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59)
얼굴 천재 배우님-59화(59/200)
얼굴 천재 배우님 059화
제작사에서 신디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곧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캐스팅 기사가 나갔다.
[상반기 기대작 ‘황녀님, 동거합시다’ 캐스팅 확정! 신디의 파트너는 이시준?] [‘황녀님, 동거합시다’ 남자 주인공으로 이시준 합류! 압도적 비주얼!] [김원영이 돌아왔다! ‘황녀님, 동거합시다’ 이시준을 남자 주인공으로 낙점!] [벌써 재밌다! ‘황녀님, 동거합시다’ 신디-이시준 라인업으로 연일 화제…] [뮤직비디오의 걔가 남자 주인공? ‘황녀님, 동거합시다’에 합류한 이시준은 누구?]신디의 캐스팅 확정 기사가 나갔을 때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컨셉이 함께 공개됐다.
그런 까닭에 이미 <황녀님, 동거합시다>는 상반기 기대작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다행히 나의 합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듯했다.
혹시나 신디에 비해서 너무 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거의 대부분 나의 합류를 나쁘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아예 댓글이 깨끗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대로 선방했어.’
그만큼 나와 신디의 이름값 차이는 컸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캐스팅 기사를 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핸드폰의 진동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지잉- 지잉-
화면을 확인해 보니 아버지의 전화였다.
나는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네. 아버지.”
-아들! 축하해! 드라마 캐스팅 기사 확인했다!
“아. 감사합니다. 근데 왜 메시지로 하지 않고 전화를….”
-아. 지금 메시지를 쓸 시간이 없거든. 망원시장에 현수막을 거느라.
“웬 현수막이요? 닭한마리집 홍보라도 하려고요?”
-닭한마리집 홍보를 왜 해. 지금도 사람들이 줄을 서는데.
“그럼 무슨 홍보를…. 설마? 드라마 캐스팅 축하 현수막은 아니죠?”
-아니. 맞아. 우리가 진짜 큰 걸로 준비했어. 나중에 보면 깜짝 놀랄걸?
나는 서둘러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갔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캐스팅 기사가 뜬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현수막이 완성되다니.
‘이건 꼭 미리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거…. 아!’
그랬다.
그때 아버지의 가게에 사람들이 모였을 때부터 이 일이 준비된 모양이었다.
준비성도 철저하지.
나는 현수막이 완전히 걸리기 전에 서둘러 망원시장으로 달려갔다.
캐스팅 기사가 뜨는 것은 연예인으로서 당연히 감당해야 할 부분이었다.
하지만 현수막은 달랐다.
무엇보다도 아버지와 그 친구들이라면 평범한 내용의 현수막을 걸 것 같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망원시장의 정문에는 이미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그 내용에 나는 이마를 짚을 수밖에 없었다.
-신디 님의 <황녀님, 동거합시다> 출연을 축하합니다!-
여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 문구였다.
-망원의 아들, 이시준! 동반 캐스팅!-
명색이 ‘망원의 아들’인데 이렇게 작은 글씨라니.
나는 왠지 모를 서운함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꼈다.
* * *
며칠 후.
<황녀님, 동거합시다> 공개 대본 리딩을 무사히 마치고 뒤풀이.
유성효 감독의 단골 실내 포장마차에서 진행된 회식은 무척이나 분위기가 좋았다.
신디 또한 기분이 좋았는지 시종일관 자리를 지키며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시준 씨. 오늘 대본 리딩 너무 좋았어요. 목소리 연기를 들으니까 또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벌써 다다음 주 촬영이 기대되네요!”
신디는 자신의 얼굴이 프린트되어 있는 소주병을 손에 든 채 이렇게 말했다.
나 역시도 다다음 주 촬영이 기대됐다.
연기의 감명을 받은 것은 신디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디는 마치 이영에 빙의라도 된 것처럼 대본 리딩 현장을 날아다녔다.
새삼 이 정도의 연기자와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게 기쁘게 느껴졌다.
그렇게 공개 대본 리딩을 마치고 마침내 촬영 당일.
역시나 신디와의 호흡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1부 58씬.
병원에서 퇴원을 했지만 이영은 여전히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여기가 자네의 집인가?”
기억만 잃은 게 아닌 것 같다.
고지식한 말투, 우아한 걸음걸이, 기품 있는 표정.
어느 것 하나 이상하지 않은 게 없다.
심지어 성격도 내가 알고 있는 이영과 전혀 다르다.
아무리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일이라지만 생판 모르는 남의 불륜 현장을 덮쳐서 벼락같은 훈계를 하다니.
내가 알고 있는 이영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나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이영을 케어하기 위해서 집으로 데려온 상태다.
호텔에서는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 다른 선택지가 없다.
집 안을 꼼꼼히 둘러보던 이영이 거실 소파에 살며시 앉더니 나를 향해서 묻는다.
“좋구나. 오곡 라떼를 먹고 싶은데 내올 수 있겠느냐?”
“…검은콩 두유가 있긴 한데. 그거라도 줄까?”
“검은콩 두유라. 손님으로서 음료를 가려서는 안 되겠지. 내오거라.”
모든 게 혼란스럽고 정신없지만 가장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은 이영의 말투다.
청학동 학당의 훈장님이 쓸 것 같은 말투로 계속 말을 거니 정신이 없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을 굳이 꼬집지 않는다.
지금 이영은 그저 기억을 잃었을 뿐이니까.
기억이 돌아온다면 내가 이상하게 여기는 모든 것이 한 번에 정리될 것이다.
나는 이러한 믿음으로 이영의 요구를 기꺼이 들어주기로 한다.
“그래. 그럼 다른 건 필요한 게 없는 거지?”
“괜찮다.”
그렇게 검은콩 두유와 쿠키 몇 개를 쟁반에 담아서 가져가려고 할 때.
뒤늦게 이영의 모습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는다.
이영은 잠깐을 참지 못하고 가부좌를 튼 채 명상에 들어간 상태다.
“뭐…. 하는 거야?”
“늘 명상을 가까이하고 사색을 즐기지.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아아…. 명상…. 사색…. 그래. 생각을 해 보니 뭔가 떠오르는 게 있어?”
“황궁이 보인다. 나는 그곳의 황녀였는데 썩 행복한 느낌이 아니구나.”
“아직 아무것도 생각나는 게 없구나. 계속 꿈 얘기를 하는 거 보면.”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중얼거리는데 이영이 내 쪽을 가만히 바라본다.
뭐지? 내 얼굴에 뭐라도 묻은 건가?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에 조금 당황하고 있을 때 이영이 입을 연다.
“너도 그렇고. 그 의사도 도무지 내 말을 믿어 주지 않는구나. 이곳은 대한민국이라고 그랬지?”
“그래. 하지만 너는 계속 대한 제국을 찾았고.”
“내가 그곳에서 왔으니까. 나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른다. 그러니 너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네가 찾는 게 나한테 없다는 것을.”
그것은 도무지 기억을 잃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말투다.
그랬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서는 다시 한번 혼란의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정말 이 사람은 내가 찾고 있는 이영이 아닌 걸까.
내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을 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병원이다.
“어, 형.”
-그래. 지훈아. 한번 알아보라고 했던 거 말이야.
“응. 알아봤어?”
-네 말대로 해 봤는데 한 가지 이상한 부분이 있어.
“이상한 부분?”
-이영 씨 말이야. DNA가 기존의 것이랑 맞지 않아.
나는 담당 의사의 말에 놀라 이영을 바라본다.
이영은 그 와중에도 느긋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정말 이영이 아니라고?
* * *
“컷! 오케이!”
유성효 감독의 오케이 사인과 함께 촬영이 종료됐다.
아직 드라마 방영까지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촬영은 느긋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1부를 일주일 넘게 찍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그뿐만 아니라 유성효 감독은 촬영한 작업물을 배우에게 꼭 확인시켜 주는 성격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촬영 시간이 조금씩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결과물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도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현장 스태프들도 유성효 감독의 촬영 스타일에 만족하는 듯했다.
다른 감독들처럼 재촉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유성효 감독 자체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일하는 걸 선호하는 것 같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2부 촬영은 1부 가편집을 끝내고 나서 들어가겠습니다. 촬영 일정 잡히면 연락드릴 테니 그동안 다들 푹 쉬세요.”
조금 시간에 쫓기면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강한성 감독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유성효 감독의 스타일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쪽이 최근의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촬영을 끊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제작비가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겠지만, 그만큼 연기자와 스태프의 체력은 세이브될 수 있었다.
어차피 최근 드라마 촬영 현장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 위해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그럼 1부 가편집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나는 현장의 모든 연기자, 스태프와 인사를 나눈 뒤 차에 올랐다.
기분이 좋은지 여경찬이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입을 열었다.
“오늘도 보셨죠? 배우님이 연기할 때마다 사람들이 모이는 거?”
여경찬의 말대로였다.
어쩐 일인지 내가 연기를 할 때마다 현장이 북적거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게 내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경찬이 언급하는 걸 보니 그렇지 않은 듯했다.
“사람이 좀 많긴 하던데…. 왜 그런가요?”
“왜 그렇기는요. 당연히 배우님의 연기를 보려고 모이는 거죠. 이번에도 완벽하게 배역을 소화해 내고 계시잖아요. 연기가 더 좋아졌다던데요?”
“누가요?”
“이전 작품에서도 함께했던 배우님들이요.”
“아아.”
아무래도 조연급 배우는 작품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까닭에 이 작품에도 <체포>나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서 인연을 맺은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고 있었다.
아마 여경찬의 칭찬은 그런 배우들의 입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확실히 이번 작품은 전보다 배역을 소화하기 편한 느낌이야.’
아무래도 그것은 전부 현장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게 된 메소드 마스크 덕분이었다.
촬영 현장에 도착하면 감독의 요구에 따라 연기가 달라져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강한성 감독은 이런 요구가 많지 않은 편이었지만, 한 번씩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곤란함을 느꼈다.
항상 이 부분을 만족스럽게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도 메소드 마스크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갑작스러운 디렉팅에 대한 대처가 편해졌다.
심지어 유성효 감독의 경우에는 이런 요구가 많은 편이라 더 도움이 됐다.
아마도 다른 배우들은 이런 내 모습 때문에 연기가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전에는 미리 준비한 연기만 해냈다면, 지금은 준비하지 못한 연기도 해내는 느낌일 테니까.
“거기다가 배우님의 엄청난 외모 때문에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나 봐요. 몇몇 스태프들은 배우님의 얼굴을 보려고 출근한다더라고요.”
여경찬의 갑작스러운 외모 칭찬에 나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저 연기만을 잘해서 사람들이 모이는 거라면 더 좋았겠지만.
연예인으로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었다.
* * *
그렇게 휴식을 취하며 <황녀님, 동거합니다> 2부 촬영을 한창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유성효 감독으로부터 1부 가편집본이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역시…. 이게 문제였군….’
얼굴 천재 배우님 59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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