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64)
얼굴 천재 배우님-64화(64/200)
얼굴 천재 배우님 064화
팬사인회를 며칠 앞두고 시럽 팬카페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이시준 감동 실화 인증합니다]공식 팬클럽명 응모해서 당첨된 시럽임!
내가 지은 이름이 공식 팬클럽명이 돼서 시럽이다 하니까 엄청 어색하네(특: 뿌듯한 거 맞음).
어쨌든 원래는 이런 거 됐다고 나서고 싶지 않았고 자랑하고 싶지 않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대단한 걸 받아서 글을 쓰게 됐음.
공식 팬클럽명 공모한다고 했을 땐 솔직히 관심도 없었음. 근데 상품이 시준 오빠 애장품이다? 이러면 말이 달라지죠? 거기에다가 상품권이 덤이다? 닥치고 참가해야죠?
그날부터 학교에서 배운 브레인스토밍이라는 걸 처음으로 해 봤고. 뇌가 뜨끈해질 정도로 쥐어짠 덕분일까요. 나 시럽이 해낸 거야.
당첨 소식 이후로는 매일매일 택배 기다리는 개가 돼서 문 앞을 서성였지. 미공개 애장품이 대체 뭘까? 하… 모자? 후드? 약간 옷 종류로 생각했음. 오빠의 어떤 숨결, 체취 그런 걸 갖고 싶었던 변태는 아니고요. 그냥 그런 게 대충 무난하니까.
(사진)
그리고 바로 그 애장품은… 만년필이었다.
갓시준 벽오빠. 어떻게 애장품까지 이렇게 골저스 할 수가 있지.
왜 하필 만년필이냐 하면. 시준 오빠가 이 만년필로 배우 지망생 시절부터 쭉 대본 분석을 했다는 거야. 내가 이걸 받아도 되나? 너무 황송해서 당황스러울 지경이었음.
시준 오빠가 그렇게 전부터 써 왔던 의미라는 게, 상징성이라는 게 줄줄 흘러내리는 만년필이라니.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임. 30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그거에 놀란 거도 맞음. 근데 그건 머리가 놀란 거고. 내 세상이 무너지고 심장이 디비진 건 다른 이유야.
내가 어떻게 애장품으로 도착한 만년필이 대본 분석에 사용됐는지 알게 됐을까. 정답은 바로 이 사진입니다.
(사진)
맞아. 손편지임. 그냥 시준 오빠 글씨로 감사합니다… 애장품으로 대본 분석에 자주 사용하던 만년필을 보내 드립니다… 쩝 이렇게 적혀 있어도 기절인데.
내용이 편지지 한 장 가득 채우고 두 번째 장으로 넘어갔다? 박박 머리 긁으면서 우는 수밖에… 나 시럽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음?
글씨는 또 어찌나 깔끔하고 아름다운지. 만년필로 대본 분석하는 사람이란, 신이란 이런 존재구나. 편지를 다 읽고 나선 아… 이게 또 숨이 멎는다는 거구나. 내가 방금 읽은 게 오빠 편지가 아니라 내 신체 포기 각서였나? 그런 생각뿐.
솔직히 지금까지 이런저런 덕질 꽤 했다고 자부하는데 이렇게 정성스러운 편지를 받은 건 정말 처음이었어. 이런 오빠의 모습 나만 알고 싶었지만. 그거는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더라고.
이런 오빠를 나만 안다? 욕심에 배가 불러서 내 배가 터질지도? 오빠가 이렇게 마음 따뜻하고 팬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거. 다들 꼭 알았으면 좋겠더라고(조금은 자랑일지도).
나 맨날 페스타가 시준 오빠 공식 팬클럽 빨리 안 만들어 준다고 불만이 많았는데 이런 큰 그림 때문이었다면 더 이상 욕하지 않으려고. 물론 앞으로 페스타는 시준 오빠의 발 닦개가 되어 열일해야 할 것입니다. 지켜본다.
(사진)
편지 내용 궁금해하는 시럽이 많을 것 같아서 사진으로 남길게. 문제 시 삭제하겠음!
└진짜 손편을 받았다고!?
└대박 나도 알았으면 도전해 보는 건데ㅠㅠㅠㅠㅠㅠ
└손편 미쳤다!! 무슨 두 장을 거의 다 채웠네 진짜!!
└황동거 티저 사진 기다리느라 목 빠지고 있었는데ㅜㅜ 손편이라니 너무 행복ㅜㅜㅜ
└아이돌 파다가 이쪽 넘어오니까 개인적으로 너무 컨텐츠 없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감동을 주네bb
└우리 시준이 인터뷰 같은 거 찾아봐도 사람 진국인 거 완전 티 났는데 마침표를 찍어 버리네…
└손편 받고 싶다!! 만년필 받고 싶다!! 나도 동네방네 소문 잘 내고 다닐 자신 있는데!!
└시럽 아이디어 너무 좋았습니다 충분히 만년필과 손편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눔 하실?
└이런 거 너무 좋다ㅠㅠ 같은 시럽으로서 시준이한테 이런 거 받으면 그냥 정신 못 차릴 듯ㅠㅠ
└편지 내용은 더 좋아! 지금 238번째 읽고 있는 중인데 문장 하나하나 대충 쓴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듦!
└내가 1,344번 읽고 결론을 내렸는데 시준 오빠가 문장 대충 쓴 거 하나도 없는 게 맞습니다^^
└중간에 ‘팬클럽명이, 팬이 직접 지어 준 이름으로 불린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쁘고 그 이름이 자꾸 입에 맴돌게 되네요.’ 여기 읽고 눈물 흘린 사람
└222222 나는 그 뒤쪽에 ‘답례품은 잘 받았나요? 지금 그 만년필로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아끼던 이 물건이 의미 있는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 부분도 너무 마음에 들더라 몇몇 연예인처럼 집에 있던 아무 물건이나 준 게 아닌 듯
└우리도 시준이한테 줄 선물 잘 준비해야 할 텐데 팬사인회 당첨된 사람들은 어떻게 골랐음?
└아ㅠㅠㅠ 부럽다ㅠㅠㅠ 나는 왜 팬사인회도 못 가고ㅠㅠㅠㅠ
엄청 긴 정성스러운 후기 글.
생동감 있고 애정 가득한 후기는 급속도로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반향이 팬사인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 * *
팬사인회는 추첨제로 진행됐다.
팬클럽 가입자 중 팬사인회 참여 희망자를 받아 80명 정도를 정하기로 했다.
80명을 어떻게 선정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는데 역시 추첨제가 나을 듯했다.
선착순으로 진행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이 추운 날 발을 동동 구르며 새벽부터 줄을 서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추첨제로 한다고 해도 잡음은 생기겠지만 그래도 선착순보다는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팬사인회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됐다.
장소는 센수스 합정점이었다.
<체포>를 통해 첫 인연을 맺은 센수스는 내가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로 인지도가 높아진 후로 매출이 상당히 증가했다.
그래서인지 내 팬사인회 소식에 먼저 연락을 해 와 장소를 제공하고 싶다고 한 것이다.
내가 센수스에서 사인회를 한다면 센수스 제품 홍보가 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에 추가 홍보비까지 지급하겠다는 게 센수스의 조건이었다.
페스타 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내가 센수스 모델이기도 하고….’
그렇게 팬사인회 당일.
센수스 합정적에 도착하자 ‘이시준 팬사인회’라는 글자와 함께 센수스의 로고가 현수막에 새겨져 있었다.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잘 준비했는지 꽤 인상적인 디자인의 현수막이었지만 오래 지켜볼 여유는 없었다.
차가 들어오는 걸 확인한 순간부터 팬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꺄아악!!”
“오빠아아!!”
“시준아아아!!”
귀가 아플 정도의 커다란 환호성.
회귀 전에도 팬사인회를 해 봤으니 팬사인회가 처음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환호성은 들어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엄청난 환호성이었다.
‘놀랍네.’
사람들의 수만 생각한다면 지금 이곳 센수스 합정점에 모여 있는 팬들보다.
오히려 회귀 전 사인회에 모인 팬의 수가 훨씬 더 많았다.
그런데도 함성은 비교가 안 될 만큼 더 컸다.
온몸으로 그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여경찬도 놀라운지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그만큼 지금의 팬들이 훨씬 더 내게 진심이고 열성적이라는 거겠지.’
정말로 기쁜 일이었다.
이렇게나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 앞에 서야 한다니.
기쁜 만큼 긴장이 됐다.
‘실망시키지 말아야 할 텐데.’
뜨끈해진 손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하고 있을 때였다.
팬사인회 진행을 맡은 직원의 목소리가 차 안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이제 곧 팬사인회 시작됩니다! 추첨 순으로 자리에 앉아서 대기해 주세요!”
그렇게 떠들썩하던 현장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더 혼잡해질 수도 있었는데 무슨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현장이 잘 정리돼 다행이었다.
내 옆에서 그 모습을 함께 지켜보고 있던 여경찬이 물었다.
“이제 갈까요? 배우님?”
“그러죠. 뒤를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차량 문이 열리고 나는 여경찬보다 한발 늦게 밖으로 나왔다.
그와 동시에 언제나 그랬듯 잠깐의 침묵이 장내를 감쌌다.
소음은 확 줄었지만 공기의 온도는 한층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부풀어 올랐다가 터진 풍선처럼 일시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우와와와!”
“이시준이다!”
“시준 오빠아아아!”
“너무 잘생겼다아아!”
“사진 찍어! 지금 찍어!”
팬뿐만 아니라 기자들도 현장에 꽤 나와 있었다.
제작 발표회 이후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관심도가 높아진 덕분 같았다.
나는 잠시 자리에 서서 여러 목적이 섞여 있는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연달아 플래시가 터졌다.
그리고 조용히 미소 지었을 때.
“와아아아아아악!”
센수스 매장이 떠나갈 정도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정말 작은 미소였을 뿐인데.
나는 조금 놀랐지만 애써 침착한 척하며 고마운 팬들을 위해 팬서비스를 계속했다.
오른손으로 브이 자를 그리기도 하고, 양손으로 손가락 하트를 만들기도 했다.
팬들보다 기자들이 원하는 손 모양이 더 다양하고 까다로웠다.
몇 개의 손동작을 더 한 뒤 나는 마침내 단상 위에 마련된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본격적인 사인회의 시작이었다.
* * *
“오빠! 진짜, 진짜 너무 좋아해요. 오빠…. 저는 진짜…. 제가 지금 진짜 너무 좋아서….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이 진짜로 있었는데…. 제가 ‘진짜’라는 말 몇 번이나 했어요?”
“여섯 번밖에 안 했어요. 더 해도 돼요.”
“으…. 오빠는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완벽해요.”
“진짜, 진짜 감사합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다행히 팬사인회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여러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나를 만나러 온 팬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 마음이 벅차올랐다.
팬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게 좋기도 했고.
팬과 소통하며 시선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는 일 자체가 즐겁기도 했다.
하지만 순조로운 진행과는 별개로 조금씩 곤란한 마음이 들고 있었다.
나는 책상 한쪽에 하나둘 쌓이고 있는 팬들의 선물을 보았다.
손편지, 꽃다발, 향수, 캔들, 나를 캐릭터화한 여러 가지 굿즈 등 다양한 선물이 쌓여 있었다.
선물을 받지 않는 것도 생각했지만 그렇게까지 제약을 두지는 않기로 했다.
어떻게든 내게 마음을 전하고 싶을 테니까.
‘그런데…. 이게 뭐지….’
나도 모르는 팬사인회 문화가 있는 것일까.
‘다 같이 공구라도 한 건가?’
다음 팬에게 사인을 하면서도 나는 곁눈질로 힐끔 선물이 쌓인 곳을 보게 됐다.
모든 팬이 각자의 선물과 함께 무조건 하나씩 공통으로 내미는 선물이 있었고.
덕분에 같은 선물 상자가 계속해 쌓이고 있었다.
“시준아. 이건 내 작은 마음이야.”
“아.”
또였다.
이번에도 나를 ‘가슴으로 낳았다’고 주장한 어머니 팬이 똑같은 선물을 내밀었다.
나도 잘 아는 물건이었다.
만년필.
내가 오랫동안 써 온 브랜드의 만년필이 책상 한쪽에 계속해 쌓여가고 있었다.
끝이 없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64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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