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7)
얼굴 천재 배우님-57화(57/200)
얼굴 천재 배우님 057화
더 이상 수업을 함께할 수 없다니.
나는 뜻밖의 반응에 당황했다.
‘내가 뭘 잘못한 건가?’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잘못한 게 없었다.
오히려 서명희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수업이 없는 날에도 따로 차 한 잔을 마시며 대화를 나눌 정도였다.
또한 처음 인연을 맺고 두 작품을 함께하며 성공을 맛봤으니 더욱 관계가 돈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서명희와는 촬영이 없는 날에도 거의 붙어 다니다시피 했다.
촬영이 있는 날에는 아침, 저녁으로 연기 레슨을 진행하기 위해 부지런히 얼굴을 마주했고.
그만큼 나는 서명희와 특별한 사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심지어 페스타 엔터테인먼트 쪽에서도 이러한 나와 서명희의 관계를 인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째서 연기 레슨을 받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최근에는 다른 어떤 것보다 연기 레슨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스케줄을 짜고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내가 혹시 섭섭하게 한 게 있나?’
이렇게 의문이 커지고 있을 때였다.
서명희가 침착한 표정으로 내 의문에 대한 답을 내놨다.
“저는 이제 시준 씨가 홀로 설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원래도 제 도움이 필요한 정도가 아니었죠. 그러니 더 이상 수업을 듣지 말고 스스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서명희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떤 상황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서명희는 내가 이번 기회에 홀로서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조금 전에는 너무 갑작스러워 떠올리지 못했지만 언젠가 한 번쯤 이런 날이 오리라 생각한 적 있었다.
왜냐하면 더블유 연기 학원의 수강생 중 데뷔 후에도 수업을 듣는 사람은 나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가 메인 남주로 데뷔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수업을 들을 수 있던 것이었다.
나는 입버릇처럼 스스로를 아직 부족한 배우라고 지칭했다.
그리고 그것을 표면적으로 증명하는 게 아직 메인 남주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황녀님, 동거합시다>에서 내가 맡게 된 역할은 메인 남주.
이 정도 역할을 맡게 된 상황에서 서명희의 도움을 받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쟁쟁한 배우를 제치고 TvM의 메인 남주 역할을 따냈다는 것 자체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실력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결정적으로 연기 지망생과 같이 학원을 다니는 것은 조금 이상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내 실력은 부족하지만 사회적 시선이 그래. 무엇보다도….’
프로라면 선택에 책임을 지고 자신의 능력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하는 법이었다.
나는 내가 이 일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걸 인정하며 입을 열었다.
“선생님이 무슨 뜻으로 말씀을 꺼냈는지 이해했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곤란하게 한 건 아닐까 걱정되네요.”
“아뇨. 오히려 제가 시준 씨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정말 가르칠 게 없어서….”
서명희는 정말 가르칠 것이 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꼭 수업이 아니더라도 가끔 찾아와서 얘기를 나눌 수 있겠죠? 연기 학원에 영영 오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섭섭해서요.”
서명희 또한 내 의도를 파악했는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되죠. 누가 시준 씨를 막겠어요. 저도 시간이 나는 대로 연락할게요. 연기 학원 밖에서도 자주 봐요.”
서명희는 이후의 만남이 기대된다는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확실히 서명희는 선생님, 그 이상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서명희가 아니었다면 아주 오랜 시간 빙 돌아서 간신히 이 자리에 섰을 것이다.
회귀를 하고, 메소드 마스크를 손에 넣고도 나는 자신감이 부족한 상태였으니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감사함에 고개를 푹, 하고 숙일 수밖에 없었다.
“오늘이 마지막 만남은 아니겠지만 더 늦지 않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네요. 저를 바른길로 이끌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자 서명희는 눈가를 촉촉이 적시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도 시준 씨와 연기 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시준 씨처럼 잘생긴 배우를 또 만날 수 없을 거예요. 무엇보다 시준 씨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배우니까 자신감을 가져요. 그리고 조만간 또 만나기로 해요. 우리.”
그렇게 나는 서명희와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누고 난 뒤.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대본을 도로 들고 연기 학원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내 발걸음은 여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 * *
서명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최선의 선택은 스스로 연습을 해나가는 것이었다.
다행히 나에게는 여러 대본을 분석한 경험이 있었고 메소드 마스크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마사지 마스크에 메소드 마스크를 숨길 수 있게 되면서 차량 이동 중에도 연습을 진행하는 게 가능했다.
자연스럽게 연습 시간이 늘어난 셈이었다.
메소드 마스크는 다른 사람에게 아무런 기능이 없는 평범한 마스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걸 쓰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누구라도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마사지 마스크는 이러한 관심을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핑곗거리였다.
연예인이 이런 식으로 피부 관리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연습 환경이 조성됐다는 사실에 만족했고.
본격적으로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분석을 시작했다.
‘흐음….’
확실히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메인 남주 한지훈은 소화하기가 쉽지 않은 배역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지훈은 단순히 메인 남주 역할만 하는 게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톱스타에, 펜트하우스에서 살고 있다는 설정은 전형적인 메인 남주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오랫동안 잊지 못한 첫사랑이 있다는 것은 보통 서브 남주의 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한지훈은 혼자서 메인 남주와 서브 남주의 역할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그런 까닭에 표현해야 하는 감정 또한 다채로울 수밖에 없었다.
‘까칠함과 애틋함이 공존하는 인물이…. 약간의 조울증 성향도 보이는구나.’
나는 복잡한 설정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회귀 후 내가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의 특징은 비교적 명확한 편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더욱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인섭(체포)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범죄자였고, 신한재(체포)는 이에 맞서 정의감에 넘치는 열혈 형사였다.
또한 김원영(사캐)의 경우에는 개구쟁이지만 사랑에 열정적인 연하남이라는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지훈은 까칠함이 두드러지긴 했지만 애틋함과 같은 감정도 캐릭터 형성에 큰 지분을 차지했다.
또한 극 전개에 따른 급격한 감정 기복도 한지훈을 상징하는 핵심적인 요소였다.
불과 몇 분 전 이영에게 화를 냈다가 조금 뒤 다시 사랑을 느끼는 게 바로 한지훈이라는 인물이었다.
‘어렵네. 이대로 연기를 소화하면 한지훈은 로맨틱 코미디의 메인 남주처럼 보이지 않을 거야.’
어떻게든 캐릭터를 정리해 한지훈이라는 인물에 개연성을 부여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시청자는 한지훈을 멋있는 메인 남주가 아니라 조금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 게 분명했다.
‘아…. 혹시….’
그렇게 한창 캐릭터 분석에 몰입하고 있다 보니 문득.
메인 남주의 캐릭터 때문에 <황녀님, 동거합시다>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의 캐릭터가 어렵긴 했지만 영 소화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한지훈은 시청자가 환호하는 캐릭터 유형에 가까웠고.
톱급 배우라면 누구라도 탐을 낼 만한 인물이었다.
‘그럼 회귀 전 한지훈을 맡았던 배우의 연기력이 문제였을까?’
이것도 아니었다.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캐스팅 제안을 받아들인 후 대본 분석을 진행하면서 몇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그중 원래 한지훈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누군지 생각났다.
꽤 괜찮은 배우였다.
막 연기를 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못 한다고 할 수도 없는 배우였다.
그 정도라면 상대역인 신디가 충분히 자신의 연기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황녀님, 동거합시다>는 메인 여주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됐다.
그 때문에 메인 남주의 연기력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눈감아 줄 수 있었다.
이것이 내심 내가 메인 남주에 대한 부담감이 있음에도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였다.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시청률이 하락하게 된 계기는 다른 곳에 있을 거야. 그러니 지금은 캐릭터 분석에 집중하자.’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차근차근 캐릭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조금씩 캐릭터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1. 한지훈의 본성은 착하다. 그러니 애틋함은 이러한 본성에서 발현된다고 할 수 있다.
2. 다만 한지훈은 그것을 바깥으로 표현하는 데 능숙하지 못하다. 까칠한 성격은 여기서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3. 그렇다고 아예 용기가 없는 성격은 아니다. 때론 기분이 좋으면 덩실덩실 자리에서 춤을 출 수도 있다. 연예인이니 남에게 보이는 것에 부담감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저 진심을 표현하는 데 서툴 뿐이다.
나는 대본 한쪽 귀퉁이에 이렇게 적어 놓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리를 하고 보니…. 이 캐릭터는 완전히 전형적인 7살짜리 남자애구나.’
그렇다고 해서 정말 단순히 어린애라고 생각하면 안 됐다.
어쨌든 남자 주인공은 성인이었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톱스타였다.
그러니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자세히 연구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나는 곧 답을 찾아냈다.
‘천진난만하면서도 듬직한 느낌을 주는…. 대형견….’
나는 드디어 한지훈이라는 캐릭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와 동시에 한지훈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또 다른 노력이 떠올랐다.
‘아버지를 따라서 등산을 자주 가야겠다.’
피지컬이 필요한 일이니 등산보다는 헬스가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 * *
며칠 후.
나는 고민 끝에 여경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Sijun][10:31] 운동을 다니고 싶은데 [매니저님][10:32] 운동이요? [매니저님][10:32] 운동이라면 평소에도 열심히 하지 않으셨나요? [Sijun][10:32]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몸을 좀 더 키우고 싶어서요 [Sijun][10:32] 체형 교정도 하고 [매니저님][10:33] 아아 [Sijun][10:33] 혹시 가능하면 필라테스랑 헬스를 함께할 수 있는 곳으로 알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매니저님][10:34] 물론이죠! 빠르게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그렇게 여경찬의 도움으로 나는 연예인뿐 아니라 운동선수 사이에서도 유명한 트레이너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첫 트레이닝을 받는 당일, 트레이너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 이 정도면 운동이 따로 필요 없겠는데요?”
얼굴 천재 배우님 57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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