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94)
얼굴 천재 배우님-94화(94/200)
얼굴 천재 배우님 094화
14씬의 문제점을 확인한 후.
나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서 통장의 잔고를 확인했다.
역시나 금액이 많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부러워할 만한 숫자였지만.
이 금액으로는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광고를 조금 더 찍는 건데….’
배우는 작품의 출연료로 큰돈을 벌지 못한다.
아예 돈을 벌지 못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보통 큰 수입은 광고 촬영을 통해 생겨났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광고 촬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대체로 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광고 촬영을 하다 보면 작품에 집중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대본을 검토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연기 연습을 할 시간도 많이 빼앗겼다.
결정적으로 나는 돈 욕심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광고를 찍지 않은 게 후회됐다.
제안을 전부 받아들여서 광고를 찍었다고 해도 <탈출>을 충분히 돕지 못했겠지만.
손이 하나라도 부족한 상황이었으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계속 아쉬워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고 나는 그러기 위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보미였다.
-네! 배우님!
“안녕하세요. 팀장님. 잠시 통화 가능할까요?”
-물론이죠! 말씀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탈출>에 관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요.”
나는 <탈출>의 상황을 쭉, 설명했다.
이와 함께 투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김보미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답변했다.
-<탈출>은 내부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긴 해요. 무엇보다 배우님이 선택한 작품이니까.
다행히 긍정적인 이야기였다.
하지만 동시에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좋게 생각한다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그게 제 선택이랑 무슨 상관이 있나요?”
-당연히 상관있죠. <체포>부터 <황녀님, 동거합시다>까지. 배우님은 선택하는 작품마다 모두 시청률 10%를 넘긴 분이잖아요.
그러고 보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내가 이 모든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출연한 작품이 세 번 연속 시청률 10%를 넘길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할 만했다.
다만 나는 지금껏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한 번도 그런 쪽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몰랐어요.”
-배우님이라면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실무자들은 배우님의 선택을 존중해 <탈출>에 투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겁니다.
“그런가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회사 쪽에서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영화 투자 및 제작에 관심을 두고 있거든요. 다만….
“다만?”
-작품 투자에 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대표님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워낙 결정을 신중하게 내리는 분이거든요.
“아…. 그렇군요.”
페스타 엔터테인먼트는 거의 모든 업무를 실무자가 담당하고 있었다.
그렇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회사였다.
그래서 나는 영화 투자와 관련해서도 실무자 선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대화의 과정에서 대표의 이야기를 듣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영화 투자에는 대표의 선택이 필요할 것 같았다.
영화 투자에는 상상 이상의 막대한 금액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그래. 아무리 실무자의 권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표라도 이 부분을 그냥 넘길 수 없겠지.’
결국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대표의 허락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그 허락을 받아 내기 위해 입을 열었다.
“대표님이 저랑 한번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고 했었죠?”
-그랬죠…. 설마?
“네. 제가 직접 대표님을 만나 뵙고 투자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 * *
그날 저녁.
나는 생각한 것보다 빠르게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서 도착한 파인 레스토랑은 한남동에 위치한 LAP GUSTUS라는 곳이었다.
꽤 큰 규모의 파인 레스토랑이었는데 문제는 따로 방으로 된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투자 이야기를 여기서 해도 될까.’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그냥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금방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정윤석과 인사를 나눠야 했기 때문이다.
“이시준 배우님! 이쪽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하하! 반가워요! 이쪽에 앉으시죠.”
나는 정윤석 대표와 금방 악수까지 나누고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레스토랑 내부의 사람들이 내 쪽으로 시선을 던지고 웅성거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파인 레스토랑의 내부가 꽤 넓다는 사실이었다.
대놓고 귀를 기울이지 않는 한 바로 옆자리 목소리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꽤 크게 틀어 놓은 음악이 효과를 발휘하는 듯했다.
그렇게 내가 바쁘게 파인 레스토랑의 내부를 훑어보고 있을 때.
정윤석 대표가 입을 열었다.
“너무 뻥 뚫려 있는 곳으로 불러서 좀 놀랐죠?”
“네. 살짝. 그래도 대화 소리가 들리는 정도는 아닌 것 같네요. 사람이 좀 많을 뿐.”
“하하. 제가 좋아하는 곳이에요. 누굴 만나도 거의 이곳에서 식사를 하죠.”
“다른 연예인들과도요?”
연예인들 대부분 사람들과 차단된 공간을 선호하기에 물은 것이다.
정윤석 대표가 웃으며 답했다.
“우리가 무슨 죄를 짓는 것도 아닌데 굳이 방 같은 걸 잡을 필요 있나요?”
그때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그러자 레스토랑의 직원이 먼저 그쪽으로 다가가 손님을 제지했다.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손으로 가리켰는데, 그곳에는 다른 자리의 촬영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사실 이 레스토랑은 저희 아버지의 가게입니다.”
정윤석 대표가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이렇게 속삭였다.
그와 동시에 어째서 이곳으로 저녁 약속을 잡았는지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곳이라면 굳이 방으로 숨을 필요가 없을 듯했다.
방이라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답답함을 준다는 걸 생각해 보면 더욱더 그랬다.
‘이렇게 넓은 홀에 앉아 식사하는 걸 선호하는 연예인이 있을 수도 있겠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지만.
가끔 이런 삶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어딜 가도 감시를 받는 듯한 기분은 물론이고, 식당 하나를 가도 방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거나 구석에 몸을 숨겨야 했으니까.
나 또한 마음 편히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라는 걸 알게 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짐을 느꼈다.
“아버지의 가게로 손님을 초대하는 마음. 저도 무엇인지 알죠.”
“그렇습니까?”
“네. 저희 아버지도 작은 가게를 하나 운영하고 있거든요.”
“아아. 그러고 보니 얘기를 들은 적 있는 거 같네요. 닭한마리집이라고 했나요?”
“맞습니다. 망원 쪽에 있죠.”
“나중에 직원들을 데리고 그쪽에서 한번 회식을 해야겠네요.”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하죠.”
그렇게 나와 정윤석 대표가 가볍게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
직원 한 사람이 다가와 식사를 준비할지 물었다.
“네. 준비해 주세요.”
정윤석 대표가 대답했다.
코스로 운영되는 곳이라서 그런지 따로 메뉴를 고르는 시간은 없는 듯했다.
“혹시 드시지 못하는 음식이 있을까요?”
직원이 내게 물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좋아하는 것이라면 또 모를까 내 사전에 먹지 못하는 음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직원이 떠나고 나서 정윤석 대표가 입을 열었다.
“와인은 제가 좋아하는 것으로 미리 골랐는데 혹시 다른 걸 드시고 싶으신가요?”
“아뇨. 와인 괜찮습니다.”
“다행이네요. 아뮤즈 부쉬가 나오고 나면 본격적으로 얘기를 나눠 보기로 하죠.”
잠시 후.
삶은 방울토마토 위에 구운 새우가 올라가 있는 아뮤즈 부쉬가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직원이 같이 마실 수 있도록 레드 와인 한 병을 오픈했다.
아뮤즈 부쉬를 입에 넣자 트러플의 특색 있는 향과 함께 레몬 제스트의 상큼함이 입맛을 돋웠다.
레드 와인에 딱 맞는 아뮤즈 부쉬인 것 같았다.
“항상 이시준 배우님을 만나 뵙고 싶었는데 기회가 쉽게 나지 않더라고요.”
“그랬습니까?”
“먼저 의사를 내비쳐도 김 팀장이 중간에서 전부 커트해 섭섭했습니다. 한번은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었더니 괜히 바쁜 사람을 괴롭히지 말라더라 뭐라나.”
정윤석은 소속사 대표치고 비교적 나이가 어린 축에 속했다.
그래서 그런지 직원들과도 허물없이 편하게 지내는 듯했다.
애초에 직원에게 실무의 전권을 맡긴 것만 봐도 그 성격을 알 수 있었다.
보통 이런 식으로 회사의 시스템을 갖추는 경우는 둘 중 하나였다.
대표가 너무 나이가 많아 실무를 전부 직원에게 맡긴 채 한발 물러나 있거나.
열려 있는 마인드로 실무 권한을 모두 넘기거나.
당연히 정원석 대표는 후자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사실 제가 이시준 배우님을 따로 만나고 싶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요?”
“제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이시준 배우님의 행보가 보통 사람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르다니…. 어떤 점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분명 신인인데 그렇지 않은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나는 정윤석 대표의 말에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가 본질을 꿰뚫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하. 그냥 해 본 소리였습니다. 너무 개의치 마세요. 그보다 오늘 저를 보자고 한 이유가 있다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냅킨으로 입을 닦고 다시 무릎 위에 올려놨다.
그런 뒤 입을 열었다.
“네. <탈출>의 투자를 받고 싶어서 부탁을 드렸습니다.”
“투자라면 회사 차원의 요청이겠군요. 확실히 저는 사업 확장을 위해 영화 투자 쪽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다만 <탈출>의 투자 좀 부담스럽더군요.”
“이유를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영화감독의 경력이 너무 적다는 것이죠. 아무래도 처음 투자를 하는 것인 만큼 조금 안전하게 가고 싶은 게 제 마음이거든요.”
정윤석 대표는 가타부타 다른 얘기를 더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핵심을 완벽하게 찌르는 느낌이었다.
사실 지금 <탈출>이 투자로 어려움을 겪는 것도 김필성 감독의 짧은 경력 때문이었으니까.
나는 어떻게 하면 정윤석 대표를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다행히 방법이 아예 없지 않았다.
“저한테 신인 같은 느낌이 아니라고 했죠?”
“네. 그랬죠. 그리고 실제로 이제 이시준 배우님은 신인이 아니죠. <황녀님, 동거합시다>를 통해 성공적으로 메인으로 안착했으니까.”
“맞습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그렇게 될 수 있었죠.”
“그게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는지. 어째서 선택하는 작품마다 실패하는 경우가 없는지.”
나는 정윤석 대표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감입니다.”
“…감이라고요?”
“네. 감이 그걸 알려 주더군요. 그래서 한마디를 덧붙이자면 <탈출>은 성공할 겁니다. 무조건.”
정윤석 대표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확실을 가질 수 있냐는 듯이.
얼굴 천재 배우님 94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 이 책은 원스토어 주식회사가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으로 당사의 허락 없이 무단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