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46)
얼굴 천재 배우님-46화(46/200)
얼굴 천재 배우님 046화
김원영과 임희주의 재회 장면을 촬영하기에 앞서서 나는 오후 내내 감정 씬을 찍었다.
며칠간 임희주의 연락을 받지 못한 채 우두커니 소파에 앉아 무거운 감정을 표현해 내는 장면이었다.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마음이 아프고 갑자기 눈물이 흐르는 장면을 계속 촬영했다.
온갖 상상이 머릿속을 맴돌고.
갑자기 아무런 생각 없이 소파에 덜렁 앉아 있기도 하는 감정.
이런 걸 표정만으로 드러내야 하는 연기였다.
그 때문에 난이도가 상당하다고 할 수 있었다.
“헤어졌냐?”
누나가 출근하다가 말고 이렇게 툭, 물었지만 김원영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봤다.
천장 위로는 하얀 벽지가 약간의 그림자를 품은 채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꼬박 며칠이 지나고 마침내 김원영은 집을 나섰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천장이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금 힘들게 몸을 일으켰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런 뒤 배달 어플을 실행하자 가게 몇 곳의 콜이 떴다.
하루는 3건, 다음 날은 5건, 그다음 날은 10건….
김원영은 점점 일상을 되찾았다.
임희주도 이런 식으로 자신의 삶에서 잊히는 듯했다.
그때 차 한 대가 오토바이를 덮쳤고, 김원영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끼이익- 쾅!
그렇게 김원영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뒤늦게 소식을 전달받은 임희주가 병실에 찾아왔다.
김원영이 천천히 눈을 떴을 때 앞에 서 있던 사람은 임희주였다.
재회의 장면은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됐다.
“14부 48씬 촬영하겠습니다! 스탠바이! 큐!”
* * *
이런 꼴을 하고도 누나를 다시 보게 되는 게 반갑다니.
내 스스로가 미쳤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화가 난다.
이런 식으로 누나를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나는 조금 비겁하지만 눈을 뜨지 않은 척 다시 감는다.
“눈 뜬 거 다 봤어.”
“…그걸 또 봤네.”
“나 임희주잖아.”
“그래. 임희주지. 그런데 내 앞에 서 있네. 믿기지 않게. 왜 왔어요?”
“전화를 받았어. 네가 다쳤다고. 그리고 눈을 떠 보니 여기더라.”
“나도 쓰러지고 눈을 떠 보니 누나가 있던데.”
누나가 내 말을 듣더니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기저기 타박상은 많지만 크게 안 다쳤대. 뼈 부러진 곳도 없고.”
“이제 안심이겠네요? 그럼 곧 가겠네요?”
“갔으면 좋겠어?”
“반반이에요. 끝내야 하는 관계라면 그래야 할 거고…. 아닐 수 있다면…. 아닐 수 없었죠?”
“…몰라.”
“네?”
“모른다고. 나도 모르겠어. 내가 어쩌자고 여기를 달려온 건지. 왜 여기서 망설이는 건지.”
“누나….”
“사과를 했는데. 사과까지 해서 겨우 헤어졌는데. 이걸 이런 식으로 되돌린다는 게 맞는지 모르겠고. 아니, 되돌리면 안 되는 건데…. 더 아프지 않으려면 그게 맞는 건데….”
나는 몸을 일으켜 누나 쪽으로 다가간다.
여기저기 몸이 쑤시고 아프다.
하지만 마음이 그런 것보다는 훨씬 참을 만하다.
그렇게 누나를 뒤쪽에서 꼭 껴안는다.
누나를 안고 나니까 깨어나고 처음 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누나 자존심 상하지 않게 미안하다고 100번쯤 말하면…. 다시 나한테 와 줄래요?”
누나는 내 팔을 자신의 손으로 꽉 잡는다.
그것으로 대답은 충분하다.
* * *
“컷! 오케이!”
“수고했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이후로도 여러 씬의 촬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김원영과 임희주의 갈등 관계는 14부 촬영을 끝으로 정리됐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제 15부에서 서브 커플 윤정훈(공형준)과 김정희(이미화)가 정리되고.
16부에서 장혁준(박준)과 김인영(정세희)이 정리되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촬영은 끝이었다.
나와 이주연은 이제 나머지 두 커플을 성사를 직간접적으로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었다.
16부까지 김원영-임희주 커플의 텐션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아쉬웠다.
하지만 세 번째 남여주로서 이 정도의 분량을 얻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보통의 드라마에서 세 번째 남여주는 간신히 감초 역할을 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을 때도 있었고.
내가 한창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주연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시준아. 오늘 촬영 고생 많았어.”
“선배도 고생 많으셨어요.”
“아아. 아쉽다. 이제 김원영-임희주 커플은 시청자의 관심에서 멀어지겠구나.”
이주연은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주연으로서도 첫 드라마에서 이 정도의 역할을 맡게 된 게 만족스러울 테니까.
특히 오늘 촬영이 무척이나 잘 마무리돼서 그런지 만족감이 더 큰 상태였다.
나는 짧지만 밀도 높게 붙어 지내면서 이주연의 감정 상태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이주연의 얘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었다.
오히려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김원영-임희주가 알콩달콩 행복하게 연애를 하는 과정도 많은 시청자한테 사랑을 받을 거예요.”
“그렇겠지?”
“네. 그리고 16부에는 에필로그 형식의 촬영이 남아 있잖아요. 3년 후 김원영-임희주의 모습을 작가님이 어떻게 상상하고 있을지 기대되네요.”
“나도. 나도 그래.”
오늘 오전, 시청률 10%를 넘긴 기념으로 축하 파티를 할 때.
김희수 작가는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마지막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잠깐 이야기를 해 줬다.
세 커플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서로 싸우고, 연애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장면을 그릴 거라고 했다.
3년 후의 시점으로.
평범하고 뻔한 엔딩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주연급의 모든 배우는 마음이 설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모든 배우가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서로의 역할에 깊게 몰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인물이 3년 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했다.
얼른 그 모습을 엿보고 싶었다.
“행복하게 살고 있겠지?”
이주연이 잠시 김원영-임희주 커플의 3년 후를 상상했는지 이렇게 물었다.
나는 기억을 더듬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엔딩을 떠올린 뒤 고개를 끄덕였다.
“네. 행복할 거예요. 아주.”
* * *
우리가 16부까지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모든 촬영을 끝마치는 사이.
해가 바뀌었다.
회귀 후 처음으로 맞는 새해의 감회가 새로웠다.
‘4월. 처음 회귀를 한 뒤 그동안 꽤 많은 일이 있었지.’
소리샘에서 퇴단했고, 더블유 연기 학원에 들어가게 됐으며, <체포>에 출연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운 좋게 황인섭 고등학생 역에서 신한재 고등학생 역으로 배역이 바뀌었다.
황인섭 고등학생 역도 매력적이었지만 이름을 알리는 데 신한재 고등학생 역만 한 게 없었다.
센수스 광고도 신한재 고등학생 역 덕분에 따낸 것이었다.
그 뒤 뉴스경제 인터뷰에 참여했고,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출연이 확정됐다.
현재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는 6부까지 방영이 된 상태였다.
매일 시청률이 오르더니 6부에서 14.5%를 기록했다.
엄청난 기대에 걸맞은 훌륭한 성적이었다.
자연스럽게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다.
아직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를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꼽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긍정적인 것은 3, 4부를 지나면서 서브 커플과 김원영-임희주 커플의 서사가 풀리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연스럽게 나와 이주연 또한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아직 인기가 메인 커플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굳이 따지자면 서브 커플에도 밀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원영이라는 캐릭터 자체의 인기는 상당히 높았다.
김원영은 다른 캐릭터와 달리 메인 여주의 친동생이라는 특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장면은 3부에서의 김인영의 집으로 찾아온 장혁준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나와 박준이 처음 단둘이 붙어서 연기를 펼친 장면.
여기서 김원영 캐릭터에 대한 평가가 확연히 달라졌다.
내 입장에서는 새해가 오기도 전에 예기치 않은 주목을 받게 된 셈이었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여경찬이 나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3부 반응이 너무 좋아요. 어딜 가도 전부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박준 배우님과 일대일로 붙었는데도 손색이 없었다면서.”
여경찬이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얘기했다.
‘드라마가 6부까지 방영이 됐는데 아직도 이런 얘기가 나오다니….’
3부가 반영되고 난 뒤 비슷한 칭찬을 여러 번 들었지만 괜히 낯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처음에 배우님께서 세 번째 남주 롤을 선택했을 때는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랬나요?”
“네. 그런데 다 큰 뜻이 있었던 거 맞죠?”
여경찬의 말대로였다.
김원영이 세 번째 남주치고 꽤 많은 주목을 받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미래와는 달랐다.
회귀 전 김원영은 13부 임희주와의 이별을 선택하는 장면에서 시청자의 환호를 받았다.
나로서도 이렇게 3부에서 인기를 얻게 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솔직히 대답했다.
“사실 이렇게까지 빠르게 주목을 받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어요.”
“에? 정말요?”
“네. 그래서 해가 넘어가고 나서야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인기를 본격적으로 실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한 13부쯤.”
“아아. 13부라면 배우님이 엄청 공을 들인 부분이잖아요.”
“맞아요. 하지만 3부에서 예기치 않은 인기를 얻었고, 이것은 전부 준이 형 덕분이라고 할 수 있죠.”
나는 정말 박준 덕분에 3부가 주목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박준이 치열하게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3부는 이 정도의 완성도를 낼 수 없었다.
회귀 전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시청자였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특히 박준과 단둘이 호흡을 맞췄을 때의 짜릿함은 아직도 내 가슴속에 온전히 남아 있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완벽한 호흡으로 메소드 마스크 속 세상을 구현했다는 느낌.
이러한 느낌은 회귀 전후를 통틀어서 처음 받는 것이었다.
작년 한 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때를 꼽을 것이다.
그 정도로 그날의 인상은 강렬했다.
하지만 여경찬은 내 대답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역시 우리 배우님은 겸손하시다니까.”
“겸손해 보이려고 한 얘기가 아닌데….”
“됐어요. 됐어. 그보다 오늘 화보 촬영을 제안한 ‘And You’에서도 3부 얘기를 하더라고요. 대단하죠?”
그랬다.
나는 지금 여경찬과 함께 패션 잡지사의 화보 촬영을 위해 이동 중이었다.
심지어 새해 첫 스케줄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진행이 될 예정이었다.
‘괌에 간다고 했나….’
하지만 나는 해외에 간다는 사실보다도 함께 작업을 하게 될 패션 잡지사의 이름의 주목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And You’는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패션 잡지사였기 때문이다.
얼굴 천재 배우님 46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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