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93)
얼굴 천재 배우님-93화(93/200)
얼굴 천재 배우님 093화
며칠 뒤.
촬영 현장에 도착한 나는 김필성 감독부터 찾았다.
그리고 어제 내가 발견한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것은 윤우성과 김성연이 경성을 떠나기 직전, 친일파를 암살하는 장면이었다.
14씬이었다.
“14씬에 문제가 있다고요?”
“제 착각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 들어맞지 않는 느낌입니다.”
윤우성과 김성연의 성격이라면 친일파를 충분히 암살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 친일파는 단순히 일본에 우호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국가를 팔아먹는 데 앞장서 수많은 사람을 고통에 빠뜨린 인물이었다.
이런 인물을 암살하는 것은 관객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는 동시에.
윤우성과 김성연이 어떤 방식으로 큰 뜻을 도모하고 있는지 알릴 수 있었다.
하지만 14씬에서 이렇게 친일파를 암살하는 행위는 개연성이 떨어졌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임시 정부의 명령을 받아 독립 운동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몰래 경성에 들어온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무를 저버리고 스스로 일본군의 표적이 되겠다고 친일파를 제거하는 데 앞장서다니.
관객의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29씬 이후로 윤우성과 김성연이 아등바등 어떻게든 독립 운동 자금을 확보해 상해로 돌아가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더욱더 그랬다.
관객에게는 이러한 앞뒤 상황이 스스로의 발에 족쇄를 채운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었다.
“결국 이시준 배우님 말씀은 윤우성, 김성연에게 친일파를 암살해야만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필요하다는 것이군요.”
“맞습니다.”
“확실히 일리가 있네요. 이따 지정현 배우님이 도착하면 조금 더 얘기를 나눠 보도록 하죠.”
말하자면 내가 옥에 티를 지적한 것임에도 김필성 감독은 다른 뜻 없이 내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잠시 후.
지정현이 도착했고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정현은 내 얘기를 듣고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네. 계속 뭔가 걸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게 14씬 때문이었군.”
김필성 감독이 지정현의 대답을 듣고 물었다.
“14씬을 어떻게 수정해서 개연성을 부여하면 좋을까요?”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 깊게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곧 어렵지 않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89씬의 감정에 맞게 각 인물에게 개연성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앞서 설명한 바 있듯이 89씬은 우연히 인연을 맺은 남매가 싸늘하게 발견된 것을 보고 김성연이 오열하는 장면이었다.
또한 그냥 국경을 넘어 간도를 진입하지 않고 자리에 남아 일본군을 사살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는 장면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성연은 본래 이렇게 감정적으로 휘둘리는 인물이 아니었다.
조금 가벼워 보이는 구석이 있지만 누구보다 철저하게 임무에 몰입하는 성격이었다.
침착해 보이지만 강한 의협심 때문에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큰 윤우성과는 정반대의 성향이라고 할 수 있었다.
89씬은 원래 이런 성격을 보이는 김성연이 남매의 죽음을 계기로 각성을 하게 되는 느낌이었다.
그런 까닭에 14씬은 89씬에서의 극적인 변화를 잘 드러내기 위해 김성연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인물임을 잘 보여 줘야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은 김성연의 이러한 성격이 잘 드러나지 않았고.
이것은 14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29씬 이전에 찍은 전체적인 장면 모두가 김성연의 캐릭터성을 살리는 데 부적합했다.
캐릭터가 명확하지 않았다.
‘<탈출>에서 결과적으로 김성연이 묻힐 수밖에 없었던 이유야.’
원래대로라면 큰 문제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만든 김성연은 더 확실한 존재감이 있었다.
‘그러니까 지정현과 김필성 감독도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게 된 거겠지.’
김성연의 캐릭터가 영화 전체 내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
그래서 우리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안 되겠네요.”
“전부 다시 찍어야겠어요.”
“그래야 할 것 같군.”
다만 재촬영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1씬부터 28씬까지 전부 다시 찍으려면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현실적인 문제였다.
이대로 재촬영을 진행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나와 지정현이야 더 좋은 작품을 위해서 재촬영 출연료를 안 받을 수 있었지만.
현장 스태프에게까지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었다.
사실 이럴 때는 희생이 아니라 웃돈을 얹어서라도 재촬영에 참여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게 맞았다.
현장 스태프들의 입장에서는 <탈출>의 재촬영을 위해 다음 작품의 참여 일정을 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자금이라는 큰 걸림돌이 있는 상황.
하지만 <탈출>은 더 이상의 투자를 끌어오기에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애초에 지금의 자금조차도 지정현이 발품을 팔아서 간신히 모은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 지정현, 김필성 감독 모두 쉽게 재촬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 정적이 흐른 뒤.
김필성 감독이 뭔가를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냥 5씬, 8씬, 14씬만 재촬영하는 걸로 하죠. 이 정도면 편집으로 어떻게든 우리가 추구하는 김성연의 캐릭터성을 형성할 수 있을 거예요.”
확실히 지금처럼 자금이 없는 상황이라면 이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무래도 <탈출>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회귀 전보다 훨씬 더 작품성이 뛰어난 <탈출>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던 나에게는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었다.
‘물론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한다고 해도 회귀 전의 <탈출>보다 좋은 작품이 완성될 거야.’
더 늦기 전에 문제를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일이었다.
다만, 나는 이보다 더 좋은 작품을 원했다.
최근 작품에 몰두하고 <탈출>에 대한 애정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더 이러한 마음이 컸다.
나만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 듯했다.
잠시 뭔가를 고민하는 듯 입을 열지 않고 있던 지정현이 김필성 감독을 바라봤다.
“저는 <탈출>이 조금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자금이….”
“네. 자금이 충분하지 않죠. 그러나 이대로 포기한다면 <탈출>이라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영영 놓치게 될 겁니다.”
“아아.”
“제가 어떻게든 열심히 움직여서 투자를 받아오겠습니다. 그러니 이대로 포기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지정현은 김필성 감독을 설득하려는 듯 힘주어 이야기했다.
하지만 사실 지정현 또한 별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탈출>의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맥을 총동원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또한 지정현은 자신이 오랫동안 모은 돈을 전부 <탈출>에 투자한 상황이었다.
회식 중 우연히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와 알게 된 사실이었다.
‘듣기로는 지정현의 소속사인 FQ가 <탈출>에 투자를 하긴 했지만….’
큰 금액을 투입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애초에 FQ는 지정현이 <탈출>과 같은 작품에 관심을 보이는 것에 못마땅해하고 있었다.
그러니 지정현으로서는 FQ의 도움을 받기도 힘들 것이 분명했다.
김필성 감독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정현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지정현이 재촬영의 의욕을 보였는데도 분위기가 좋아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역시 미리 대비를 해 놓기를 잘했어.’
이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두 사람을 향해서 입을 열었다.
“저…. 말씀 중 죄송합니다만….”
“말하게.”
“네. 말씀하세요. 배우님.”
“저한테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지정현과 김필성 감독이 깜짝 놀랐다.
“방법?”
“그게 정말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대답했다.
“네. 사실 14씬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난 뒤 필연적으로 재촬영을 하게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투자금 문제가 떠오르더군요.”
“그래. 그럴 수밖에 없지.”
“우리가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요?”
나는 걱정이 묻어나는 김필성 감독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저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힘들 겁니다. 하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제가 지금까지 모은 돈을 <탈출>에 투자하겠습니다.”
“음….”
“헉? 정말요?”
“다만 그 금액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제가 투자한 금액으로는 간신히 서너 씬을 재촬영하는 데 그칠 겁니다.”
회귀 후 벌써 세 작품에 출연했지만 아직 큰돈을 만지지 못했다.
<체포> 때는 워낙 출연료가 적었고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 때는 간신히 투자비를 갚고 약간의 정산을 받는 정도였다.
그나마 출연료를 제대로 받은 것은 <황녀님, 동거합시다> 때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이것도 금액이 엄청나게 크지 않았다.
만약 광고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서너 씬을 재촬영할 수 있는 금액의 투자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확실히 아직 큰돈을 모으기에는 무리가 있지. 그래도 서너 씬을 촬영할 만큼의 금액이라도 분명 보탬이 될 거야. 고맙네. 힘이 되는군.”
지정현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선뜻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 것에 상당히 감동한 듯했다.
어깨를 두드리는 행위는 다른 사람에게 큰 의미가 있지 않았지만, 지정현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지정현으로서는 최선의 감정 표현을 한 것이었다.
<탈출>은 좋은 영화가 될 거다.
나는 그 부분만은 믿어 의심치 않기에 투자를 결심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 놓은 것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내가 모은 돈을 투자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나는 <탈출>의 재촬영을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 놓은 상태였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하지만 제 얘기가 벌써 끝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재촬영을 예감하고 한 곳의 회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김필성 감독이 뭔가를 눈치챈 듯 입을 열었다.
“설마….”
나는 김필성 감독을 향해서 미소를 지어 보인 뒤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저의 소속사인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다행히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는 <탈출>의 투자에 큰 관심이 있더군요.”
* * *
일주일 후.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는 <탈출>에 본격적으로 금액을 투입했다.
심지어 그 금액은 본래 <탈출>에 투자한 것과 맞먹는 것이었다.
막대한 투자.
그 덕분에 <탈출>의 촬영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그와 동시에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투자 소식이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페스타 엔터테인먼트! ‘탈출’에 금액 투입 확정!] [‘탈출’은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첫 번째 투자 작품….] [손익 분기점 무조건 넘을 것이다? 페스타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확신!] [정윤석 대표,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는 본격적으로 영화 사업에 뛰어들겠다”]나는 기사를 쭉, 확인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정윤석을 만나야 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얼굴 천재 배우님 93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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