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48)
얼굴 천재 배우님-48화(48/200)
얼굴 천재 배우님 048화
앤토니오 B. 원 팻 국제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곧장 다시 한번 짐을 옮겼다.
그런 뒤 차량을 타고 사랑의 절벽으로 유명한 투몬 비치로 이동했다.
오후 3시부터 저녁 7시까지 근방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게 오늘의 목표였다.
And You 촬영팀은 괌의 아름다운 일몰까지 담아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첫 번째 촬영 장소에 도착했다.
나는 서둘러 콘티에 맞게 의상을 갈아입고 메이크업을 받았다.
‘괌에서 한 달 살기’가 촬영 컨셉이었기 때문에 꾸안꾸 느낌으로 코디가 진행됐다.
자연스럽게 의상의 브랜드도 명품이 아닌 것으로 선정됐다.
명품 브랜드의 의상은 금방 정체를 들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패션 잡지를 읽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패션에 관심이 많을 테니까.
그렇게 선택된 첫 번째 의상은 ‘jour et nuit’의 제품이었다.
최근 프랑스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브랜드였는데.
‘트위드 패널 브라운 맨투맨’에 ‘캐주얼 정장 와이드 슬랙스’를 매치한 코디였다.
“컨셉에 맞게 팔을 살짝 걷겠습니다.”
“촬영 준비 끝났습니다!”
“이쪽으로 이동할게요!”
And You 소속의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프로답게 척척, 작업을 진행해 내는 게 인상적이었다.
괜히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패션 잡지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울 게 많다고 느끼는지 송진아가 옆에서 반짝반짝 눈을 빛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자잘한 디테일을 캐치해 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잠시만요. 배우님 눈에 속눈썹이 들어갔네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미묘한 차이.
평소 나를 가까이에서 돕는 송진아만이 캐치해 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 덕분에 나는 정신 없는 와중에도 신속하게 준비를 끝마칠 수 있었다.
새삼 프로들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임승연이었다.
셀리아에 비해서 다소 내성적으로 보였던 임승연은 본격적으로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배우님! 팔을 좀 내려 볼까요?”
“옆으로 천천히 걸어 주세요.”
“턱을 살짝 더 들어 주시겠어요?”
“네. 지금 좋아요. 수평선을 봐주세요.”
“그대로 있으세요. 제가 누울게요.”
적극적으로 새로운 포즈를 요구하며 촬영을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얼마나 열정적인지 모래사장에 배를 깔고 눕기까지 했다.
이 사람이 원래 이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운 모습이었다.
심지어 임승연은 적극적으로 포즈를 요구하면서도 불필요한 동작을 지시하지 않았다.
열정이 과하면 자신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는 법인데 임승연에게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새삼 내가 이름을 잘 알지 못했을 뿐 임승연이 대단히 능력 있는 인물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괜히 송진아가 유명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꺼낸 게 아닌 것 같았다.
모델과 소통을 하는 일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항상 어느 정도 촬영이 끝나면 나에게 다가와 직접 사진을 보여 주며 어떤 게 가장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
“다 괜찮지만 3번이랑 7번의 느낌이 가장 좋네요.”
“음…. 역시 그런가요? 그럼 3번이랑 7번 느낌으로 몇 장만 더 찍어 볼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모든 장비가 세팅돼 있는 스튜디오 촬영에 비하면 야외 촬영은 언제나 난이도가 좀 있는 편이었다.
심지어 촬영이 해외에서 진행이 된다면 아무리 많은 스태프를 동원한다고 해도 시간적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번처럼 일정이 1박 2일이라면 더욱더 그랬다.
하지만 임승연과 같은 프로와의 촬영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촬영 시간을 효율적으로 줄이며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게 가능했다.
하물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모델에게 포즈를 요구하다가도 자기가 움직이는 게 낫겠다 싶으면.
먼저 몸을 이리저리 쓰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사진작가를 섭외하다니…. And You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하구나.’
한발 뒤에서 셀리아가 촬영 현장을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봤다.
내 시선이 잠시 그쪽으로 향했을 때 찰칵, 소리와 함께 임승연으로부터 칭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표정 너무 좋았어요! 한 번 더 갈게요!”
* * *
투몬 비치를 따라서 쭉, 움직이며 촬영을 진행한 우리는 사랑의 절벽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 사진을 위한 의상은 ‘velocità’의 것이었다.
‘velocità’는 작년부터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였다.
이번에는 ‘메쉬 프리 윈드 재킷’과 ‘콜드기어 조거 팬츠’를 매치했다.
‘괌에서 한 달 살기’ 컨셉에 맞게 일몰 시간에 운동을 한다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한 장입니다! 수고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임승연이 마지막 셔터를 눌렀고 그것으로 촬영이 마무리됐다.
나는 임승연 쪽으로 다가가 방금 촬영한 사진을 확인했다.
“아까 찍은 게 낫죠?”
“네. A컷은 26번이랑 29번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것으로 마무리할게요.”
그렇게 완전히 촬영이 끝났고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여 이동 준비를 했다.
이제 드디어 숙소로 돌아가 늦은 저녁을 먹고 쉴 시간이었다.
나와 임승연은 조금이라도 더 휴식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스태프들을 도왔다.
셀리아 또한 끊임없이 지시를 내리면서 열심히 짐을 옮기고 있었다.
나는 셀리아 쪽을 보면서 어제 확인한 콘티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오늘 소화한 의상은 전부 나쁘지 않았어.’
And You의 의도대로 국내에 소개가 된다면 전부 이목을 끌 만한 작품이었다.
‘jour et nuit’와 ‘velocità’ 모두 최근 트렌드에 딱 맞는 제품이었으니까.
하지만 촬영은 다음 날이 문제였다.
내일 소화하게 될 의상 중에는 내가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긍정적인 쪽이 아니라 부정적인 쪽으로.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이 사실을 알리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됐어….’
하지만 오늘 하루 셀리아, 임승연과 함께 일을 하면서 확신을 얻었다.
더 늦기 전에 이 사실을 알린다면 문제가 좋은 쪽으로 해결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
내가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짐 정리가 끝났고 우리는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로 향하는 차량에서 나는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여경찬에게 물었다.
“아까 부탁한 거 찾았나요?”
“네. 배우님이 촬영하고 있을 때 진아 씨랑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서 힘들게 찾아냈습니다. 링크 보내 드릴까요?”
“고생 많으셨네요. 링크 보내 주세요.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여경찬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뭔가를 보냈다.
그러자 내 메신저에는 스페인어가 한가득 적혀 있는 기사의 링크가 떴다.
나는 링크를 클릭한 뒤 번역기를 돌려서 기사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여경찬이 나를 향해서 질문을 던졌다.
“얘기하시게요?”
나는 셀리아와 임승연이 타고 있는 차량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차량은 우리의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그래야죠. 괜히 피해를 받을 필요가 없는 일이니까.”
“두 분이 배우님의 의견을 받아들일지 걱정이네요.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브랜드를 서치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저도 그게 약간 걱정이었는데 괜찮을 것 같아요. 두 분 모두 프로로서의 자세는 물론, 소통에 능숙한 것 같으니까.”
“배우님이 말씀대로라면 일이 잘 풀리겠죠. 그나저나 내일은 더 바쁜 하루가 되겠네요.”
“오늘 저녁에는 식사 든든히 해요. 내일 엄청 배고플지도 모르니까.”
나와 여경찬이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차량이 숙소에 도착했다.
* * *
나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결심한 대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셀리아 쪽으로 다가갔다.
“에디터님.”
“아아! 배우님! 짐 정리는 걱정하지 마시고 먼저 씻고 식사부터 하세요. 여기서는 값나가는 장비만 옮길 거거든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 종일 스태프들이랑 함께 고생하면서 촬영까지 했으니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제가 원해서 도운 일이었는걸요. 그보다 시간이 괜찮으면 잠깐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상의드리고 싶은 일이 있거든요.”
“상의요?”
“네. 조금 중요한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음…. 그렇다면 아예 식사를 같이할까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빨리 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는 게 좋겠네요. 사진작가님도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식사를 함께하면서요.”
“임승연 작가님은 간단한 짐만 챙겨서 먼저 샤워를 하러 가셨으니 제가 따로 얘기할게요. 이따 식당에서 봐요.”
잠시 후.
나, 여경찬, 송진아, 셀리아, 임승연은 한자리에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And You에서 예약한 4.5성급 호텔이었는데 뷔페식 저녁 식사의 구성이 나쁘지 않았다.
특히 치킨 칼라구엔의 맛이 괜찮아서 만족스럽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여경찬의 경우에는 치킨 칼라구엔을 세 번이나 퍼 와서 깨끗하게 접시를 비웠다.
그렇게 모두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각자 선호하는 후식을 맛보고 있을 때 셀리아가 입을 열었다.
“배가 고파서 정신없이 식사를 하다 보니 배우님께서 할 말이 있다고 했던 것도 잊었네요.”
나는 내 앞에 놓여 있는 따듯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대답했다.
“그러게요.”
“이제 말씀해 주세요. 할 말이 뭔지.”
셀리아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임승연 또한 내가 무슨 말을 꺼낼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잠시 여경찬, 송진아와 눈빛을 교환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이렇게 두 분께 식사를 함께하자고 부탁을 드린 건…. 내일 콘티 때문입니다.”
“콘티요?”
“네. 정확히는 콘티 때문에 입어야 하는 의상 한 벌이 마음에 걸려서요. 카모플라쥬 실크 코튼 자카드 셔츠. ‘otoño’의 제품 맞죠?”
“네. 맞아요. 혹시 셔츠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요?”
셀리아가 걱정하는 기색으로 물었다.
가끔 이렇게 모델이 의상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단순히 내 취향 때문에 얘기를 꺼내는 게 아니었다.
“아뇨. 의상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 그보다는 ‘otoño’의 수석 디자이너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있더라고요.”
“불미스러운 사건이요? 그럴 리가 없는데….”
나는 셀리아와 임승연의 번호를 몰랐다.
그 때문에 핸드폰을 직접 꺼내서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여 줬다.
여경찬과 송진아가 어렵게 찾아낸 바로 그 기사였다.
“‘otoño’라는 브랜드의 이름이 생소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기사를 검색해 보다가 발견했습니다. 수석 디자이너가 아동 성범죄에 연루돼 있더라고요.”
내 얘기가 끝나자마자 셀리아, 임승연이 경악했다.
얼굴 천재 배우님 48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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