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4)
얼굴 천재 배우님-54화(54/200)
얼굴 천재 배우님 054화
신디와의 대화를 끝내고.
회상 장면을 촬영 전 10분간 휴식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나야 곧장 촬영을 시작해도 상관없었지만 신디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지금껏 쉬지 못하고 쭉, 촬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 사람들이 흩어졌고.
대기 차량으로 다시 돌아가기가 조금 그랬던 나는 여경찬과 대화를 나눴다.
“이럴 거면 스탠바이를 하라고 하지 말지….”
여경찬이 조그만 목소리로 투덜거렸고 나는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요. 어차피 신디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싶었으니까.”
“하여튼 우리 배우님은 연기 열정이 대단하다니까.”
“뮤직비디오 촬영이라니.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있겠어요. 배울 수 있을 때 배워야죠.”
“그건 그렇지만…. 그나저나 붙임성이 있어도 칭찬에는 인색하다고 들었는데 오늘 보니 아닌 것 같네요.”
“누구요? 신디 선배님이요?”
“네. 꽤 믿을 만한 사람한테 들은 얘기인데. 역시 연예계 소문은 믿을 게 못 되나 봐요.”
“이 바닥 소문이라는 게 좀 그렇죠.”
확실히 연예계에 도는 소문은 믿을 만하지 못했다.
오늘 신디의 행동을 보고 누가 칭찬에 인색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낯이 뜨거울 정도로 너무 칭찬을 많이 해서 곤란할 지경이었다.
‘혼자 칭찬을 했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텐데….’
김성희와 함께 칭찬 세례를 아낌없이 퍼부었으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나마 뮤직비디오 감독이 잠시 휴식 시간을 갖겠다고 얘기를 해 줘서 겨우 칭찬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EM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님이 의외였어요.”
“그분에 대해서도 무슨 얘기를 들은 게 있나요?”
“유일하게 신디 님을 컨트롤할 수 있는 분이라던데요? 카리스마가 대단하다고.”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던데….”
“그러니까요. 그냥 다음부터는 남이 무슨 얘기를 해도 듣지 말아야겠어요.”
“사실 그게 제일 좋죠.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거.”
나와 여경찬이 이런 얘기를 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송진아가 곁에 서서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응? 스타일리스트님? 표정이 왜 그래요?”
“설마…. 진짜 두 분은 눈치 못 챈 거예요?”
눈치를 못 채다니.
나는 송진아가 무슨 얘기를 꺼내는지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여경찬도 마찬가지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뭘요?”
그러자 송진아가 휴, 하고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그냥 모르는 게 낫겠어요. 특히 배우님은 모르는 게 더 매력 포인트니까.”
모르는 게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건가.
이야기를 알아듣기가 점점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
다행히 송진아로부터 간단히 결론이 도출됐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어쨌든 신디 님이랑 EM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님 모두 배우님을 마음에 들어 했으니까.”
그나마 다행스러운 얘기였다.
확실히 내가 느끼기에도 두 사람에게서는 호의가 느껴졌다.
칭찬을 그렇게 받았는데 호의를 느끼지 못했다면 그거야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그나저나 칭찬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조금 부담스럽네. 실전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면 실망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잠시 신디와 촬영을 진행하게 될 회상 장면을 떠올려 봤다.
찬찬히 돌이켜서 확인해 봐도 연습이 안 된 곳이 없는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다시 자신감을 되찾고 촬영을 기다릴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 후.
마침내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됐다.
* * *
[태양, 그 옆에는 근심도 남을 수 없는데] [어째서 모든 걸 네 탓이라고 생각했을까]분홍색 올드카가 달리는 방향으로 해가 떠오르면 그 아래로 휴게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자줏빛 휴게소 건물에서 통감자 꼬치를 들고 등장하는 남자, 신디의 연인이다.
신디는 기쁜 표정으로 남자가 건네는 통감자 꼬치를 받고 두 사람은 맛있게 먹는다.
[그림자를 밝히며 너에게로 갈게] [길 잃은 손으로 바람을 쥐고] [민들레 씨앗처럼 몸을 띄우면]화면이 전환되면 해가 쨍쨍하다.
노란 물결 파도치는 해변에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 신디와 남자.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와중에도 서로를 사랑스럽게 마주 보며 웃는다.
그런 모습, 고스란히 하늘색 폴라로이드 사진기에 모두 담기고.
[지금 난 Straight Sun] [뜨거운 날 너에게 맡겨 볼래] [밤은 오지 않는다고 말해 줘]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 수 있잖아]파스텔 톤 푸른 하늘에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구름을 건너는 장면이 그려진다.
동화의 한 장면처럼 구름을 총총히 건너는 중 신디가 눈이 부시는 듯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남자, 신디를 대신해서 넓은 어깨로 햇빛을 가려 준다.
그늘진 눈앞으로 남자의 얼굴이 신디의 얼굴에 조금씩 포개지고.
[이제 막 Straight Sun] [후회 없는 삶 그것을 위해] [도착만 하면 괜찮다고 해 줘] [무서워 네가 그 자리에 없을까]그렇게 입술이 닿으려고 할 때.
갑자기 증발된 물방울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남자의 모습.
신디의 눈에서는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지는데 어디에서도 남자를 찾을 수 없다.
그저 신디의 손에 남겨진 것은 두 사람의 행복했던 한때를 상징하는 사진뿐이다.
[태양, 그 옆에는 외로움 남을 수 없는데] [어째서 나는 내가 혼자라고 생각했을까]다시 고속도로.
이제 더 이상 행복했던 신디의 모습은 없다.
조금은 우울한 표정으로 남자를 그리워하며 계속 달릴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길의 끝에는 예전처럼 환한 모습으로 웃고 있는 남자가 서 있을 듯하다.
[아스팔트 가로질러 너에게 갈게] [출입구 양손으로 활짝 열고] [부신 빛에 내 눈 적응되면]노래 가사와 함께 이야기는 점차 끝으로 향하고.
신디는 마침내 자줏빛 휴게소에서 남자의 그림자와 맞닥뜨린다.
[지금 난 Straight Sun] [뜨거운 날 너에게 맡겨 볼래] [밤은 오지 않는다고 말해 줘]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 수 있잖아]강렬한 빛과 함께 남자의 그림자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면….
[이제 막 Straight Sun] [후회 없는 삶 그것을 위해] [도착만 하면 괜찮다고 해 줘] [고마워 지금 그 자리에 있어서]노래, 완전히 마무리된다.
* * *
신디와의 촬영은 거침없이 진행됐다.
어느 장면 하나 두 번 찍는 법이 없었다.
너무 속도감 있는 촬영에 결과물이 괜찮을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각 씬마다 확인한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좋아서 어느 쪽으로든 손을 대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야 메소드 마스크를 통해서 반복적인 연습을 해서 그렇다고 하지만.
신디가 한 번의 NG도 없이 촬영을 해내는 모습은 놀라웠다.
모든 장면을 수백 번 연기한 사람처럼 능숙하게 해낸다는 점에서 재능을 엿볼 수 있었다.
결국 마지막쯤에서 딱 한 번 신디의 실수가 나오긴 했지만.
예상한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촬영이 마무리됐다.
“이걸 이렇게 끝내도 되는 게 맞나…. 혹시 추가 촬영이 필요한 부분 있을까요?”
뮤직비디오 감독이 그냥 이대로 끝내기가 민망한지 머리를 긁적이며 신디에게 물었다.
신디는 꼼꼼하게 촬영분을 확인하더니 손뼉을 짝, 치며 대답했다.
“감독님께서 괜찮다면 끝내는 게 맞죠. 저는 마음에 드는데. 시준 씨는 어때요?”
나 역시도 열심히 촬영분을 살펴봤지만, 딱히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찾지 못했다.
거의 모든 장면이 연습 때 상상했던 대로 표현이 돼 만족스러웠다.
심지어 몇몇 장면은 연습했던 것보다 더 좋게 나왔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이 괜찮다면 걱정할 거 없겠지.’
나는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신디의 말에 대답했다.
“저도 괜찮습니다. 이대로 촬영이 마무리돼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모두가 촬영을 끝내는 데 동의했고, 현장이 수습되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 감독이 공식적으로 촬영 종료를 알리자 스태프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스태프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무조건 촬영이 빨리 끝나는 게 이득이었으니까.
“시준 씨!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뵙는 걸로 해요!”
“선배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꼭 다음에 뵈면 좋겠네요.”
“앨범 나오면 CD 보낼게요!”
“감사합니다. 들어가십시오. 선배님.”
나 또한 신디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대기 차량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 촬영에서 만족스럽게 연기된 부분을 상기하며 이 부분을 어떻게 로맨틱 코미디 연기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 고민할 때였다.
누군가가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
“시준 씨!”
고개를 돌려 보니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방금 작별 인사를 나눈 신디였다.
“어? 선배님? 무슨 일이세요? 집에 가신 거 아니었어요?”
“원래 그러려고 했죠. 그런데 차에 타니까 그냥 이렇게 가기가 너무 아쉽더라고요.”
아쉽다니.
무슨 소리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신디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이번에 음반 활동이 끝나면 출연하려고 캐스팅을 확정한 드라마가 있어요.”
나는 기억을 더듬어서 신디가 이맘때 출연한 드라마를 떠올렸다.
‘그게 뭐더라….’
신디가 출연한 드라마라면 큰 성공을 거뒀을 텐데 이상하게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수진 작가님이 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인데 혹시 아시나요?”
작가의 이름을 들었는데도 여전히 드라마의 제목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뇨. 잘 모르겠네요. 저에게는 정수진 작가님의 대본이 들어오지 않았거든요.”
“아…. 왜지?”
“혹시 괜찮으면 제목을 알 수 있을까요? 제목을 들어 보면 생각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아. 캐스팅 기사가 이미 나갔으니 상관없죠. 제목은 <황녀님, 동거합시다>예요.”
그 순간, <황녀님, 동거합시다>라는 작품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신디가 <황녀님, 동거합시다>라는 작품에서 활약했던 모습도 몇 장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
내가 이렇게 외마디 비명을 지르자 신디가 대감을 갖고 질문했다.
“생각났어요? 대본 받았죠?”
“아뇨. 대본은 못 받았습니다. 그냥 선배님이 <황녀님, 동거합시다>에 캐스팅됐다는 기사가 생각났거든요.”
내가 대충 이렇게 둘러대자 왠지 신디는 실망한 기색이었다.
“어. 이상하다. 분명 대본 돌렸다고 했는데….”
나는 신디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몰라서 질문했다.
무엇보다도 어째서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이야기를 꺼냈는지 궁금했다.
“그나저나 갑자기 <황녀님, 동거합시다>는 왜요?”
“아. 사실은 시준 씨가 대본을 괜찮게 봤으면 캐스팅 확정을 하는 게 어떻겠냐, 얘기하려고 했거든요. 같이 드라마 작업을 해 보고 싶어서.”
정말 순수하게 나와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신디와 함께 서 있는 김성희 역시도 아쉬워하는 기색이라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그랬기 때문에 나도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대본을 받지 못한 게 아쉽게 느껴졌다.
“아쉽네요. 저도 선배님이랑 드라마 작업을 꼭 하고 싶었는데.”
“그래요? 그럼 혹시….”
신디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머뭇거리며 입을 뗐다.
워낙 그 태도가 조심스러웠기 때문에 가만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렇게 신디의 입에서는 뜻밖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시준 씨가 먼저 대본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혹시 제가 추천한다고 하면 <황녀님, 동거합시다>에 출연할 생각 있어요? 남자 주인공으로?”
생각지도 못한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고민됐다.
왜냐하면 <황녀님, 동거합시다>는 내가 기억도 하지 못할 정도로 실패한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신디가 출연한 드라마 중에서 유일하게 시청률 10%를 넘지 못한 작품.
이것이 바로 <황녀님, 동거합시다>였다.
얼굴 천재 배우님 54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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