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78)
얼굴 천재 배우님-78화(78/200)
얼굴 천재 배우님 078화
며칠 후.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14부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나는 한발 빠르게 의식을 잃은 채 병실에 누워 있는 씬과 김중헌의 과거 회상 씬을 찍었다.
유성효 감독의 요청에 따라서 이렇게 촬영을 진행했다.
얼마 되지 않는 내 분량을 빠르게 처리하고 신디의 촬영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인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14부 후반부까지 촬영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 덕분에 나는 한결 가볍게 광고 촬영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고 30분 빠르게 현장에 도착했다.
10분 정도 빠르게 촬영장에 도착하는 게 내 평소 버릇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서둘렀다.
‘함께 광고를 찍기로 한 사람들이 워낙 대단하니…. 그럴 수밖에 없지.’
KC에서는 이번 광고에 꽤 큰 힘을 실었다.
역대 KC 계열사에서 광고 촬영을 진행한 모델을 전부 모았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그렇게 윤희정, 지정현, 차정인, 구한진, 한혜윤, 천경완 등 이름만 들어도 곧장 얼굴이 떠오를 만한 배우들이 총출동했고.
여기에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라고 할 수 있는 백주성, 강윤아까지 합류했다.
엄청난 라인업이었다.
‘지정현과의 관계가 아니었으면 나는 여기에 끼지도 못했을 거야.’
내가 <황녀님, 동거합시다>를 통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게 오늘 광고에 캐스팅이 된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연예계에서 아주 오래 경력을 쌓았거나 <황녀님, 동거합시다> 이상의 드라마에서 메인으로 활약한 적이 있었다.
‘국민 영웅’의 칭호를 가지고 있는 스포츠 스타 백주성, 강윤아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었고.
‘만약 그럼에도 이 광고에 캐스팅이 됐다면 아슬아슬하게 맨 뒤에 이름이 올라가는 정도였겠지.’
하지만 백상예술대상에서 지정현과 박준이 내 이름을 언급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두 사람 덕분에 내 이름이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알려졌던 것이다.
특히 수상 소감 중 이름이 언급되는 것과 동시에 내가 고개를 갸웃하는 장면.
이 장면은 카메라에 포착돼 큰 화제를 일으켰다.
심지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장면은 짤로 만들어졌고.
이치에 맞지 않는 얘기를 들었을 때, 도무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을 때,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이 될 때 사용됐다.
‘심지어 여경찬까지 이 짤을 이모티콘처럼 쓰고 있었지….’
결국 나는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성공과 ‘자기가 왜 사랑받는지 모르는 얼굴 천재.gif’라는 짤 덕분에 꽤 인지도를 얻었고.
지금 이렇게 KC 카드의 광고 모델 중 한 사람으로 캐스팅될 수 있었다.
그리고 운 좋게 캐스팅이 된 만큼 이 중에서 가장 막내였다.
나이, 경력, 인지도 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고 할 수 있었다.
이게 지금 내가 30분 일찍 현장에 도착한 이유였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현장에 하나둘씩 도착하는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받아 준다는 사실이었다.
“아. 시준 씨.”
“드라마 잘 보고 있어요.”
“신인 연기상 수상 축하해요.”
무엇보다도 어쩐 일인지 바로 나 다음으로 현장에 도착한 지정현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내 옆에 바싹 붙어 있는 지정현 덕분에 원로 배우 윤희정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먼저 인사를 하러 왔다.
심지어 광고 감독을 비롯한 현장 스태프들조차 먼저 인사를 하러 와 느낌이 이상했다.
“왜 그렇게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나?”
“…그냥 좀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아서요.”
“점점 경력이 쌓이고 있으니 익숙해져야 할 거야.”
“그야 그렇지만….”
“혹시 내가 옆에 있어서 불편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정현을 피해서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오늘 촬영의 짝꿍이 지정현이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콘티가 그렇게 짜여 있었다.
‘아마 이것도 백상예술대상 때문이겠지.’
왠지 모르겠지만 이 자리에 박준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번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가장 늦게 현장에 도착한 윤희정에게 인사를 하고.
지정현과의 광고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KC 카드의 광고 촬영 컨셉은 조금 독특했다.
광고 촬영을 기다리면서 함께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주요 컨셉이었기 때문이다.
“자. 준비됐으면 첫 번째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레디! 큐!”
* * *
나는 지정현과 함께 광고 촬영장 한쪽에 앉아 있다.
멀리서 누군가 들어오는 게 보이고 우리 두 사람은 가볍게 묵례를 한다.
“와. 사람 진짜 많다.”
“그러게. 야야. 저기 강윤아 씨.”
“어디요?”
“저쪽에.”
나와 지정현은 먼 곳에 서 있는 강윤아에게 인사를 한다.
“대단하네요. 백주성 씨도 온다던데….”
“응. 그렇다더라.”
“그럼 오늘은 누가 메인인 거예요?”
내가 손에 들고 있던 콘티를 훑으며 이렇게 묻자 고개를 빼고 백주성을 찾고 있던 지정현이 대답한다.
“아주 좋은 지적이야. 콘티 줘 봐.”
나는 지정현에게 콘티를 건넨다.
지정현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콘티를 살펴보다가 입을 연다.
“음…. 어?”
“왜요?”
“내 위주네.”
“네?”
“내가 메인이야.”
“…그래요?”
“응. 확실해.”
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지정현을 쳐다보다가 성의 없게 대답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때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백주성.
나와 지정현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인다.
“끝나고 사인받자.”
“네. 꼭.”
* * *
여기까지가 나와 지정현의 첫 번째 촬영 장면이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감독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컷! 한 번 더 갈게요!”
재촬영 사인을 받고 나는 조금 당황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지정현과 호흡을 맞춘 장면은 메소드 마스크를 통해 수백 번 연습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기는 한 치의 오차 없이 연습한 대로 진행됐다.
‘뭐가 문제였지? 우리 두 사람 중 딱히 실수를 한 사람이 없었는데….’
나는 잠시 광고 감독이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의 B팀 감독과 비슷한 스타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 B팀 감독의 경우에도 여러 번 촬영해 가장 좋은 장면을 고르는 걸 선호했으니까.
‘예상외로 신중한 건가….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지정현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런 스타일이군.”
지정현도 나랑 비슷하게 광고 감독의 성향을 분석했나.
잠시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곧장 재촬영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레디! 큐!”
그렇게 나와 지정현은 처음과 같은 방식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지정현이 대사 하나의 호흡을 살짝 바꿨지만 아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광고 감독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나와 지정현은 마지막 대사를 뱉었다.
“끝나고 사인받자.”
“네. 꼭.”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여기서 촬영이 끝나지 않았다.
지정현이 갑자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미리 친한 척하면 안 되겠지?”
그것은 지정현의 애드리브였다.
“컷! 좋았습니다! 한 번 더 갈게요!”
나는 지정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미처 반응할 수 없었다.
이렇게 짧은 장면에서 애드리브가 튀어나올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지정현의 애드리브 덕분에 광고 감독이 표정이 조금 좋아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구나. 광고 감독은 애드리브로 이 장면을 더 살리길 원하고 있는 거야.’
아니나 다를까, 지정현은 이어지는 촬영에서도 계속 애드리브를 펼쳤다.
“오늘 회식할까?”
“축구 가르쳐 달라고 해 봐야겠다.”
“우리 조기 축구회에 선수 한 명 비는데.”
“인별에 백주성 봤다고 자랑해야지.”
“축구에도 사인볼 같은 게 있었나.”
지정현이 애드리브를 하나씩 할 때마다 광고 감독의 표정이 점점 좋아졌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계속 오케이 사인을 내지 않고 있었고, 나는 그게 나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광고 감독은 내가 지정현의 애드리브를 또 다른 애드리브로 받아 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
‘아….’
나는 광고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고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메소드 마스크로 미처 연습하지 못한 애드리브를 한다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날이 오는구나….’
지금껏 상대 배우가 애드리브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체포>,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 <황녀님, 동거합시다> 모두 애드리브를 하는 배우가 있었다.
구경모가 그랬고, 공형준이 그랬으며, 신디 또한 애드리브가 조금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 전부 촬영 전 애드리브를 미리 협의했다.
그래서 연습의 시간을 따로 가질 수 있었다.
때때로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도 걱정할 것이 없었다.
나는 작품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애드리브가 나올 것 같은 부분까지 미리 체크를 하는 편이었다.
마사지 마스크에 메소드 마스크를 숨기기 시작한 이후로는 애드리브에 대한 걱정이 아예 사라졌고.
하지만 지금은 경우가 달랐다.
나는 광고 감독이 이런 식으로 애드리브를 바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또한 이 상황에서 촬영을 끊고 메소드 마스크로 연습을 하는 것도 무리였다.
촬영이 이미 16번이나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뒤쪽에 쟁쟁한 선배들의 촬영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더 시간을 끄는 것은 불가능했다.
‘심지어 지정현이 어떤 애드리브를 할지 예상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야.’
이럴 때 감독이 나서서 뭐라도 디렉팅을 준다면 좋을 텐데.
감독은 전혀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냥 상황을 배우들에게 맡겨 두고 좋은 장면이 나올 때까지 촬영을 하려는 것 같았다.
‘애초에 무슨 생각이 있었으면 애드리브를 미리 협의하자고 했겠지.’
그렇게 점점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을 때였다.
마침내 17번째 촬영에서 지정현이 뜻밖의 대사를 던졌다.
“너 솔직히 말해. 백주성이 좋아, 내가 좋아?”
한껏 긴장감이 고조된 순간.
나는 지정현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맥이 탁, 하고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반문이 튀어나왔다.
“네?”
이 상황에서 왜 이런 걸 묻느냐는 느낌.
그런데 뜻밖에도 이게 통한 것인지 현장 스태프들 사이에서 와하하,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당황한 채 가장 먼저 광고 감독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광고 감독 또한 지금껏 보여 준 것 중에 가장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컷! 오케이!”
마침내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그리고 주변에서 이 촬영을 지켜보고 있던 선배 배우들이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얼굴 천재 배우님 78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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