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67)
얼굴 천재 배우님-67화(67/200)
얼굴 천재 배우님 067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문제로 출제된 의 거의 모든 가사를 적었으니까.
촬영장에는 또 한 번 정적이 돌았다.
모두가 눈으로 보고도 내 정답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그때 먼저 정신을 차린 문종윤이 바밤의 표정을 손으로 가리키며 흥분했다.
“와! 대박! 바밤 당황했어!”
“그러네! 완전 얼굴 빨개졌네!”
“뭐야! 정답인 거야?”
“끝났다! 끝났어!”
그러자 바밤이 뒤늦게 표정 관리를 하며 손을 내저었다.
“그르지 마요. 제가 언제 당황했다고 그래요.”
하지만 누구도 바밤의 말을 믿지 않았다.
상황이 너무나도 빼박이었기 때문이다.
제작진도 포기했는지 스케치북을 구겨 바밤을 향해 던졌고, 고정 패널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시준! 이시준!”
“이시준! 이시준!”
“이시준! 이시준!”
그렇게 바밤과 제작진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축제 분위기에 취해 있을 때였다.
식은땀을 닦으며 손부채질을 하고 있던 바밤이 안경을 벗어 던지며 나를 향해 물었다.
“아니. 어떻게 된 거예요. 시준 씨?”
“네?”
“분명 아까 노래를 듣고 나서는 거의 한 글자도 못 적었잖아요.”
“아아. 그랬죠. 그런데 가만히 앉아 있으니 떠오르는 게 있더라고요.”
“설마 이미 를 알고 있었다? 어떻게요? 무슨 사연이 있나요?”
이게 내가 의 가사를 적어도 괜찮을까 잠시 고민한 이유였다.
귀로 들어서는 절대 맞힐 수 없는 문제였기 때문에 원래 노래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 외에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자칫 괜한 얘기를 꺼내면 의심만 살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허술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고 솔직히 대답했다.
약간의 거짓말을 보태서.
“사실….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팬미팅 같은 곳에서 필살기로 사용하려고 혼자 의 안무를 연습한 적이 있었거든요.”
내 대답에 바밤이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고정 패널들은 물론이고 신디까지 놀란 반응을 보였다.
“오! 안무를?”
“네. 그런데 제가 춤에 소질이 없다 보니 연습이 길어졌고 자연스럽게 노래를 먼저 외우게 되더라고요.”
어째서 내가 의 가사를 전부 알고 있는지 깨닫게 된 임동섭은 흥분한 기색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아. 춤을 연습하다가 노래를 완전히 외웠다? 그럼 이건 정말 완전 정답이겠는데?”
임동섭의 말에 유난히 국물을 좋아하는 다른 고정 패널들이 환호했다.
“대박! 우리 순두부찌개 먹는 거야?”
“순두부찌개 한 그릇!”
“오늘의 셰프는 시준 씨였구나!”
그사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이범이 내 이야기에 동조했다.
“그치. 보통 댄스를 커버하다 보면 노래까지 전부 외우게 되지. 근데 우리 녹화 괜찮은 거 맞아요?”
“왜? 이범이 네가 보기에도 이상한 구석이 없어?”
“없어. 문맥상으로도 완전히 말이 돼. 이거 잘하면 분량 안 나오겠는데?”
고정 패널 중 서기를 담당하고 있는 예니가 소리쳤다.
“글자 수 공개해 주세요! 안 그러면 우리 그냥 정답존으로 이동할 거예요!”
바밤이 당황한 듯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서둘러 글자 수를 공개했다.
“글자 수 공개! 오늘의 문제는 총 45글자입니다!”
“45글자! 시준 씨의 받아쓰기랑 완전 글자 수까지 딱 맞아!”
혹시 틀린 구석이 없나 걱정했는데 이 정도면 안심해도 될 것 같았다.
그래도 약간의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얼른 내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게 들린 걸 적은 게 아니라 온전히 기억을 더듬어 적은 거라 확실하지 않아요.”
“아니야. 확실해요. 시준 씨. 바밤이 당황한 거 보면 알 수 있잖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곡 정보를 들어 볼까요?”
그렇게 곡 정보를 확인했고 가사에 들어가는 영어와 숫자의 개수도 확인했다.
다행히 전부 내가 쓴 가사와 들어맞았다.
“그치? 문맥까지 딱 떨어지지?”
“와. 끝났다. 우리 이거 밤청이로 정답인지 물어볼까요?”
“오. 좋다. 그러면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서 1차 시도도 아낄 수 있고.”
밤청이는 네, 아니요로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받아 볼 수 있는 힌트의 일종이었다.
이범은 1차 시도를 하기 전에 ‘이게 정답인가요?’라는 질문을 해 보자는 것이었다.
확실히 이렇게 하면 1차 시도를 아끼면서도 정답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고정 패널들은 물론 신디까지 이범의 의견을 반겼다.
<어메이징 선데이>의 에이스답게 끝까지 철저한 이범이었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었다.
“정말 그르케 할 거예요?”
바밤이 당황한 기색으로 물었지만 모든 사람이 한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했다.
바밤은 포기한 듯 나를 지목하며 고정 멘트를 날렸다.
“그럼 이시준 씨! 질문 준비해 주세요!”
“청아, 청아, 밤청아!”
“지금 적은 게 정답이 맞나요?”
내가 질문을 던졌고 바밤은 어떻게든 분량을 확보하겠다는 듯 평소보다 시간을 끌었다.
네, 아니요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묘기를 선보였다.
중간에 꽃을 꺼내 드는 간단한 마술까지 선보이며 최대한 분량을 확보했지만….
“네!”
이변은 없었다.
바밤의 대답과 함께 뒤쪽에 걸려 있던 커다란 스크린에는 ‘정답’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결국 1차 시도도 하지 않고 문제를 맞힌 셈이었다.
엄청난 결과였다.
“우와!”
“와! 이게 되네?”
“대박이야!”
“시준 씨 잘 먹을게요!”
“시준 씨 감사합니다!”
고정 패널들은 만세를 부르며 기뻐했고 신디 또한 놀란 듯 내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대박인데요?”
예능에 첫 출연하는 내가 예상치 못한 활약을 펼친 것에 기뻐하는 듯했다.
어쨌든 우리는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홍보를 위해 이곳에 나온 것이었다.
그러니 둘 중 한 사람이라도 활약을 한다면 그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바밤은 분량 걱정을 하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또한 멤버들이 받아쓰기에 실패해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입짧은달님도 울상을 지었다.
* * *
역시 생선구이 정식과 순두부찌개의 조합은 훌륭했다.
음식 홍보를 하겠다고 거짓 리액션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한 끼 식사를 든든하게 끝낸 고정 패널들과 게스트는 간식 게임에 돌입했다.
오늘의 간식은 슈가 파우더를 촘촘하게 뿌린 수제 브라우니와 우유 한 잔이었다.
“둔둔하게 먹었나요.”
“네!”
“신디 씨.”
“네?”
“신디 씨와 시준 씨가 뮤직비디오를 통해 처음 인연을 맺은 거 맞죠?”
“맞아요. 시준 씨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주면서 인연을 맺었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오늘의 간식 게임은 뮤직비디오 장면 퀴즈!”
“뮤직비디오 장면 퀴즈?”
“지금부터 뒤쪽에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을 보여 줄 거예요. 그걸 제목과 가수 순서로 맞히면 되는 겁니다.”
“오! 신상 게임이네!”
<어메이징 선데이>의 간식 게임은 다양한 종류의 퀴즈로 구성돼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나와 같은 배우에게 유리한 문제도 존재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 게임이라니.
딱 봐도 나에게 유리한 게임이라고 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싱어송라이터인 신디는 물론이고, 고정 패널들 중에는 유명한 가수가 많이 섞여 있었다.
이들보다 먼저 문제를 맞히고 간식을 획득하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평소에도 뮤직비디오를 자주 보지 않았다.
휴식을 취할 때나 촬영장을 오갈 때 음악은 자주 들었지만 뮤직비디오를 보는 일은 거의 드물었다.
같은 시간이면 메소드 마스크를 쓰고 연습을 한 번 더 하는 편이었다.
그나마 에 출연하게 되면서 다른 뮤직비디오를 좀 찾아봤지만.
본업이 가수인 사람들에 비하면 그 숫자가 절대적으로 모자랄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영화 포스터 퀴즈나 드라마 세트장 퀴즈 같은 걸 바랐는데.’
아쉬웠다.
간식 게임에서는 큰 활약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어메이징 선데이>에서 신디의 활약을 기대하고 간식 퀴즈를 준비한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한두 사람씩 문제를 맞히는 동안 나는 아예 감도 잡지 못했다.
“신디! Fast Track! 블루밍즈!”
하지만 신디는 첫 번째 문제를 한 번에 맞히더니 퍼포먼스까지 멋지게 소화했다.
댄스 가수가 아님에도 뛰어난 춤 실력을 선보였기 때문에 많은 환호를 끌어냈다.
‘역시 톱급 가수는 다르구나.’
문제 자체가 신디와 동시대에 활동한 여자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라 유리했겠지만 대단한 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어쨌든 나로서도 나쁜 일이 아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둘 중 한 사람이라도 활약을 한다면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홍보가 가능했으니까.
다만 이렇게 생각하는 사이에도 나는 점점 간식으로부터 멀어졌다.
“이범! 스파이! 넥스트 몬스터!”
“현해! 별은 내 운명! 김솔!
“예니! 마이크로파! 업셋!”
“종윤! 붉은 글씨! 백야행!”
그렇게 계속해서 퀴즈가 진행됐고 최후의 몇 사람이 남게 됐을 때였다.
마침내 출연진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임동섭을 위한 문제가 출제됐다.
“임!”
“아. 역시 임동섭. 빨라요.”
바밤이 감탄하자 임동섭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또박또박 정답을 말했다.
“보리밭….”
나는 임동섭이 여기까지 얘기했을 때 직감적으로 지금이 기회임을 느꼈다.
“계속 그랬으면.”
“땡!”
“시준!”
“네. 시준. 얘기하세요.”
나는 뮤직비디오 장면 퀴즈의 룰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정답을 말했다.
“계속 그랬으면. 보리밭.”
“정답!”
그랬다.
뮤직비디오 장면 퀴즈는 반드시 제목, 가수의 순서로 정답을 말해야 했다.
그리고 평소 이 룰을 지키지 못하는 게스트의 뒤통수를 치는 것이 임동섭의 패턴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보기 좋게 임동섭의 간식을 가로챘고.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 고정 패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아! 동섭이 형! 너무 웃겨!”
“권선징악이다! 권선징악이야!”
“그러니까 평소에 곱게 마음을 먹으라는 거예요!”
“아아! 섭이애나가 이렇게 무너지네요! 시준 씨. 나오세요. 퍼포먼스 보여 줘야 해요.”
그렇게 바밤의 멘트에 따라 앞으로 나갔고 조금 당황스러운 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너무 감미로운 발라드 음악이었다.
막춤이라도 추려고 했는데 그것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 속도였다.
말도 안 된다는 듯 이범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 너무해! 시준 씨가 이걸 어떻게 소화해!”
내가 문제를 맞히면 퍼포먼스를 도와주기로 했던 신디마저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엄두가 나지 않기는 신디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진짜 너무해요. 노래 바꿔 주세요. 다른 걸로.”
하지만 노래가 이미 나오고 있었고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렵게 임동섭의 정답을 가로채며 활약한 만큼 반드시 마침표를 찍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어쩌지….’
그렇게 고민에 빠져 있던 나는 익숙한 동작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내가 그나마 출 수 있는 춤이라고는 단 하나뿐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67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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