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95)
얼굴 천재 배우님-95화(95/200)
얼굴 천재 배우님 095화
식탁 위로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다행히 정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윤석 대표가 웃음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하하하. 감이라…. 그렇죠. 연예계에서 그것보다 확실한 것이 없죠.”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이시준 배우님이 너무 겸손한 것 같습니다.”
“겸손이요?”
“네. 사실 저는 이미 이시준 배우님이 어떻게 실패 없이 계속 성공을 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나름대로 파악한 상태거든요.”
“아….”
“먼저 이시준 배우님한테는 아주 놀라운 작품 분석 능력이 있더군요. 사실 그렇지 않다면 이상한 일이죠.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는 물론 전 직원을 통틀어 가장 많은 대본을 읽고 있으니까요.”
“…그랬나요?”
“네. 정말 놀라울 정도의 양이더군요. 심지어 들어 보니 그냥 단순히 작품만 많이 읽는 게 아니었습니다. 현장에서도 몇 번이나 활약했다고요?”
“활약이라면….”
“맞습니다. <사랑을 캐스팅하겠습니다>에서 메인 남녀주의 연기력을 끌어올린 일. <황녀님, 동거합니다>에서 윤성효 감독의 편집 방향을 바꾸고 마지막 장면의 내레이션을 추가한 일까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이 대단하더군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정윤석 대표는 나의 행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실무에 관여하지 않는 사람이 이렇게 현장의 일까지 자세히 알고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페스타 엔터테인먼트가 구심점을 잡고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정윤석 대표는 실무자들에게 결정을 맡겼을 뿐 거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능력의 소유자인 셈이었다.
“뉴스경제 인터뷰에서의 활약. And You와의 화보 촬영에서의 활약. <어메이징 선데이>의 활약도 놀라웠습니다. 서로 크게 연관성이 없는 일인데 모두 잘해 낸다는 게 신기했죠.”
“그쪽은 운이 좋았습니다.”
“그래요. <어메이징 선데이>에서의 활약은 운일 수도 있죠. 연예인 중 예능에 나가서 뜻하지 않게 주목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으니까.”
“네. 맞습니다.”
“하지만 뉴스경제와 And You는 다릅니다. 단순히 운이 좋아 정치부에서 더럽기로 소문난 기자를 상대로 손쉽게 승리를 거두고, 문제가 있는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를 짚어 내는 것으로 모자라 해결책까지 제안한다고요? 말이 되지 않죠.”
“…….”
“무엇보다도 이시준 배우님 주변으로 모이고 있는 사람들이 인상적이더군요. 박준, 신디, 지정현 모두 연예계에서 쉽게 다가가기 쉽지 않은 사람들로 유명하니까요.”
“음….”
“심지어 함께 일한 사람 중에서 이시준 배우님을 나쁘게 평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전부 긍정적인 이야기뿐이었어요. 침을 튀겨가며 칭찬을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과찬입니다.”
“아니요. 과찬이 아닙니다. 이게 끝이 아니니까요. 저는 얼마 전 이시준 배우님께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이시환 모델님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죠?”
“그렇게 든든한 배경이 있는 사람이 단 한 번도 그것을 먼저 이용하려고 한 적이 없었으니까! 생각해 보면 예전부터 그랬죠! 이미 훌륭한 연기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배움이 더 필요하다며 더블유 연기 학원에 다니겠다니…. 지금 돌이켜봐도 기가 막힌 일입니다!”
정윤석 대표는 어느새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나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운 반응이었다.
정윤석 대표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랬다.
“결론적으로 이시준 배우님은 뛰어난 작품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과 동시에 본질을 꿰뚫는 능력이 탁월한 분이더군요!”
“…….”
“또 그것을 아우르는 올바른 천성이라니! 도대체 부족한 점을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보자마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바로 이 외모! 이야!”
이대로 정윤석 대표를 가만히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와인 잔을 채우기 위해 곁으로 다가온 직원이 정윤석 대표를 힐끔거리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다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슬슬 이쪽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분위기를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입을 열었다.
“혹시 대표님….”
“네?”
“시럽이십니까?”
황당한 질문이겠지만 그만큼 내 마음도 황당한 상태였다.
솔직히 합리적인 추론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몇십 분을 혼자 나에 대해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물론 대표로서의 관심이겠지만.
나는 어쨌든 놀라운 관심과 칭찬에 감사하다고 말하며 주제를 돌리려고 했다.
그때 정윤석 대표는 티 하나 없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네?”
“시럽. 맞습니다.”
뜻밖의 긍정이었다.
* * *
이후로는 정윤석 대표를 더 설득할 것도 없었다.
이미 나에 대한 신뢰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었다.
정윤석 대표는 <탈출>이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것도 동의했다.
내 감이 아니라 나 자체를 믿는다는 얘기였다.
덕분에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도움으로 <탈출>의 투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조금 부담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정윤석 대표가 너무나도 열렬하게 나를 지지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때로는 누군가의 기대가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었는데 지금이 딱 그랬다.
그래서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탈출>에 투자한다는 기사가 올라왔을 때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탈출>의 촬영은 계속되어야 했다.
다행히 페스타 엔터테인먼트의 투자 이후로 <탈출> 촬영에는 속도가 붙었다.
1씬부터 28씬까지 몇몇 씬을 제외하고는 김성연이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면을 다시 찍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촬영이 순조롭게 흘러갔고 마침내 <탈출>의 대미라고 할 만한 장면을 찍는 날이 밝았다.
바로 91씬 촬영이었다.
“스탠바이! 큐!”
휘잉, 하고 서늘한 바람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간다.
하지만 나는 움직일 수 없다.
바로 앞으로 일렬로 진격을 하고 있는 일본군이 보였기 때문이다.
일본군은 우리가 이곳에 숨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나와 윤우성이 그렇게 정보를 흘렸으니 당연한 일이다.
일본군은 두려움 하나 없이 의기양양하게 진격한다.
무기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마을 하나를 초토화한 게 일본군의 사기에 한껏 높인 모양이다.
이가 빠득, 하고 갈리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
일본군이 조금 더 진격할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휘리릭, 매 한 마리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다.
소윤이와 형제처럼 함께했던 바로 그 녀석이다.
그것은 일종의 신호다.
일본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매가 있는 곳으로 향할 때.
퍼엉! 퍼어엉!
폭발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일본군의 발밑으로 폭탄이 터진 것이다.
“진열을 가다듬어라! 폭탄은 많지 않다!”
말을 타고 있는 일본군 대장이 이렇게 소리친다.
하지만 일본군은 이미 생각지 못한 폭탄 공격으로 동요한 상태다.
나와 윤우성은 때를 놓치지 않고 스나이퍼를 손에 쥔다.
탕! 탕! 탕!
한 발에 한 명.
일본군이 목숨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다.
일본군의 동요는 자연스럽게 더 커진다.
이대로 계속 스나이퍼에 모든 일본군이 목숨을 잃는다면 좋겠지만.
일본군 대장이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이며 상황이 여의치 않게 흘러간다.
“이쪽이다! 그리고 저쪽!”
일본군 대장은 침착하게 우리의 위치를 파악하고 기병대를 보낸다.
탕! 탕! 탕!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 발에 한 명씩 말 위의 일본군을 노려서 사살하지만 수가 너무 많다.
점차 거리가 가까워진다.
그와 동시에 기병대의 무차별적인 사격이 시작된다.
한 발이라도 맞으면 그냥 비명횡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나와 윤우성은 기병대의 공격까지 예상하고 장애물을 설치한 상태다.
나는 기병대의 움직임에 따라 엄폐할 장애물을 선택하며 사격한다.
이제 스나이퍼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내 특기인 쌍권총으로 일본군을 상대하는 것만이 방법이다.
그때 기병 하나가 장애물을 높게 뛰어넘어 내 머리 위에서 총을 겨눈다.
하지만 나는 한발 빠르게 쌍권총으로 기수를 사살한다.
죽기 전에 기수가 쏘아 보낸 총알은 아슬아슬하게 허벅지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뜻밖의 타격을 입었지만 아직 제대로 총을 맞은 건 없다.
어찌어찌 기병대를 잘 상대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대로 기병대를 모두 처리하고 후퇴해 보병을 무력화한다면 승산이 있다.
하지만 우리 뜻대로 싸울 생각이 없는 듯 일본군 대장은 화포를 동원한다.
쿠웅! 퍼어엉!
나와 윤우성이 어렵게 설치한 장애물이 화포 한 방에 무력화된다.
이대로 여기서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윤우성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듯 소리친다.
“달려!”
그렇게 나와 윤우성은 죽음을 각오하고 뒤쪽으로 달린다.
다행히 화포의 등장으로 기병대가 주춤한 상태다.
화포로 인해 자신들도 다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탓이다.
간간이 우리 뒤를 쫓는 대담한 기마병도 있지만 나와 윤우성은 정확한 사격으로 기수를 떨어뜨린다.
쿠웅! 퍼어엉!
다행히 우리는 화포의 사격을 피해서 각자의 오토바이에 몸을 싣는다.
이미 자존심이 상할 만큼 타격이 입은 일본군 대장이 소리친다.
“잡아! 무조건 잡으라고!”
그렇게 우리의 뒤를 일본군이 군용 차량을 타고 쫓는다.
나와 윤우성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쫓는 일본군도 있다.
쿠웅! 퍼어엉!
그사이에도 일본군의 화포 공격은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운전하기 시작한 나와 윤우성은 물 만난 물고기 같다.
이리저리 일본군의 화포 공격을 피해 낸다.
그뿐만 아니라 역으로 일본군이 화포에 맞을 수 있도록 유인한다.
윤우성은 오토바이와 군용 차량을 한꺼번에 낚아서 서로 부딪히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결국 일본군 대장이 화를 참지 못하고 전군 돌격 명령을 내린다.
그와 동시에 화포 부대가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 포탄을 정비하고 후열을 따른다.
때마침 나와 윤우성의 오토바이가 기름을 모두 쓰고 멈춰 선다.
이대로라면 뒤를 잡혀서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은 당황하지 않고 손을 들어 올린다.
그런 뒤 여전히 우리 뒤를 쫓고 있는 일본군 병력에 총알을 쏘아 보낸다.
깔끔하게 목숨을 잃는 일본군.
나는 그 모습을 확인하며 휘파람을 분다.
그러자 허공을 활공하고 있던 창이 발톱으로 꼭 쥐고 있던 포탄을 떨어뜨리고.
포탄은 화포 부대의 위로 떨어져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다.
콰아아아앙!
이제 막 출발하고 있던 일본군 대장까지 완전히 집어삼키는 엄청난 폭발이다.
퍼어어어엉!
소리만큼이나 대단한 화마가 두 눈 앞에 펼쳐진다.
뒤편으로 잿빛 연기가 피어오른다.
나와 윤우성은 그 모습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몸을 돌린다.
이제 복수를 끝냈으니 국경을 넘어야 할 때다.
얼굴 천재 배우님 95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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