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72)
얼굴 천재 배우님-72화(72/200)
얼굴 천재 배우님 072화
그리고 보니 벌써 4월이었고, 회귀한 지 거의 딱 1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지금껏 정신없이 내달리며 <체포>,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 <황녀님, 동거합시다>에 연이어 출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특히 시상식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껏 출연한 드라마가 전부 케이블에서 방영돼 연말 시상식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연말 시상식이라는 게 원래 공중파 방송 3사의 잔치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상식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다.
그렇게 지금껏 백상예술대상을 떠올리지도 못했다.
김보미가 아니었다면 계속 이런 상태로 남았을 것이다.
‘음…. 백상예술대상에서의 수상 가능성이라…. 신인상 정도는 노려볼 만하려나.’
김보미는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성적을 거론하며 우수상 수상을 운운했다.
하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애초에 백상예술대상의 심사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상은 지난 연도 5월 1일부터 당해 연도 4월 11일까지의 작품을 대상으로 시상 후보를 추렸다.
또한, 이 기간에 3분의 1이 방영되어야 시상 후보에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황녀님, 동거합시다>는 3분의 1을 방영할 수 없었다.
그러려면 적어도 한 달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결국 백상예술대상의 시상 기준에 부합하는 나의 출연작은 두 개뿐이었다.
<체포>와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 이렇게 두 개.
그리고 이 둘만으로는 신인상 수상을 장담할 수 없었다.
<체포>에서 나는 주인공이었지만 고등학생 역을 맡았다.
또한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서는 세 번째 남주에 불과했다.
둘 다 신인상을 받기에는 배역의 비중이 좀 적다고 할 수 있었다.
진짜 주인공 역할을 맡으며 후보의 오른 사람도 많았으니까.
그나마 두 드라마 모두 시청률 10%를 넘으며 수작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
이게 나에게 한 가지 유리한 부분이었다.
다만 이러한 사실이 한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았다는 것보다 크게 작용할지 알 수 없었다.
나라도 다른 사람에게 신인상을 줄 거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렇게 나는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백상예술대상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사이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2부가 방영됐고 시청률이 공개됐다.
다행히 시청률은 1부보다 살짝 높은 4.91%를 기록했다.
시청률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유의미한 상승세였다.
커뮤니티의 반응도 여전히 나쁘지 않았고 화제성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시청률은 계속 오를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다음 주 3부의 시청률은 5.32%였고 4부의 시청률은 5.36%였다.
이대로라면 백상예술대상 참가 전에 시청률 10%에 근접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확실히 촬영 현장도 흥이 올랐다.
특히 시청자 반응을 확인한 유성효 감독이 확신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
나와 신디의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참고한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정수진 작가 또한 우리의 의견에 힘을 실어 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연일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촬영에 힘을 쏟고 있었다.
아직 촬영이 꽤 남아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 가지 더 신경 써야 할 일이 생겼다.
“배우님! 이거 어때요? 막 입어 보고 싶은 스타일이죠?”
내 전담 스타일리스트를 맡고 있는 송진아가 적극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원래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지만 근래 그 정도가 심해졌다.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이 송진아에게 큰 자극을 준 듯했다.
“괜찮네요. 수트 재킷의 바스트 포켓 포인트가 인상적이고.”
“역시 우리 배우님이라면 단번에 알아볼 줄 알았다니까. 잠깐 입어 볼까요?”
“그러죠.”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대본을 한쪽에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유성효 감독으로부터 현장 디렉을 받고 연습을 끝마쳤다.
그 때문에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하지만 여유가 있다는 것은 내 착각에 불과했다.
한 번 불이 붙은 송진아가 끊임없이 새 옷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배우님. 이건 어때요?”
“이것도 예쁘죠?”
“와. 완전 멋져!”
“이렇게 다 잘 어울리기예요?”
“아. 안 돼. 뭘 골라야 해.”
“심지어 이것도 너무 잘 어울려!”
송진아가 마지막으로 입힌 옷은 땡땡이 무늬가 들어가 있는 노란색 수트였다.
내가 보기에는 영 아닌 것 같았는데 송진아는 이것도 잘 어울린다면서 감격했다.
나는 여경찬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여경찬 또한 멍한 표정으로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난감해하며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솔직히 당연히 안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네요.”
결국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얘기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당황했다.
이대로 노란색 수트를 입게 되는 건가.
아찔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감격한 듯 두 손을 맞잡고 있던 송진아가 현실을 자각하며 말했다.
“그래도 땡땡이 노란색 수트는 좀 아니죠?”
“…네. 좀 그렇죠.”
“최종 후보에서 뺄게요. 어차피 잘 어울리는 다른 게 많으니까.”
그렇게 송진아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최종 후보를 추리기 시작했다.
왼손으로 땡땡이 노란색 수트를 드는 걸 보니 오른손에 드는 게 최종 후보인 것 같았다.
그런데 오른손에 생각보다 너무 많은 옷을 들고 있었다.
‘설마…. 저걸 다시 입어 보라고 하지 않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대기 차량의 문을 두드렸다.
“네!”
“아. 이시준 배우님. 이제 곧 촬영 시작입니다. 스탠바이해 주세요.”
그와 동시에 송진아의 얼굴에서 실망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아아.”
나는 그 반응을 보며 역시 다시 입어 보게 하려고 했구나, 하고 생각하며 얼른 대답했다.
“지금 가겠습니다. 당장.”
* * *
하지만 영원히 송진아를 피해 다닐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나는 송진아의 부탁에 따라 다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래도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전부 괜찮은 의상이었다.
또 한 번 입어 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송진아가 의상을 잘 고른 것 같았다.
역시 송진아는 능력 있는 스타일리스트였다.
‘협찬을 받겠다고 열심히 발품을 팔고 다니더니 전부 옷이 좋아. 대단하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송진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전부 괜찮네요.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더 어려워요. 어떤 걸 최종 선택해야 할지. 혹시 배우님은 뭐가 제일 마음에 드세요?”
“글쎄요…. 지금은 최종 후보에 오른 의상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드네요.”
“음. 그럼 제가 일단 세 벌만 추려 볼게요. 잠시만요.”
그렇게 송진아가 이리저리 의상을 살펴보며 마지막 세 벌을 골랐다.
어감이 좀 이상하지만 최종 후보의 최종 후보인 셈이었다.
나는 그렇게 세 벌의 의상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먼저 첫 번째 의상은 카키그레이 톤의 ‘리버스 플리츠 원버튼 수트’였다.
검은색 셔츠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치해 댄디함을 강조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제품답게 기품이 느껴지는 게 특징이었다.
그다음으로는 단정한 느낌의 ‘하운즈 투스 체크 리젠트형 수트’였다.
이 역시도 검은색 셔츠와 검은색 넥타이를 매치할 예정이었는데.
브룩스 브라더스 특유의 날렵함이 잘 표현돼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핀 스트라이프 캐시미어 수트’였다.
유일하게 흰색 셔츠, 검은색 넥타이를 매치할 예정인 수트였는데.
브라오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정교하고 세밀한 디테일이 인상적인 작품….
“어?”
내가 의문을 표하자 송진아로부터 대답이 돌아왔다.
“네? 왜 그러세요? 배우님?”
“핀 스트라이프 수트 말이에요. 이거 브라오니 거가 맞나요? 라인이 좀 다른 것 같은데….”
“아아. 아니에요. 다른 브랜드예요. 요즘 국내에서 막 뜨고 있는 디자이너가 한 사람 있거든요. 그쪽에서 받아 왔어요.”
그렇게 송진아가 마지막 수트를 누가 만든 것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내 마음은 점점 ‘핀 스트라이프 캐시미어 수트’의 쪽으로 기울었다.
만듦새도 ‘핀 스트라이프 캐시미어 수트’가 가장 훌륭했지만.
‘핀 스트라이프 캐시미어 수트’의 미래 가치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시후 디자이너의 수트라니….’
나는 마침내 송진아의 입에서 호명된 이름을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시후 디자이너는 아직 Tempus 등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후 하이엔드 브랜드를 런칭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는 대단한 인물이었다.
솔직히 지금 시기가 아니라면 이시후 디자이너의 옷을 입는 게 불가능했다.
‘천외천…. 연예인의 연예인만이 입을 수 있는 옷이 될 테니까….’
나는 송진아의 설명을 모두 듣고 망설임 없이 의상을 결정했다.
“이것으로 하죠.”
그러자 송진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랐다.
“네? 정말요? 이걸로 하실 거예요?”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현시점에서 이 중 가장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이시후 디자이너의 수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 이게 제일 마음에 들어요.”
* * *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아침이 밝았다.
나는 깨끗이 세차를 한 차량을 타고 일산 킨텍스로 이동했다.
그렇게 시상식장에 도착하자 차창 밖으로 레드카펫이 보였다.
그 옆으로는 수많은 숫자의 기자들이 도열해 있었다.
모두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있어서 그 모습이 조금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잠시 걱정했다.
간신히 신인상 후보에 오른 만큼 환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여경찬이 먼저 차에서 내려서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와 문을 열었다.
“배우님. 내리시죠.”
여경찬도 긴장을 했는지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게 또 당황스러워 한발 늦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그러죠.”
하지만 내 목소리는 여경찬에게 닿지 못했다.
내 대답이 떨어짐과 동시에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와아아!”
“이시준이다!”
“뭐야! 오늘 너무 멋있어!”
찰칵. 찰칵. 찰칵. 찰칵.
환호성뿐만이 아니었다.
기자들이 바쁘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아직 내리지도 못했는데 이런 환대라니.
약간 몸이 굳는 걸 느끼며 천천히 차량 밖으로 걸어 나왔다.
나는 이러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프로로서 팬들에게 조금 더 멋진 모습을 보여 줘야 하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독한 몸치였던 나는 긴장감을 쉽게 감출 수 없었다.
그렇게 내가 레드카펫 위에 발을 디디는 순간이었다.
“어?”
어째서인지 더 이상의 환호성이 들리지 않았다.
카메라 셔터 소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얼굴 천재 배우님 72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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