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49)
얼굴 천재 배우님-49화(49/200)
얼굴 천재 배우님 049화
현시점.
otoño의 수석 디자이너가 법적으로 확실하게 아동 성범죄라고 낙인찍힌 것은 아니었다.
평생 씻지 못할 불명예를 얻는 것은 내가 기억하기로 3년 후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otoño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되지. 꽤 선풍적이었달까.’
국내에는 내년쯤 적극적으로 소개되면서 큰 인기를 끌 예정이었다.
otoño이 곧 제작하게 될 ‘지퍼 투웨이 토드백’이 SNS의 셀럽들을 통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 당시 지퍼 투웨이 토드백은 인별그램이나 너튜브에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물론 그와 함께 수석 디자이너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관한 얘기가 알음알음 돌았다.
하지만 다들 개의치 않았다.
소문을 듣고도 모른 척했다는 게 아니었다.
지퍼 투웨이 토드백의 인기가 워낙 대단해서 이야기가 아예 묻힌 것이었다.
‘애초에 패션 브랜드 수석 디자이너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니까.’
하물며 아직 입증되지 않은 수석 디자이너의 범죄 사실이었으니 관심이 없는 게 당연했다.
그렇게 한동안 주목을 받다가 스페인 정부가 otoño의 수석 디자이너를 체포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그 후 아동 성범죄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지퍼 투웨이 토드백을 널리 홍보했던 SNS의 셀럽들은 물론.
그 이전에 otoño를 소개했던 패션 잡지사까지 비난을 면치 못했다.
‘지퍼 투웨이 토드백이 중고 시장에 쏟아져 나오며 가격이 내려간 게 결정적이었지.’
나는 이러한 비난의 대상에 And You가 포함돼 있는지 알지 못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연루된 일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상세하게 기억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만약 콘티대로 내일 오전 촬영이 진행된다면 비난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었다.
사실 비난의 대상이 된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잘 알아보지 않고 otoño를 소개했다는 것은 문제였으니까.
‘그래서 사실 콘티를 확인한 이후부터 계속 otoño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
하지만 적당한 기회를 잡지 못했다.
물론 기회를 잡고자 한다면 언제든 그럴 수 있었다.
다만 내가 의상을 바꾸겠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게 가능할지 알 수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조금 전처럼 철없는 배우의 변덕으로 치부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현장에 가 보면 의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몇 시간씩 촬영을 지연시키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은 대부분 연예인 출신의 모델이었고.
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먼저 셀리아와 임승연이 어떤 인물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소귀에 경 읽기라고.
증거를 확보하더라도 두 사람이 내 말을 들어 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종일 의상 교체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을 눈여겨보면서 작업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스스로의 일을 충분히 사랑하고 열정을 품고 있는 두 사람이라면.
내 이야기를 들어 줄 거라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물증도 없이 otoño의 수석 디자이너를 아동 성범죄자로 몰아붙일 수 없었다.
그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여경찬과 송진아에게 따로 기사를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아직 법적 판결이 난 것은 아니었지만 이맘때부터 논란이 있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이런 식의 논란이 없었다면 후에 SNS의 셀럽들이나 otoño를 소개한 패션 잡지사들이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여경찬과 송진아는 어렵게 스페인어로 된 현지 기사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아직 본격적으로 허물이 드러나지 않은 시점이라 기사가 많이 없는 모양이었다.
증거물을 맞닥뜨리게 된 임승연이 중얼거렸다.
“이런 이슈가 있는 디자이너였다니….”
옆에서 함께 스페인어 기사를 확인한 셀리아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외쳤다.
“아아! 망했어! 왜 이걸 미리 발견하지 못했지?”
분위기를 보아하니 내 예상대로 otoño의 의상은 사용되지 않을 듯했다.
아직 아동 성범죄의 혐의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하지만 And You 입장에서는 굳이 리스크를 짊어지면서 otoño를 소개할 이유가 없었다.
지퍼 투웨이 토드백이 아직 국내에서 이슈 몰이를 하고 있지 않은 시점이라 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물론, 다소 권위적인 에디터나 사진작가였다면 이런 문제를 개의치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대로 두 사람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 일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넘어갔다.
“어떡하죠? 내일 의상이 한 벌 부족하게 생겼는데.”
셀리아의 말대로 의상 한 벌이 부족하게 된 것은 큰 문제였다.
의상 한 벌이 부족하다고 해서 특집을 아예 싣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콘티가 다소 허술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비싼 돈을 들여서 괌까지 촬영을 왔는데, 특집의 완성도가 떨어지게 된다니.
셀리아로서는 아쉽고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배우님의 B컷 중 그냥 묻어 두기 아까운 사진이 많았어요. 그중 몇 개를 골라서 잡지에 싣는 건 어떨까요?”
임승연이 조심스럽게 제안했고 셀리아가 그 말을 받았다.
“그게 현실적인 대안이긴 한데…. 원래 저는 A컷은 A컷대로 전부 싣고 B컷도 따로 공개하려고 했거든요.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 이런 느낌으로 너튜브 같은 곳에.”
B컷을 따로 공개하려고 했다니.
그 대답을 듣고 나도 아쉬움을 느꼈다.
이것으로 셀리아가 얼마만큼 이번 작업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And You는 종종 B컷을 따로 너튜브 같은 채널에 공개했다.
하지만 그게 흔한 일은 아니었다.
결과물에 대한 에디터의 만족감이 높을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
B컷을 다시 편집해서 SNS용 자료로 만드는 것은 그만큼 품이 들었으니까.
“저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림을 그리고 있었구나….”
“네. 게다가 B컷은 어차피 B컷이에요. A컷으로 특집을 모두 채우는 것보다는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
“확실히 그건 그렇죠. 그럼 어쩔까요? 급하게 의상을 구할 곳도 없는데.”
“괌에서 한 달 살기 컨셉만 아니었다면 면세점이라도 뒤져서 의상을 마련했을 텐데 그럴 수도 없고…. 참….”
두 사람은 고민이 깊은 듯 착잡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사이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다.
“남자 스태프의 개인 의상 중 쓸 만한 것을 추려 보는 건 어떨까요?”
“그것도 보통 쓰는 방법인데 괌에 출장 온다고 다들 유명 브랜드의 옷을 입고 왔더라고요.”
“그럼 안 되겠네. 혹시 배우님께서는 여벌의 옷으로 어떤 걸 챙겨 오셨나요?”
“배우님의 의상은 제가 협찬해 왔는데 컨셉에 맞는 게 없을 거예요. 국내 유명 브랜드의 옷을 가져왔거든요.”
송진아의 대답을 끝으로 식당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괜히 얘기를 꺼낸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셀리아가 얼른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
“아아. 그렇다고 해서 배우님께 뭐라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otoño의 문제를 알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운이 좋았죠.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otoño가 어떤 브랜드인지 궁금해서 기사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니까요.”
나는 이렇게 대답하며 여경찬과 송진아 쪽으로 힐끔, 시선을 줬다.
사실 두 사람은 내가 otoño의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고 얘기하고 싶어 했다.
그게 내가 패션 쪽으로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졌는지, 증명할 수 있는 일이 될 거라 생각한 듯했다.
하지만 내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비행 중 쉬지 못하고 인터넷 기사를 검색하느라 고생한 여경찬과 송진아에게는 미안했지만.
굳이 그런 식으로 내 공을 치하받고 싶지 않았다.
otoño이 아직 유럽 현지에서도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였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otoño를 알고 있다고 내가 회귀자라는 사실을 들킬 리 없겠지만 비밀은 잘 숨길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은 나만의 큰 무기였으니까.
게다가 상황이 이렇게 될 것을 대비해서 한 가지 준비한 게 또 있었다.
이것 때문이라도 otoño의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는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셀리아와 임승연의 표정을 살피며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저…. 혹시 의상이 부족한 거라면 브랜드를 하나 추천해도 괜찮을까요?”
내 얘기를 듣고 셀리아가 먼저 반응했다.
“의상 추천이요? 너무 좋죠!”
임승연은 조금 더 신중하게 중요한 부분을 지적했다.
“부디 우리 컨셉에 맞는 의상이었으면 좋겠네요. 워낙 까다로운 상황이라….”
나는 임승연의 생각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대답했다.
“괌에서 한 달 살기. 꾸안꾸 느낌. 확실하지 않지만 컨셉에 맞는 브랜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새로운 사이트를 열어서 핸드폰 화면을 보여 줬다.
이 영어 사이트는 비교적 손쉽게 내가 직접 찾아낸 것이었다.
그렇게 셀리아와 임승연이 머리를 맞댄 채 내 핸드폰 속 사이트를 확인했다.
다행히 앞서 스페인어 현지 기사를 보여 줬을 때와는 다르게 두 사람의 표정이 밝아졌다.
“괌 현지에 이런 브랜드가 있었다니! 완전 대박이네요! 그렇죠? 사진작가님?”
“그러게요. 어떻게 이런 브랜드를 알고 있는지 정말 놀랍네요. 심지어 컨셉도 이쪽이 원래 준비한 것보다 더 잘 맞겠는데요?”
“배우님. 사이트 주소 알려 주시면 제가 지금 당장 그쪽으로 연락해서 의상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볼게요!”
“네. 주소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희망을 발견한 두 사람은 내일 촬영 일정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숙소로 올라갔던 And You의 직원들이 하나둘 식당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일정 수정은 밤늦게까지 계속 진행됐다.
* * *
다음 날.
우리는 아침 일찍 일출 촬영을 하기 위해 파고만 전망대 쪽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그 무리에는 셀리아를 비롯한 일부 And You의 촬영팀이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내가 추천한 ‘NM’의 의상을 구입하기 위해서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여경찬이 이동 중인 차 안에서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질문했다.
“시간에 맞춰서 의상이 잘 도착할 수 있겠죠?”
나는 아직 어둠이 쫙 깔린 괌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야겠죠.”
공항을 떠나기 직전.
내가 소개한 ‘NM’의 의상을 받아서 마지막 촬영을 하는 게 오늘의 핵심적인 목표였다.
다만 우리가 계획한 대로 일이 잘 처리될지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과연 어떻게 될까….’
나는 어두운 차창 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생각했다.
얼굴 천재 배우님 49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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