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71)
얼굴 천재 배우님-71화(71/200)
얼굴 천재 배우님 071화
김필성 감독은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독립 영화를 찍으며 어렵게 경력을 쌓다가.
<탈출>이란 제목의 첫 상업 영화로 혜성처럼 등장한 후.
세계적인 감독으로 발돋움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탈출>의 개봉 후 김필성 감독이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년.
그해 김필성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각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심지어 이러한 실력과 명성을 제외하고서라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은 김필성이었다.
개인적 취향에 가장 부합하는 영화를 찍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탈출>은 김필성 감독의 영화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좋아했는지 회귀 전 오디션을 위해 분석한 <감출 수 없는 환청>만큼 대본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런데 김필성 감독의 영화의 출연할 기회가 이렇게 찾아오다니.
내 입장에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심장의 고동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지정현도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꼈는지 나에게 질문했다.
“혹시 <탈출>이라는 작품을 알고 있나?”
이 질문을 받음과 동시에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빠르게 기억을 되새겼다.
지금 이 순간 <탈출>을 알고 있다는 건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과거 김필성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탈출>이 투자를 받지 못해 제작의 난항을 겪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도움을 준 게 지정현 선배님이었다고 했지?’
단순히 도움만 준 것이 아니었다.
투자는 물론 제작에도 관여하며 <탈출>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다 <탈출>의 두 주인공 중 한 사람인 ‘윤우성’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대한민국 톱배우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비록 다른 주인공이 지정현 선배님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탈출>의 성공은 엄청났다.
김필성 감독을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한 원동력 같은 작품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어쨌든 지금 <탈출>을 알고 있다고 대답하는 것은 위험했다.
그래서 나는 김필성 감독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대답하려다가 또 한 번 입을 다물었다.
아직 지정현의 입을 통해 김필성 감독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에 아찔해하며 대답했다.
“…솔직히 <탈출>이라는 영화 제목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그랬나? 그런데 왜 놀랐지?”
“선배님께서 함께 영화에 출연하자고 이야기할 줄 몰랐거든요.”
나는 아직 순간적으로 표정을 감추는 데 익숙하지 못했다.
몸치라는 선천적 결함을 메소드 마스크로 극복한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는 어설픈 연기를 하는 것보다 적절한 대답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게 중요했다.
지정현이 함께 영화를 출연하자고 해서 놀란 것은 어쨌든 연기가 필요 없는 사실이니까.
다행히 나의 이러한 작전이 통한 듯했다.
지정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조금 놀라긴 했겠군.”
“네? 네. 그렇죠.”
“하지만 배우라면 너무 주변 환경에 휘둘려서는 안 되네. 함께 연기하는 동료와의 친분이나 명성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이니까.”
“아아. 그렇죠. 선배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중요한 것은 작품이죠.”
“자네가 궁금해할 것 같아서 대본을 가져왔네.”
지정현이 소파 옆 바닥에 놓여 있던 가방에서 대본을 꺼내 건넸고, 나는 그것을 공손히 받아들었다.
대본의 첫 페이지에는 <탈출>이라는 제목과 함께 김필성 감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김필성….”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지?”
“아. 네.”
“하지만 내가 앞서 얘기했듯이 중요한 것은 작품, 그 자체라네.”
“네. 그렇죠. 그 사실을 기억하고 대본을 꼼꼼히 읽어 보겠습니다.”
“그래. 읽어 보고 연락하도록. 그럼 난 그만 일어날까.”
지정현이 할 말을 모두 마쳤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이었다.
그런 까닭에 나, 구경모, 양이듬은 잠시 당황했지만 늦지 않게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배웅을 하기 위해서 현관문까지 따라나섰을 때.
지졍현이 한마디 말을 남겼다.
“아. 빼먹은 얘기가 있군. 자네가 만약 <탈출>에 합류한다면 그 역할은 ‘김성연’이 될 것이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심장이 또 한 번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김성연은 김상욱 의사를 모델로 한 <탈출>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 중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내가 정말 김성연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그래서인지 구경모와 양이듬이 대박이라며 난리를 피우는 동안에도 나는 정신이 멍한 느낌이었다.
도무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 * *
나는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구경모, 양이듬과 술자리를 가진 게 오랜만이라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졌다.
그렇게 여경찬을 집으로 먼저 돌려보내고 택시를 타고 돌아와 보니 새벽 3시였다.
샤워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 <탈출>의 대본집이 떠올랐다.
‘조금만 읽어 보자….’
이대로는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한번 대본을 손에 잡으니 놓을 수가 없었다.
새록새록 직접 분석했던 <탈출>의 내용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 이런 장면이 있었지. 여기는 다르게 연기하는 게 더 좋았을 텐데.’
회귀 전 김성연 역할을 맡은 배우는 객관적으로 연기력이 나쁘지 않았다.
원래도 비주얼보다 연기 쪽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배우였다.
애초에 지정현과 비슷한 연기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 중 비주얼까지 되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탈출>에서 김성연 역할을 맡은 배우는 중간중간 아쉬운 지점을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지정현의 연기력이 너무나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정현은 원래도 연기가 좋았는데 <탈출>에 투자 및 제작에 관여하면서 대본에 대한 이해도가 극에 달했다.
심심하면 감독과 만나 대본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김성연 역할을 맡은 배우는 지정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기력이 부족해 보이게 됐고.
나 또한 <탈출>의 찐팬으로서 이 부분이 항상 아쉬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김성연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었을까, 고민하게 됐다.
지금 내 머릿속에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은 바로 이러한 기억이었다.
‘맞아. 이 부분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한층 더 감정을 풍부하게.’
그렇게 <탈출>의 대본을 읽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뒤늦게 알람 소리에 맞춰 잠이 깼다.
띠디디디.
눈을 떠 보니 벌써 날이 밝아 있었다.
대본을 세 번째 다시 읽었을 때 잠이 든 모양이었다.
오늘은 촬영이 없는 날이었기 때문에 더 잠을 자려다가 시청률 생각이 나 핸드폰을 찾았다.
그렇게 시청률을 확인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상체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1부 시청률은 4.88%이었다.
* * *
내가 생각한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1부 시청률은 2%대 초반이었다.
이것도 기대치를 한껏 높인 거였다.
만약 유성효 감독이 화면 구성 및 편집 속도를 바꾸지 않았다면 1%대 초반을 기대했을 테니까.
그랬기 때문에 시청률이 이렇게 4%를 넘어 5%에 육박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신디 선배님의 흥행 파워를 무시한 걸까?’
앞서 설명한 바 있듯이 신디는 대한민국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장인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신디의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나온다면 일단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드라마가 충분히 기대감을 가지게 할 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었으니 1부 시청률이 생각보다 높을 수 있었다.
‘어쩌면 회귀 전에도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1부 시청률은 높았을지 몰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그런 드라마가 있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너무 별로라서 점점 시청률이 하락하는 드라마.
회귀 전 <황녀님, 동거합시다>도 이런 드라마였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2부에서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시청률이 떨어질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그렇게 될까,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4.88%라는 시청률이 단순히 <황녀님, 동거합시다>에 대한 여러 기대치만으로 채워질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디라는 배우의 흥행 파워와 드라마 소재 자체의 흥미로움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4.88%의 시청률이 나오려면 조금 더 그럴듯한 이유가 필요했다.
한창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김보미 팀장님][09:03] 배우님? [김보미 팀장님][09:03] 혹시 일어나셨나요?이 시간에 김보미에게 연락이 오다니.
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서둘러 그렇다고 답장했다.
그러자 김보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배우님!
“안녕하세요. 혹시 무슨 일 있나요?”
-당연히 있죠!
나는 김보미의 대답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안 좋은 일인가요?”
-아뇨! 너무나도 좋은 일이에요. 혹시 시청률 확인하셨나요?
“아. 시청률 얘기였군요. 괜히 걱정했네요. 네. 확인했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배우님이 아니었다면 이런 성적표를 받아 보지 못했을 거예요.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신디 선배님의 인기와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흥미로운 소재 덕분이죠. 뭐.”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지금 신디 쪽 소속사에서도 배우님께 감사하다고 연락이 왔는데.
“연락이요? 연락이 왜….”
그렇게 김보미의 설명이 쭉, 이어졌다.
정리하자면 두 작품의 성공으로 주가를 충분히 올린 내가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출연하며 시청자의 기대치가 높아졌고.
<어메이징 선데이>에서 예기치 않은 활약을 한 것이 드라마 흥행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였다.
나는 김보미의 설명을 듣고 얼떨떨한 기분이 됐다.
“정말 그 덕분에 시청률이 오른 걸까요?”
-당연하죠. 이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으니까요.
“아….”
-아마 두 분의 케미가 너무 좋고 드라마의 완성도도 높으니 오늘 2부의 시청률은 더 오를 거예요.
김보미의 이야기는 구구절절 모두 옳았다.
그 때문에 도무지 반박할 수 없었고 괜히 낯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의 칭찬을 받는 게 너무나도 어색했기 때문이다.
‘한 드라마의 메인 남주로서 성공한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과거의 일을 되새기며 감상에 젖어 있을 때였다.
김보미가 문득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렇게 계속 <황녀님, 동거합시다>가 승승장구한다면 다음 주에 있을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수상을 기대해 봐도 될 것 같은데요?
얼굴 천재 배우님 71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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