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2)
얼굴 천재 배우님-52화(52/200)
얼굴 천재 배우님 052화
신디는 대한민국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스타 중의 스타였다.
어린 나이에 솔로로 데뷔해 게임 전문 방송의 패널로 활동하는 등.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싱어송라이터로 이름을 알렸고.
연기에 도전해 굵직굵직한 작품을 남기며 스타로 발돋움한 유일무이한 케이스였다.
음원은 음원대로 발매하는 족족 차트 1위를 찍고.
연기는 연기대로 도전하는 족족 발자취를 남겼으니.
칭찬이 아깝지 않고 수식어가 부족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신디와의 작업이라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나는 놀란 마음을 숨긴 채 컨셉을 먼저 확인했다.
“뮤직비디오의 컨셉이 어떻게 되나요?”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이라고 해요. 새 타이틀곡 의 가사 자체가 그런 느낌인가 봐요.
김보미는 쭉, 뮤직비디오의 자세한 컨셉에 대해서 설명했다.
메시지로 컨셉이 정리돼 있는 문서를 보내왔기 때문에 설명을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메시지를 보면서 김보미의 추가 설명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로 치면 거의 로맨틱 코미디의 느낌이군…. 확실히 신디가 가장 잘하는 장르지.’
신디는 로맨틱 코미디의 장인이라고 할 만했다.
그만큼 많은 작품에 출연했고 매번 좋은 성과를 거뒀다.
남자 배우라면 거의 누구나 신디와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출연을 원한다고 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신디와 호흡을 맞춰 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한정해 신디가 보여 주고 있는 역량은 그만큼 대단했다.
그랬기 때문에 뮤직비디오 출연에 호기심을 느꼈다.
간접적으로나마 신디와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한 장점이었다.
본격적으로 드라마의 상대역으로 출연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직 나는 그 정도의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2, 3순위로 간신히 메인 남주로 거론되는 딱 그런 느낌이었다.
심지어 영화 쪽으로는 주인공 역할을 제안받지 못하고 있었고.
‘여러모로 생각해 봐도 확실히 좋은 기회야.’
하지만 김보미는 나의 이런 생각을 알지 못하는 듯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했다.
-신디의 뮤직비디오인 만큼 꽤 화제성이 있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이름을 알리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고요. 그래서 저는 웬만하면 배우님께서 출연을 고려했으면 좋겠지만….
“좋겠지만요?”
-정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출연을 고사해도 상관없습니다. 배우님의 인지도가 충분히 올라온 만큼 같은 시간에 광고를 하나 더 찍는 게 이득일 테니까요.
김보미의 말대로였다.
굳이 신디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내 이름은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를 통해서 꽤 알려진 상태였다.
만약 아직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 출연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면 적극적으로 뮤직비디오 출연을 고려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뮤직비디오의 출연료는 아무리 높게 잡아도 광고 모델료보다 클 수 없었다.
그러니 괜히 욕심을 부려서 뮤직비디오에 출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하지만….’
나는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신디와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나에게는 반드시 뮤직비디오에 출연해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아니요. 뮤직비디오에는 출연하겠습니다.”
-정말요?
“네. 왜요? 제가 출연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의외인가요?”
-약간요. 저는 배우님이라면 당연히 출연 제안을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보통 작품에 더 비중을 두는 편이니까.
“그렇죠. 원래라면 뮤직비디오 출연을 고사하고 새 작품을 찾는 데 열중했겠죠. 하지만 이번 제안은 거절할 수가 없네요.”
내 대답을 듣고 김보미는 잠시 말이 없었다.
왜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신디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김보미로부터 질문이 돌아왔다.
-어째서 이렇게 강력하게 뮤직비디오 출연을 원하는지…. 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나는 김보미가 볼 수 없는 미소를 한 차례 지어 보인 뒤 대답했다.
“아버지가 신디의 팬이거든요.”
* * *
덜거덕.
아버지의 손에 들려 있던 젓가락이 거실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아버지의 멍한 표정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몸을 숙여서 젓가락을 집었다.
아버지는 그동안에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을 열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 만에 아버지의 표정이 밝아졌다.
“우와! 아들! 잘됐다! 정말 우리 신디 님이랑 뮤직비디오를 찍게 된 거야?”
“우리 신디…. 네. 어제 제안을 받고 캐스팅 확정했어요.”
“새 앨범 소식을 듣긴 했는데 아들이 우리 신디 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다니!”
“아버지. 우리라는 표현을 제 호칭 앞에도 붙여 주시면 안 될까요?”
“아. 내가 빼먹었나? 그래. 그래서 우리 아들은 우리 신디 님의 신곡을 미리 받은 거야?”
“보통의 뮤직비디오 촬영은 그렇게 진행된다는 거 같은데….”
“나도! 나도 들어 보자!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로 하고 나만 들을게. 응?”
“신디의 촬영은 보통과 다르게 뮤직비디오 컨셉만 전달할 뿐 곡을 미리 주지 않는데요.”
“아…. 저번에 신곡이 발매 전에 유출된 거 때문에 그런가…. 그럼 신곡은 촬영 당일에 들어 보는 거야?”
“그렇게 될 것 같아요. 그나저나 아버지. 신디에 대해서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이 알고 계시네요?”
“나는 많이 아는 것도 아니야. 망원 부동산 김 씨 알지? 그 친구는 저번 주에 신디 콘서트에 다녀왔대. 티켓팅이 잘됐나 봐.”
“막걸리 좋아하는 김 씨 아저씨가 티켓팅을….”
“아. 그리고 저쪽 시장 정육점 황 씨 있지? 그 친구는 아내 몰래 용돈을 빼돌려서 지난 앨범을 30장이나 샀대.”
“앨범이요? CD 말하는 거예요? 그걸 누구한테 주려고 30장이나 사요?”
“추첨으로 진행되는 신디의 팬 사인회 가려면 안정적으로 30장은 구매해야 해. 경쟁이 심하거든.”
“아아.”
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혼란스러웠다.
어째서 망원동이 신디 팬클럽의 성지가 되었을까.
“보통 아버지 나이대의 분들은 신디보다 트로트 가수 강선자 씨를 더 좋아하지 않나요?”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강선자 씨는 우리보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거고. 내 주변은 전부 우리 신디 님뿐이야. 한 명도 빠짐없이.”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버지가 연예인을 좋아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신디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걸 보니 왠지 기분이 묘했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이 이상의 이야기를 듣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이었다.
그때 아버지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하게 변했다.
“그런데 아들.”
“네. 아버지.”
“언제까지 우리 신디 님을 그냥 신디라고 부를 거야?”
“…제가 그렇게 부르고 있었나요?”
“응. 그러더라고. 아버지야 우리 아들이 우리 신디 님을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니거든.”
“그런가요?”
“그렇지. 아무래도 우리 신디 님이 우리 아들보다 나이도 많고 연예계의 선배니까.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을지도 몰라.”
“그러네요. 이제 신디 선배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그나저나 뮤직비디오 촬영 날에 우리 신디 님 반찬이라도 따로 싸서….”
나도 신디의 이름 뒤에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게 맞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아버지의 행동을 보고 있으니 그럴 수 없었다.
아버지를 꼭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아버지를 위해서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게 맞는지 고민했다.
* * *
며칠 후.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 도착했다.
나는 언제나처럼 여경찬과 함께 현장을 돌며 스태프들에게 인사했다.
그 와중에 오늘 촬영을 담당한 뮤직비디오 감독과 얘기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와…. 진짜 실물이 엄청나네요. 저도 반가워요. 오늘 촬영 잘해 봐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직 신디 선배님의 신곡을 못 들어 봐서요.”
“아아. 그렇겠구나. 내 정신 좀 봐. 여기 이시준 배우님께 들려 줘요.”
그렇게 나는 현장 스태프를 통해서 태블릿 PC를 전달받았다.
“여기에 저장돼 있는 게 신디 님의 신곡입니다. 파일 전송 없이 태블릿 PC로만 음악을 들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확실히 신디의 소속사는 이런 부분에서 꽤 철저한 편이었다.
며칠 전 아버지가 설명한 대로 과거 직원의 실수로 신곡 음원이 온라인상에 먼저 공개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완성된 신곡을 들어 보지 못한 채 오늘 촬영을 준비해야 했다.
컨셉과 노래 가사를 전달받고 장면별 촬영 콘티도 받았지만 부족한 느낌이었다.
결국 음악이라는 것은 귀로 들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법이니까.
그렇게 나는 충분히 의 뮤직비디오를 분석하지 못한 채 연습에 돌입했다.
당연하게도 메소드 마스크로 진행된 연습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전체적인 느낌을 파악하는 데에는 나쁘지 않았지만, 내가 그것만으로 연기를 잘해 낼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나는 여전히 지독한 몸치였으니까.
‘잘할 수 있을까?’
그런 식으로 조금씩 자신감을 잃으며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다행히 한 가지 묘수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행하기 위해 현장에 조금 일찍 도착한 상태였다.
나는 태블릿 PC에 저장돼 있는 의 파일을 확인하며 현장 스태프에게 물었다.
“편하게 신디 선배님의 신곡을 감상하고 싶은데. 혹시 태블릿 PC를 대기 차량으로 가져가도 괜찮을까요?”
현장 스태프가 당연하다는 듯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이죠. 촬영장 주변에서는 어디서든 편하게 이용하시면 돼요. 혹시 태블릿 PC를 잃어버려도 파일을 전송할 수 없게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 뒀거든요.”
“그랬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태블릿 PC를 들고 여경찬과 함께 대기 차량으로 돌아왔다.
그런 뒤 본격적으로 신디의 신곡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열 번쯤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을 때.
송진아가 고개를 까닥이며 말을 꺼냈다.
“노래가 무척이나 좋네요.”
나 역시도 신디의 신곡을 듣고 상당히 놀랐다.
컨셉, 노래 가사, 장면별 콘티를 보고 상상한 것과 너무 다른 노래였기 때문이다.
새삼 내가 음악에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네요. 노래를 들어보니 생각한 것과 느낌이 달라요.”
“한 번 더 들어 볼까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쯤이면 얼추 노래가 익숙해졌으니까.
“옆에 그냥 반복 재생으로 배경 음악처럼 틀어 주세요. 쉬면서 듣고 싶네요.”
“네. 그럼 이쪽에 노래를 틀어 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송진아가 반복 재생 버튼을 누르고 나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한쪽에 놓아둔 마사지 마스크를 손에 들었다.
그랬다.
바로 이 마사지 마스크가 내가 생각해 낸 묘수였다.
앞으로 2시간.
나는 이 속에 메소드 마스크를 숨겨서 연기 연습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52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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