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91)
얼굴 천재 배우님-91화(91/200)
얼굴 천재 배우님 091화
지정현은 시준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투자하고 제작에 관여하고 있는 <탈출>의 주인공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과 직접적으로 호흡을 맞추는 배우이기도 했다.
시준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그럴 수 없었다.
‘음…. 확실히 기본기가 탄탄해.’
원래도 시준의 연기력은 훌륭했다.
<체포> 때부터 가장 인상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는 배우 중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신이나 원로급 배우들에는 아직 연기력이 미치지 못했지만.
다른 주연급 배우들과는 어깨를 나란히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 정도의 실력자였다.
괜히 신한재 고등학생 역을 맡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준의 실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 <황녀님, 동거합시다>를 거치며 발전했다는 게 확실하게 느껴졌다.
시준에게 김성연 역할을 맡기겠다고 마음을 먹은 뒤.
다시 살펴보게 된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서 박준과의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서로 연기를 즐기면서 호흡을 맞춘다는 게 단번에 느껴졌다.
오래 연기를 경험한 지정현이었기 때문에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무엇보다도 박준의 잠재력을 끌어낸 사람이 시준이라는 게 인상적이었다.
‘박준은 좋은 배우야. 하지만 그만큼 까다로운 배우이기도 하지.’
그래서 과거 자신도 박준과 호흡을 맞추며 어려움을 겪은 적이 꽤 많았다.
결국 그 과정에서 틀어져 연락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됐고.
하지만 시준은 어쩐 일인지 이러한 박준마저도 잘 다독여서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를 이끌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박준이 시준을 이끈 것으로 보이겠지만 지정현은 아니었다.
단번에 박준의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시준이라는 걸 파악했다.
그리고 이 사실만으로도 시준이 얼마나 더 좋은 배우가 됐는지 알 수 있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자신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황녀님, 동거합시다>를 통해 또 한 번 발전했어.’
지정현은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지 않았다.
지정현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신디라는 걸출한 배우가 메인 여주로 캐스팅됐지만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았다.
특히 유성효 감독이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해 본 적 없는 영화 쪽 출신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시준이 합류한 <황녀님, 동거합시다>는 승승장구했다.
지정현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난 일이었고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황녀님, 동거합시다>의 현장 스태프 중 한 사람에게 질문했다.
그리고 이 사람을 통해 놀라운 얘기를 듣게 됐다.
‘주연 배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유성효 감독이 편집의 방향을 바꿨다고?’
심지어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시준이라는 사실까지 들을 수 있었다.
지정현으로서는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우연이라기에는 두 작품의 성공 요인이 전부 시준에게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지정현은 시준의 <탈출> 합류를 손꼽아 기다렸다.
시준과 함께라면 자신이 직접 투자하고 제작에 관여한 <탈출>을 무사히 성공시킬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뜻밖에도 박준이 하이재킹을 시도해 조금 열이 받았지만.
결국 시준은 큰 이변 없이 <탈출>에 합류했고 마침내 그 연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시준의 연기는 대단했다.
김성연이라는 배역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소화한다는 느낌이었다.
그중 가장 좋았던 점은 시준이 자신을 지정현이 아닌 윤우성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이었다.
시준은 놀라울 정도로 지정현이라는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윤우성만을 바라보며 연기를 해내고 있었다.
‘얼마 만에 이런 호흡을 맞춰 보는지 모르겠군.’
지정현은 저절로 몸이 달아오른다는 느낌이었다.
그 덕분에 오랜만에 자신이 배역에 빙의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윤우성이 된 지정현은 자신도 모르게 계산에 있지 않은 연기를 선보였다.
전봇대 뒤에 숨을 수 있는데 그러지 않고 가만히 서 있거나.
정체를 감추기 위해 총을 숨겨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김성연을 향해 겨누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컷! 오케이!”
지정현은 김필성 감독의 오케이 사인을 받고도 얼떨떨했다.
자신이 이런 식으로 배역에 심취하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래 지정현은 철저하게 계산이 된 방식으로만 연기를 선보이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다른 연기가 나왔고…. 심지어 그것이 마음에 들어.’
지정현은 그 자리에 서서 어떻게 이런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과 같은 연기가 김필성 감독과 붙어 다니면서 투자 및 제작에 관여한 결과라는 것을.
제작자의 마음으로 배역을 바라보는 것.
지정현의 계산에 없던 연기는 여기서 비롯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도 연기가 발전할 수 있는 거구나.’
지정현은 오랜만에 실력이 향상됐다는 느낌을 받으며 기뻐했다.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도움을 준 시준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그렇게 지정현은 새로운 깨달음과 함께 흥이 오르는 걸 느꼈고, 며칠간 지금껏 선보인 어떤 것보다 훌륭한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등에 날개라도 단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상한 위화감 같은 것을 느꼈다.
‘응? 얘 좀 봐라?’
시준이 뭔가 미묘하게 다른 시도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게 곧 기분 탓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
시준이 일부러 두 가지 연기를 준비해 와서 실험을 해 보고 있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다는 건가….’
지정현은 시준이 자신의 변화를 눈치챘다는 것에 소름을 느끼며 이렇게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이미 최고 수준의 연기를 하고 있으면서 더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시준에게 질투 같은 것마저 느꼈다.
지정현은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준이 벌써 자신의 턱밑까지 따라왔다는 걸 실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결국 <탈출>이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시준이 발전하는 게 옳았다.
그래서 지정현은 시준을 돕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답은 그냥 알려 줄 수 없었다.
그냥 알려 준다고 해도 그것을 실천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정현은 시준에게 간간이 힌트를 주는 방식으로 깨달음을 유도했다.
그 과정에서 연속적으로 실패를 맛보는 시준을 보며 생각했다.
‘아무리 불세출의 천재라도 단번에 이러한 깨달음을 얻기가 힘들겠지.’
그러나 한 달 후.
지정현은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 * *
마침내 날이 밝았고 나는 너무 늦지 않게 여경찬과 함께 촬영장으로 이동했다.
29씬 촬영은 산골짜기에서 진행됐다.
일본군을 피해 산속에 몸을 숨긴 윤우성과 김성연이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산에서 나물을 캔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촬영은 긴장감 넘치는 다음 장면을 위한 코믹 씬 촬영이 주된 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후로는 줄곧 산에서 일본군과 조우해 총격전을 벌어야 했고 총격전은 대동강 유역까지 쭉, 이어졌다.
그 때문에 이후로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의 촬영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오늘의 코믹 씬을 꼭 살려야만 했다.
‘이 장면을 살리지 못한다면 영화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테니까.’
나와 지정현은 책임감을 가지고 촬영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김필성 감독이 촬영 전 현장 디렉을 전달했다.
“너무 대본에 연연하지 마세요. 관객이 전부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장면을 찍는 게 목적이니까.”
결국 캐릭터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애드리브를 해도 상관이 없다는 뜻이었다.
평소라면 내가 가장 싫어할 만한 종류의 현장 디렉이었다.
애드리브는 메소드 마스크로 미리 연습을 하기가 까다로웠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예 연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29씬은 애드리브가 꼭 필요한 장면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어떤 애드리브가 나올지 예측해 연기 연습이 가능했다.
실제로 나는 지정현이 어떤 애드리브를 칠지 분석해 그것을 받아칠 만한 대사를 준비한 상태였다.
지정현의 평소 연기 습관을 파악하고 있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윤우성이면 마땅히 이런 대사를 뱉을 것이다,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도 했고.
하지만 나는 평소처럼 지정현의 애드리브를 받아넘기기 위한 대사만을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애드리브 또한 준비한 상태였다.
‘단순히 방어만 해서는 내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너무 힘든 상황이니까.’
그러니 나에게도 비장의 한 수가 필요했고, 적절한 시점에 그것을 꺼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현장 디렉을 받은 나와 지정현은 김필성 감독과 함께 29씬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대략 어떤 식으로 상황을 만들고 대사를 주고받을지 상의하는 단계였다.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애드리브는 그냥 막 치는 게 아니었다.
상대 배우에게 어떤 느낌으로 대사를 칠 건지 미리 얘기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야만 효율적으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고.
또한 아깝게 좋은 애드리브가 낭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상대 배우가 잘 받아 주지 않으면 애드리브는 대체로 그 자리에서 증발되고 마는 법이었으니까.
물론 애드리브라는 문자 그대로.
촬영을 하다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애드리브를 치고, 상대 배우가 그 애드리브를 센스 있게 받아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운 좋은 경우는 경험과 연륜이 바탕될 때 찾아오는 법이었다.
일단은 무엇이든 준비를 해 두는 게 더 좋은 장면을 뽑아낼 가능성이 컸다.
“나물을 캐는 장면이니 이와 관련해 애드리브를 치면 좋을 것 같더군. 어떻게 생각하나?”
지정현이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즉흥적으로 대사를 뱉겠네. 잘 받아 주게.”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배님.”
원래라면 이렇게 대답하고 대화가 마무리되는 게 평소의 그림이었다.
하지만 나는 대답을 모두 마치고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혹시 괜찮으면 제가 애드리브를 해도 괜찮겠습니까?”
내 질문을 듣고 지정현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네가?”
“네.”
“자네는 원래 애드리브를 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거 아니었나?”
“그랬죠. 그런데 어제 생각해 보니 괜찮은 게 떠오르는 게 있더라고요.”
나는 지정현에게 어떤 식으로 애드리브를 칠 생각인지 계획을 설명했다.
옆에서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필성 감독이 밝은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오! 아이디어 괜찮은데요?”
지정현 또한 내 아이디어가 나쁘지 않았는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괜찮군. 그럼 그렇게도 연기를 해 보지.”
얼굴 천재 배우님 91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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