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80)
얼굴 천재 배우님-80화(80/200)
얼굴 천재 배우님 080화
김윤아가 말을 걸었지만 나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냥 평범하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 말을 걸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축구 레전드 백주성과도 방금 인사를 나눴기 때문이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보자는 큰 의미가 없는 대화였다.
개인적으로 백주성의 팬이었기 때문에 오래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바쁜 사람을 함부로 붙잡아 둘 수 없었다.
백주성 같은 공인이 얼마나 주변 사람에게 시달리는지 잘 알았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운이 좋으면 또 인연이 닿겠지.’
그런 까닭에 이런 생각을 하며 백주성과 아쉽게 작별 인사를 했다.
나는 김윤아와도 당연히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아. 예. 윤아 씨. 들어가시는 건가요?”
“네. 그러려고요. 그런데 그 이전에 부탁이 하나 있는데….”
그랬기 때문에 김윤아가 덧붙인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김윤아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그 이름을 알고 있는 세계적인 피겨 레전드였다.
그런 사람이 나한테 부탁이 있다니 놀라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반문했다.
“…부탁이요?”
“사실 제가 <황녀님, 동거합시다>를 요즘 무척이나 재밌게 보고 있거든요.”
“정말요?”
“네. 정말요. 그래서 같이 사진 하나 찍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당연히 괜찮았다.
사실 김윤아뿐 아니라 이곳에서 만난 모든 사람과 사진을 찍고 싶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대단한 사람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백주성과 아쉽게 작별 인사를 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그러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김윤아가 이렇게 먼저 나서준다니.
오히려 내 입장에서는 기쁜 일이었다.
“물론이죠. 핸드폰 이리 주세요. 제가 찍을게요.”
나는 김윤아의 핸드폰을 받고 팔을 길게 뻗었다.
셀카봉만큼은 아니었지만 광고 현장이 사진의 배경으로 적당히 카메라 렌즈 안에 들어왔다.
“윤아 씨. 조금 뒤로 더 가도 될 것 같아요.”
“아. 네.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얼굴이 작아 보일 수 있도록 김윤아가 뒤쪽에 섰고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찰칵. 찰칵.
워낙 미모가 출중해 당연히 기본 카메라를 쓸 줄 알았는데 김윤아는 어플 카메라를 애용했다.
심지어 여러 종류의 어플 카메라를 핸드폰에 깔아 놓고 있었다.
몇 장이나 사진을 찍었을까.
김윤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사진첩을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시준 씨가 너무 예뻐서 비교되네.”
나는 그 말을 듣고 괜히 낯부끄러워져서 머리를 긁적였다.
“다시 찍을까요?”
“아뇨. 괜찮아요. 어차피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 시준 씨는 마음에 드는 사진 있나요? 보내 드릴게요.”
“아. 그럼. 이거랑 아까 눈송이 어플로 찍은 거 보내 주세요.”
그렇게 나는 김윤아로부터 사진을 받았다.
“그럼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시준 씨도요. 사진 고마웠어요. 나중에 꼭 보답할게요.”
“기대되네요. 그럼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김윤아와는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사진을 찍으며 친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김윤아가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팬이라니….’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남은 촬영도 잘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황녀님, 동거합시다>는 그사이 12부까지 방영됐다.
꾸준히 상승세를 탄 덕분에 12부 시청률은 12.59%이었다.
이 속도라면 종영 전까지 15%를 넘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오르는 결과였다.
처음 메인 남주가 된 드라마에서 이런 결과를 얻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회귀 전 첫 주연 드라마로 큰 실패를 맛봐야 했던 나였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무엇보다도 <황녀님, 동거합시다>는 서명희의 도움 없이 처음 홀로서기를 한 드라마였다.
‘<황녀님, 동거합시다>를 통해서 생각보다 얻은 게 많아.’
단순히 시청률이 높게 나와 즐거운 게 아니었다.
나는 <황녀님, 동거합시다>에 출연한 덕분에 오랜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한 사람의 배우로서도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러다 보니 <황녀님, 동거합시다>를 조금이라도 더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다음 작품을 영화로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느낌이었다.
미래를 쉽게 예측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 영화 쪽으로 발을 넓히면 한동안 계속 그쪽으로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잘해 봐야지.’
현재 <황녀님, 동거합시다>는 14부까지 촬영을 마친 상태였다.
이제 남은 것은 15부와 16부 촬영뿐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중요한 장면은 15부에서 전부 나온다고 할 수 있었다.
16부는 한지훈-이영 커플의 재회와 서브 커플의 갈등을 봉합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15부는 한지훈-이영의 두 번째 이별을 다루고 있었다.
이번에는 감정적인 갈등 때문에 이별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두 사람은 14부 김중헌이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상태였다.
한지훈은 이제 첫사랑을 완전히 마음에 묻고 눈앞의 이영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영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위하는 한지훈의 행동을 통해 진심을 확인하고 마음을 돌렸다.
얼핏 두 사람에게는 이제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김중헌을 통해 이영이 대한 제국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한 번 떠난다면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
여러 질문이 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하지만 둘은 모든 질문을 묻은 채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데 집중하기로 하는데….
“두 사람은 어떤 감정일까요?”
15부 첫 촬영을 위해 우리는 모두 현장에 모였다.
그리고 신디가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첫 질문이었다.
신디는 지금껏 촬영을 진행하면서 이런 식으로 질문을 던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당일 찍어야 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항상 활발히 의견을 나누는 편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나와 신디는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연출에 많이 관여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연기에 관해 정말 답을 모르겠다는 듯 질문을 던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로서도 신디의 질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잠시 한지훈의 감정을 어떻게 분석했는지 생각했다.
그런 뒤 대답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사람 모두 이별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죠? 15부 대본의 흐름도 그렇고.”
“네. 하지만 그 이유는 각각 다른 것 같습니다. 먼저 한지훈은 이영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어째서요?”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이영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까.”
“국제결혼을 하는 사람 중에는 흔치 않지만 모국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하지만 언제든 원한다면 모국으로 돌아갈 수 있잖아요. 그에 비해서 이영은 지금이 아니면 언제 다시 대한 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죠.”
“한지훈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거군요. 이영에게 떠나지 말라고 하는 게.”
“그래서 선택을 하죠.”
“자신을 떠나는 것으로. 맞죠?”
“맞습니다. 하지만 이영은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한지훈과 같은 이유겠네요. 한지훈에게 대한 제국에서 같이 살자고 하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니까.”
“네. 그렇게 두 사람은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 거죠.”
“너무 복잡하네요. 사랑이라는 게 때로는 이기적일 때도 있는 건데.”
“저도 그게 좀 아쉬워요. 지금 대본에서는 그 부분이 모두 표현되지 않는 것 같거든요.”
“맨 마지막에 내레이션 같은 거로 표현이 되면 좋을 텐데…. 아!”
그렇게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던 신디가 감탄성을 내뱉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되물었다.
“네? 왜요?”
“그냥 이렇게 있을 게 아니라 작가님한테 얘기해 보면 어떨까요?”
“뭘요? 설마 내레이션?”
“네. 사실 시준 씨의 이야기를 듣고 잘 이해가 되지 않던 두 사람의 감정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랬나요? 감사한 말씀이지만…. 조금 걱정이네요. 작가님께 대본 수정을 요청해도 괜찮을지.”
이렇게 완성이 된 대본을 수정하는 일은 드물었다.
기획 단계라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16부까지 대본이 이미 전부 나온 상태였다.
이런 식의 수정 요청은 작가에 따라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특히 정수진 작가와 같은 베테랑의 대본을 수정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신인 작가라면 또 모를까.
“그럼 우리 감독님이랑 얘기해 보기로 해요. 작가님께 수정 요청을 해도 괜찮을지.”
그렇게 나와 신디는 유효성 감독에게 가서 내레이션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유효성 감독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도 그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정수진 작가님께도 물어봤는데 명확한 답을 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요?”
“네. 정수진 작가님 또한 이 장면에 대한 완벽한 해석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러니 내레이션 얘기를 해 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우리 세 사람은 정수진 작가에게 내레이션을 추가해 줄 수 있는지 문의해 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잠시 후.
15부 마지막 장면의 촬영이 시작됐다.
* * *
이영과 함께 있는 게 행복하다.
가슴이 시릴 만큼 그렇게.
하지만 나도 알고 있다.
이것이 곧 다가올 이별 때문이라는 것을.
가지 말라고 하고 싶다.
같이 있어 달라고 하고 싶다.
그러나 이영은 대한 제국의 황녀다.
또한 황녀로서 해야 할 일이 있다.
황녀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나와 계속 함께하자고 이영을 붙잡는 게 맞는지 알 수 없다.
그걸 내 욕심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나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이영을 보내고 싶지 않다.
꼭 보내야 한다는 걸 알기에 조금이라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아니면….
“내가 같이 가는 건 어떨까?”
활짝 열려 있는 문.
이영은 그 앞에서 나를 올려다본다.
이 문을 통과하면 이영은 영영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그 순간이 다가오자 나는 결심이 선다.
나는 이 세계를 포기하고서라도 이영과 함께하고 싶다.
그래서 같이 가는 게 어떨지 물었지만 이영이 가만히 고개를 젓는다.
“당신은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어. 내가 이 문 너머에서 그런 것처럼.”
“다 포기할 수 있다면? 다 포기해서라도 당신을 쫓아가고 싶다면?”
나는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처럼 이렇게 묻는다.
하지만 이영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천천히 젓는다.
그리고 슬픈 눈을 한 채 한마디 말을 덧붙인다.
“나를 이기적인 사람을 만들지 말아 줘. 꼭 돌아올 테니까.”
그와 동시에 항상 강한 모습을 보여 주던 이영의 모습이 떠오른다.
새로운 세계에 처음 떨어졌을 때.
낯선 세상에 적응해야 했을 때.
김중헌과 최후의 대결을 벌였을 때.
그리고 지금 이렇게 문을 넘기 직전까지.
“어째서 너는…. 지금 이 순간까지 이렇게 강한 거야….”
그렇게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알고 있으니까…. 우리가 다시 만날 거라는 걸…. 반드시….”
이영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른다.
누가 누구를 먼저 위로하려고 했을까.
우리는 입을 맞춘다.
그렇게 이영은 대한민국에 따스함을 남겨 둔 채.
대한 제국으로 떠났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이기적이었으면 우리가 함께할 수 있었을까….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 늦게 사랑이 조금 이기적일 수도 있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뒤늦은 일이었다.
얼굴 천재 배우님 80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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