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79)
얼굴 천재 배우님-79화(79/200)
얼굴 천재 배우님 079화
내가 애드리브를 받지 못해 촬영이 늘어진 것이었다.
그런 까닭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불만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촬영을 지켜보고 있던 누구도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광고 감독은 입가에 흡족한 미소를 띠고 있었고, 스태프들은 박수를 보내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선배 배우들의 반응이 예상 밖이었다.
“이걸 살리네.”
“내가 말했잖아. 요즘 애들이 연기를 더 잘한다니까.”
차정인, 구한진이 중얼거렸고.
“난 이래서 김 감독이 싫어. 저러면 누가 버티겠어.”
“그러게요. 한마디 힌트도 안 주고 끝까지 괴롭히네요. 으으.”
“그래도 일찍 끝났어. 정현 씨가 애드리브를 시작할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시준 씨도 잘하네. 마지막 연기 좋았지?”
윤희정, 한혜윤, 천경완이 따로 대화를 나눴다.
백주성, 강윤아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놀란 표정으로 감정을 모두 표현했다.
이게 무슨 반응일까.
얼떨떨한 감정으로 지정현을 쳐다봤다.
지정현 역시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고 있는 듯했다.
“고생했군.”
그제야 나는 상황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여기 모여 있는 사람들은 내가 지정현의 애드리브를 받아 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애드리브로서.
하지만 의도한 게 아니었다.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지정현의 질문이 훅, 하고 들어와 맥이 빠진 것뿐이었다.
“네?” 하는 반문도 이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것이었고.
‘그런데 이런 반응을 이끌어내다니….’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장면의 흐름상 지정현의 질문을 재치 있는 애드리브로 받아치는 것보다 어이없어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으니까.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지정현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런 감독이 있지. 배우에게 자율권을 주는 척 한계에 몰아붙이는.”
“아아.”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1시간은 더 촬영했을 거야.”
“1시간….”
“이 바닥에는 참 여러모로 미친놈이 많다니까.”
지정현의 말대로였다.
확실히 이 바닥에는 독특한 사람이 많았다.
회귀 후 운 좋게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며 잠시 이런 사실을 잊고 있었을 뿐.
하지만 내 생각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광고 감독이 호탕하게 웃으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정현도 더 말을 꺼내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하하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애드리브가 대단했어요. 역시 정현 씨는 명불허전이구나. 감탄하고 있을 때 시준 씨가 그걸 받아 내더라고요. 마지막은 요즘 짤을 인용한 거죠?”
요즘 짤이라면 ‘자기가 왜 사랑받는지 모르는 얼굴 천재.gif’를 얘기하는 듯했다.
확실히 내가 당황해 지정현의 질문에 반문하는 상황은 그때와 비슷한 것 같았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 상황을 무마했다.
“네. 그런 셈이죠.”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두 분 덕분에 첫 촬영부터 제대로 된 그림을 건졌네요! 고생하셨습니다!”
나는 고생하셨습니다, 하고 광고 감독에게 대답했다.
하지만 지정현은 곧장 대답하지 않고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광고 감독을 쓰윽, 하고 올려다보며 한마디 말을 뱉었다.
“다음에는 미리 애드리브를 협의했으면 좋겠군요.”
그러자 광고 감독이 난감하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면 왠지 연기가 살지 않는 느낌이라서….”
지정현의 말대로였다.
광고 감독은 일부러 이런 식으로 촬영을 진행한 듯했다.
확실히 마음에 들지 않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합의 없이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게 맞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합의를 하면 애드리브가 좋아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오류가 있었다.
오히려 촬영 전 어느 정도 합의를 하는 게 더 좋은 애드리브를 끌어낼 수 있었다.
물론 애드리브는 대본에 없는 연기를 즉흥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촬영 전 협의를 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어떤 식의 즉흥 연기를 할지 상세히 협의하지 않더라도 여기서 애드리브를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러면 함께하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고.
사실 이것은 ‘예술’이 아니라 ‘예의범절’의 범주였다.
나와 지정현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윤희정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 김 감독. 방금 일은 김 감독이 실수했어. 심지어 정현 씨랑 시준 씨는 이번에 KC 광고가 처음이잖아.”
원로 배우, 윤희정까지 나서자 광고 감독은 난감하다는 듯 볼을 긁적이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다.
“네. 선생님. 제 잘못이 맞는 거 같네요. 다음부터는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러자고. 그래서 다음 촬영은 누구지?”
“백주성 씨와 김윤아 씨입니다.”
“스포츠 스타 두 분한테는 애드리브를 시키면 안 된다?”
“하하. 당연하죠. 두 분은 대본대로만 해 주세요. 원래 대본이 재밌어서 괜찮을 거예요.”
그렇게 광고 감독이 헐레벌떡 다음 촬영을 준비하기 위해 움직였다.
딱 봐도 더 혼나기 싫어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지정현이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윤희정 쪽에 말을 걸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는 뭘. 안 그래도 나도 오늘 한마디 하려고 했어. 나한테도 저번에 그러더라고.”
“선생님한테도요?”
“그때는 아직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 받기 전이었잖아. 늙은이라고 무시한 거지.”
“아아.”
“됐어. 이제 정신 차리겠지. 안 차리면 한 번 더 매운 맛을 보여 주고. 그나저나….”
윤희정이 갑자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까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윤희정과 이렇게 시선을 마주하니 조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윤희정은 비교적 최근 <고사리>라는 작품을 통해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을 때 윤희정이 말을 이었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잘생겼네. 아까 애드리브 좋았어요. 수고해요.”
윤희정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렇게 말한 뒤 걸음을 옮겼다.
짧은 격려의 말이었지만 왠지 힘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 *
그렇게 사람들이 전부 백주성, 김윤아의 촬영 현장 쪽으로 몰려갔을 때.
지정현이 물었다.
“그냥 갈 건가?”
나는 곧장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왕 이렇게 온 거 다른 촬영도 살펴보고 가려고요.”
“그래. 그래야지. 그나저나 백주성, 김윤아의 촬영이 기대되는군.”
지정현이 이렇게 말하며 먼저 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 뒤를 따르며 백주성과 김윤아의 대본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의 대본은….’
꽤 낯 뜨거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나와 관련이 있는 내용이라서 미리 광고사에 요청을 받아 대본을 컨펌했다.
그래서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갑자기 그냥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네.’
하지만 다른 실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낯 뜨겁다는 이유 하나로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자 백주성과 김윤아가 한창 대사를 주고받고 있었다.
컨셉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와 지정현이 그랬던 것처럼 KC 광고 촬영을 위해 현장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는 컨셉이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백주성에게 김윤아가 질문했다.
“오빠. 이시준 씨 본 적 있어요?”
“있지.”
“진짜요?”
“응. 티비로.”
“아. 뭐야.”
“근데 진짜 잘생겼더라.”
“그쵸?”
“미쳤던데. 지정현 씨의 마음을 알겠어.”
“박준 씨도요.”
그때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던 두 사람 쪽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설정상, 내가 두 사람 쪽으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실제로는 스태프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지만.
“어? 이쪽으로 온다.”
“침착해. 스포츠 스타인 척 여유롭게 웃어.”
“스포츠 스타인 척….”
“그래. 스포츠 스타인 척.”
그렇게 두 사람이 카메라를 향해 어색하게 웃음을 지어 보이면.
“컷! 좋았어요! 한 번만 다시 갈게요!”
촬영이 종료되는 것이었다.
나는 광고 감독의 사인이 떨어짐과 동시에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름을 느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내 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정현은 뭐가 만족스러운 건지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쪽을 바라봤다.
“어떤가?”
“…뭘요?”
“그냥 궁금해서 물었네.”
“…….”
왠지 모르겠지만 지정현이 나를 놀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깐 자리를 피하려는데 스태프 중 한 사람이 다가왔다.
“이시준 배우님….”
“혹시 시간이 괜찮으면 이 부분 직접 연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진짜 저쪽으로 다가가라고요?”
“네…. 그게 아무래도 두 분께서 연기에 몰입하는 데 좋을 것 같아서….”
스태프가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현장에서는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민망한 마음에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확실히 그런 이유라면 두 분을 돕지 않을 수 없겠군.”
지정현이 이렇게 선수를 쳤고.
“그래요. 시준 씨. 어차피 구경만 할 거면 이쪽으로 와서 좀 도와줘요.”
윤희정이 이런 식으로 거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휴, 하고 한숨을 내쉰 뒤 앞으로 나섰다.
* * *
다행히 백주성, 김연아의 촬영은 금방 끝이 났다.
광고 감독은 미리 얘기한 대로 두 사람에게 애드리브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음으로 차정인, 구한진의 촬영이 진행됐고, 윤희정, 한혜윤, 천경완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미 KC의 광고를 찍어 본 적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촬영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리 어떤 식으로 애드리브를 맞출 것인지 대비를 해 놓은 것 같았다.
‘그렇더라도 대단하네….’
다섯 명의 배우는 모두 수준 높은 애드리브 연기를 뽐냈다.
지정현 못지않은 실력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로서는 그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이 사람들처럼 즉흥 연기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메소드 마스크로 배역의 표정, 몸짓, 말투를 외우는 데 급급했지만.
반복 연습으로 정말 배역에 몰입할 수 있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
‘특히 시작과 끝이 시나리오로 모두 정리돼 있는 영화라면 가능할지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마침내 모든 촬영이 끝났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했어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선생님!”
“그래요! 조심히 들어가요!”
워낙 모인 사람이 많아서 작별 인사를 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이제 곧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촬영이 끝난다고?”
“네. 15, 16부 촬영만 하면 끝날 것 같아요.”
“그때쯤이면 영화에 출연할 생각이 있는지 답변을 들을 수 있겠군.”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방 연락드리겠습니다. 선배님.”
이렇게 지정현과도 작별 인사를 나눴을 때였다.
“저기요….”
누군가가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김윤아였다.
얼굴 천재 배우님 79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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