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60)
얼굴 천재 배우님-60화(60/200)
얼굴 천재 배우님 060화
유성효 감독의 1차 가편집본은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관객수 800만을 동원한 적 있는 감독답게 미장센을 중요시한다는 게 느껴졌다.
특히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장면에서 그 실력이 드러났다.
꽃잎 한 송이, 비 한 방울, 날아다니는 새, 무성한 잎을 흔드는 바람 등….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능력이 대단했다.
‘실력이 정말 탄탄하구나.’
애초에 유성효 감독 자체가 독립 영화에서부터 차근차근 성장한 느낌이 강했다.
독립 영화로 시작해 상업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 뒤 드라마 쪽으로 넘어온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또한 카메라의 워킹이나 화면의 구성 자체도 어디 모자란 구석 하나 없이 정석에 가까웠다.
얼핏 본다면 딱히 지적할 만한 곳이 없는 느낌이었다.
원래 화려한 눈속임으로 다른 사람을 현혹하는 것보다 기본을 지키는 게 힘든 법이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유성효 감독의 실력은 무결점에 가까웠다.
하지만 나는 유성효 감독의 1차 가편집본에서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실패 원인을 찾았다.
‘대체로 훌륭하지만…. 너무 느려….’
이전에 언급한 바 있듯이 로맨틱 코미디에는 이 장르만의 연기법이 존재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 장르만의 연출법 또한 존재했는데 그 핵심은 바로 ‘속도감’이었다.
마치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컷을 많이 자르고 붙여서 속도감을 형성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로맨틱 코미디와 흔히 비교되는 멜로 장르와의 경계선이 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받아 본 유성효 감독의 1차 가편집본은 이런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이 보였다.
정답에 가깝게 카메라 위킹을 가져가고 화면 구성을 하는 것은 좋았지만 너무 정적인 느낌이 강했다.
메소드 마스크를 통해서 내가 경험했던 속도감에 현저하게 미치지 않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조차 너무 한 사람의 얼굴을 오래 비추고 있어.’
이대로라면 로맨틱 코미디의 중요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음악 부분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로맨틱 코미디는 빠른 화면 구성만큼이나 음악으로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변화시키는 게 중요했다.
다른 작품보다 음악이 많이 사용되는 것은 물론, 드라마의 흐름 자체를 음악 하나로 바꿔낼 수 있어야 했다.
지금껏 시청자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살펴보면.
음악만으로 어떻게 감정이 증폭되는지, 개그 코드가 발생하는지, 마지막 장면인지 모두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간결함이 또 한 번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속도감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과연 감독님이 이 부분을 이해하고 있을까?’
나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아직 유성효 감독의 1차 가편집본에는 음악이 입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기대하는 작업이 이뤄질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정적인 카메라 워킹과 화면 구성만 봐도 유성효 감독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님은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놓칠 수 있는 것을 조명해 작품에 담고 싶어 하고 있어.’
유성효 감독이 장면을 통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 방식이 그러했다.
또한 지금까지 유성효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음악보다는 자연의 소리가 많이 담겨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음악을 쓰더라도 분위기를 고조시킬 때 잠깐 등장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이러한 유성효 감독의 스타일은 너무나도 로맨틱 코미디와 맞지 않았다.
거의 대척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나…. 아무래도 감독님은 이런 쪽의 경험이 많지 않은 편이니까.’
사실 유성효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연출하는 게 처음이었다.
항상 흔히 ‘장르물’이라고 불리는 작품을 연출했다.
유성효 감독이 처음 관객 수 800만을 동원한 영화도 <남원성>이라는 제목의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역사물이었다.
그나마 속도감에서 유사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코미디 쪽 장르에 대한 경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1차 가편집본을 이런 식으로 뽑았겠지. 아마 누가 따로 얘기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 갈 거야.’
문제는 과연 따로 얘기할 사람이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유성효 감독은 800만 관객을 동원한 적이 있는 실력자였고 실제 1차 가편집본은 여러 장점이 많았다.
또한 유성효 감독이라는 사람 자체도 실력과 별개로 단점을 찾기 힘든 인물이었다.
자기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흥행에 성공한 감독이라는 타이틀.
실제로 나쁘지 않은 결과물.
성격 좋은 감독의 이미지까지.
이런 것들이 한데 뭉치고 결합하면서 문제의 논지를 흐리고 있었다.
나 또한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실패가 예정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이런 문제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무심코 넘어갔을 것이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은 것도 단점을 먼저 말하기 힘든 이유가 됐겠지. 나도 고민이 되는군.’
확실히 이런 분위기에서 총대를 메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이게 <황녀님, 동거합시다>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확신했다.
그랬기 때문에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든 이 문제를 표면화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신디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신디는 기쁜 목소리로 내 전화를 받았다.
-시준 씨! 어쩐 일이에요? 먼저 전화를 다 걸고?
* * *
다음 날.
나는 EM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신디와 미팅을 가졌다.
EM 엔터테인먼트는 신디의 데뷔 때부터 매니저로 함께한 김성희가 대기업의 투자를 받아서 설립한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강남의 위치한 대기업의 분사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대형 빌딩은 아니었지만 모던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미팅에는 나, 신디, 김성희, 여경찬, 송진아가 함께했다.
나는 이미 미팅 전에 여경찬, 송진아에게 1차 가편집본을 보여 주고 의견을 받은 상태였다.
두 사람은 처음에 1차 가편집본의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설명을 곁들이니 금방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는 속도감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이 의견을 모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디의 생각이었다.
다행히 신디의 생각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어제 시준 씨의 이야기를 듣고 1부 가편집본을 다시 확인해 봤는데…. 확실히 문제가 있더라고요.”
신디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꺼냈다.
“어떤 점이 이상했나요?”
“너무 정적인 느낌이랄까. 로맨틱 코미디에 맞지 않게 화면 전환이 상당히 적고, 카메라의 움직임도 평소보다 느린 것 같았어요.”
역시 로맨틱 코미디의 작업 경험이 많은 신디답게 1부 가편집본의 문제점을 짚어 냈다.
김성희도 같은 생각이라는 듯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신디의 말을 받았다.
“저도 같은 지점에서 문제점을 느끼고 어제 전화를 드린 거였습니다. 아직 음악을 입히지 않았지만….”
내가 말을 전부 마치기도 전에 신디가 대답했다.
“조금 문제가 있을 것 같죠? 저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감독님이 지금까지 작업을 진행한 성향이라면 가능성이 충분하죠.”
음악 부분까지.
신디는 나와 의견이 전부 일치했다.
나로서는 안심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만큼 확신하고 있었지만.
혹시나 내가 생각한 게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문제점이 아니면 어쩌나 걱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신디가 내 의견을 지지해 준다면 유성효 감독에게 의견을 어필하기도 편했다.
한 명의 의견보다는 다섯 명의 의견이 객관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었고.
무엇보다 로맨틱 코미디의 흥행 보증 수표로 통하는 신디의 의견은 유성효 감독이라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었다.
나는 일이 긍정적으로 풀릴 것 같다는 좋은 예감을 받았다.
신디 역시도 나와 의견이 일치하는 게 기쁜지 손뼉을 짝, 치며 입을 열었다.
“우리 모두의 생각이 같으니 의견을 정리해서 감독님께 얘기해 보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시준 씨 대단하네요.”
“네?”
“로맨틱 코미디 경험도 없는데. 1부 가편집본의 문제를 단번에 파악한 거잖아요.”
“아….”
“나는 그것도 눈치 못 채고 그림이 잘 뽑혔다고 혼자 좋아했지, 뭐야. 시준 씨가 말해 주기 전까지는 정말 꿈에도 몰랐을 거예요.”
신디는 눈을 반짝이며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추켜세웠다.
나로서는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말했듯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미래를 알고 있지 못했다면 나 또한 1차 가편집본의 문제를 파악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런 까닭에 나는 얼른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아. 그냥 운이 좋았습니다.”
“단순히 운만으로 아무도 파악하지 못한 치명적인 문제점을 찾아냈다고요?”
“그러니까 운이죠. 그냥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하여튼 시준 씨는 잘생긴 사람이 너무 겸손하다니까. 어쨌든 이 일은 내가 따로 감독님께 이야기해 볼게요.”
신디가 결단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듯 주먹을 꼭 쥐어 보이며 의지를 다졌다.
그 모습은 꼭 어째서 나한테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대본이 가지 않았는지 물어보겠다고 했을 때와 비슷했다.
‘그때도 일이 잘 해결됐지.’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부디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랐다.
* * *
신디와의 미팅을 마치고.
나는 2부의 연기 연습에 집중했다.
1부 가편집본의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궁금했지만.
이와 관련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끝낸 상태였다.
그러니 지금은 차분히 결과를 기다리며 연습에 집중하는 것이 옳았다.
2부는 한지훈이 첫사랑과 이영의 존재를 혼란스러워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분명 DNA가 다르다는데 왠지 이영에게서 계속 첫사랑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지훈은 이영을 밀어내려고 해도 밀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갈 데 없으면 나랑 같이 살래?”라는 충동적인 제안을 한다.
이게 결정적인 2부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2부에서는 한지훈의 활약이 중요해. 그러니 연습을 잘 끝마쳐야 해.’
한창 이런 생각을 하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전화를 걸려왔고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유성효 감독이었다.
나는 불길한 느낌을 받으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 받았습니다.”
-아. 이시준 배우님. 저 유성효입니다.
“네. 감독님.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세요?”
-그게…. 이렇게 전화를 걸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네네.”
-듣기로는 배우님께서 1차 가편집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고 하던데…. 맞나요?
나는 유성효 감독의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60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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