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5)
얼굴 천재 배우님-55화(55/200)
얼굴 천재 배우님 055화
몇 시간 전.
본격적으로 의 촬영이 시작되며 신디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이게 신인 배우의 외모라고?’
어느 정도 실력은 가늠하고 있었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를 정주행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잘생겼을 줄 몰랐다.
그런 연예인이 있었다.
화면에서는 별로인데 실물이 잘생긴 경우.
또는 실제로는 별로인데 화면 속에서는 빛나는 경우.
신디는 지레짐작 시준을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이렇게 잘하는 신인 배우가 얼굴까지 잘생겼다는 건 반칙이니까.
그러나 시준의 실물은 상상을 초월했다.
화면에서도 잘생겼는데 실물은 더 잘생긴 경우라니.
신디가 지금껏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케이스였다.
잠시 당황했던 신디가 속으로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역시 내 감은 틀리지 않는다니까!’
신디가 시준을 보고 을 만들었다는 얘기는 사실이었다.
정확히는 시준이 연기한 김원영이라는 캐릭터가 이라는 곡을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었다.
은 김원영과의 이별을 선택한 임희주가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뛰어가는 장면을 음악적으로 승화한 것이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신디의 머릿속에서 멜로디가 떠올랐고 그것이 곧장 곡 작업으로 이어졌다.
그런 만큼 신디의 입장에서 시준의 뮤직비디오 캐스팅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시준처럼 의 남자 주인공을 훌륭히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에 와서 신디의 생각이 달라졌다.
‘시준 씨는 의 뮤직비디오에 차고 넘치는 인물이야!’
외모만으로도 이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시준과 본격적으로 연기 호흡을 맞추며 이 생각을 한 번 더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연기까지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냐고!’
시준은 단순히 잘생기기만 한 인물이 아니었다.
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처럼 완벽하게 배역을 소화했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김원영만큼만 해 줘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준은 김원영과 의 남자 주인공의 미묘한 차이까지도 완벽하게 파악해 연기로 표현했다.
심지어 여러 번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적 있는 것처럼 너무 과하지 않게 표정 연기와 행동 연기를 해내고 있었다.
‘뭐지? 이게 말이 되는 건가? 내가 지금껏 이렇게 재능이 넘치는 신인 배우랑 연기를 한 적이 있었나?’
특히 시준이 갑자기 증발된 물방울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연기할 때는 너무 놀랐다.
오늘 뮤직비디오 촬영을 진행하면서 딱 한 번 NG를 낸 것도 이 장면에서였다.
그리고 그 순간, 신디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꽤 화제가 되겠어! 확실해!’
그렇게 확신을 얻은 신디는 촬영을 마치고 기분 좋게 대기 차량 쪽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시준이 <황녀님, 동거합니다>에 출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신디만 하고 있는 게 아닌 듯했다.
김성희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시준 배우님 말이에요.”
“응?”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남자 주인공으로 나와도 괜찮을 것 같지 않아요?”
“와. 소름. 나도 방금 그 생각했는데. 그렇지? 괜찮을 것 같지?”
“네. 딱이에요. 제작사 쪽에서 남자 주인공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는 거 같던데 얘기 한번 꺼내 보는 거 어떨까요?”
“너무 좋지! 이럴 게 아니라 시준 씨랑 직접 얘기해 봐야겠다.”
“그게 좋겠네요. 아마 이시준 배우님의 차량은 저쪽에 있을 거예요.”
그렇게 신디는 시준이 아직 차기작을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겼다.
* * *
나는 신디의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잠시 고민을 하다가 대답했다.
“추천해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죠. 다만 무슨 답변을 드리기 전에 대본을 먼저 봐야 하지 않을까요?”
신디가 추천을 해 주겠다고 나선 상황이었다.
그런 만큼 <황녀님, 동거합시다>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신중한 인상을 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신디에게 먼저 대본을 읽어 보고 답변을 드리겠다고 대답했고.
다행히 신디는 내 사정을 이해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당연히 대본부터 읽어 봐야죠. 그나저나 왜 시준 씨한테 캐스팅 제안이 가지 않았는지 의아하네요.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남자 주인공 역할에 딱인데.”
“글쎄요. 정수진 작가님께서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다른 배우님을 염두에 두고 있다던가.”
“원래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남자 주인공 모델이 준민 씨였다고 듣긴 했어요. 하지만 알다시피 준민 씨는 입대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신디가 언급한 사람은 박준민이었다.
박준민은 <백 투 더 에이틴>에 출연해 일약 스타로 떠올라 현재 ‘무결점의 순수 청년’으로 통하는 톱급 배우였다.
떴다, 하면 방송가가 술렁일 정도로 파급력이 컸고.
웬만한 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첫 번째 타깃은 무조건 박준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디의 말대로 박준민은 현재 입대한 상태였다.
“음. 그러면 이후 다른 타깃이 없었다는 얘기인가요?”
“네. 그런 거 같더라고요. 일단 저는 대본이 좋아서 캐스팅을 먼저 확정을 지었는데 어떤 배우한테 이 역할을 맡길지 고민이 많은 것 같았어요.”
확실히 그런 거라면 내가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메인 남주 역할에 욕심을 내 봐도 좋을 것 같았다.
다만 여전히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정말 정수진 작가가 나를 원했다면 이미 회사로 대본이 들어왔을 테니까.
‘회귀 전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걸 알고 있는 만큼 캐스팅 제안을 수락할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아예 제안조차 오지 않았으니 이런 생각이 무색했다.
“어쨌든 어째서 시준 씨한테 대본이 가지 않았는지 물어볼게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신디가 결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기 때문에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네. 그럼 곧 대본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 *
그렇게 뮤직비디오 촬영을 마치고 며칠 뒤.
나는 아버지와 함께 아침 일찍 등산을 나왔다.
평소 아버지는 주말에 ‘취선’이라는 이름의 산악회 사람들과 함께 움직였지만,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어쩐 일인지 산악회 회원들에게 일이 생기면서 일정이 어그러졌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아쉬운 대로 나에게 같이 산에 가자고 얘기했고, 현재 나와 있는 곳은 양평에 위치한 용문산이었다.
“자. 여기가 용문산이다. 꼭대기에 군부대가 있어서 경치는 좋지 않지만 산세가 험한 만큼 운동이 좀 될 거야.”
아버지는 평소 나와 형의 체력을 길러 주고 싶어 했다.
형은 모델 일을 하느라 평균보다 몸이 좀 마른 편이었다.
나 또한 배우였기 때문에 아버지처럼 우락부락 근육을 키울 수 없었다.
그런 까닭에 아버지는 지레짐작 우리 두 사람의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만큼 체력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고.
실제로 나의 경우에는 필요성을 느낀 뒤 평소에도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아버지의 기준이 워낙 높았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는 오늘도 여러 장소 중에서 운동이 될 만한 곳으로 등산 코스를 잡은 듯했다.
‘이왕 오랜만에 산에 오르는 거 경치가 좋은 곳을 원했는데….’
나는 이러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버지를 따라서 등산을 시작했다.
확실히 용문산은 아버지의 말대로 산세가 가파른 곳이었다.
꽤 열심히 운동을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금방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국립공원이 아니라서 더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의 손때를 과도하게 타지 않아서 자연이 잘 보존된 느낌이었다.
그렇게 구불구불 길을 따라서 한참 올라가 보니 산의 중반부였다.
작은 길을 빠져나오자 탁 트인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개울 옆 울창한 숲이 아직 햇볕을 만나지 못한 듯 습기를 머금은 채 절경을 뽐내고 있었다.
“와….”
내가 이렇게 감탄을 하자 아버지가 말을 걸었다.
“여기서 잠깐 쉬었다 갈까?”
“그래도 되나요?”
“땀을 꽤 흘렸으니까 괜찮지.”
나는 아버지와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렇게 물을 나눠 마시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동안 멍을 때리고 있는데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산이라는 게 참 웃기지?”
“네?”
“그렇잖아. 내려가게 될 걸 알면서도 이렇게 올라오는 거. 이상하지 않니?”
“아아. 유명한 농담이죠. 낚시하는 사람은 등산하는 사람한테 내려갈 거면서 왜 올라가느냐고 묻고. 등산하는 사람은 낚시하는 사람한테 놓아줄 거면서 왜 잡느냐고 묻고.”
“맞아. 역시 우리 아들은 모르는 게 없네. 그런데 말이야. 인생사라는 게 다 그래. 내려갈 걸 알면서도, 놓아줄 걸 알면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거.”
“좀 무의미한 행동일까요?”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렇지.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아. 튼튼한 두 다리로 땅을 짚고 걷는 거. 숲 내음을 맡으며 푸른 하늘에 걸려 있는 정상을 올려다보는 거. 또 이런 풍경을 바라보면서 좋아하는 사람이랑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는 거. 모두 의미가 있는 일이니까.”
아버지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뭔가 와 닿는 게 있었다.
확실히 나도 등산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증거로 이 순간 나의 가슴을 짜르르, 하고 울리는 게 분명 존재했다.
‘계속해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는 것도 중요해. 그게 더 효율적이고.’
하지만 왠지 지금은 조금 무모하다고 생각할 만한 연기에 도전하고 싶었다.
어쩌면 그래서 지금까지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번에는 성공에 초점을 두지 말고 마음에 드는 대본을 찾는 데 집중해 보자.’
더 높이 올라가기 전에 추락해야 크게 다치지 않는 법이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이번이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기 딱 좋은 적기였다.
이런 식으로 마음을 정리하자 나도 모르게 나를 짓누르고 있던 짐이 사라져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그때 가만히 내 표정을 살피고 있던 아버지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이제 다시 올라가자. 정상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어.”
아버지가 먼저 일어나 앞서 걷기 시작했고, 나는 그 뒤를 따르며 푸른 하늘에 걸려 있는 정상의 봉우리를 확인했다.
그 옆으로 새 한 마리가 날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정말 멀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다.
* * *
다음 날.
나는 여경찬으로부터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대본을 받았다.
여경찬의 이야기에 따르면 신디가 묻기 전에 이미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대본이 회사 쪽에 전달이 됐단다.
정수진 작가가 그렇게 변명을 했다는데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내용만 좋다면 캐스팅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대본을 다 읽고 나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잘 쓴 작품이 어떻게 그 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는 거지?’
몇 번을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얼굴 천재 배우님 55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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