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85)
얼굴 천재 배우님-85화(85/200)
얼굴 천재 배우님 085화
<뉴퀴즈>의 촬영이 끝나고.
나는 형과 함께 집으로 가기 위해서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쩐 일인지 나와 형 사이에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뉴퀴즈> 촬영의 여파였다.
나는 어색함을 걷어 내기 위해서 어렵게 입을 뗐다.
“형…. 아까 있잖아….”
그러자 앞서 걷고 있던 형이 우뚝, 걸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형의 얼굴은 전에 본 적 없이 창백했다.
“아까 뭐?”
“내가 형의 동생이라고 말한 거….”
“그게 뭐 이상한가?”
“응?”
“그게 이상하냐고. 너 내 동생 맞잖아.”
“응. 그야 그렇지. 하지만 타이밍이….”
“타이밍이 뭐 어때서? 그냥 나는 사람들이 우리가 형제라는 걸 아직 잘 모르는 거 같아서 얘기한 것뿐이야.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해하지 마.”
형이 갑자기 와다다, 하고 말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중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확실히 형의 입장에서는 그냥 한 얘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형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얘기를 하는 성격이 아니지.’
나는 피식, 웃으며 형의 말에 대답했다.
“오해 안 해. 그냥 잘했다고. 나도 우리가 형제인 거 일부러 숨긴 게 아닌데 다들 모르는 거 같아서 조금 기분이 그렇더라고.”
형이 내 쪽을 바라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적극적으로 얘기하도록 해. 내가 너의 형이라고.”
“응? 그래. 그럴게. 뭐.”
“그럼 할 얘기 다 했으면 얼른 집으로 갈까? 저녁 먹으러 가야지.”
형은 어쩐 일인지 한결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내 궁금증이 모두 해소된 게 아니었다.
“아니. 잠깐만.”
“왜 또?”
“형 원래 배우가 되고 싶었어?”
“…….”
“왜 얘기 안 했어?”
“…뭘 얘기를 해. 지금 모델로 잘 지내고 있는데.”
“그야 그렇지만 아깝잖아. 여기저기 캐스팅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텐데. 계속 모델 일만 하는 거.”
“캐스팅 별로 안 들어와.”
“얼마나 들어오는데?”
“저번 주에만 3작품?”
“많이 들어오네.”
“그런가?”
“응. 그러지 말고 연기 한번 해 봐.”
괜히 나 때문에 꿈 포기하지 말라고.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꾹 말을 삼켰다.
이런 얘기를 하면 형이 더 모델 일에 집중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알겠지?”
내가 재차 이렇게 묻자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대로면 어색해질 것 같아서 이번에는 내가 형을 보챘다.
“이제 할 말 다 끝났어. 가자.”
그렇게 내가 앞장섰지만 형이 내 뒤를 따르지 않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지막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시준아?”
“응?”
“우리가 나중에…. 정말 나중에…. 같이 작품에 출연하면 정말 괜찮을까?”
나는 형의 얼굴에서 걱정을 읽어냈다.
그리고 형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연히 괜찮지. 상상만 해도 재밌겠다. 그러니까 연기 꼭 해 봐.”
* * *
나와 형이 <뉴퀴즈>의 촬영을 끝내고 며칠 뒤.
<황녀님, 동거합시다>가 마지막 16부까지 전부 방영됐다.
시청률 16.71%라는 상당히 좋은 성적의 마무리였다.
상반기에 방영된 드라마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단순히 시청률만 괜찮게 나온 게 아니었다.
<황녀님, 동거합시다> 마지막 부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화려한 시작, 완벽한 마무리.
모두가 입을 모아 <황녀님, 동거합시다>를 칭찬했다.
그 덕분에 <황녀님, 동거합시다>는 종방연까지 즐거운 분위기에서 마무리될 수 있었다.
신디는 흥이 오른 듯 먼저 술을 마시고 취하더니 나한테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시준 씨! 꼭 다음에도 나랑 같이 작업해요! 알았죠? 알겠어요?”
정수진 작가와 유성효 감독도 같은 얘기를 꺼냈다.
“시준 씨! 고생 많았어요! 대본이 완성되는 대로 소속사로 보낼 테니까. 긍정적으로 검토해 줘요.”
“수고했고 고마웠어요. 시준 씨와의 인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을 테니 꼭 현장에서 다시 만나서 호흡을 맞춰 보도록 합시다.”
나로서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제안이었다.
만약 <탈출>의 캐스팅 제안을 받지 않았다면 세 사람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했을 것이다.
그만큼 <황녀님, 동거합시다>에서 쌓은 인연이 뜻깊었다.
처음 메인 남주로 드라마에 출연한 것으로도 모자라, 시청률 16.71%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언제라도 다시 이렇게 뭉쳐서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기회가 있겠지.’
그렇게 나는 다음을 기약하며 종방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방송 날짜에 맞춰 종방연을 했기 때문인지 꽤 많은 축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나는 일일이 메시지에 답장하며 <황녀님, 동거합시다>를 마음에 묻었다.
이제 몇 달 후면 크랭크 인이 될 <탈출>의 연습에 집중해야 할 때였기 때문이다.
[서명희 선생님][11:21] 시준 씨! 황동거 마지막 방송까지 너무 재밌게 봤어요! [Sijun][11:21] 감사합니다 모두 덕분입니다 선생님 [서명희 선생님][11:22] 나는 이번에 도와준 것도 없는데 뭘 [서명희 선생님][11:22] 역시 우리 시준 씨 잘할 줄 알았다니까 [서명희 선생님][11:22] 그나저나 뉴퀴즈 예고편 봤는데 거기서 내 얘기했어? [Sijun][11:23] 당연하죠 저한테 연기를 가르쳐 준 분인데 [서명희 선생님][11:23] 시준 씨 덕분에 우리 학원 또 유명해지겠네 [서명희 선생님][11:23] 고마워요 다음 작품 기대하고 있을게 [Sijun][11:24] 네 다음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조만간 커피 한잔 마셔요 우리 [서명희 선생님][11:24] 좋지 까먹지 말고 연락해요특히 항상 힘이 되는 서명희의 메시지를 다시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서명희의 은혜에 보답하는 방법은 내가 계속 좋은 연기를 보이는 것뿐이었다.
‘<탈출>에서도 잘해야겠다.’
한창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지정현 선배님][03:34] 자나?지정현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Sijun][03:35] 아뇨 지금 종방연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길입니다 [지정현 선배님][03:35] 황동거 종방 축하하네 마무리가 좋더군 [Sijun][03:36] 감사합니다 [지정현 선배님][03:36] 그나저나 내일 약속 말이야 [Sijun][03:37] 네 선배님내일은 <탈출>의 캐스팅 확정을 위해 지정현, 김필성 감독과 함께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지정현이 갑자기 오지 못하게 되다니.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말이 좋아서 캐스팅 확정을 위한 만남이었지 그냥 가볍게 도장을 찍고 친목을 다지기 위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별일이야 있겠어.’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답장을 보냈다.
[Sijun][03:39] 물론이죠 제가 감독님 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지정현 선배님][03:39] 그래 미안하네 조만간 셋이 다시 만나자고지정현 또한 갑자기 약속에 나오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뿐.
나와 김필성 감독이 만나는 것에 크게 걱정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지정현과 몇 마디 말을 더 주고받고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Sijun][03:44] 선배님! 내일 촬영 잘하세요!그런데 잠시 김필성 감독에 대해서 생각했다.
‘음…. 괜찮겠지?’
* * *
다음 날.
나는 오후 3시 약속에 맞춰 차를 타고 이동했다.
어제 지정현과 둘이서 만나야 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막상 이렇게 김필성 감독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생각해 보면 회귀 전 마지막으로 오디션을 본 것이 김필성 감독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감출 수 없는 환청>.
나는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간절함을 느꼈고 좌절을 맛봤다.
그만큼 김필성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내 오랜 꿈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여전히 나는 김필성 감독이 대한민국 최고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내 눈으로 확인한 <탈출>의 대본은 부족함이 없었다.
딱 김필성 감독의 대본,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김필성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할 기회를 얻게 되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냥 이런 식으로 출연해도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거면 왜 그렇게 아등바등했나 왠지 좀 허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렇게 설렘 반, 허탈함 반.
기묘한 기분을 가슴을 품은 채 영화 제작사에 도착했다.
그리고 회의실 문을 들고 들어가자 내 기억보다 훨씬 앳된 모습의 김필성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얼른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이시준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게 돼서 영광입니다.”
그러자 김필성 감독의 표정에는 의아함이 떠올랐다.
“아뇨. 저야말로 이시준 배우님을 만나서 영광이죠. 그런데….”
“네?”
“정말 절 뵙게 된 게 영광인가요? 제가 아직 그렇게 유명하지 않을 텐데.”
“아아.”
그제야 나는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다행히 나에게는 변명거리가 있었다.
“<탈출>의 대본을 너무 재밌게 봤거든요.”
“아. 그런가요?”
“어째서 지정현 선배님이 직접 투자까지 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은 대본이었습니다.”
“하하하. 그렇다고 해도 영광까지는 아닐 텐데. 어쨌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쪽에 앉으세요.”
김필성 감독은 얼굴만 앳된 게 아니었다.
성격도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달랐다.
아직 영화판의 고생을 모르는 것처럼 둥글둥글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김필성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의 반영에 오르는 사람답게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뛰어남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게 때로는 좀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사람이기도 했고.
하지만 나는 굳이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김필성 감독을 대단한 사람이라 평가한 것은 날카로운 외모나 뛰어난 언변 때문이 아니었다.
연출가이자 각본가로서의 본질적인 역량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내가 자리에 앉고 영화 제작사 직원이 음료를 내오는 것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다.
“들으셨겠지만 지정현 배우님이 오늘 해외 화보 촬영 때문에 못 온다고 하시더라고요.”
“네. 그렇게 됐죠. 저도 어제 급하게 연락을 받았어요.”
“그러니까요. 안타깝더라고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저는 내심 아주 잘됐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예상치 못한 대화의 흐름에 당황했다.
‘뭐지? 뭐가 잘됐다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김필성 감독이 갑작스럽게 제안했다.
“이시준 배우님의 연기를 따로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런데 혹시 이 자리에서 연기를 볼 수 있을까요?”
얼굴 천재 배우님 85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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