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7)
얼굴 천재 배우님-7화(7/200)
얼굴 천재 배우님 007화
4월의 마지막 날.
“수고 많으셨습니다!”
소리샘의 극단원이 모두 모여 있는 자리에서 나는 큰소리로 외쳤다.
원래 나는 당장 짐을 싸려고 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퇴단이 늦어졌다.
다른 배우가 뫼르소 역할을 준비할 수 있도록 임경렬이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4월의 마지막 날까지 <이방인>의 무대에 오르게 됐다.
이것조차 몇 번이나 양보를 해서 간신히 정한 데드라인이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꽤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
짧지만 강렬한 시간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진짜 뫼르소가 되어 보겠다,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매일 밤늦게까지 연습하고 다음 날 아침 청소를 하는 일상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예기치 않게 <이방인>에 대한 소문이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했고 관객의 숫자가 매일 늘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첫 매진에 성공했다.
그래 봤자 겨우 50석에 불과한 규모였지만 이전 생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기에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방인>의 표가 매진된 적은 없었어. 적어도 내가 교도관 역할을 담당하다가 퇴단을 했을 때까지는 확실해.’
심지어 놀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임경렬은 <이방인>에 대한 반응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나를 끈질기게 붙잡았다.
이미 마음이 정리된 상황이라 흔들림은 없었지만 도저히 포기를 모르는 사람 같았다.
큰 목소리로 인사하는 나를, 여전히 아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나는 애써 모른 척 고개를 돌린 뒤 나와 함께 소리샘에 입단한 두 신입을 바라봤다.
“아….”
“시준이 형….”
그날 이후로 매일 두 사람보다 일찍 나와 거의 대부분의 아침 청소를 해냈기 때문일까.
두 사람은 이제 나에게 앙금을 품고 있지 않은 듯했다.
나는 뫼르소를 만족스럽게 연기한 것만큼이나 이 사실에 만족했다.
작은 발자취라도 의미 있게 남기고 싶은 게 어쩔 수 없는 사람 심리니까.
“나만 또 쏙 빠지는 기분이라 미안하네. 종종 기회가 닿을 때 연락하자.”
“꼭 연락할게요.”
“저도요.”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별말 없이 가만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사실에 섭섭해하지 않았다.
과거에 비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마무리였기 때문이다.
‘이거면 됐어. 너 죽고 나 살자. 한바탕 난리를 피우지 않은 게 어디야.’
나는 생각을 정리하며 한 번 더 고개를 숙인 뒤 소극장을 빠져나왔다.
짐이라고 할 만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크로스백 하나에 전부 담을 수 있는 정도에 불과했다.
‘극단에서의 일을 마무리 지었으니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시준아!”
등 뒤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이주연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숨을 살짝 헐떡이는 게 급하게 뒤를 쫓아온 모양이었다.
“주연 선배? 무슨 일이에요?”
“그게….”
이주연은 숨을 고르며 잠시 말끝을 흐렸다.
그러더니 뭔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다다다, 하고 말을 쏟아냈다.
“오늘 네가 보여 준 뫼르소 연기는 정말 훌륭했어. 내가 처음 소리샘에 입단에서 봤던 정욱 선배의 연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어떤 점에서는 더 나았지. 정욱 선배가 있는 그대로의 뫼르소를 정석대로 연기했다면 너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속에서….”
그렇게 한참 두서없이 말을 이어 나가던 이주연은 또 한 번 말을 멈췄다.
그런 뒤 이게 아니라는 듯 혼자 고개를 젓더니 전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정말 미안해…. 네가 이렇게 떠나게 둬서는 안 되는 건데….”
진심이 느껴지는 사과였다.
아마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쪽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이주연이 어떠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주연은 선배로서 제대로 처신을 하지 못한 자신에게 실망을 한 기색이었다.
‘충분히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지. 나도 첫 주연 드라마를 내 손으로 망쳤을 때 비슷한 기분을 느낀 적 있으니까.’
그때 나는 내 형편없는 연기보다 다른 누군가를 실망시켰다는 사실에 더 크게 낙담했다.
같이 연기하는 배우, 나의 편의를 봐주는 스태프, 항상 응원하는 가족.
한 사람씩 얼굴이 떠오를수록 가슴이 저릿하게 아팠다.
그만큼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실망했다는 사실은 고통스러웠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주연이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이와 비슷한 감정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주연에 대해서 실망한 부분이 없었다.
오히려 이주연은 극단 소리샘에 있던 누구보다도 괜찮은 사람이었다.
이렇게 뒤쫓아 나와서 사과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것을 증명했다.
나는 이주연을 가만히 마주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어서 물었다.
“정말 괜찮았나요? 제 뫼르소의 연기가?”
그러자 이주연이 멍한 표정을 지으며 한발 늦게 대답했다.
“아…. 응. 굉장히 훌륭했어.”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충분해요. 저는 괜찮습니다. 선배.”
“정말…. 괜찮은 거니?”
“네. 그러니까 선배도 미안해할 것 없어요.”
그제야 이주연이 조금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설사 여기서 무릎 꿇는다 해도 다시 안 들어갈 거지?”
“선배가 미안해할 것 없다니까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
“그래도….”
“게다가 그냥 이대로 돌아가면 민망하잖아요.”
내 뜻이 명확하다는 걸 알았는지 이주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그래서…. 이제 뭐 하려고?”
“연기해야죠. 학원 등록을 생각 중이에요.”
“연기 학원?”
“다른 극단에 들어가 볼까 했는데 아무래도 이쪽이 더 전문적으로 실력을 키우기에 좋을 것 같아서요.”
“그것도 방법이지. 하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 게 낫지 않을까?”
다른 극단 입단과 연기 학원 등록.
나도 둘 사이에서 고민했다.
하지만 메소드 마스크를 이용해 실력을 키우려면 연기 학원 쪽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극단 활동은 연습 외에도 부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소리샘처럼 직접 연극을 올리는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무대를 손수 제작하기 위해서 중노동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메소드 마스크로 연습할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은 무조건 피해야 해.’
게다가 연기 학원의 경우에는 메소드 마스크로 채울 수 없는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
극단 활동을 하며 선배에게 연기를 전수받는 것도 가능했지만 아무래도 전문성을 장담할 수 없었다.
또한 실전 경험으로 내가 스스로 얻어낼 수 있는 것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스스로 얻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나는 이미 연기의 베테랑이 됐을 거야. 실력에 비해 실전 경험은 많은 편이니까.’
결국 연습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전문적 조언을 얻으려면, 연기 학원에 등록하는 게 답이었다.
“짧지만 극단 활동을 하면서 전문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어요.”
내 대답을 듣고 이주연이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런 거라면 그쪽이 너한테 더 맞을 수 있겠다. 꼭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네.”
“감사합니다.”
나는 그 뒤로도 이주연과 꽤 길게 대화를 나누고 난 뒤 헤어졌다.
이주연은 끝까지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며 나의 앞날을 축복해 줬다.
“이제 가볼게요. 선배.”
“조심히 들어가. 또 연락하고.”
왠지 이주연과는 정말 다시 만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주연이 몇 달 안에 드라마판으로 진출한다는 걸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 * *
그렇게 소리샘을 퇴단한 이후.
나는 메소드 마스크로 연습을 하면서 연기 학원을 알아봤다.
소리샘 퇴단과 함께 메소드 마스크의 새로운 기능을 익힐 수 있었는데.
그것은 메소드 마스크가 연극 <이방인>의 연습만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메소드 마스크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화나 드라마의 연습이 가능했다.
“영화 <바라보는 창의 심장>의 주연 김석철 역할을 연습하고 싶어.”
그저 이렇게 말만 하면 그 작품, 그 역할의 연습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동안 연극 <이방인>의 연습에 집중했기 때문에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 기능을 파악한 덕분에 나는 연기 학원을 알아보는 동안 다른 작품의 연습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었다.
솔직히 연습이 너무 재밌어서 연기 학원을 알아보는 일을 잊을 때도 있었다.
‘영화, 드라마 속 인물의 감정을 느끼는 일은 매번 놀랍고 새롭구나.’
하지만 언제까지 계속 메소드 마스크에 빠져서 연기 학원 등록을 미룰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연습 시간이 길어질수록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내가 지금 어느 정도의 연기를 펼치고 있는지 확인을 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회귀 전과 같이 카메라를 구입해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분명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아직 내가 어느 수준으로 연기를 소화하고 있는지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이제 더는 한계야. 슬슬 연기 학원에 등록해야겠어.’
그래도 아예 연기 학원을 알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방송국 소속의 아카데미부터 연예인이 직접 운영하는 사설 학원까지.
다양한 학원의 정보를 수소문해서 괜찮은 곳을 어느 정도 추렸다.
‘어디가 좋을까? 역시 유명 트레이너가 있는 곳을 고르는 게 괜찮으려나?’
개인적으로 현재 가장 끌리는 곳은 ‘트리 엑터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연기 학원이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소속사 중 한 곳이라는 명성도 있었지만.
트리 엑터스는 과거 내가 가장 처음 배우로서 몸을 담았던 소속사였다.
내 개인의 연기력이 문제여서 그렇지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무엇보다도 신인 배우에 불과한 나를 직접 스카우트하고 꾸준히 밀어줬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직접 운영하는 연기 학원에 대한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적어도 최악은 피할 수 있겠지.’
여전히 극소수의 연기 학원은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채 수많은 지망생에 기생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과거 내가 별다른 어려움 없이 트리 엑터스의 눈에 띄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좋은 학원을 잘 골라야 해. 아버지의 도움을 받는 거니까.’
학원 등록비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아버지는 흔쾌히 학원 등록비를 대주겠다고 했지만 내 입장에서 조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까지 크지 않지만 극단에서 월급을 받았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더욱더 그랬다.
‘무엇보다도 회귀 전 내 나이가 서른이라는 걸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이 들 수밖에.’
아이돌 소속사처럼 연습생 시스템이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배우 쪽으로는 그런 게 흔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연습생 기간 없이 곧장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결국 모든 트레이닝비를 연기자 지망생 쪽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루 몇 시간씩 아버지의 식당 일을 돕기로 했지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해.’
연기 연습을 위해 극단 생활을 포기한 마당에 식당 일에 오래 시간을 쏟을 수 없었다.
그럴 거라면 극단 생활을 하면서 연기 연습을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복잡한 생각을 하며 한창 연기 학원을 검색할 때였다.
불쑥, 낯익은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얼굴 천재 배우님 7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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