집어냈다는 것은 보통의 노력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바보야. 왜 여기 있어.”
특히 이 대사에 깊은 슬픔과 함께 이별의 예감이 깃들어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속에는 반가움이 숨겨져 있었는데.
이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임희주였다.
그래야만 이렇게 이별하는 게 맞는지, 임희주가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테니까.
한 줄밖에 되지 않는 대사에 이 모든 감정을 섞어 내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 때문에 현장에서 최고의 임희주를 만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이주연은 보란 듯이 최상의 임희주를 찾아내 연기를 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 후 “바보야. 왜 여기 있어.” 다음으로 어렵다고 생각한.
두 번이나 반복되는 “원영아.”를 각각 다른 감정으로 처리하는 일까지 완벽했다.
이주연이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괜히 이주연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 이후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집중력이 흩어진 듯 최상의 연기를 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해.’
모든 장면의 연기를 잘해 내는 게 가장 좋았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괜히 배우들이 작품을 끝내고 아쉬움이 남는다, 인터뷰를 하는 게 아니었다.
거의 매 순간 조금의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게 연기였다.
결국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포인트가 되는 부분의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 내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주연은 자신의 역할을 200% 해냈다.
엄청난 인기를 구가할 만한 자격이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이주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야. 너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 어쩜 이렇게 한 씬도 놓치지 않는지. 매번 같이 연기를 할 때마다 놀랍다니까. 소리샘 시절의 이시준이 전혀 떠오르지 않아.”
이주연은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내가 벌써 서른 번이 넘게 같은 내용의 칭찬을 들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그리고 그것은 전부 당연하게도 메소드 마스크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심지어 내가 모든 장면을 만족스럽게 연기해 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 또한 거의 모든 장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었다.
괜히 박준과 완벽한 연기를 해낸 뒤 희열을 느낀 게 아니었다.
‘저도 많이 부족하죠. 뭐.’
하지만 이렇게 얘기해 봐야 돌아오는 대답은 뻔했다.
종종 서명희가 그랬던 것처럼 “하여튼 시준 씨는 너무 겸손한 게 탈이라니까.”라는 식의 대답을 듣겠지.
그래서 나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한 차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자 이주연이 함께 웃으며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잘생긴 얼굴로 자꾸 웃어 주지 마. 정드니까.”
***
13부 촬영이 마무리된 후.
마침내 드라마 첫 방송 날이 밝았다.
이번에는 아쉽게도 가족들과 함께 드라마 첫 방송을 보지 못했다.
예정된 비극이었다.
형이 파리 패션위크에 가 있었기 때문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거기에 또 하나.
갑작스럽게 한 통의 전화를 받으며 상황이 그렇게 정리됐다.
그것은 박준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네. 여보세요.”
-시준 씨.
“어? 박준 선배님?”
-맞아요. 저예요. 갑자기 전화해서 놀랐죠?
“네. 정말 전화를 주실 줄 몰랐거든요.”
-번호를 받았으면 전화를 하는 게 당연하죠. 시간만 생기면 시준 씨랑 친해지고 싶기도 했고. 이번 주 금요일에 뭐 해요?
“이번 주 금요일이라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본방을 사수해야 하지 않을까요?”
-잘됐네.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그럼 같이 보는 거 어때요? 그날 세희 씨랑 공형준 선배님도 올 거예요. 미화 씨는 세희 씨가 참가 의사가 있는지 따로 물어보기로 했고.
뜻밖의 초대였지만 주연급이 거의 다 모이는 자리인 듯했다.
이런 자리라면 나로서도 도저히 빠질 수가 없었다.
강한성 감독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방영일인 금요일과 토요일을 쉬는 날로 정했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촬영 핑계를 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거라면 빠질 수 없죠. 그런데 혹시 이주연 선배님을 불러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오히려 제 쪽에서 연락을 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어요. 우리 중 주연 씨의 번호를 아는 사람은 시준 씨뿐이니까.
“네. 그럼 그날 함께 볼 수 있는지 연락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니.
곧장 박준으로부터 주소가 적힌 메시지가 도착했다.
첫 방송 시간에 맞춰서 약속 장소로 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여기에도 소속사가 있었던가.’
나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이라고 시작되는 주소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주소 자체도 그랬지만 도저히 어느 빌딩이라는 표시 자체가 없었다.
꼭 누군가의 집이라도 되는 것처럼.
‘레스토랑인가?’
하지만 박준이 알아서 장소를 잘 정했으리라 생각하며 이내 생각을 접었다.
그런 뒤 두 번 고민하지 않고 이주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이주연은 무척이나 기뻐하며 박준의 초대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며칠 후.
마침내 금요일 저녁이 됐고 나는 여경찬과 함께 메시지에 적힌 주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상당히 놀랐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한 장소는 여느 제작사의 사무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곳은 레스토랑도 아니었다.
개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화려한 고급 주택이었다.
나는 한눈에 이곳이 박준 소유의 주택이라는 걸 깨달았다.
“운전하면서도 조금 의아했는데 진짜 고급 주택이 나오네요.”
“그러게요.”
“집으로 초대된 거라면 뭐라도 사 왔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아. 그래야 할 것 같네요. 시간이 얼마나 남았죠?”
“30분 일찍 출발했으니 아직 여유가 있습니다.”
“그럼 선물 살 곳을 찾아봐야겠네요.”
“김 팀장님께 전화를 걸어서 근처에 괜찮은 곳이 있는지 여쭤보겠습니다.”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여경찬이 김보미에게 전화를 거는 걸 지켜보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이주연에게도 사정을 알려 줘야겠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 거기가 박준 선배님네 댁이라고? 세상에. 그럼 뭐라도 사 가야 하는 거 아닐까.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연락드렸어요. 지금 선물 사러 가려고 하는데 선배 것까지 챙기면 좋을 것 같아서요.”
-역시 우리 시준이!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선배를 챙기다니! 센스가 있다니까!
“지금 오고 계시는 중이죠? 지금 제가 주소 보내 드릴 테니까 그쪽으로 오세요.”
그렇게 나는 이주연과 함께 적당한 가격의 와인을 한 병씩 구입했다.
그런 뒤 늦지 않게 박준네 집으로 다시 향했다.
얼굴 천재 배우님 43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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