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44)
얼굴 천재 배우님-44화(44/200)
얼굴 천재 배우님 044화
고급 주택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자 “잠시만요.” 하는 대답과 함께 철제 현관문이 열렸다.
그러자 서울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잔디 깔린 넓은 마당이 눈앞으로 펼쳐졌다.
새삼 박준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와. 이게 서래마을의 클래스인가?”
“그러게요. 대단하네요.”
“이런 데 살면 차가 덜 막히겠지?”
“차는 똑같이 막히겠죠.”
“그런가.”
“도착 시간이 다르긴 하겠지만.”
이주연은 오늘도 어김없이 서울의 교통난을 걱정했다.
참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와 이주연은 실없는 소리를 하며 멋진 조경 사이에 깔린 디딤석을 밟고 마당을 가로질렀다.
그러자 문을 열고 그 앞에 서 있는 박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두 분 다 어서 와요…. 어?”
박준이 우리 두 사람 손에 들려 있는 쇼핑백을 보고 놀랐다.
“선물 사 오지 말라고 일부러 집인 걸 안 가르쳐 준 건데.”
“아…. 그래서….”
“하하.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냈는데 저보다 두 분의 센스가 더 훌륭했나 봅니다. 선물 잘 받겠습니다.”
박준은 우리가 건네는 선물을 양손에 들었다.
정말 선물을 바라지 않았던 것 같지만, 준비한 성의까지 거절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오히려 기분 좋게 받으며 “비싼 와인이네요. 제가 와인 좋아하는 것은 또 어떻게 알고. 정말 고마워요.” 하고 친절하게 인사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조금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단둘이 촬영을 진행한 이후 박준은 더 이상 B팀의 현장을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간간이 만날 때마다 이전보다 나를 살갑게 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많이 가까워졌고.
‘분명 그랬지만….’
나는 박준이 우리 모두를 이렇게 자신의 집에 초대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회귀 전 박준이 다른 사람을 함부로 집에 초대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기 때문이다.
박준은 연예인치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다.
친분이 있는 정세희와도 여전히 말을 높이는 사이였는데.
이것만 봐도 얼마나 조심성이 많은 인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모두를 초대하다니.
‘이것도 헛소문이었나?’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
최근에도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 있었기 때문이다.
<밤은 어둡고 아침은 밝지만>의 출연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당연하게 박준의 작품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이전부터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여러 작품의 주연으로 출연했고 꽤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저 <밤은 어둡고 아침은 밝지만>이 박준을 원톱으로 하는 첫 드라마였을 뿐.
그렇게 여러 작품에 출연한 적 있는 박준은 필연적으로 많은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중 어느 누구도 집에 초대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박준의 집에 오게 되리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런 환대를 받게 되다니…. 오묘한 기분인걸….’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박준의 안내에 따라 걸음을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박준은 마당의 조경만큼이나 식탁을 화려하게 채워 놓은 상태였다.
인테리어도 어찌나 모던하고 아름다운지 이런 게 연예인의 집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만큼 훌륭했다.
“와. 대박.”
감정 표현이 솔직한 이주연이 아낌없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자 박준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방송을 보면서 입이 심심하지 않게 간단히 먹을 걸 차린다는 게…. 일이 생각보다 커졌네요.”
“그러게요. 엄청나네요.”
“손님을 초대해 본 적이 많이 없어서 실수를 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혹시 음식이 남더라도 제가 두고두고 다 먹을 테니까.”
“아니에요! 선배님! 저도 열심히 먹겠습니다! 먹는 거 하나는 자신 있거든요!”
이주연이 정말 음식을 모두 부숴 버릴 것 같은 기세로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박준이 안심했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으음…. 얘기를 들어 보니 정말 다른 사람을 집에 자주 초대하지 않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우리를 초대한 것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나는 깊이 고민하지 않고 박준이 안내하는 대로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계속 생각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사람이라는 게 성격대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변덕이라는 단어가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와. 박준 씨네 집 너무 좋네요. 근처 동네로 이사를 오고도 왜 지금껏 초대가 없었는지 궁금했는데 이래서 숨겼구나.”
원래도 박준과 친분이 있는 정세희가 감탄하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박준이 내 쪽을 힐끔 쳐다보더니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숨긴 게 아니라 기회가 없어서 초대를 못 했던 겁니다. 이쪽에 앉으시죠.”
잠시 후.
공형준이 도착하는 것으로 오늘 박준이 초대한 모든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직 첫 방송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술잔을 들고 건배를 하기로 했다.
어색함을 이겨 내는 여러 방법 중 건배만큼 좋은 것은 없었다.
“건배사는 박준 씨가 하세요.”
“그래요. 이런 건 집주인이 해야죠.”
“선배님! 부탁드립니다!”
“건배사! 건배사!”
사람들이 분위기를 몰았고 박준이 못 이기는 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큼큼, 하고 한 차례 헛기침을 한 뒤 입을 열었다.
“그럼 부끄럽지만 제가 건배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대박과 우리의 인연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모두 와인 잔을 머리 높이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 자리에는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모두 기분 좋게 잔을 비울 수 있었다.
술 한 잔으로 조금 어색했던 분위기가 풀렸고.
A팀, B팀을 오가며 현장에서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는 공형준이 시원하게 와인을 원샷했다.
그런 뒤 너스레를 떨었다.
“주연급 배우가 모두 모이는 자리라니. 역시 박준 씨가 메인 남주답게 리더십이 있다니까. 그렇죠. 미화 씨?”
“네? 아. 네. 저도 다른 분들이랑 언제든 기회가 되면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이렇게 모여서 기쁘네요. 그나저나 와인을 원샷한 거예요?”
“그러면 안 되나요?”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첫 방송 같이 보기 전에 취할까 봐 그러죠.”
“우리 김정희 씨는 여기서도 잔소리네.”
“제가 잔소리를 안 하게 먼저 잘 좀 해 봐요. 저도 지겨워요. 윤정훈 씨.”
촬영장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공형준과 이미화는 이곳에서도 자연스럽게 배역 이름을 부르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한참 만담과 같은 대화를 이어 나가던 이미화가 포기했다는 듯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나와 이주연을 향해서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두 분은 같은 극단 출신이라면서요? 저도 극단에 있었는데.”
“아. 정말요? 어디에 계셨는데요? 혹시 충무로 쪽 극단이었나요?”
그렇게 친화력이 뛰어난 이주연까지 대화에 합세했고 자리는 금방 떠들썩하게 변했다.
대화 주제는 휙휙, 변했다.
먼저 극단 얘기는 최근 연극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에 대한 것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다시 한번 요즘 사람들은 연극보다 뮤지컬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 뒤 과거 정세희가 뮤지컬 쪽에서 활약했다는 이야기가 꼬리를 물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팔색조처럼 활약한 배우가 한자리에 모여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 주제가 끊이지 않았다.
설사 연극이나 뮤지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연기라는 큰 관심사에서 벗어나는 이야기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모두가 즐겁게 대화에 참여했다.
나 역시도 지금의 대화가 즐거웠다.
회귀 전에는 다른 배우와 활발히 교류한 적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현시대의 배우들이 어떤 고민을 품고 있는지.
특히 다양한 예술 분야를 배우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체포>의 종방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진솔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자리에 모인 사람이 오로지 배우뿐이라는 게 이러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한몫했다.
아무래도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는 법이었으니까.
그렇게 뮤지컬 얘기를 한참 진행하다가 영화 쪽으로 이야기가 넘어가고 있을 때.
마침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가 시작됐다.
그와 동시에 공기가 살짝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의 성공 여부가 곧 갈리는 상황.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
“시작한다!”
“그러게요. 시작이네요.”
“반응이 좋아야 할 텐데….”
같은 배우였지만 모두 첫 방송을 보는 자세가 달랐다.
공형준의 경우에는 이미 스마트폰 화면에 커뮤니티 사이트를 띄우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시청자의 반응을 확인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이주연은 처음 출연하는 드라마에 대한 긴장감이 큰지 경직된 표정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반면에 이미화는 몸을 푹, 하고 푹신한 식탁 의자에 기대더니 편안한 자세로 TV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박준, 정세희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해 표정과 자세를 확인했지만 조금 분위기가 진지해졌을 뿐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음…. 남들이 보기에 나는 어느 쪽일까….’
내가 사람들을 관찰하는 사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첫 장면이 나왔다.
그와 동시에 살짝 긴장감 높았던 분위기가 점점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의 완성도가 무척이나 높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분위기가 풀리다 보니 사람들은 점차 김희수 작가 특유의 개그 코드에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처음 웃음을 터뜨린 사람은 우리 중 가장 자세가 편안해 보였던 이미화였다.
그렇게 이미화가 웃음을 터뜨리고 나자 다른 사람들도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얼마나 재밌는지 우리가 직접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했다는 사실마저 잊었다.
심지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는 웃긴 장면만 늘어놓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필요한 곳마다 적절하게 감정선을 매만지는 데 무척이나 능숙한 명작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리저리 감정에 휩쓸리며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를 정신없이 시청했다.
눈을 감았다 뜨니 드라마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미 그 내용을 전부 알고 있는 다음 화 예고편까지 흥미롭게 지켜봤을 때.
박준이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
“이럴 줄 알았지만 생각한 것보다 더 완성도가 높네요. 우리 드라마.”
그와 동시에 묘하게 사람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쏠리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왜 이렇게 사람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쏠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의아함을 느끼고 있는데 스마트폰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 스마트폰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의 스마트폰도 정신없이 울리고 있었다.
그것은 꼭 재난 문자 같았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라는 태풍이 몰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44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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