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6)
얼굴 천재 배우님-56화(56/200)
얼굴 천재 배우님 056화
대본이 너무 좋아서 캐스팅을 확정했다더니.
신디가 어째서 <황녀님, 동거합시다>를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았다.
또한 그와 동시에 신디의 드라마가 어떻게 현시점에서 전부 성공했는지 알 수 있었다.
신디에게는 좋은 대본을 구별하는 능력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만큼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내용은 훌륭했다.
어째서 회귀 전 이런 작품이 실패하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줄거리는 대략적으로 이러했다.
평행 우주의 세계관.
대한 제국의 황녀 이영(여자 주인공)은 믿었던 부하의 배신으로 목숨을 잃기 직전, 우연히 대한민국으로 넘어오게 된다.
혼란스러운 와중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지훈(남자 주인공)에게 발견되는데.
놀랍게도 이영은 5년 전 죽은 첫사랑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지훈은 차원을 넘은 여파로 충격을 받아 기절한 이영을 급하게 응급실로 데려간다.
그런데….
마침내 눈을 뜬 이영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꾸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새로 들어온 내시인 거냐? 그런데 어째서 관복을 입지 않은 거지?”
“내시? 나한테 지금 내시라고 한 거야?”
“내시가 아닌 거냐? 그러면 그렇다고 하면 되지 어째서 황당해하고 말이 짧은 것이냐?”
“글쎄. 말이 짧은 게 말을 막 하대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은데… 요?”
지훈은 고민 끝에 퇴원한 이영에게 호텔을 잡아 주는데.
이영은 호텔에서도 계속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지훈을 곤란하게 한다.
결국 지훈은 어쩔 수 없이 이영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고.
그렇게 대한제국 황녀와 대한민국 스타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대한 제국과 대한민국.
평행 우주의 세계관을 다루는 드라마는 허술한 지점을 쉽게 노출할 수 있었다.
애초에 평행 우주라는 설정 자체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당연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작은 요소 하나도 함부로 다룰 수 없었다.
보통 이런 류의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스릴러의 요소도 조금만 엇나가면 커다란 설정의 오류처럼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황녀님, 동거합시다>는 사소한 부분 하나까지 아주 잘 처리돼 있어.’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실패의 확률이 현저히 낮았다.
애초에 드라마라는 장르가 ‘작가 놀음’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대본이 중요한 것도 있었지만.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경우에는 시청자의 흥미를 끌 만한 키워드가 잔뜩 삽입돼 있었다.
평행 우주, 대한 제국, 황녀, 차원 이동, 톱스타, 첫사랑, 동거.
워낙 다루고 있는 주요 키워드가 대중적이었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신디라는 흥행 보증 수표가 여자 주인공 역할을 소화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그러다 보니 나로서는 어째서 이 드라마가 끝내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지 의아했다.
‘물론 드라마는 다양한 전문가가 각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해 줘야만 성공할 수 있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 기억에 전혀 남지 않을 정도로 드라마가 무너졌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혹시 중간에 제목이 달라지면서 내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인가, 대본을 자세히 읽으며 비슷한 줄거리가 없는지 떠올려 봤다.
그러나 기억 속 어디에서도 같은 내용의 대본을 찾지 못했다.
이 드라마는 신디의 출연작 중 유일하게 실패한 작품이 맞는 것 같았다.
‘흐음.’
내가 생각에 잠긴 채 턱 끝을 매만지고 있을 때였다.
지잉, 하는 진동 소리가 들렸고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신디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신디와는 대본 얘기를 끝내고 돌아서기 전 전화번호를 교환한 상태였다.
[신디 선배님][13:52] 대본 읽어 봤어요? [신디 선배님][14:13] 대본 어때요? [신디 선배님][14:46] 재밌죠? 그쵸? [신디 선배님][15:09] 제발 재밌다고 말해 줘요 [신디 선배님][15:11] 미안합니다 너무 질척거리지 않겠습니다이제 <황녀님, 동거합시다>가 어떻게 실패를 하게 됐는지 고민을 미뤄 두고 출연 여부를 결정할 때였다.
더 고민하고 있으면 신디가 폭발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출연 여부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아버지와 등산하며 다짐을 했던 것처럼 대본만 좋으면 작품에 출연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그렇게 막 신디에게 메시지를 보내려고 할 때였다.
또 한 번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 전화였고 화면을 확인해 보니 아버지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뭐지?’
메시지를 보내면 보냈지.
아버지는 보통 이런 식으로 전화를 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얼른 전화를 받았다.
“전화 받았습니다.”
-아들. 지금 집에 있는 거지?
“네. 그런데 왜요? 혹시 무슨 일 있나요?”
-아아…. 이게 무슨 일이 있다면 무슨 일이 있는 건데….
말끝을 흐리는 아버지.
그러자 핸드폰 너머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했다.
-시준이야? 내려오라고 해. 얼굴 한번 보자.
-신디 님이랑 뮤직비디오를 찍었다니 너무 궁금하잖아. 얼른 불러 봐.
-시준이는 신인 아니었나? 그런데 진짜 신디 님이랑 뮤직비디오를 찍었다고?
-닭한마리 이 씨를 닮아서 잘생겼잖아. TV에서 봐도 제일 낫더만.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망원동에 사는 아버지의 친구들이 가게로 몰려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왜 몰려왔는지 그 이유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체포>와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 출연할 때도 아버지의 친구들이 몰려온 적이 없었는데….’
새삼 이 일대에서 신디의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더 곤란하지 않게 먼저 말을 꺼냈다.
“아버지. 닭한마리 먹고 싶은데 잠깐 가게로 내려가도 괜찮을까요?”
그러자 아버지가 반색하며 대답했다.
-그럴래? 그럼 5분 있다가 내려와. 닭한마리 준비하고 있을게.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는 다짐한 대로 신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Sijun][15:15] 대본 재밌네요 [Sijun][15:15] 회사 측에 출연 의사를 전달하겠습니다그런 뒤 적당히 옷을 갈아입고 가게로 내려갔다.
가게 내부에는 일대에서 장사를 하는 아버지의 친구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시준아!”
“녀석! 오랜만이다!”
“제대하고 처음 보는 것 같네!”
“드라마 잘 봤다! TV에서도 멋지더라!”
나를 발견한 아버지의 친구들이 떠들썩하게 한마디씩 던졌다.
금방 가게가 어수선해졌다.
그나마 점심시간이 지나서 손님이 많지 않다는 게 다행이었다.
그렇게 가게 내부의 소란이 선을 넘으려고 할 때.
망원동 통장을 맡고 있는 호박 주얼리 정 씨 아저씨가 앞으로 나섰다.
“자자. 다들 너무 목소리가 높습니다. 우리 시준이 이제 친구 아들이 아니라 연예인인데 이렇게 욕보이면 안 되죠. 그러니 딱 용건만 물어보는 것으로 합시다. 어때요?”
“좋습니다!”
“좋아요!”
“그래! 신디 님 얘기만 물어보면 되지!”
정 씨 아저씨 덕분에 소란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그렇게 가게가 잠잠해지자 내가 예상한 대로 질문이 들어왔다.
“시준아. 아버지한테 얘기 들었다. 신디 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고? 사실이냐?”
나는 닭한마리 포장지를 손에 든 채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버지 쪽을 잠시 바라본 뒤 대답했다.
“네.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습니다.”
그러자 다시 한번 가게 내부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와! 진짜인가 봐!”
“우리 시준이가 신곡을 들었구나!”
“어땠냐? 시준아? 좋았지?”
“설마 막 사적으로 연락도 하고 그러는 사이 아니지?”
“같은 연예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그나저나 진짜 대박인걸?”
하지만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신디 선배님이랑 <황녀님, 동거합시다>라는 제목의 드라마에 같이 출연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내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가게에는 정적이 돌았다.
그리고 이 정적을 깬 것은 놀라운 크기의 함성이었다.
“우와와와!”
“시준이가 신디 님이랑 드라마에 나온다!”
“망원동의 자랑! 이시준!”
“현수막을 걸자!”
“대박이야!”
아버지의 얼굴에도 뿌듯함이 차올랐다.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해서 다행이다.’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했다.
* * *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내 출연 의사를 반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황녀님, 동거합시다>는 누가 보더라도 성공할 것 같은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대본 자체도 좋았지만 신디가 출연을 확정했다는 점이 드라마의 성공 확률을 크게 높였다.
‘심지어….’
나는 <황녀님, 동거합시다>를 통해서 첫 주연이 되는 것이었다.
그랬으니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로서는 이 소식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첫 주연…. 그러고 보니 괜찮을까 싶네.’
잠시 잊고 있었지만 나는 사실 드라마 주연 출연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과거 내가 처음 주연으로 발탁됐던 드라마가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면서 맹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포>,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를 거치면서 나는 연기력을 꽤 인정받았다.
그런 까닭에 과거처럼 첫 주연이라는 말만 들어도 벌벌 떨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메소드 마스크의 존재가 내 마음을 안정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지금 부담감과 함께 가벼운 설렘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오로지 대본만 보고 작품을 정했음에도 이 드라마가 성공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귀 후 내 미래가 여러 차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지만 <황녀님, 동거합시다>까지 성공시킬 수 있을까?’
솔직히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원래 성공을 했던 드라마의 시청률이 조금 높아지는 것과 아예 실패한 드라마를 성공시키는 것은 달랐으니까.
하지만 이왕 <황녀님, 동거합시다>에 출연하기로 했으니 꼭 드라마를 성공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제작사, 연출, 드라마에 캐스팅된 다른 출연자 등 살펴볼 것이 많아. 하지만 그중 내가 가장 먼저 해낼 수 있는 일은….’
당연히 연기였다.
그래서 나는 지금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대본을 들고 더블유 연기 학원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학원에 도착하자 서명희가 반갑게 나를 보며 인사했다.
“왔어요, 시준 씨?”
* * *
잠시 후.
서명희가 찬찬히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대본을 읽어 본 뒤 입을 열었다.
“대본. 재밌네요. 역시 시준 씨는 보는 눈이 다르다니까. 여자 주인공은 캐스팅됐어요?”
“신디 선배님이 먼저 출연을 확정 지었더라고요.”
“어? 그러고 보니까 이번에 뮤직비디오도 같이 찍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드라마 출연 제안도 신디 선배님이 먼저 해 주셨습니다.”
“아아. 그런 식으로 연결이 된 거구나. 잘됐네요!”
“운 좋게 일이 잘 풀렸네요. 남자 주인공 역할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시준 씨라면 잘할 거예요. 그럼 이제 이 대본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를 원하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괜찮을까요?”
서명희가 잠시 고민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어진 서명희의 말은 뜻밖이었다.
“원래라면 괜찮겠지만…. 어쩌죠? 더 이상 우리 수업을 함께하지 못할 것 같아요.”
얼굴 천재 배우님 56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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