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65)
얼굴 천재 배우님-65화(65/200)
얼굴 천재 배우님 065화
총 57개의 만년필과 함께 팬사인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다행히 팬사인회를 함께한 팬들의 표정은 밝았다.
끝까지 자리에 남아 나를 향해 환호성을 보내 줬다.
덩달아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
나 또한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좋은 기운을 얻어 갈 수 있는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퇴장을 하고 있을 때 한 팬이 소리를 질렀다.
“시준아! 조금만 더 자주 만나자!”
그 뒤를 이어서 다른 팬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오프라인에서 또 보자!”
“오빠! 팬사인회 또 해 주세요!”
“우리 더 자주 볼 수 있는 거지?”
목소리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걸음을 멈추고 대답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지금 찍고 있는 드라마가 끝나는 대로 추진해 볼게요! 다들 다음에 봬요!”
원래라면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하는 게 별로 좋지 않았다.
팬과 연예인, 양쪽 모두 맺고 끊음이 확실해야 생각지 못한 사고가 터지지 않는 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팬들과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이렇게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팬들의 반응은 너무 과격하지 않게 돌아왔다.
“고마워! 시준아!”
“조심히 들어가!”
“오늘 수고 많았어!”
“오빠! 고생하셨어요!”
그렇게 인파를 헤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샤워를 마친 뒤 노트북 앞에 앉았다.
오늘의 감사함을 꼭 팬들에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카페에 글을 올리려면 회사 측의 허락이 필요했다.
나는 곧장 여경찬에게 전화를 걸었다.
“매니저님. 통화 가능하세요?”
-네. 물론이죠. 배우님. 뭐 필요한 게 있으실까요?
“퇴근 후 전화를 걸어서 죄송합니다. 다른 건 아니고 팬카페에 글을 올릴까 해서요.”
-글이요? 무슨 글이요? 오늘 팬사인회 하느라 많이 힘드셨을 텐데 일단 먼저 쉬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렇긴 한데…. 자꾸 기뻐하던 팬들의 얼굴이 잊히지 않아서…. 팬카페에 짧게 인사말을 남기면 안 될까요?”
-당연히 되죠. 다만 혹시 모르니까 김 팀장님께 전화를 걸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긍정적으로 답변해 주실 거예요. 잠시만요.
“네. 김 팀장님께도 늦은 시간에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다고 꼭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몇 분 후.
여경찬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매니저님][22:39] 김 팀장님이 괜찮다고 하네요! [Sijun][22:39] 다행이네요 곧장 작성해서 내용 검수받겠습니다 [매니저님][22:40] 아니요! 그것도 괜찮답니다! 배우님을 믿는다고 쓰고 싶은 말을 마음껏 써서 올리라네요!김보미가 나를 이렇게까지 믿어 주고 있다니 뜻밖이었다.
과거 트리 엑터스의 경우에는 이런 부분을 철저하게 감시했기 때문이다.
소속 아티스트가 온라인상에 글을 잘못 올려서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트리 엑터스는 그 정도가 좀 심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는 그러지 않은 모양이었다.
‘워낙 아티스트 케어가 확실한 곳이라 검수 정도는 필수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내가 이 부분에 대해 물으니 여경찬으로부터 답변이 돌아왔다.
[매니저님][22:46] 아아 배우님은 배우님이잖아요 [매니저님][22:46] 다른 사람이라면 또 몰라도 배우님이라면 걱정할 게 없죠뉴스경제와의 인터뷰.
And You 잡지 화보 촬영.
확실히 이런 일을 겪으면서 나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모양이었다.
나로서는 이런 식으로 신뢰를 받는 것이 기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실수가 발생한다면 나를 믿어 준 사람에게 실망감을 안겨 줄 테니까.
[Sijun][22:49] 알겠습니다 그럼 팬카페에 글을 올리도록 할게요 [Sijun][22:49] 번거로웠을 텐데 늦은 시간 확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니저님][22:49] 네! 배우님! 내일 뵙겠습니다^^그렇게 나는 새벽 2시까지 여러 번 문장을 고쳐서 짧은 분량의 글을 올렸다.
[안녕하세요. 이시준입니다.오늘 시럽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며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 너무 기뻤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는 행복한 하루였네요.
그래서 저 또한 시럽을 한 사람, 한 사람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 고백이 제가 그랬던 것처럼 시럽을 행복하게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 하루 정말 행복했고 또 보고 싶습니다.
다음에는 더 넓은 공간에서 더 오래 함께하는 것으로 해요.]
감사의 글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하나둘 댓글 알람이 올라왔다.
하지만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나는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다.
다음 날 촬영을 위해서라도 이쯤 해서 잠이 드는 게 옳았다.
* * *
6부 27씬.
이영은 여전히 자신이 대한 제국이라는 곳에서 왔다고 주장한다.
나는 그 말을 믿기 힘들었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
이영은 내가 알고 있던 이영이 아니라는 것.
그랬기 때문에 나는 여러 차례 이영을 떼어 내려고 노력한다.
이름도, 얼굴도 똑같지만 내가 아는 이영이 아니라면 굳이 곁에 둘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영을 떼어 내기 위한 내 시도는 번번이 좌절되고 만다.
“나는 이런 곳에서 살 수 없다.”
“뭘 그렇게 따져? 너 돈 있어?”
“돈은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고귀한 신분이 있지. 거처를 다시 마련하라. 한 시진을 주겠다.”
적당히 고시원에 처박아 두고 도망치려고 했더니 이런 소리나 한다.
“이곳은 호텔이군. 그런데 왜 저번보다 시설이 낡았지?”
“돈 없다며. 돈 없으면 당연히 더 싼 곳에서 자야지. 당연한 거 아니야?”
“내가 네가 알던 이영이 아니라고 버리려고 하는구나. 이것이 토사구팽인가….”
“그게 어때서! 애초에 우린 남이야! 그런데 잘 곳 알아봐 줘, 호텔비 내 줘.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 땅에 떨어져 내 알고 있는 자는 너뿐인데 이런 식의 몰인정한 대우라니…. 그렇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뭐? 네가 어쩔 건데?”
“여기요! 이 남자가 절 억지로 호텔로 데려왔어요! 여기 좀 봐주세요! 저 좀 살려…. 읍….”
비즈니스호텔에 데려갔더니 이런 소리를 하며 나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한다.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이영에게 따져 물을 수밖에 없다.
“딱 말해! 도대체 어딜 가고 싶은데! 다시 5성급 호텔로 데려가면 돼? 그러면 되는 거야?”
“5성급 호텔도 싫다.”
“뭐?”
“거긴 너무 넓고 외로우니까. 궁처럼.”
“…….”
이영의 씁쓸한 표정에 잠시 내가 할 말을 잃었을 때.
“그러니 다시 너희 집으로 가자.”
“…우리 집은 안 외롭고?”
내가 이렇게 되묻자 이영이 배시시 웃으며 대답한다.
“외롭지. 하지만 어쩌겠느냐. 너희 집이 이곳에서 유일하게 궁에 비견될 만한 장소인데.”
…속았다.
결국 5성급 호텔보다 시설이 더 좋은 우리 집에서 지내고 싶다는 얘기다.
* * *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촬영은 6부까지 완료됐다.
방송까지 한 달이 남은 시점이었고 그사이 8부까지 촬영을 끝내는 게 유성효 감독의 계획이었다.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촬영이 진행되다니.
유성효 감독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무엇보다도 중간중간 휴식 기간을 두면서 다른 감독들과 촬영 일정을 비슷하게 맞추다니 대단했다.
내가 세상의 모든 감독과 촬영을 해 본 것은 아니었지만.
촬영의 효율 부분에서만큼은 유성효 감독을 따라갈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초반만 해도 얼른 촬영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압박을 가하던 제작사가 입을 꾹 다물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어쨌든 촬영이 순조로웠고 방영을 한 달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특히 나는 메인 남주였기 때문에 <황녀님, 동거합시다>를 홍보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섭외 오는 곳이 있나요?”
“네.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안이 오고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신디 배우님과 함께 출연하기를 원하네요.”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직 단독으로 예능에 출연할 만큼 인지도가 높은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서 김원영 역할을 맡으며 꽤 이름을 알렸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특히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홍보에 도움이 될 만한 예능 프로그램에는 다른 연예인에 섞여서 출연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니 신디의 도움은 필수였다.
다행히 신디는 한참 전부터 같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다.
나를 도와주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그게 더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홍보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는지.
정확히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나로서는 어쨌든 부담을 덜 수 있는 이야기였다.
“선배님께 전화를 드려야겠네요. 도움을 받아야 할 테니까요.”
그렇게 곧장 신디와 통화를 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황녀님, 동거합시다>에 피해가 되지 않게 프로그램 출연에 제한을 두자고 제안했다.
-홍보를 하겠다고 너무 예능에 많이 출연하면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소비될 수 있어요.
“그런가요?”
-네.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라는 우리 드라마의 장르에 맞게 막 몸을 쓰는 프로그램의 출연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확실히 너무 망가지는 모습은 보여 주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시청자가 로맨스에 몰입하기 힘들 테니까. 그럼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할까요?”
역시 경험이 많은 신디는 홍보 목적의 예능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데도 신중했다.
여러모로 신디의 이야기가 옳았다.
작품 홍보를 하겠다고 너무 예능에 자주 얼굴을 비치면 역효과가 나기 마련이었다.
애초에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자가 반드시 드라마의 시청자인 것도 아니었다.
무작정 몸을 던진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또한 자칫 잘못하면 촬영 스케줄에도 피해가 될 수 있었다.
아무리 홍보 목적이라지만 컨디션이 관리되지 않은 모습으로 주연 배우가 촬영장에 등장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다른 배우와 현장 스태프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황녀님, 동거합시다>가 잘되자고 하는 일인 만큼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작품의 완성도였다.
그렇게 나는 프로그램에 제한을 두자는 신디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와 동시에 여러 프로그램이 검토됐고, 최종적으로 하나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 프로그램은 바로 <황녀님, 동거합시다>와 같은 방송사에서 정규 편성이 된 <어메이징 선데이>였다.
* * *
얼마 뒤.
<어메이징 선데이>의 촬영장.
“안녕하세요. 배우 이시준이라고 합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내 소개가 끝나자마자 메인 MC 임동섭이 질문을 던졌다.
“평소에 남들이 하는 얘기 같은 거 잘 듣고 기억하는 편이에요?”
그것은 <어메이징 선데이>의 메인 코너인 ‘음악 받아쓰기’를 겨냥한 질문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65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 이 책은 원스토어 주식회사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당사의 허락 없이 무단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