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84)
얼굴 천재 배우님-84화(84/200)
얼굴 천재 배우님 084화
형이 조성호의 손목을 잡는 순간.
촬영 현장에 정적이 깃들었다.
그와 동시에 형과 눈이 마주쳤다.
형은 자신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듯 당황한 기색이었다.
반사적인 행동임이 분명했다.
‘형, 설마 나를 보호하고 싶었던 거야? 평생을 그런 적 없다가… 하필 지금?’
감동을 받아야 할지 욕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때 구원의 손길처럼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유석재의 웃음소리였다.
“성호! 그러니까 내가 만지지 말랬잖아!”
그제야 조성호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 두 분도 너무하시네!”
그렇게 현장이 한바탕 자지러졌다.
형의 돌발 행동 때문에 조금 어색해질 뻔한 현장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자. 이제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한바탕 오프닝에 해당되는 초반부 촬영을 끝낸 뒤 본격적으로 <뉴퀴즈>의 촬영이 시작됐다.
유석재는 나와 형에게 차례로 질문을 던졌다.
“이시준 씨는 <체포>라는 드라마로 연기자가 됐는데 원래는 이게 데뷔작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고요?”
“서명희 선생님 덕분이 아니었다면 그랬을 수도 있죠. 그때 제가 극단 생활을 하다가 연기를 더 배워 보고 싶다는 마음에….”
확실히 <뉴퀴즈>는 다른 방송과 인터뷰 방식이 달랐다.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를 쫓아 인터뷰 질문을 뽑는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특히 <체포>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도 어떻게 신한재 고등학생 역으로 배역이 바뀌었는지 묻지 않는 게 인상적이었다.
지금껏 내가 많은 인터뷰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딜 가도 이 질문은 꼭 빠지지 않았다.
심지어 뉴스경제 같은 곳에서는 이 질문을 악용해 내 이미지를 무너뜨리려고 했다.
그만큼 시청자의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뉴퀴즈>는 달라. 자극적인 소재를 쫓지 않아도 재미를 뽑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져.’
이와 함께 게스트를 배려한다는 느낌도 강했다.
어째서 <뉴퀴즈>에 출연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마음 편한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역시 유석재…. 대한민국 최고의 MC는 다르구나.’
그렇게 나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질문에 답했다.
서명희와 어떻게 만났는지.
그게 어떤 식으로 <체포>에 출연으로 이어졌는지.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서 좋은 배우를 만나서 합을 맞췄을 때의 추억.
뮤직비디오 출연이 어떤 식으로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캐스팅으로 이어졌는지.
평소 인터뷰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얘기를 많이 할 수 있었다.
배우 이시준에 대한 질문이 몇 개 이어졌고, 이후 질문은 모델 이시환에게 향했다.
“이시환 씨는 곱창집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캐스팅이 돼서 모델 생활을 시작했어요?”
“제가 평소 약속에 늦는 걸 싫어해서 조금 일찍 나가 있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그날 곱창집에 맥주 한 잔을 시켜 놓고 창밖을 보고 있는데….”
형은 차분한 모습으로 답변했다.
형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편안하게 인터뷰하는 모습이었다.
곱창집에서 우연히 모델로 캐스팅이 된 일.
입는 옷마다 완판되며 온라인 쇼핑몰계의 전설로 불렸던 일.
몇 달 만에 국내를 평정한 뒤 세계로 나가게 된 계기.
파리 패션위크의 활약과 루이비통의 엠버서더가 되기까지의 과정.
나도 자세히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시환 씨의 원래 꿈이 배우였다고요?”
나는 뜻밖의 얘기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형 또한 이런 얘기가 나올 줄 몰랐다는 듯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여기 보세요. 학창 시절 생활 기록부에 몇 번이나 적혀 있네요. 배우가 꿈이라고.”
유석재의 말대로 생활 기록부를 복사한 종이에는 형의 꿈이 배우라는 말이 몇 번이나 적혀 있었다.
“아아.”
“어때요? 시환 씨는 지금도 배우의 꿈이 있는 거예요?”
형이 내 쪽을 슬쩍,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배우는 어릴 때 꿈이었고. 지금은 모델 일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누가 봐도 어물쩍 넘어가는 듯한 인상의 답변.
유석재는 그걸 알아챈 듯 질문의 고삐를 놓치지 않았다.
“뭐. 그야 지금 하는 모델 일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기회가 닿으면 연기 쪽으로도 도전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시준 씨?”
나는 혼란스러웠다.
어째서 지금까지 형의 어릴 적 꿈이 배우였다는 사실을 몰랐는지 의아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형이 평소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배우 쪽에 뜻이 있다는 걸 아예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언제라도 속내를 털어놓을 만한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와 형의 우애가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었고.
‘아니. 오히려 좋은 편이지. 끝까지 서로의 꿈을 응원했으니까…. 설마? 나 때문에?’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우리 형제의 사이가 급격하게 좋아진 것은 나의 입대 후 일이었다.
일병 휴가 때 형과 처음 단둘이 술잔을 기울이며 속내를 털어놓은 게 계기가 됐다.
그때 처음 나는 내 꿈이 배우라는 것을 밝혔다.
‘그리고 형은 모델 쪽으로 더 일을 해 보겠다고 했어.’
다만 그 과정에서 모델이 자신의 꿈이라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하지만 나는 형의 꿈이 당연히 세계적인 모델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회귀 시점까지 형이 다른 데 눈을 돌리지 않고 모델 일에만 집중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형은 배우 쪽으로 처음 내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을 때 모델 쪽으로 나가 보는 것은 어떻겠냐,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니 세계적인 모델이 되는 게 형의 꿈일 거라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던 거지.’
그러나 형의 꿈이 배우였다면.
계속 마음 한쪽에 이 꿈을 품고 있었다면.
어째서 나한테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걸까?
나는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차마 이야기를 할 수 없었겠지.’
세계적인 모델이 된 이후.
형은 연기 쪽으로도 얼마든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내가 알기로도 몇 번이나 캐스팅이 된 적 있었다.
하지만 형은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묵묵히 모델 일에만 전념했다.
내가 연기 쪽으로 도전을 해 보라고 해도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내가 그걸 왜 해. 네가 이미 열심히 잘하고 있는 일인데.”
그때는 모델 일이 그렇게 좋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형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형은 내가 자신으로 인해 고통을 받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형이 만약 연기로써 성공을 한다면 나의 자괴감은 더 커졌을 테니까.
‘결국 형은 내 꿈을 응원하기 위해서 자신의 꿈을 포기한 거구나.’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형은 내가 어느 정도 꿈을 이룰 때까지 자신의 꿈을 숨길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형의 진심을 깨닫고 나자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그와 동시에 지금이라도 형의 꿈을 응원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또 한 번 미래를 바꿀 수 있었다.
나는 어쩐지 긴장한 듯 보이는 형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무엇보다 어릴 때 꿈이라면 형이 한 번쯤 도전을 해 봤으면 좋겠네요.”
“그러니까. 그런데 진짜 재밌겠네요. 시환 씨랑 시준 씨랑 같은 작품에 나와서 연기를 선보이면.”
그와 동시에 내 머릿속에서 형과 함께 연기를 펼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러게요. 정말 재밌겠네요. 그렇지?”
내가 형 쪽을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형은 한발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이 진심인지 잠시간 생각한 것 같았다.
물론 완벽한 진심이었다.
형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렇네.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형도 나와 비슷한 장면을 상상한 것 같았다.
* * *
<뉴퀴즈> 촬영은 거의 막바지로 향했다.
중간에 나와 형의 어릴 적 사진과 아버지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현장이 한바탕 뒤집힌 것을 제외하고 특별한 일은 없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지한 이야기가 오갔다.
하지만 계속 <뉴퀴즈>의 분위기가 잔잔하게만 흘러간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 질문은 질문 중에서도 가장 자극적인 것이었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지정현 씨와 박준 씨가 시준 씨에게 모두 사랑 고백 아닌 사랑 고백을 하면서 화제가 됐죠?”
그러나 이미 내 예상 범주에 들어가 있는 질문이었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했으니까.
그랬기 때문에 나는 긴장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다.
“제가 당황한 표정을 순간적으로 포착해 짤까지 만들었더라고요.”
“저희 프로그램에서도 가끔 사용하고 있어요. 게스트가 당황하고 그럴 때 딱 넣으면 좋더라고요.”
“아. 본 적 있는 거 같네요. 잘 사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며 다음 질문에 대비했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지정현과 박준 중 누굴 더 좋아하냐는 질문이 나올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석재의 고개는 내가 아니라 형 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시환 씨도 백상예술대상 보셨죠?”
“네. 봤습니다.”
그러더니 형을 향해서 예상 밖의 질문을 던졌다.
“친형으로서 좀 어땠나요? 지정현 씨와 박준 씨의 사랑 고백을 들으면서?”
그러자 형의 표정이 단번에 진지하게 바뀌었다.
나는 그 표정을 보면서 이 질문이 편집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형의 성격상 큰 감흥이 없다는 식의 대답이 돌아올 게 뻔했으니까.
“재밌었습니다. 덕분에 시준이가 유명해진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역시나 교과서에 가까운 대답.
사실 그랬다.
이런 식의 질문은 재밌는 대답을 끌어내기가 힘들었다.
오히려 질문이 자극적이기 때문에 방어적인 형태의 대답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뉴퀴즈>가 지금까지 어째서 편한 대답을 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 역시 그렇죠?”
유석재는 얼른 형의 대답을 갈무리하고 내 쪽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확실히 지정현과 박준 중 누굴 더 좋아하냐는 질문이 나올 것 같았다.
‘이걸 어쩌지? 나도 여기에는 교과서 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이 부분에 대한 편집을 확신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형이 다음 말을 덧붙였다.
“다만 한 가지 지정현 씨와 박준 씨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면….”
“오, 뭐죠?! 꼭 하고 싶은 말이라니.”
형이 무슨 말을 할지 흥미롭다는 듯 유석재가 조금 흥분된 톤으로 되물었다.
형은 유석재를 보는 대신 빨간색 불이 켜진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형을 담당하고 있던 카메라 뒤 촬영 감독이 흠칫하는 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프로답게 형의 얼굴을 가까이 줌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나는 그저 의아한 채 형을 보았다.
별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형은 어쩐지 비장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시준이는 제 동생이라는 겁니다.”
얼굴 천재 배우님 84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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