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70)
얼굴 천재 배우님-70화(70/200)
얼굴 천재 배우님 070화
<체포>의 종영 후.
지정현은 휴식기를 가지며 작품을 고르는 중이었다.
워낙 <체포>가 잘되기도 했지만 본래 지정현의 경우 2년 주기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래야 최상의 컨디션으로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지정현은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충전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한 작품을 만나게 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툭.
지정현은 읽고 있던 대본을 커피 테이블 위에 던지며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자연스럽게 대본의 제목이 보였다.
대본의 제목은 <탈출>이었다.
그렇게 한참 소파에 몸을 파묻고 있던 지정현이 생각했다.
‘이런 대본을 만나게 되다니….’
<탈출>은 일본 경찰을 추격을 피해서 함께 경성을 탈출하는 두 독립 운동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윤봉길 의사와 김상옥 의사를 모델로 이야기를 재조립한 가상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두 인물의 깊은 내면까지 조명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때로는 가상의 이야기가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법이었으니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시종일관 두 인물의 케미를 끌어내며 긴장감 넘치게 사건을 그려냈다는 것이었다.
어찌나 잘 썼는지 대본을 읽는 것만으로 두 사람이 경성을 탈출하며 보여 주는 현란한 액션 씬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랬기 때문에 지정현은 <탈출>에 욕심이 났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지금껏 도전해 보지 못한 장르의 영화라는 게 인상적이었다.
‘휴식도 좋지만 이 영화는 놓치면 안 돼.’
지정현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고 곧장 소속사에 전화를 걸어서 출연을 확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며칠 뒤 <탈출>의 대본을 쓴 영화감독과 미팅을 갖게 됐다.
“큰 기대 없이 캐스팅 제안을 넣었는데 이렇게 긍정적인 답변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오랜만에 좋은 대본을 보게 돼 기뻤습니다. 그나저나 작가님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던데. 이게 혹시 첫 작품인가요?”
“아아. 입봉은 이미 했고 독립 영화 몇 작품을 찍었는데 아직 검색이 될 정도는 아니네요. 앞으로 열심히 해야죠.”
“그랬군요. 실례했습니다. 작품이 너무 좋아서 의아했거든요.”
그렇게 지정현은 <탈출>의 감독과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탈출>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아직 투자처를 구하지 못한 것은 물론, 제작사도 찾지 못한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캐스팅이 되고도 <탈출>의 촬영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지정현은 고심 끝에 <탈출>의 영화감독을 적극적으로 돕기로 했다.
자신의 영향력이라면 한 편의 영화를 능히 만들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작품 투자 및 제작에 관심을 가졌기도 했고.
‘무엇보다 <탈출>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야.’
물론 이렇게 마음을 먹게 된 데에는 꽤 시간이 걸렸다.
여러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누며 감독의 겸손한 성격,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도, <탈출>을 꼭 성공시키고자 하는 열정 등을 확인했다.
또한 감독이 이전에 찍었다는 독립 영화도 전부 찾아서 몇 번이나 돌려봤다.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게 의아할 정도로 전부 상당한 수작이었다.
지정현은 평소 독립 영화를 자주 챙겨 보는 편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지정현은 <탈출>의 투자 및 제작에 관여하기로 마음을 먹고 소속사를 통해 추가 투자처와 제작사를 알아봤다.
그사이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고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가 한바탕 열풍을 일으킨 뒤 종영했다.
최근 매일같이 붙어 다니고 있는 지정현과 영화감독은 항상 점심을 함께 먹는 한가한 국밥집에서 대화를 나눴다.
“정말 감사합니다. 배우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일이 이렇게 진척되지 않았을 거예요.”
“아닙니다. 저도 꼭 <탈출>이 극장에 걸렸으면 해서 도움을 드린 건데요. 뭘.”
“그나저나 이제 슬슬 캐스팅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데 마땅한 배우가 없네요.”
“저번에 송정혁한테는 별로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죠?”
“작품 자체에는 관심이 있는데 차기작까지 계약이 완료돼 있어서 1년을 기다려 달라더라고요.”
<탈출>에는 개성이 뚜렷한 두 명이 주인공이 등장했고, 그중 한 명은 지정현이 맡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다른 한 명은 마땅한 배우를 찾지 못했다.
거의 지정현 수준으로 존재감을 뽐낼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지정현 수준의 배우는 전부 차기작까지 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탈출>은 1년 넘게 제작을 대기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투자처와 제작사가 아직 이름값이 크지 않은 <탈출>의 영화감독을 못 미더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제작 기간이 한없이 길어지면 영화가 엎어질 수도 있었다.
지정현은 물론 <탈출>의 영화감독 또한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혹시 배우님께서 염두에 두고 있는 배우가 있을까요?”
<탈출>의 영화감독이 조심스럽게 지정현에게 물었다.
보통이라면 캐스팅 권한을 가지고 있는 영화감독이 이런 질문을 하지 않겠지만 지정현은 투자와 제작에 모두 관여하고 있었다.
그때 국밥집의 벽면에 걸려 있던 TV에서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방영 소식이 전해졌다.
그와 동시에 TV에는 시준의 얼굴이 비쳤다.
지정현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마음에 드는 배우가 한 명 있긴 한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며칠 뒤.
지정현은 구경모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음…. 확실히 늘었군.”
지정현이 옅은 미소와 함께 뱉어낸 한마디 말.
이것만으로도 나는 큰 인정을 받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정현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코믹부터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 주인공의 절절함까지. 다뤄야 할 감정의 폭이 꽤 큰데 연기가 수준급이었어.”
“칭찬 감사합니다. 선배님.”
“너무 그렇게 고마워할 것 없네. 칭찬이 당연한 연기였으니까. 다음 화가 기대되는군.”
지정현은 놀라울 정도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그 사실에 무척이나 뿌듯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톱배우의 인정을 받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렇게 지정현이 칭찬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구경모의 집 분위기는 한층 더 좋아졌다.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첫 방송이 시작하기 전보다도 훨씬 화기애애했다.
구경모와 양이듬도 흥이 나는지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칭찬은 대부분 드라마의 첫방을 시청하면서 보여 준 주접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같은 얘기가 반복되더라도 칭찬을 듣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칭찬 파티가 벌어지고 난 뒤.
나는 핸드폰에 밀려들기 시작한 축하 메시지에 일일이 답변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아버지와 형이 있는 단톡방에 메시지를 확인했다.
[단답맨][23:33] 첫 주연 드라마 첫방 축하해 [Sijun][23:33] 오올 [Sijun][23:33] 파리에서도 드라마 본방을 사수한 거야? [Sijun][23:34] 확실히 글로벌 시대라 이건가? [단답맨][23:34] 그럴 리가 [단답맨][23:34] 그냥 이쯤이면 첫방이 끝났을 것 같아서 메시지를 보냈지 [Sijun][23:35] 아… [Sijun][23:35] 어쨌든 감사이렇게 형의 축하를 받고 있을 때 아버지가 등판했다.
[산사나이][23:36] 아들! [산사나이][23:36] 너무 고생 많았다! [산사나이][23:36] 지금 망원동 내 친구들도 전부 첫방에 감격하고 있어! [산사나이][23:37] 너무 재밌더라고! [Sijun][23:37] 축하 감사합니다 [Sijun][23:37] 그런데요 아버지 [산사나이][23:37] 응? [Sijun][23:38] 제가 좋아요? 신디 선배님이 좋아요? [산사나이][23:38] 그걸 말이라고 물어? 당연히 아들이지!사진에는 정말 수제 케이크가 찍혀 있었다.
다만 케이크 위에 초콜릿으로 적혀 있는 글씨가 내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Sijun][23:39] 그런데 왜 케이크에는 신디 선배님 이름만 있는 거예요? [산사나이][23:40] 어? 이게 왜 이러지? [산사나이][23:40] 잠깐만 아들 [산사나이][23:41] 친구들이 술 한잔하자고 보챈다 [산사나이][23:41] 이따 연락할게!아버지가 뒤늦게 케이크 밑에 작은 글씨로 내 이름을 적어서 다시 사진을 보내줬지만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는 그동안 인연을 맺었던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받았다.
정수진 작가, 유성효 감독, 신디에게는 내가 먼저 감사 인사와 함께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그때 옆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구경모가 입을 열었다.
“와. 시준아. 온라인 반응 장난 아닌데?”
구경모의 말을 양이듬이 받았다.
“그러니까. 어딜 가도 지금 <황녀님, 동거합시다> 얘기뿐이야.”
나는 시청률을 거의 기대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이야기에 놀랐다.
서둘러 핸드폰을 확인했다.
‘혹시 좋지 않은 이야기가…. 아니네?’
다행히 온라인을 점령한 것은 <황녀님, 동거합시다>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였다.
-드라마 너무 내 취저ㅋㅋㅋ
-초반부터 몰입감 뭐임?ㅇㅇ
-신디 연기 너무 좋다ㅠㅠ
-아니 얼굴도 너무 예뻐…
-솔직히 얼굴은 이시준이 더 예쁘지ㅋㅋ
-ㅆㅇㅈㅋㅋㅋㅋ
-어떻게 여주보다 더 예쁠 수 있지?
-그냥 얼굴만 보고 있어도 재밌음ㅋㅋ
-잠깐 시준이 봤는데 순식간에 한 시간…
-한지훈 완전 댕댕남주!
-골든 리트리버 같음ㅋㅋㅋ
-근데 이시준 연기도 좋지 않았어?
-나도 놀랐음ㅋㅋ 원래 이렇게 잘했나?
-사캐에서도 괜찮았음!
-그때부터 시준이 앓는 사람 많았지…
-뭐래ㅋㅋ 이시준 연기는 체포 때도 좋았어ㅋㅋㅋ
-맞아ㅋㅋ 그때부터 이미 탈신인급이라고 난리ㅋㅋ
-아ㅋㅋ 체포 때 생각나네ㅋㅋ 그때 사람들 시준이 욕 많이 했는데ㅋㅋㅋ
-그니까… 왜 더 제대로 된 주인공 아역 못 구했냐고 난리였지…
-그랬던 시준이가ㅋㅋ 이렇게 컸습니다ㅋㅋ 여러분ㅋㅋㅋ
-내일 시청률 잘 나올 듯? 메인 주연 두 명도 괜찮은데 감독 연출이 괜찮아서…
-대본도 컨셉대로 완성도 높게 쓰인 것 같은 느낌임ㅇㅇ
-근데 OST는 약간 아쉽지 않았어?
-약간;; 중간중간 쓰이는 효과음 차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몇몇 곡이 별로;;
-그래도 이 정도면 평균인 것 같은데? 엔딩곡은 좋았잖아
-신디가 불렀으면 더 잘했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문제인 듯ㅋㅋ
물론 그것이 전부 좋은 얘기는 아니었다.
눈 밝은 시청자 몇몇은 음악의 부족함을 짚어냈다.
확실히 내가 느끼기에도 효과음 쪽은 나와 신디의 피드백을 거치며 좋아졌다.
하지만 OST는 이미 받아 놓은 곡을 무를 수 없었다.
그래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 같았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만한 부분은 전체적으로 곡의 수준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또 중간중간 좋은 곡이 섞여 있었다.
대표적으로 엔딩곡이 그랬다.
‘이후 6부에서 둘의 감정이 최고조로 고조될 때 신디가 직접 부르는 OST가 등장할 거야.’
나는 그때를 기대해 보기로 마음을 먹으며 핸드폰 화면에서 눈을 뗐다.
그와 동시에 지정현과 눈이 마주쳤다.
딱 봐도 무슨 할 말이 있는 듯했다.
“오늘 드라마를 보고 나니 확신이 드는군.”
“네?”
“혹시 다음에는 나와 같이 영화에 출연해 보지 않겠나?”
“영화요?”
나는 지정현의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작품에 함께 출연하자고 이야기를 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진 이야기에 나는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 <탈출>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라네.”
<탈출>은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 김필성의 첫 상업 영화였다.
회귀 전 김필성 감독에게 오디션을 봤던 일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얼굴 천재 배우님 70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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