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74)
얼굴 천재 배우님-74화(74/200)
얼굴 천재 배우님 074화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시상식장 내부로 입장했다.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서 이동하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준아!”
고개를 돌려 보니 그 자리에는 박준이 서 있었다.
“형. 오랜만이에요.”
“그러게. 정말 오랜만이다. 잘 지냈지?”
박준과는 꾸준히 연락을 하고 있었다.
몇 번 사적으로 만남을 가지기도 했고.
하지만 <황녀님, 동거합시다> 캐스팅 이후로는 거의 만나지 못했다.
워낙 내가 새 작품에 집중하는 경향이 커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박준 또한 새 작품을 준비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박준은 이번에 영화에 들어갔고 한창 촬영 중이었다.
“저는 드라마 찍느라 바빴죠.”
“첫 주연인데 반응 좋더라. 곧 시청률 10%도 넘기겠던데?”
“신디 선배님 덕분이죠. 형은 어때요? 영화 잘 찍고 있어요?”
“너무 영화 작업이 오랜만이라 조금 헤매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지. 몰랐는데 내가 좀 새 작품 적응이 느린가 봐.”
“그래도 늘 결과가 좋았잖아요. 아마 이번 영화도 성과가 있을 거예요. 개봉이 언제였죠?”
그렇게 나는 박준과 즐겁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백상예술대상에 처음 참여하는 거라 살짝 긴장했는데 아는 사람을 만나게 돼서 반가웠다.
회귀 전 나는 거의 꽃병풍으로 각종 작품에 출연했기 때문에 단 한 번도 백상예술대상의 후보에 오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연말 시상식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까닭에 시상식 경험이 없었고, 나는 현재 조금 긴장을 한 상태였다.
앞서 레드카펫 위에서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했다면 큰일날 뻔했다.
하지만 박준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니 조금 남아 있던 긴장감마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박준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아는 얼굴을 계속 만났다.
대체로 <체포>,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를 통해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었다.
“시준 씨. 반가워요.”
“와! 오랜만이에요!”
“드라마 잘 보고 있어요!”
“배우님! 오늘 너무 잘생겼어요!”
<체포>와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 둘 다 시청률이 잘 나왔던 만큼 모든 부문에서 수상을 노릴 만했다.
특히 박준의 경우에는 유력한 수상 후보였다.
“형. 이번에 TV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 올랐죠?”
“응. 그렇더라. TV 부문 대상 후보에도 올랐는데 아무래도 이쪽은 힘들 것 같아.”
“혹시 모르죠. 작년에 두 작품이나 대박을 냈으니까.”
“나도 조금 기대 중인데. 아무래도 백상의 대상은 공로상 느낌이 강해서…. 너는 TV 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 후보지?”
“네. 그런데 저야말로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다른 분들이 워낙 쟁쟁하잖아요.”
“그래도 두 작품 시청률은 네가 제일 높을걸? 김원영 역할도 웬만한 메인 남주 못지않게 인기가 많았고.”
“그게 진짜 메인 남주로 활약한 배우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을지 모르겠네요. 큰 기대 없어요.”
“하긴 그게 너무 큰 기대를 해서 실망을 하는 것보다는 낫지.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마. 혹시 모르잖아.”
박준과 한창 이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옆에서 크흠, 하고 헛기침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는 얼굴인가 싶어서 고개를 돌렸는데 지정현이 뒤에 서 있었다.
나와 박준은 지정현을 향해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당연하게도 지정현은 우리 두 사람에게 모두 선배였다.
워낙 쟁쟁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백상예술대상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경력이 높은 축에 속했다.
지정현이 대한민국에서 어째서 톱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는 잘 지냈네. 그나저나 두 사람은 원래 좀 친했는가?”
안부라면 또 모를까.
다짜고짜 친분을 묻다니 대화의 흐름이 조금 이상했다.
하지만 나는 깊게 고민하지 않고 지정현의 질문에 답했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 함께 출연하면서 친해졌습니다. 현장에서 의기투합을 했거든요. 그렇죠? 형?”
“그치. 형보다 나은 동생을 만난 덕분에 성공적으로 드라마를 세상밖에 내보낼 수 있었지. 그나저나 선배님께서도 시준이를 아십니까?”
박준이 질문을 던지자 지정현이 특유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다.
“같은 배역을 공유한 사이인데 모를 수 있나.”
왠지 가시가 돋친 듯한 말투였다.
그러자 박준 역시도 지지 않겠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지정현의 말을 받았다.
“그런가요? 선배님께서 워낙 무뚝뚝해서 당연히 시준이에게는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원래라면 그랬을 수도 있지. 하지만 시준이는 평범한 후배가 아니니까. 자네도 그래서 형 동생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글쎄요. 저는 누군가에게 그렇게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과연 그럴지 지켜봐야겠지. 또 자네가 아무랑 형 동생을 하는 성격은 아니지 않나.”
왠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너무 서 있어서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둘이 아는 사이인 것만은 확실한 거 같은데…. 사이가 묘하게 안 좋아 보이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과거 연속으로 몇 번 같은 작품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다니.
나는 잠시 그게 오늘 두 사람이 나란히 TV 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TV 부문 대상까지 경쟁하고 있을 테니 라이벌 의식을 느낄 만했다.
‘상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과 날 선 대화를 주고받는 게 이해되지 않지만….’
최우수 연기상부터는 라이벌 의식이 짙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나는 그 정도의 상에 노미네이트된 적이 없으니까.
이런 식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지정현과 박준이 서로를 날카롭게 째려보더니 내 쪽으로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시준아. 어디 앉아?”
“어디에 앉을 생각인가?”
갑자기 내 쪽으로 불똥이 튄 것에 나는 잠시 당황했다.
“…글쎄요.”
하지만 침착하게 주변을 지나가고 있던 스태프에게 질문했다.
“시상식은 지정석이죠?”
“네. 맞습니다.”
“혹시 제가 어디에 앉는지 알 수 있을까요?”
“잠시만요…. 아. 저쪽에 앉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스태프가 멀지 않은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와 함께 지정현과 박준의 표정이 상반되게 갈렸다.
내 자리에도, 그 옆자리에도 이름이 떡하니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뭔가 득의양양한 느낌의 박준.
괜히 아쉬워하고 있는 지정현.
그랬다.
내 옆자리의 주인공은 바로 박준이었다.
아마 비교적 최근에 드라마를 함께한 박준의 자리를 가깝게 세팅한 것 같았다.
주최 측의 배려였다.
“시준아. 가서 자리에 앉자. 곧 시상식 시작하겠다.”
“아…. 네!”
“그럼 선배님. 먼저 가 보겠습니다. 오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박준이 한결 밝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지만 지정현의 굳은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나는 뭐라도 한마디 말을 덧붙여야 할 것 같아 입을 열었다.
“선배님! 다음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도록.”
그렇게 나는 박준의 뒤를 따라서 지정석에 자리했다.
힐끔, 뒤를 쳐다보니 지정현이 생각에 잠긴 듯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발 늦게 걸음을 옮겼다.
* * *
올해 백상예술대상은 ‘돋아나다’라는 주제로 시상식의 서막을 열었다.
주제에 맞게 TV, 드라마, 영화, 연극 등의 인상적인 장면이 편집돼 펼쳐졌다.
백상예술대상의 위상에 걸맞은 퀄리티가 높은 영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흥미롭게 영상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렇게 소개 영상이 모두 재생되고 백상예술대상의 메인 MC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메이징 선데이>로 한 차례 안면을 튼 적 있는 임동섭과 국민 첫사랑이라는 별명이 있는 톱급 배우 배지수가 메인 MC였다.
두 사람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작년 한 해를 되돌아봤다.
“작년 한 해는 부쩍 많은 작품이 많은 분의 사랑을 받았는데요. 그 덕분에 국내 유일무이의 종합예술시상식인 백상예술대상도 바쁜 한 해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TV, 드라마, 영화, 연극. 각 부문에서 활약한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우리는 더 행복할 수 있었고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각 부문의 심사 위원이 소개됐다.
모두 이름이 있는 쟁쟁한 사람들이었다.
백상예술대상의 주최 측이 역사와 권위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게 또 한 번 2차 소개 영상이 나갔고, 나는 가슴이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2차 소개 영상 이후로 TV 부문 남자 신인상 후보가 발표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곧 신인상 후보가 나오겠네.”
박준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말이 끝나자마자 작년 수상자 두 사람이 시상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상식장의 가장 큰 화면에는 TV 부문 남자 신인상이라는 글자가 화려하게 새겨졌다.
“안녕하세요. TV 부문 남자 신인상 시상을 맡은 안주성입니다.”
“김다희입니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으면 일이 술술 풀린다는 얘기가 있는데. 다희 씨는 작년에 어떻게 지내셨어요?”
“신인상 받았기 때문일까요. 많은 분이 찾아주신 덕분에 저는 무척이나 바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성 씨는요?”
안주성과 김다희가 시상식에서 흔히 볼 법한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나는 내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신인상 수상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긴장감이라니.
당황스러웠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군.’
이런 생각을 할 때 마침내 남자 신인상 후보가 발표됐다.
<어둠이 찾지 않으면>에서 메인 남주로 활약하며 시청자에 눈도장을 찍은 박두현.
<동궁과 월지>에서 서브 남주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는 송선우.
<블루 앤 블루스>에서 정통 멜로 연기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 김찬.
<0.1%>에서 긴장감 넘치는 연기로 드라마 흥행을 도운 강현준.
모두 쟁쟁한 수상 후보였다.
그렇게 수상 후보를 확인하고 나자 긴장이 탁, 하고 풀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와 함께 수상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이 너무나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두현과 송선우는 가장 촉망을 받는 연기자였다.
미래에도 탄탄한 실력으로 꾸준히 인기를 구가하는 사람들이었고.
‘역시 시상식에 참가한 것으로 만족해야겠어….’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안주성이 수상자를 호명하기 위해서 카드를 열었다.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 신인상 수상자는….”
그리고 박준이 옆에서 중얼거렸다.
“우리 시준이가…. 제일 나은데?”
나는 그 얘기를 듣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말을 통해 박준이 나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상 후보가 발표됐는데도 내가 제일 낫다는 얘기를 꺼내다니.
‘역시 좋은 형이야.’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이시준 씨입니다! 축하합니다!”
내 이름이 호명됐다.
그리고 나는 언제 웃었냐는 듯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74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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