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9)
얼굴 천재 배우님-9화(9/200)
얼굴 천재 배우님 009화
시준이 한창 등록 서류를 작성하고 있을 때.
원장 서명희와 두 명의 트레이너가 회의실3에 자리를 잡았다.
두 명 중 한 사람이 서명희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아시겠죠? 원장님?”
“알겠다니까.”
“이번에도 재능이 없으니 다른 일 찾아봐라. 이런 얘기 하면 절대 안 돼요?”
“알겠다고 몇 번이나 말해. 나도 우리 학원 사정 뻔히 아니까. 그만해.”
“사정을 아신다는 분이 저번 달에도 등록 희망자를 두 명이나 돌려보내….”
“그만 좀!”
“예, 예.”
서명희는 28년 차 배우였다.
그리고 28년 중 20년을 무명으로 지냈다.
지금도 썩, 유명하다고 할 수 없었다.
서명희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본명보다 어떤 일일 드라마의 시어머니로 기억했다.
그만큼 서명희는 무명의 서러움을 잘 알고 있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눈물 젖은 빵으로 삼시 세끼를 때운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까닭에 재능이 없으면 서둘러 다른 방식으로 살길을 도모하는 편이 났다고 생각했다.
‘재능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어도 쉽게 버틸 수 없는 게 이 바닥이니까.’
하지만 앞서 트레이너 한 사람이 신신당부한 대로 학원의 사정이 좋지 않았다.
어떻게든 신규 등록생을 늘려서 수입을 확보해야 할 때였다.
그러지 않으면 힘겹게 적자 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 그런 상황이지. 그래도…’
재능 없는 배우 지망생의 시간을 빼앗아 새로운 꿈을 꾸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다.
서명희는 슬쩍, 두 사람의 트레이너를 훔쳐보면서 생각했다.
‘내 월급을 내놓아서라도 버텨 볼게. 그러니까 좀 참아 줘.’
결국 그렇게 또 한 번 서명희가 마음을 굳게 먹었을 때였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안내 직원이 회의실3의 문을 열었다.
그 뒤로 오늘 레벨 테스트를 진행할 등록생의 모습이 보였다.
서명희는 무심코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저게….”
“사람 얼굴이야?”
두 명의 트레이너가 누구 한 사람 말릴 새도 없이 차례로 중얼거렸다.
확실히 새로운 등록생의 외모는 보통이 아니었다.
더블유 연기 학원을 운영하고, 현업에 종사하며 잘생겼다는 사람을 수없이 만나 봤지만 이 정도의 충격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세포가 곤두서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만큼 엄청난 외모였다.
‘이 정도라면…. 연기를 잘하지 못해도 무조건 한자리를 차지하는 배우가 될 수 있을 거야.’
외모가 뛰어나다고 해서 누구나 배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잘생긴 외모는 역할의 한계를 규정지을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서명희 또한 수업에서, 외모보다 중요한 것은 연기력이라고 강조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시준처럼 잘생긴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시준의 연기력이 기본만 해 줘도 한 사람의 몫 이상을 할 게 분명했다.
‘특히 자신의 작품에 꽃병풍을 세우고자 하는 감독이라면 환장하겠군.’
만약 시준이 지금이라도 이런 감독의 눈에 띈다면 당장 데뷔가 가능했다.
시준의 외모는 그 정도의 파급력을 지니고 있었다.
여기까지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서명희의 표정이 확, 하고 굳어졌다.
시준이 이대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다면 어떤 식으로 이용을 당할지 눈에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도록 가만히 둘 수 없지. 어떻게든 연기를 잘 가르쳐 봐야겠어.’
누구라도 재능이 없으면 돌려보내야겠다, 마음을 먹었던 서명희가 생각을 바꾸는 사이.
안내 직원이 문밖으로 나갔고 시준이 회의실3 한가운데에 적당히 자리를 잡았다.
서명희는 크흠,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입을 열었다.
“이시준 씨?”
“네. 안녕하세요. 이시준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더블유 연기 학원의 원장 서명희라고 합니다. 레벨 테스트와 관련된 사항은 미리 전달을 받으셨죠?”
“전달받았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준비가 되는 대로 연기 시작해 주세요.”
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 두 트레이너도 멍한 표정을 지우고 시준의 연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배우 지망생의 실력이라는 게 어느 정도 뻔했다.
아주 가끔 특출난 재능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확률상 거의 불가능한 얘기였다.
무엇보다도 시준처럼 뛰어난 마스크를 가진 인물이 <7호선>의 조경일 역할을 소화한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조경일은 <7호선>을 이리저리 누비며 몰래 사람을 죽이는 연쇄 살인범이었기 때문이다.
연쇄 살인범의 얼굴이 꼭 못생기리라는 법은 없었지만 선입견이 섞여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심지어 서명희조차도 시준의 연기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분명 그랬는데….
“살해 동기요? 사람을 죽이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어요.”
시준이 첫 대사를 내뱉자마자 서명희와 두 트레이너는 온몸에 쫙,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순식간에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묘한 표정을 지으며 대사를 내뱉는 시준의 연기가 너무나도 놀라웠다.
“그냥 재밌어서 그랬어요. 가끔은 조금 우울하거나 약간 지루할 때도 있었고요. 그래도 괜찮아요. 어쨌든 방법을 다르게 하면 언제든지 다시 재밌어질 테니까. 그런데 말이에요. 형사님.”
심지어 조경일 역할을 연기하면서도 감정이 과잉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현역 배우에게도 연쇄 살인범의 연기를 해 보라고 하면 열에 아홉, 표정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린 채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시준은 그런 기색이 전혀 없이 담백하게 연기를 해냈다.
그렇다고 해서 연쇄 살인범의 섬뜩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담담하게 연기를 함으로써 조경일이라는 연쇄 살인범의 섬뜩함을 제대로 살려내고 있었다.
“증거는 어디서 찾으셨어요? 분명 잘 숨긴다고 숨겼는데 어느 부분에서 들통이 났는지 궁금해서요. 혹시 제가 덜 죽인 년이 있는 건 아니죠? 만약 그랬다면 좀 억울한데. 아깝고.”
원래 조경일을 연기한 ‘김영준’과 비교를 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다.
김영준은 <7호선>에서 조경일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일약 스타가 된 인물이었다.
“그런 건 아니죠?”
마침내 시준이 연기를 끝냈고 서명희와 두 트레이너가 밭은 숨을 내뱉었다.
세 사람이 시준의 연기를 보며 얼마나 몰입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서명희는 서둘러 두 트레이너와 눈빛을 교환했다.
자신이 느낀 기분을 다른 사람도 똑같이 느꼈는지 확인을 받고 싶었다.
다행히 눈이 마주친 두 트레이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하고 있었다.
‘역시…. 누구나 똑같이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이라는 건가….’
서명희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찡그린 채 시준에게 물었다.
“이시준 씨는 어째서 이 학원에 등록한 거죠?”
* * *
서명희의 질문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레벨 테스트에서 이런 질문을 받게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명 실력에 맞게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레벨 테스트를 진행하는 거라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서명희의 표정과 말투에서 스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대로 나를 집으로 돌려보낼 것 같은 느낌이었다.
‘더블유 연기 학원 같은 곳이라면 그렇게 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앞서 한차례 언급한 적이 있지만 더블유 연기 학원은 가까운 시일 내에 큰 명성을 얻게 되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등록 희망자를 가려서 받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실력 있는 트레이너의 숫자에 한계가 있을 테니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 더블유 연기 학원이 내가 알고 있었던 것만큼의 명성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야.’
애초에 원석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더블유 연기 학원이 명성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진행하다 보니 나는 침착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인정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 주지 못했다는 것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도 아닌데 이런 일로 실망하지 말자. 연기를 배울 수 있는 다른 학원이 있을 테니까.’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입을 열었다.
“방금 확인하셨다시피 부족함이 많은 실력이라 배움을 얻기 위해서 왔습니다.”
최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서명희와 두 명의 트레이너는 내 대답을 듣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이런 대답을 할 줄 전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왜 그러는 거지? 뭘 잘못한 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서명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아. 제 질문을 듣고 오해를 한 모양이네요. 미안합니다. 시준 씨의 연기가 나쁘다는 뜻으로 한 얘기가 아니었어요.”
“그러면…?”
“오히려 반대예요. 흠잡을 곳 없이 너무 좋았어요. 뛰어난 외모에 훌륭한 연기까지. 이미 완성 단계에 있는 배우가 연기 학원에 등록하려고 하니 이상할 수밖에 없죠.”
“아….”
“전혀 의외라는 반응인데 설마 이런 칭찬을 받는 게 처음이에요?”
“네. 처음입니다.”
“오늘 여러 번 놀라네요. 연기에 대한 칭찬을 받은 적 없다니. 설마 오디션을 본 적도 없는 건가.”
“…없습니다.”
사실 몇 번인지 기억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오디션을 봤지만 이렇게 대답했다.
혹시라도 누군가 사실 관계를 따지려고 든다면 일이 복잡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생에서는 오디션을 본 적이 없는 게 사실이기도 했고.
나는 생각을 정리한 뒤 서명희와 두 명의 트레이너를 향해서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칭찬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하지 않은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마워할 것 없어요. 칭찬이 당연한 연기였는데요, 뭘.”
“그래도….”
“그나저나 어떻게 할 거예요?”
“뭘요?”
“연기 학원 등록이요. 정말 할 거예요?”
“아까 들어오기 전에 등록 서류를 작성했는데요?”
“그건 상관없어요. 어차피 등록비를 내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서류니까. 여긴 소속사가 아니잖아요.”
나는 방금 전의 연기를 떠올리며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몇 가지 부족했던 점이 떠올랐다.
연습할 때만큼의 좋은 연기를 보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 까닭에 나로서는 이런 식으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제 연기가 완벽했나요?”
그러자 서명희가 한발 늦게 대답했다.
“분명 훌륭했죠. <7호선>에서 조경일 역할을 맡은 김영준 씨가 떠오를 만큼. 아마 지금의 실력이라면 어딜 가서도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듣지 않을 거예요. 당장 현장으로 나가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죠. 시준 씨의 마스크라면 더더욱.”
“…그런가요?”
나는 약간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연기 학원에 등록하려고 한 것은 스스로 짚어낼 수 없는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함이었으니까.
그런데 만약 서명희가 내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연기 학원 등록은 정말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서명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만 부족한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표정, 말투, 몸짓은 분명 프로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계를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아.”
“그와 동시에 조경일, 그 자체가 아니라 조경일을 연기하고 있는 김영준 씨를 연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훌륭한 연기를 카피하는 것은 분명 좋은 연습 방법이지만 배우로서의 개성을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요.”
“…아무래도 그렇겠군요.”
“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감이 결여된 듯한 인상이었어요. 세 번째 대사를 치며 살짝 입꼬리를 올려서 미소를 지을 때 호흡이 틀어졌죠?”
“그게 느껴졌나요?”
“그냥 자신감 있게 밀어붙였다면 느끼지 못할 만한 변화였어요. 하지만 시준 씨가 미세하게 실수를 의식하는 듯한 느낌을 주더군요. 그 덕분에 눈치를 챌 수밖에 없었죠. 시준 씨가 정말 조경일이 됐다고 생각한다면 그걸 실수라고 인지했을까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인지하지 못했을 겁니다. 인지할 필요가 없었겠죠. 제가 그냥 조경일이니까.”
“맞아요. 배우는 그런 자신감을 가져야 해요.”
꽤나 신랄한 비판이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나에게 필요한 게 바로 딱 이런 것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명희의 지적 중 어느 것은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렵지 않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더블유 연기 학원에 등록하고 싶습니다.”
“진심이에요? 이미 현장에 나가도 부족함이 없는 실력이라니까.”
“네. 설명해 주셔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까지 채워서 현장에 뛰어들고 싶습니다. 부디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서명희는 내 대답을 들으며 곤란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런 뒤 한참 뭔가를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욕심이 많은 분이네….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해요.”
“어떻게요?”
“학원 등록하고 오디션을 하나 보기로 해요. 제가 아는 작가님 한 분이 새 작품의 배우를 구하고 있거든요.”
“네?”
“부족함을 채우면서 현장에도 뛰어들어라. 이런 얘기예요. 저도 이 조건이 아니면 시준 씨를 우리 학원에 받아 줄 수 없어요. 어떻게 하실래요?”
얼굴 천재 배우님 9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비매품
※ 이 책은 원스토어 주식회사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당사의 허락 없이 무단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