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3)
얼굴 천재 배우님-53화(53/200)
얼굴 천재 배우님 053화
며칠 전.
미간의 주름에서 오랜 경력이 느껴지는 한 여자가 전화 통화를 마쳤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촬영일에 뵙겠습니다.”
여자는 바로 신디의 매니저 김성희였다.
김성희는 수첩을 꺼내서 ‘이시준 뮤직비디오 출연 확정’이라는 글자를 적었다.
요즘에는 수첩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김성희는 처음 신디를 담당했던 십수 년 전부터 한결같이 수첩을 사용하고 있었다.
자신의 방식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것.
이게 김성희가 매니저로 롱런해 신디와 회사까지 차릴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랬다.
김성희는 매니저이자 신디가 소속된 EM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였다.
‘이제 신디한테 출연 소식을 전해야겠군.’
그렇게 김성희가 전화를 걸었고 신디는 소식을 듣자마자 기뻐했다.
-정말? 정말 출연하겠대?
“네. 그렇게 한다고 하네요. 당연한 선택이겠지만…”
-대박! 너무 잘됐다!
“겨우 신인 배우 한 명을 뮤직비디오에 캐스팅한 게 그렇게 좋아요?”
-당연하지! 그냥 신인 배우가 아니야. 김 대표도 봤잖아. 그 얼굴. 그 연기력.
“하지만 신디도 본인이 신디라는 걸 잊지 말아요. 팬들이 알면 얼마나 슬퍼하겠어요.”
-알지. 알지. 나도 내가 신디라는 거. 뮤직비디오 촬영 완전 기대된다!
“내 얘기는 역시 안 듣고 있군…. 어쨌든 지금 뭐 하고 있어요?”
-뭐 하긴. 시간이 몇 시인데. 당연히 그냥 누워 있지.
“아직도요? 어제는 뭐 했는데요?”
-누워 있었어.
“종일요?”
-어. 종일.
“그러다가 진짜 몸 상해요. 아무리 휴식기라지만 운동도 적당히 해야죠.”
-나도 그걸 아는데 마음대로 안 돼.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귀찮아서….
“그런 사람이 신곡은 어떻게 썼대.”
-어? 내가 이번에 왜 신곡을 썼는지 김 대표한테 얘기 안 했나?
“이번에도 아보카도가 너무 부드럽고 맛있어서 노래를 쓴 건 아니죠?”
-그건 때의 얘기고. 그 노래는 나온 지 벌써 2년 됐어.
“그럼 삶은 토마토를 그릇에 옮기다가 바닥에 떨어뜨린 걸 보고 쓰게 됐나요?”
-갑자기 여기서 왜 <자국> 때의 일을 꺼내는 거야. 내 얘기 듣기 싫어?
“싫지 않아요. 좋지도 않지만. 어쨌든 은 어쩌다 쓰게 된 건데요.”
-어떻게 쓰게 됐냐면. 대박, 놀랍게도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를 정주행하다가 쓰게 됐어.
“설마…. 이번에 캐스팅한 이시준을 보고 쓰게 됐다. 이런 건 아니죠?”
-아니. 맞아! 바로 그거야! 드라마를 보는데 딱 감이 오더라고. 살면서 이렇게 잘생긴 사람은 처음이었거든.
“아이고야.”
김성희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자신의 손으로 이마를 부여잡았다.
하지만 신디는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서 을 어떻게 쓰게 됐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디가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단지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될 뿐이었다.
신디의 행동이 격에 맞지 않게 너무 푼수처럼 느껴졌으니까.
김성희는 평소에도 신디가 품위를 잃는 일에 민감한 편이었다.
EM 엔터테인먼트의 유일한 연예인이자 간판스타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현장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 거 아니겠지?’
김성희의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아직 만난 적 없는 시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싹텄다.
* * *
의 가사는 화자가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연인에게로 달려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뮤직비디오 촬영도 이와 마찬가지로 진행됐다.
신디가 분홍색 올드카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며 연인과의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게 주요 컨셉이었기 때문이다.
그중 나는 신디의 연인 역할인 만큼 당연하게도 회상 장면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나에게 2시간이라는 꽤 넉넉한 연습 시간이 주어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회상 장면을 촬영하기 전 신디의 고속도로 장면을 찍었던 것이다.
“이시준 배우님! 스탠바이 부탁드리겠습니다!”
을 배경 음악 삼아 한창 연습을 진행하고 있을 때.
조연출이 대기 차량의 문을 두드리고 이렇게 외쳤다.
나는 네, 하고 대답한 뒤 마사지 마스크를 벗었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 펼쳐졌던 생생한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이 사라졌다.
“배우님. 메이크업 수정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송진아의 도움을 받고 여경찬과 함께 촬영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촬영장에서는 신디가 의 음악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저 사람이…. 신디….’
아시아 전역에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스타답게 신디의 외모는 빛났다.
하지만 나는 외모보다 다른 것에 주목했다.
바로 연기였다.
확실히 지금 신디가 보여 주고 있는 뮤직비디오 연기는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느낌이 달랐다.
<체포>나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 때 다른 톱급 배우가 보여 주던 그런 게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과장된 느낌의 연기였다.
드라마 장르와 비교하자면 로맨틱 코미디의 연기를 보는 듯했다.
짧은 시간에 음악과 함께 강렬한 인상을 주어야 하는 뮤직비디오의 특성이 반영돼 이런 연출이 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디의 연기가 쉽고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장르가 다를 뿐…. 난이도 자체는 같아.’
사람들은 흔히 생활 연기가 훨씬 더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생활 연기가 정극에 가까운 것은 맞지만, 로맨틱 코미디에는 이 장르만의 연기 방식이 존재했다.
표정과 행동을 조금씩 과장되게 표현하면서도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지 않게 연기를 해내는 것.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만 실수하면 자칫 시청자로 하여금 연기가 부족하다는 오해를 살 수 있었다.
뮤직비디오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표정과 행동을 과장되게 표현한다면 뮤직비디오를 보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적당한 선을 잘 지켜 내면서 연기를 펼쳐야 했다.
심지어 뮤직비디오의 경우에는 드라마와 달리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표정 연기와 행동 연기가 더욱더 중요했다.
이게 내가 연기 연습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렵게 생각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신디는 확실히 뮤직비디오 촬영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어려운 연기를 잘 소화해 내고 있었다.
연기력 자체도 훌륭했다.
괜히 로맨틱 코미디 분야에서 한 손에 꼽히는 배우로 인정을 받는 게 아니었다.
순간순간 장면에 맞는 감정을 표정과 행동만으로 표현해 내는 게 놀라웠다.
‘이 장면을 이렇게 소화하는구나.’
그러다 보니 나로서는 배울 점이 많았다.
연습만 아니었다면 진즉에 나와서 참고를 했을 텐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아깝다는 생각이 사라지고 내 마음속에는 기대감이 들어찼다.
신디와 같은 실력자와 호흡을 맞춰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기회였다.
역시 뮤직비디오 출연 제안을 받아들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경험해 보는 것은 앞으로의 배우 생활에 분명 도움이 될 테니까.
[산사나이][9:12] 아들! 왜 반찬 안 가져갔어? [산사나이][10:09] 신디 님 만났어? 어때? 예쁘지? [산사나이][11:37] 우리 아들이 신디 님이랑 연기를 펼치다니…아버지에게 이런 식으로 계속 메시지가 도착하지 않았다면 더욱더 좋았을 것이다.
그렇게 내가 아버지의 메시지를 무시한 채 신디의 연기를 보며 감탄하는 사이.
마침내 신디의 촬영이 마무리됐다.
“컷! 오케이!”
“수고하셨습니다!”
“고생 많았어요!”
신디는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눈 뒤 곧장 내 쪽으로 다가왔다.
멀지 않은 곳에서 신디의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도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 매니저가 아니라 소속사 대표님이라고 했었나?’
한발 앞서 내 앞에 도착한 신디에게 나는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이시준이라고 합니다.”
신디는 내가 인사를 하자 헙, 하고 숨을 들이켜더니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뭐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이시준 배우님. 저는 EM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김성희…. 어어….”
김성희가 내 앞에서 발을 헛디뎠는지 앞으로 넘어지고 있었다.
덥석.
나는 김성희가 넘어지지 않도록 얼른 붙잡았다.
“괜찮으세요?”
내가 이렇게 질문하자 김성희가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네. 괜찮…. 헙.”
하지만 어쩐 일인지 김성희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그저 내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뒤늦게 나는 김성희와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의 얼굴이 너무 코앞에 있으니 누구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아. 죄송합니다. 붙잡는다는 게 너무 가까웠네요.”
나는 천천히 손을 놓고 물러났다.
김성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입을 열었다.
“아. 아니에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이시준 배우님….”
김성희는 이런 식으로 넘어질 뻔한 게 많이 민망한 모양이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괜찮아? 김 대표?”
그사이 신디가 다가와 김성희의 몸을 살폈다.
“괜찮아요. 이시준 배우님이랑 인사 나누셔야죠.”
김성희는 정말 괜찮아 보였다.
여전히 얼굴이 붉었지만 다친 곳은 없는 듯했다.
확실히 이렇게 민망해하는 상황이라면 빠르게 화제를 전환하는 게 예의라고 할 수 있었다.
신디도 같은 생각인지 이야기를 꺼냈다.
“안녕하세요. 시준 씨. 제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 정말 재밌게 봤어요.”
“저도 선배님의 팬입니다. 음악도 즐겨 듣고 드라마도 전부 보고. 신곡도 현장에 도착해서 들어 봤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오늘 작업을 함께하게 돼 영광입니다.”
“현장에 일찍 도착해서 노래를 들어 봤다던데. 맞아요? 와. 얼굴도 잘생긴 사람이 이렇게 준비성까지 철저하고…. 완전 사기네. 사기야.”
“선배님처럼 음악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는 게 진짜 사기죠. 아까 뮤직비디오 촬영하는 거 잠깐 봤는데 표현이 너무 좋더라고요. 오늘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도 편달은 무슨. 그렇게 딱딱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생각해 보면 애초에 이 노래 자체가….”
신디는 갑자기 말꼬리를 흐리며 김성희 쪽을 바라봤다.
‘음….’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오늘 만나 보니 신디는 상당히 붙임성 있는 성격이었다.
그런 탓에 김성희가 신디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 듯했다.
이런 경우가 있었다.
남들이 자신의 연예인을 너무 얕잡아 볼까 봐 관리를 하는 경우.
신디도 이런 케이스라는 걸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신디의 뒷말은 들을 수 없겠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뜻밖에도 김성희가 신디의 말을 받았다.
“신디가 이시준 배우님의 연기를 보면서 쓰게 된 거래요.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나.”
“김 대표! 그걸 김 대표가 얘기하면 어떡해.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곡도 내가 쓴 거잖아.”
“나는 신디가 말꼬리를 흐리길래 말하기 부끄러운가 보다, 하고 대신 말해 준 거죠.”
“아니. 내가 말꼬리를 흐린 건 김 대표가 눈치를 줘서 그런 거잖아.”
“눈치를 줬다뇨? 내가 언제? 오히려 그런 얘기는 꼭 했으면 좋겠다고 했죠. 이시준 배우님도 이 곡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아야 더 쉽게 연기를 준비할 수 있을 테니까.”
“와! 내가 15년 넘게 같이 일하면서 김 대표가 얼빠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네. 아주 놀랍다. 놀라워. 너무 놀라워서 도무지 말이 안 나와!”
오래 호흡을 맞춘 사이라서 그런지 티키타카가 환상적이었다.
도무지 어떤 타이밍에 끼어들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여경찬도 지금 상황이 당황스러운 듯 무슨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를 보고 감명을 받아서 만든 노래라니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진심인가?’
나는 잠시 이렇게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인사치레로 한 얘기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신디가 붙임성 있는 성격이라 다행이었다.
워낙 대스타였기 때문에 친해지기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신디를 만나 보니 그런 걱정이 기우였다는 걸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한바탕 말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재밌네. 오늘 촬영을 하면서 배워 가는 게 더 많겠어.’
그렇게 미소를 짓고 있는데 갑자기 정적이 느껴졌다.
내가 무슨 실수를 했나 싶어서 고개를 돌려보니 신디와 김성희가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볼이 빨개질 정도로 춥진 않은데 왜 저러지?’
조금 의아했지만 분위기가 좋은 것만은 분명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얼굴 천재 배우님 53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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