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63)
얼굴 천재 배우님-63화(63/200)
얼굴 천재 배우님 063화
유성효 감독에게 오늘 촬영의 디테일을 물은 뒤.
나는 커피 차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받아 대기 차량에 올랐다.
네온 옐로 색상의 컵홀더가 인상적이었다.
네온 옐로는 신디 팬클럽의 공식 색상이었다.
한 모금 마셔 보니 커피 맛도 상당히 괜찮다.
‘맛있네.’
오늘 내 촬영분은 거의 대부분 오후에 몰려 있었다.
그런 까닭에 평소와 달리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나는 연습을 뒤로 미뤄 두고 여경찬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여경찬이 먼저 말을 꺼냈다.
“혹시라도 열애설 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어색할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신디 선배님도 그렇고. 다들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더라고요. 역시 로코 남여주에게 열애설은 필수 코스인 건가….”
“유성효 감독님은 아예 좋은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 같던데요? 표정이 엄청 밝았어요.”
“네. 그렇더라고요. 거기에 이렇게 커피 차까지 도착하니 더 분위기가 사는 것 같네요.”
“신디 선배님도 커피 차를 보고 내심 뿌듯해하는 눈치던데요?”
회귀 후에도 촬영 현장에 몇 번 커피 차가 온 적이 있었다.
<체포> 때는 호흡을 맞추는 배우의 인지도가 높지 않아서 정도가 덜했지만.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 때는 비교적 자주 다른 연예인의 커피 차를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A팀의 경우에는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커피 차가 도착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혹시 좋아하는 연예인의 기분이 상하지 않았을까 커피 차를 보내주는 경우.
이런 광경을 보고 있으니 나도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더 커졌다.
‘방법이 없을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어떤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있는 이상 회사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일을 벌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팬과 아무런 생각 없이 편하게 소통을 하다가 무너진 연예인이 한둘이 아니었다.
물론 내가 그렇게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모든 일이 다 잘되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2중, 3중 방비를 하는 게 무척이나 중요했다.
‘결국 팬과 소통을 하려면 공식 팬클럽이 필요해.’
나는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여경찬에게 물었다.
“매니저님. 저는 공식 팬클럽이 언제쯤 생길까요? 혹시 이야기를 들은 게 있나요?”
“네? 갑자기요?”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던 여경찬이 살짝 당황하며 이렇게 물었다.
나는 여경찬이 더 놀라지 않게 이유를 설명했다.
“오늘 신디 선배님이 커피 차를 받은 걸 보니 저도 팬들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제야 여경찬은 납득을 하고 고개를 끄덕했다.
“아아. 그럴 수 있죠. 들어 보니까 <황녀님, 동거합시다> 방영 시기에 맞춰 공식 팬클럽을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가요?”
“네. 공식 팬클럽을 만드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데…. 다른 배우님이 급하게 서둘렀다가 멘탈이 흔들렸던 적이 있었나 봐요.”
“아아.”
하긴 가수라면 또 모를까.
배우는 소속사에 따라서 공식 팬클럽을 일찍 만들지 않는 경우가 존재했다.
팬의 숫자가 너무 적나라하게 보이면 해당 배우로서 기분이 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보팀에서는 공식 팬클럽 오픈은 뒤로 미뤘어요. 그 대신 회사 홈페이지에 배우님께 하고 싶은 말을 적을 수 있게 게시판을 따로 팠고요.”
“저번에 김 팀장님께서 쪽지를 정리해서 전해 줬던 게 그거군요?”
“네. 맞습니다. 그렇게 최소한의 소통 창구를 운영하면서 어느 정도 인기가 궤도에 올랐을 때 공식 팬클럽을 만드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더라고요.”
조금 빡빡한 방침이었다.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소속 아티스트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다운 정책이었다.
일장일단이라고.
원래 일면의 장점이 있으면 다른 일면 단점이 있는 법이었다.
페스트 엔터테인먼트는 일을 신중히 풀어 가는 데 장점이 있었지만.
이런 식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데에는 오히려 조금 단점 있는 편이었다.
“어떤 느낌인지 알겠네요. 혹시 회사에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음…. 작품을 세 개 정도 끝냈을 때. 혹은 메인 주연급으로 작품에 하나 출연했을 때. 이렇게 둘 중 한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돼요.”
“저는 곧 조건이 충족되는 셈이네요. 그래서 제 공식 팬클럽이 생기는 거군요.”
“맞습니다. 아마 다음 달 중으로 공식 팬클럽명 응모 이벤트를 진행할 거예요.”
여경찬의 말을 계속 들어 보니 딱히 내가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금방 공식 팬클럽이 생길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면 좀 더 빠르게 팬들과 소통을 하고 싶었다.
게다가 때마침 한창 드라마 촬영 중이었지만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유성효 감독의 일정은 빡빡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촬영에 비해서 굉장히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그 때문에 팬들과 소통을 하는 자리를 만들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여경찬에게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설명했다.
“확실히 배우님의 말대로라면 공식 팬클럽의 오픈 일정을 앞당겨도 괜찮겠네요.”
“네. 팬미팅은 무리겠지만 팬사인회 정도는 진행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제가 김 팀장님께 연락을 넣어 보겠습니다.”
“꼭 일정을 앞당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씀해 주세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며칠 후.
여경찬이 이야기를 잘 끝냈는지 김보미로부터 전화가 왔다.
-배우님! 요청 사항 확인했습니다. 오늘 공식 팬클럽명 응모 이벤트와 함께 팬사인회 일정 공지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일정이 앞당겨지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네. 물론이죠. 무리한 부탁을 드린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잘 정리돼서 다행입니다.”
-아닙니다. 배우님. 오히려 먼저 신경 쓰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이죠. 그럼 오늘 응모 이벤트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잠시 후.
홈페이지, 각종 SNS, 너튜브 채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공식 팬클럽명 응모 이벤트 및 팬사인회 일정이 공지됐다.
* * *
3부 53씬.
지금 내 앞에 있는 이영이….
내가 알고 있는 이영이 아니라니.
몇 번이나 검사 결과를 확인했지만 나는 도무지 그 말을 믿을 수 없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과거 이영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입헌 군주제가 아닌 세상도 좋구나. 그래. 모든 일에는 장단이 있는 법이지.’
‘나는 오히려 모든 걸 잊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불행하지 않겠지.’
‘돌아가야 한다…. 내가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니다…. 투쟁은 곧 내 숙명이니….’
‘나는 네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니다. 나는…. 대한 제국의 황녀다….’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지는 느낌.
확실히 이영을 내가 아는 이영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 너무나도 해결되는 것이 많다.
적어도 이영이 지금껏 해 왔던 말은 전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도저히 나는 이영을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말투, 행동, 목표가 너무나도 달랐지만 얼굴, 눈빛, 감정이 너무나도 똑같았으니까.
그렇게 내가 혼란에 빠져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때.
“여기 있었느냐.”
이영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고개를 돌려서 이영을 바라봤고 이영은 내 표정을 통해서 뭔가를 예감한 것 같다.
이영의 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다.
하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았고 차분하게 나를 향해서 입을 연다.
“그러게. 내가 말했지. 나는 네가 아는 사람이 아니라고.”
확실하다.
이영은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째서 이영을 보고 혼란함을 느끼는 걸까.
같은 사람이 아닌데 나한테 왜 이런 감정이 느껴지는 걸까.
여전히…. 왜 계속….
“왜 아니야…. 어째서 이영이 아닌 거야…. 그렇게 계속 기다렸는데….”
감정적인 나의 대답.
하지만 이영은 흔들리지 않는다.
“기다린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지. 네가 나를 다른 사람이라고 믿었는데도 그렇게 되지 못한 것처럼.”
“…….”
“이제 우리는 같이 지낼 수 없겠구나. 그렇지?”
“…….”
“그래. 나는 지금 떠날 테니 너도 그 사람을 떠나보내거라. 그래야…. 네가 살 것 같구나….”
이영은 등을 돌리고 천천히 멀어진다.
어딜 간다는 걸까.
갈 곳도 없으면서.
내가 아는 이영이 아니라면.
정말 이곳에서는 외톨이면서.
나는 담담하게 멀어지고 있는 이영을 이대로 둘 수 없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달려가 이영의 어깨를 붙잡는다.
“가지 마. 계속 여기에 있어.”
내가 아는 이영이 아닌.
새로운 이영이 처음 내 안에 들어오는 순간이다.
* * *
2주간.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공식 팬클럽명을 공모하는 이벤트가 진행됐다.
이와 함께 팬사인회 일정이 공개됐는데 다행히 호응이 나쁘지 않았다.
<체포>와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로 유입된 팬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았다.
또한 <황녀님, 동거합시다>가 캐스팅만으로도 화제를 끌었으니 다행히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왔다.
그렇게 공식 팬클럽명은 ‘시애나’, ‘시의적절’, ‘시공간’, ‘시신경’, ‘시스루’, ‘시스템’, ‘시프트’ 등 여러 후보가 거론됐다.
대부분 내 이름의 ‘시’라는 글자에서 힌트를 얻은 공식 팬클럽명이었다.
여경찬이 이름 후보를 함께 살펴보며 물었다.
“배우님은 뭐가 제일 괜찮으세요?”
“글쎄요. 시의적절?”
“시의적절….”
“왜요?”
“뭔가…. 이영이 고를 것 같은 이름이라서요.”
“아아. 나도 모르게 동화가 된 건가. 확실히 시의적절은 너무 사자성어 느낌이네요.”
그리고 역시나 시의적절은 팬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여러 후보 중 팬들의 가장 많은 호응을 이끌어낸 것은 ‘시럽’이었다.
회사 내부에서도 시럽을 밀었다.
시럽은 이름 자체에서 오는 달달한 느낌도 좋았지만 ‘시준+LOVE’의 합성어였기 때문에 더욱더 큰 의미가 있었다.
나 또한 시의적절 다음으로는 이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결론적으로 공식 팬클럽명은 시럽으로 결정됐다.
“시럽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팬에게는 상품권과 함께 배우님의 애장품을 전달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저번에 말했던 그거군요. 안 그래도 제가 애장품을 생각해 봤는데 마땅한 게 없더라고요. 꽤 오래 애용하던 만년필이 하나 있는데 그걸 보낼까요?”
“아아. 배우님이 대본을 분석할 때 주로 쓰던 거요? 그거라면 너무 좋죠. 아마 아이디어를 제공한 팬도 기뻐할 겁니다.”
“음. 만년필을 그냥 보내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으니까. 애장품으로 직접 손편지를 써서 함께 전달하는 건 어떨까요? 좋은 이름을 지어 줬는데 가능하면 성의를 보이고 싶어서요.”
“그것도 좋네요. 그럼 사업기획팀에 배우님의 답변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손편지 부분도 함께요.”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4부 촬영 후 잠시 시간이 비게 된 날.
마침내 나의 첫 팬사인회가 센수스 합정점에서 진행됐다.
얼굴 천재 배우님 63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 이 책은 원스토어 주식회사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당사의 허락 없이 무단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