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90)
얼굴 천재 배우님-90화(90/200)
얼굴 천재 배우님 090화
한 달간.
나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어떻게든 지정현에게 존재감이 지워지지 않으려면.
내 존재감을 키우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평소처럼 연습을 한 번 하고 다른 방법으로 연습을 한 번 더 했다.
같은 장면을 제3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확실히 나는 항상 정답에 가까운 분석을 하는 편이었다.
감독과 작가가 상상한 그림이 무엇인지 연구해 그대로 실천하는 걸 선호했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런 식으로 했을 때 칭찬을 받았고.
하지만 지정현을 보면서 꼭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그것은 감독과 작가의 상상력을 제한해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방해할 수도 있었다.
<황녀님, 동거합시다> 16부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적 있는 것처럼.
김필성 감독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이런 부분에서 열려 있는 사람이었다.
지정현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연기를 해도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다만 김필성 감독이 아무 의견이나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다.
“이시준 배우님!”
“네!”
“지금 건 좀 별로인데 아까처럼 해 주시겠어요?”
“아…. 네! 죄송합니다!”
“그럼 다시 가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 버전의 연기를 준비하는 작전은 실패였다.
김필성 감독은 거의 무조건 원래 하던 연기를 선호했다.
덕분에 현장에서는 나로 인해 두세 번 같은 촬영을 반복하는 일이 발생했다.
결국 나는 며칠 만에 이 작전을 폐기해야 했다.
지정현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말을 걸었다.
“설마…. 포기한 건 아니지?”
명백하게 내가 무얼 원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지정현은 이렇게 말할 뿐 더 이상의 힌트를 주지 않았다.
자존심을 버리고 방법을 물어도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이미 잘하고 있는데 뭘 더 바라나. 지금처럼만 해.”
확실히 지정현에게는 비법을 전수해 주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지정현은 서명희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지정현의 태도로 보건대 내가 방법을 알려 줘도 자신처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닌 게 아니라, 지정현 또한 <체포> 때만 하더라도 이런 연기를 선보이지 못했다.
원래 잘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내 분석의 범주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탈출>에서는 진일보한 연기를 보여 줄 수 있는 걸까.’
나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방법을 연구했다.
그러다 문득 혹시 모델을 두고 캐릭터 분석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가설이었다.
윤우성, 김성연은 실제 모델이 존재하는 인물이니까.
그렇게 나는 윤봉길, 김상옥에 대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역사적 사건을 두루 살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애를 촘촘하게 탐구하며 성격 변화를 연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자문을 구하기 위해 서울 소재의 대학교수 한 분을 섭외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준비했어야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약간의 후회도 들었다.
그러나 늦은 건 아니었다.
다행히 사정을 설명하니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보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얘기했다.
“배우님의 연기 열정은 누구도 말리지 못하겠네요.”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 그런 뜻으로 한 얘기가 아니었어요.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한 말이었어요.”
“그렇습니까? 칭찬 감사합니다.”
“네. 그나저나 배우님 시간이 비는 날 혹시 있을까요?”
“제 스케줄은 김 팀장님이 더 잘 알고 있으실 텐데…. 갑자기 왜요? 무슨 일 있나요?”
“아. 대표님께서 따로 저녁 식사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대표님이요?”
그러고 보니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와는 유난히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처음 계약을 했을 때 잠깐 얘기를 나눈 것 외에는 오며 가며 인사를 한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저녁 식사라니.
좀 갑작스러웠지만 굳이 피할 이유가 없는 일이었다.
다만 지금은 김성연 역할을 충분히 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저는 언제든 좋습니다. 이번 촬영만 잘 마무리된다면요.”
“그렇게 대답하실 줄 알았어요. 그럼 촬영 이후로 스케줄을 잡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내가 한창 실존 인물을 연구하며 김성연 역할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
온라인상에 사진과 함께 기사가 몇 개 올라왔다.
[배우 이시준 한국대학교에서 포착! ‘탈출’을 위해서 역사 공부 중?] [한국대 캠퍼스 찾은 이시준, 모자를 써도 숨겨지지 않는 잘생김 포착 (사진)] [이시준, ‘탈출’ 배역 때문에 역사 공부 중… 열정 칭찬해!]내가 한국대학교에 방문한 것이 기사화된 것이었다.
교수실을 나오며 마주친 조교의 부탁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학생이 인터넷에 사진을 올린 모양이었다.
기사 내용은 구구절절, 틀린 말 하나 없었지만 왠지 민망했다.
들인 노력에 비해서 결과가 따라주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그래도 영 효과가 없던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오! 배우님! 방금 연기 좋았습니다! 제가 상상하지 못한 방향이네요.”
김필성 감독이 처음으로 이렇게 칭찬을 해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의 칭찬은 없었다.
윤봉길, 김상옥에 관한 모든 공부를 끝마쳤음에도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그 후로도 나는 생각이 나는 대로 여러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도록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머릿속에 뭔가가 퍼뜩, 하고 떠올랐다.
* * *
‘지정현 선배님은 이 영화를 직접 제작한다는 생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닐까?’
김필성 감독 주도 회식에 참가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동안은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참여하지 못한 회식이었다.
역시 회식에 매번 참여하는 건 내게는 무리였다.
물론 피곤한 것보단 김성연 역을 연구하느라 시간이 없었다고 하는 게 더 맞았다.
거의 매일 회식을 하면서도 다들 할 말이 많은 듯 회식 자리는 시끌벅적했다.
김필성 감독은 조연출과 그날 촬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정현은 술을 마시며 스태프들이 하소연하는 것을 들어 주고 있었다.
간간이 위로 비슷한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해결책을 세워 담당자에게 전달하라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다.
확실히 이 영화에서 지정현의 포지션은 독특했다.
단순히 주연 배우가 아니라, <탈출>의 투자자이면서도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기획자였다.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기획자.
힌트는 이곳에 숨겨져 있었다.
누구라도 자신이 직접 뭔가를 만든다면 그것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배우 또한 직접 작품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배우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감독, 작가의 생각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직접 이 작품을 기획한 감독, 작가보다 더 많은 것을 고민하고 고려했을 리 없으니까.
그런 까닭에 배우는 자연스럽게 감독, 작가가 무엇을 의도했을까?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작품을 기획한 제작자라면 얘기가 달랐다.
정답을 단순히 누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방식으로 찾을 필요가 없었다.
어떤 것이 정답에 가깝게 완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고 근본적으로 물을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배우는 다음 중 옳은 것을 하나만 고르시오, 라는 오지선다형 문제에서 의도에 맞게 정답을 찾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제작자는 이 문제의 답은 정말 하나일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는 사람이었다.
이게 지금껏 내가 지정현처럼 분석하고 연기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러한 생각에 도달하자 어째서 지금껏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제3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왜 효과가 없었는지.
윤봉길, 김상옥의 삶에 대해 연구한 것이 왜 부분적으로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전자는 제작자의 시선이 반영될 수 없는 방법이었으니 효과가 없었고.
후자는 제작자의 시선이 부분적으로 반영될 수 있으니 효과가 있던 것이었다.
실존 인물의 삶을 연구하는 것은 제작 전 필수적으로 선결해야 하는 과제였으니까.
또 한편으로는 지정현이 어째서 방법을 알고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지 이해했다.
제작자의 시선으로 작품을 연구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더욱더 그랬다.
배우는 물론 감독까지도 차치하고 관객과 작품을 먼저 생각한다.
이 작품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계속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작은 것 하나 잘못 해석한다면 한없이 오해의 길로 빠져들 수 있는 게 제작자의 시선으로 작품을 보는 일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 방법은 자칫 잘못하면 감독, 작가와 마찰을 일으킬 수 있었다.
아무리 성격이 좋아도 자기 작품에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사람은 좋아할 수 없는 법이었다.
특히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는 영화감독과 같은 존재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김필성 감독이야 권위적이지 않은 인물이라 문제가 없을 수 있었지만.
추후 다른 영화감독과 작업을 할 때 내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아마 지정현으로서는 이런 부분을 우려해 나에게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나랑 지정현 선배님의 상황도 다르지. 어쨌든 선배님은 진짜로 이 작품의 투자자니까.’
그러니 내가 지정현처럼 연기를 했을 때 김필성 감독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확신할 수 없었다.
‘과연 괜찮을까?’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결론을 내렸다.
김필성 감독이었기 때문에 한번 시도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김필성 감독은 권위보다는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강한 인물이었다.
지정현의 연기 방식을 용인한 것도 단순히 <탈출>의 투자자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만약 정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첫 촬영 후 진행된 회식에서 지정현이 “그게 좀 별로였을까요?”라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대답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김필성 감독은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지정현의 방식을 지지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조급함을 느낄 이유도 없었다.
지정현이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연기를 선보이지 못했을 테니까.
그렇게 나는 생각을 정리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노트를 펼쳤다.
나는 노트에 ‘내가 <탈출>을 제작한다면?’이라는 글자를 적고 작품 분석을 시작했다.
내 분석은 새벽까지 이어졌고 나는 마침내 이따 오후에 진행될 촬영 분량의 분석을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곧장 메소드 마스크를 쓰며 생각했다.
‘오늘 내 분석대로 연습을 한다면 오후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벌써 그게 너무 궁금했다.
아침이 밝아올수록 심장 박동 소리가 점차 빨라졌다.
얼굴 천재 배우님 90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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