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8)
얼굴 천재 배우님-58화(58/200)
얼굴 천재 배우님 58화
‘짱 커서 짱 귀엽지.’
요즘 대형견에 붙는 유명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이 표현은 정말 단순히 대형견이 귀엽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다소 사람들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대형견의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등장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형견에게는 오래전부터 듬직한 이미지가 있었다.
대부분의 대형견이 사냥에 특화된 종이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향이 점차 고도화되고 있는 도시 생활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짱 커서 짱 귀엽지’라는 표현이었다.
대형견 역시 반려동물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문장.
이런 것이 필요했고 ‘짱 커서 짱 귀엽지’라는 표현은 사람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크고 듬직한 줄로만 알았던 대형견이 귀여움이라는 반전매력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나는 한지훈을 이러한 반전매력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 소화하고 싶었다.
한지훈을 대형견이라는 단어로 정리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다행히 김원영 역할을 소화하면서 나는 캐릭터의 귀여움을 연기하는 데 익숙해졌다.
한지훈은 김원영과 또 달랐지만 이것은 메소드 마스크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듬직함은 달랐다.
원래 듬직한 캐릭터라면 또 모를까.
귀여운 캐릭터가 듬직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연기만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피지컬적으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정수진 작가도 같은 생각을 하는지 <황녀님, 동거합시다>에는 유난히 한지훈의 샤워 장면이 많았다.
‘첫 촬영까지 3개월…. 시간이 충분할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몸을 만들어야 해.’
그렇게 나는 여경찬에게 트레이너를 구해 달라고 부탁했고.
다행히 여경찬은 빠르게 유명 트레이너를 알아 왔다.
“들어보니까 연예인은 물론 운동선수의 몸까지 관리한 적 있는 분이더라고요.”
“운동선수요?”
“네. 프로 야구 선수랑 농구 선수를 맡은 적 있다던데요?”
“아아. 어떤 느낌인지 알겠네요.”
그렇게 나는 여경찬과 대화를 나누며 짐으로 이동했고 마침내 트레이너와 마주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트레이너는 평범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다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한참 만에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마무리했다.
“…경민혁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이시준입니다.”
“일단 간단하게 인바디 체크하고 상담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그렇게 인바디를 측정했고 간단하게 설문 항목도 체크했다.
목표를 적는 부분이 있어서 작중 인물의 캐릭터성에 맞게 몸을 키우고 싶다고 썼다.
또한 드라마의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걸 밝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잠시 후.
본격적으로 상담이 시작됐고.
그 자리에서 트레이너에게 들은 얘기는 뜻밖이었다.
“어…. 이 정도면 운동이 따로 필요 없겠는데요?”
나는 트레이너의 반응에 당황했다.
“네?”
하지만 트레이너의 생각은 확고했다.
윗옷을 벗고 눈바디를 측정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충분합니다. 딱 보기 좋은 몸이에요.”
“운동이 정말 필요 없나요?”
내 질문에 트레이너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어디 대회에 나가려고 한다든가, 액션 드라마에 출연해 국정원 역할을 맡는다면 몸을 좀 더 키워도 되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 배역을 소화하려면 조금 덩치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요즘 몸이 좀 찌뿌둥한 게 체형도 맞지 않는 것 같고요.”
“듬직하면서도 귀여운 대형견 같은 이미지를 갖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요?”
“네. 맞습니다. 단기간에 그런 몸을 만드는 게 가능할까요?”
“말씀드렸지만 그런 거라면 정말 운동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타고난 신체 밸런스도 너무 좋고 꾸준히 운동을 해 왔는지 몸도 너무 예뻐요.”
“아아….”
“심지어 자세도 아주 곧고 올바르네요. 아마 몸이 찌뿌둥한 건 요즘 통 잠을 자지 못해서 그럴 겁니다. 피곤하죠?”
트레이너가 어깨 쪽 뭉쳐 있는 근육을 주무르며 이렇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약간. 밤늦게까지 연습을 하느라 수면 시간이 좀 줄었거든요.”
“역시. 어쨌든 시준 씨의 몸은 딱히 운동이 필요하지 않아요. 굳이 운동을 하고 싶다면 근손실 없이 지방 커팅을 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겠네요. 그러면 보기가 더 좋아지긴 할 겁니다.”
신뢰도가 높은 유명 트레이너라더니.
너무나도 솔직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런 식이면 장사를 하는 게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믿음이 가는 부분이 있었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사람이라면 계속 믿고 운동을 진행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럼 그쪽으로 운동을 도와주세요.”
“괜찮겠어요?”
“네. 조금이라도 보기가 좋아진다면 노력해 보고 싶네요.”
“좋습니다. 그런데 운동 시작하기 전에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될까요?”
“네?”
“이렇게 잘생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 어디 자랑이라도 하고 싶어서….”
“아아. 물론이죠.”
내 대답에 트레이너는 헤벌쭉,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사진을 찍다가 핸드폰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요?”
“놀랍네요. 내가 원래 이렇게 못생겼나….”
“…….”
“혹시 괜찮으시면 한 장을 더 찍어도 될까요? 저희 짐 로고가 보이는 곳에서 독사진으로.”
“같이 안 찍으시고요?”
“네. 너무 오징어가 되는 것 같아서 안 되겠어요. 저도 이런 건 처음이네요. 근육질 오징어라니.”
스스로를 ‘근육질 오징어’라고 칭한 트레이너는 내 독사진을 한 장 더 찍고 나서야 운동을 시작했다.
* * *
캐릭터 분석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됐기 때문에 연기 연습에는 탄력이 붙었다.
아직 첫 촬영 시작까지 꽤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연습은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전히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성적이 어째서 좋지 못했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대본을 보고 이 작품에 들어온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연습을 진행하는 사이.
내가 표지 커버 및 특집에 참여한 And You가 발행됐다.
And You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내가 특집에 참여한 탓에 And You의 매출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의외로 매출이 상승했다.
셀리아가 전화를 걸어와 흥분한 목소리로 해당 소식을 전했다.
-이번에 표지 좋다고 다들 난리예요! 서점 직원도 잘생긴 걸 아는지 매대에 우리 잡지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놨더라고요! 어딜 가도 배우님 얼굴밖에 안 보여요!
셀리아의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에 나는 흐뭇했다.
“다들 괌에서 어려운 촬영을 해내느라 고생을 했는데 정말 다행이네요. 임승연 작가님도 좋아하시죠?”
-방금 통화했는데 덤덤하던데요? 오히려 배우님이랑 작업을 했는데 겨우 성적이 그 정도냐면서 자책하더라고요. 자신의 실력이 부족했던 거 같다면서.
“설마 그랬을 리가요. 작가님께서는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모습까지 성실하게 잘 담아 주셨잖아요.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아 달라고 얘기해 주세요.”
-역시…. 마음까지 착한 우리 배우님. 아아. 그리고 표지만이 아니라 특집에 대한 반응도 괜찮아요. 특히 덕분에 소개할 수 있었던 NM의 반응이 뜨겁더라고요.
아닌 게 아니라, 어제 여경찬으로부터 SNS 캡처 사진을 전달받았다.
그곳에는 내가 괌에서 찍었던 사진과 함께 NM에 관한 관심이 드러나 있었다.
나로서는 생각한 것 이상의 성과를 얻은 것 같아 기뻤다.
다행히 And You 쪽에서도 이번 작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라도 꼭 한 번 더 작업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배우님.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혹시 또 땜빵이 필요하면 얘기해 주세요. 식스맨으로 참여하겠습니다.”
-아뇨. 또 그렇게 무례를 범할 수 없죠. 다음에는 꼭 정식으로 제안을 넣겠습니다! 다음에 봬요!
그렇게 셀리아와의 통화가 마무리됐고.
며칠 뒤 이번에는 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신디의 새 앨범 타이틀곡답게 의 인기는 대단했다.
음원 공개 단 하루 만에 너튜브 조회 수 700만 뷰를 기록할 정도였다.
이 속도라면 몇 주 안에 5,000만 뷰 돌파도 가능했다.
성과가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신디 또한 나한테 연락을 해 왔다.
-시준 씨 뮤직비디오 조회 수 봤어요? 대박.
“네. 봤습니다. 워낙 노래가 좋아서 그런지 확실히 입소문이 금방 나네요. 음원 차트에서도 계속 1위이던데요?”
-어떻게 노래만 좋아서 이런 성적을 거뒀겠어요. 전부 다 시준 씨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덕분이지.
“저도 그런 거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은데 양심상 그럴 수 없네요. 이건 누가 봐도 선배님의 인기가 만들어 낸 성적이니까요.”
-시준 씨 덕분이라니까 계속 그러네. 우리 케미 좋다고 막 커뮤니티마다 난리던데. 이러다 <황녀님, 동거합시다>도 대박 나는 거 아니에요?
“충분히 가능성 있죠. 캐스팅 기사는 언제 나간대요? 지금 타이밍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안 그래도 기사를 낼까 고민 중인 것 같더라고요. 시준 씨도 괜찮다니까 얼른 제작사에 연락해서 그렇게 하라고 해야겠다.
“저도 제작사 쪽에 전화해 보겠습니다. 정수진 작가님이랑 유성효 감독님도 좋아하시겠네요.”
-두 분이 시준 씨 만나고 나서 엄청 좋아했어요. 막 너무 캐스팅 잘된 것 같다고. 기절할 정도로 잘생겼는데 성실하기까지 하다고 완전 난리였다니까.
“기대에 부응하려면 제작 발표회 전까지 대본 리딩을 잘 준비해야겠네요. 그나저나 선배님…. 제가 이번에 한지훈을 이렇게 분석했는데요….”
그 이후로 나와 신디는 조금 오래 드라마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주연과의 작업을 통해서 이런 식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게 현장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난 뒤 얼마 전 정수진 작가와 유성효 감독을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
신디의 말대로 그날의 분위기는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황녀님, 동거합시다> 실패의 원인일까 두 사람을 자세히 관찰했지만 별다른 점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두 사람 모두 생각한 것 이상으로 프로페셔널한 인물이었다.
정수진 작가와 유성효 감독의 경력 자체도 탄탄한 편이었다.
정수진 작가의 경우 대박을 친 작품은 없었지만 중박 정도의 작품을 세 차례나 방영한 베테랑이었다.
유성효 감독 또한 만만치 않게 많은 작품을 연출했다.
영화 쪽으로는 관객 수 800만 명을 동원한 작품도 있었다.
그날 만나서 작품에 대해서 길게 대화를 나눠 보니 객관적인 지표가 물경력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가와 감독에게도 문제가 없다면 도대체 어느 쪽에서 상황이 악화된 걸까.’
나는 한참 고민을 하다가 마침내 뭔가를 떠올렸다.
얼굴 천재 배우님 58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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