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8)
얼굴 천재 배우님-8화(8/200)
얼굴 천재 배우님 008화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더블유 연기 학원’이라는 이름이었다.
나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더블유 연기 학원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렇게 더블유 연기 학원에 대해서 알아볼수록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여기야…. 이곳이라면 제대로 된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거야.’
더블유 연기 학원은 유명하지 않지만 현역으로 활동하는 배우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평가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방송국, 소속사, 제작사가 운영하고 있는 연기 학원보다는 현장과의 긴밀한 연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나의 목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데뷔를 하는 게 아니었다.
내 입장에서는 전문성 있는 조언을 듣는 게 더 중요했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배우가 현장에서 얼마나 형편없는 대우를 받는지 뻔히 알았으니까.
‘그러니 당장의 데뷔나 과거의 인연보다도 실력을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해.’
그런 점에서 더블유 연기 학원은 딱 적당한 곳이었다.
가까운 미래에 더블유 연기 학원 출신의 배우들이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는 점도 기억이 났고.
그랬다.
더블유 연기 학원은 머지않아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양성소가 되는 곳이었다.
어째서 진작에 이 이름을 떠올리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좋아. 학원은 이곳으로 등록하면 되겠어.’
그렇게 나는 두 번 망설이지 않고 더블유 연기 학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예. 여보세요. 더블유 연기 학원입니다.
학원의 등록 절차는 복잡하지 않았다.
배우를 지망하는 거냐, 영화와 드라마 중 어느 쪽 연기에 관심이 있는 거냐 등.
여러 질문을 던지더니 이름과 함께 등원 가능 날짜를 받아 갔다.
-첫날 등원하면 등록 서류 작성이 끝나는 대로 레벨 테스트를 받을 거예요.
“오디션인가요?”
-비슷한 형식인데 너무 긴장할 것 없어요. 실력에 맞게 수업을 진행하기 위함이니까요.
“그렇군요.”
레벨 테스트라니.
꼭 영어 회화 학원에 등록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다지 긴장되지 않았다.
합격과 불합격으로 나뉘는 테스트가 아니었음은 물론이고, 오디션이라면 질릴 만큼 봐왔기 때문이다.
처음 주연을 맡은 드라마가 큰 실패를 겪은 이후.
나는 오디션으로 주연 자리를 따내기 위해서 노력했다.
예전만큼의 캐스팅 제의가 없는 것도 있었지만 이렇게 해야만 내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소속사와의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절박했던 그 시절에 비한다면 긴장이 되지 않는 게 당연하지.’
이런 식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안내 직원은 오디션 대본을 보내 주겠다며 메일 주소를 물어봤다.
잠시 후, 도착한 대본은 영화 <7호선>이었다.
* * *
레벨 테스트까지 일주일.
나는 <7호선>의 대본을 한 차례 읽어 봤다.
<7호선>은 나한테 그다지 익숙한 대본이 아니었다.
7년 전 300만 관객이라는 나쁘지 않은 흥행 기록을 쓴 영화였지만 내 연습 목록에는 빠져 있었다.
딱히 <7호선>이라는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연습 목록에서 제외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흥행한 작품이 너무 많아서 전부 챙기지 못했을 뿐.’
당시에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국내 영화가 두 작품이나 됐다.
이외에도 유명 외화가 쏟아졌으며 드라마 쪽으로 눈여겨봐야 할 작품도 수두룩했다.
그런 까닭에 <7호선>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나 또한 다른 작품을 살피다 보니 <7호선>을 빼먹었고.
‘아마 작품 분석 노트도 쓰지 않았을 거야. 영화관에서 영화만 한 번 본 기억이 있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꼼꼼하게 <7호선>의 대본을 살펴봤다.
대본에서 느껴지는 느낌과 메소드 마스크로 생생하게 구현된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시간에 걸쳐 대본을 모두 읽고 메소드 마스크를 썼다.
“영화 <7호선>의 주연 조경일 역할을 연습하고 싶어.”
그러자 여느 때처럼 온통 검게 변한 배경 위로 글자가 떠올랐다.
[작품 분석 노트에서 내용 불러오는 중].
.
[영화 <7호선> 연습 시작]그런데 뜻밖에도 메소드 마스크로 구현된 <7호선>의 세계가 이상했다.
<7호선>의 배경이 내가 자주 이용하는 망원역의 구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뭐지? <7호선> 첫 장면의 배경이 망원역이었던가…. 아닌데? 면목역이었는데?’
내가 이렇게 생각하며 역의 이름이 적혀 있는 표지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망원역이라고 적혀 있던 글씨가 일그러지며 면목역으로 바뀌는 게 보였다.
‘뭐…. 뭐야?’
하지만 여전히 <7호선>의 배경은 망원역과 구조가 동일했다.
그냥 표지판의 이름만 면목역으로 바뀐 상태였다.
‘메소드 마스크가 왜 이러는 거지?’
나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바쁘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와 함께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던 커플이 중얼거렸다.
“뭐야? 왜 저래?”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타러 왔나?”
나는 커플 쪽을 바라봤다.
그와 동시에 ‘<7호선>에 커플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던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니. 없어. 그런 장면은.’
그러자 나를 위아래로 훑으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커플이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그러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표정을 지었다.
무섭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우디르급의 태세 전환이었다.
‘왜 이러는 거지? 메소드 마스크의 현실 구현 수준이 왜 이렇게 조잡해?’
꼭 작품 분석을 덜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잠깐? 작품 분석?’
그러다가 문득, 내가 <7호선>의 작품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러자 어째서 <7호선>의 세상이 이렇게 구현됐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곧장 <7호선>의 연습을 그만두고 다른 작품을 찾아봤다.
“드라마 <서울의 별>의 주연…. 누구였지? 아. 이종수 역을 연습하고 싶어.”
[작품 분석 노트에서 내용 불러오는 중].
.
[드라마 <서울의 별> 연습 시작]그러자 또 한 번 화면이 바뀌며 눈앞으로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배경조차 제대로 구현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종수 역할을 맡고 있는 내 복장도 반팔 티, 운동복 바지의 상태였다.
그냥 반팔 티, 운동복 바지라면 이해가 되겠지만 이종수의 복장은 지금 메소드 마스크를 쓰고 있는 나의 차림새와 동일했다.
‘<서울의 별>은 1990년대 초반에 방영된 드라마야. 그런데 아다스 로고가 박혀 있는 최신 운동복 바지를 입고 있다고?’
내가 이렇게 생각하자마자 운동복에 새겨져 있던 아다스 로고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메소드 마스크는 내가 작품을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작품 속의 세계를 구현하고 있었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면목역을 가 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아까 <7호선>의 배경도 이름만 바뀌었을 뿐 망원역의 구조를 유지한 모양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지하철역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망원역이었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지. [작품 분석 노트에서 내용 불러오는 중]이라는 글자가 모든 걸 설명하고 있으니.’
그렇게 어째서 메소드 마스크가 제대로 세계를 구현하지 못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만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분석하지 못한 작품이 이대로 계속 메소드 마스크로 구현이 되지 않으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을 연습하면서도 인물의 감정, 표정, 행동은 차차 익힐 수 있겠지.’
하지만 아무래도 해당 작품을 직접 체험하는 것보다는 연습이 빠르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메소드 마스크를 벗고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모든 일이 쉽게만 풀리지는 않는 모양이구나. 이대로 안 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 일단 작품을 분석해 보자.’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한 작품을 분석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타고난 몸치의 한계 때문에 연기력은 제자리걸음이었지만 분석 능력까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영화는 3일, 드라마는 5일 정도면 대략적인 작품 분석을 끝낼 수 있었다.
‘깊이 파고들면 한도 끝도 없는 게 작품 분석이지만….’
어쨌든 <7호선>의 경우에는 3일이면 기본적인 작품 분석을 끝낼 수 있었다.
단순히 대본만 보고 작품의 모든 것을 상상해야 하는 작업이 아니라서 더 쉽게 가능할 것 같았다.
앱에서 VOD를 구매하면 완성된 영화를 직접 볼 수 있었으니까.
‘어차피 작품 분석은 배우에게 숙명과도 같은 일…. 좋아. 일단 영화를 10번 보고 대본을 다시 읽어 보자. 부디 잘되어야 할 텐데.’
그렇게 나는 앱을 통해서 <7호선>의 VOD를 구매했다.
3일간 작품 분석을 하고 나면 연습 시간이 4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꼭 메소드 마스크를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
일주일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는 연기 학원으로 향하기 위해서 지하철을 탔다.
7호선은 아니었지만 지하철을 타고 나니 지금까지의 연습이 떠올랐다.
작품 분석을 마치자마자 내내 메소드 마스크를 붙들고 연습을 진행했지만 꽤 시간이 빡빡하게 흘러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작품 분석을 끝내자 <7호선>의 세계가 제대로 구현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배경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의 표정, 몸짓, 감정까지도 완벽하게 표현됐다.
그 덕분에 시간은 빡빡했지만 연습 자체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새삼 메소드 마스크가 얼마나 유용한 물건인지 깨달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어느 정도 조경일의 역할을 소화할 수 있게 됐어. 과연 레벨 테스트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더블유 연기 학원이 있는 화전역에 하차할 수 있었다.
망원역에서 출발한 만큼 화전역은 그다지 멀지 않았다.
다만 보통의 연기 학원이 홍대역이나 신사역 모여 있는 걸 생각해 보면 조금 위치가 의외라고 할 수 있었다.
‘방송국이 있는 DMC역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니 위치가 아주 뜬금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생각을 하며 더블유 연기 학원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
10분 정도 걸으니 다소 허름한 빌라 사이에 우뚝 솟아 있는 신축 건물을 만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규모는 아니었지만 학원으로 쓰기에는 손색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자동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내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물었다.
“어떻게 오셨나요?”
“안녕하세요. 학원 등록하려고 왔습니다.”
“아아. 이시준 씨?”
“네. 맞아요.”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안내 직원은 데스크 뒤쪽에 위치한 작은 방으로 나를 불렀다.
그곳에서 미리 전달받은 대로 등록 서류를 작성했다.
그런 뒤 다시 레벨 테스트를 받는 오디션장으로 안내를 받았다.
‘회의실3’이라는 푯말이 걸려 있는 방이었다.
달칵.
안내 직원의 뒤를 따라 회의실3에 들어서자, 낯익은 얼굴을 하고 있는 한 사람과 낯선 얼굴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는 게 보였다.
딱 오디션장의 분위기였다.
그중 낯익은 얼굴을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이시준 씨?”
“네. 안녕하세요. 이시준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더블유 연기 학원의 원장 서명희라고 합니다. 레벨 테스트와 관련된 사항은 미리 전달을 받으셨죠?”
“전달받았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준비가 되는 대로 연기 시작해 주세요.”
* * *
잠시 후.
서명희가 미간을 찡그린 채 물었다.
“이시준 씨는 어째서 이 학원에 등록한 거죠?”
얼굴 천재 배우님 8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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