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97)
얼굴 천재 배우님-97화(97/200)
얼굴 천재 배우님 097화
보통 제작 발표회는 경직된 분위기였다.
작품을 선보이기 전 처음 진행되는 공식적인 행사인 만큼 어느 정도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 제작 발표회에서 나오는 질문이라는 것도 비슷한 형식을 갖추고 있기 마련이었다.
자칫 잘못해 첫 단추를 잘못 끼우게 되면 여러모로 피곤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었으니까.
심지어 제작 발표회는 편집 등으로 상황을 무마할 수도 없는 행사였다.
그런 까닭에 다른 때보다 재밌는 상황을 만들기가 힘들었다.
간간이 감독이나 배우가 질문을 위트 있게 받아쳐 작은 웃음을 주는 게 최대치였다.
거기에 영화 제작 발표회의 경우에는 기자 및 평론가의 시사회를 같이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더 힘들었다.
단순히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처음 영화를 보여 주는 자리인 만큼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해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오늘 제작 발표회가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거라 생각했다.
‘분명 그랬는데….’
김필성 감독이 생각지 못한 실수를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진심으로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고, 그 때문인지 훨씬 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제작 발표회가 진행됐다.
진행을 맡은 박규림 역시도 평소보다 훨씬 텐션이 높았다.
그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질문도 많이 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예기치 않게 시간을 많이 뺏기면서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것 같았다.
“이시준 배우님.”
“네.”
“아까 키 높이 깔창 말이에요. 김필성 감독님의 지갑인 줄 알고 주웠다고요?”
“그랬는데 아니더군요.”
“아니. 촬영 중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감독님의 지갑에 집착하게 된 거예요?”
나는 투자 얘기를 꺼내도 되는지 몰라 쓰윽, 하고 주변의 눈치를 봤다.
그러자 지정현이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끼어들었다.
“아아. 그 질문은 당사자보다는 제가 답변을 드리는 게 좋겠네요.”
“오! 좋습니다. 지정현 배우님.”
“사실 시준 씨가 가지고 있던 돈을 탈탈 털어서 <탈출>에 투자를 했거든요.”
“정말요?”
“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부쩍 생활이 힘들어졌습니다. 감독님의 지갑에도 그래서 집착을 하지 않았나 싶군요. 그렇죠? 시준 씨?”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탈출> 촬영이 끝나고 광고를 열심히 찍었는데도 아직도 통장이 좀 가볍더라고요.”
“그렇죠. 아무래도 전보다는 조금 더 비어 보이겠죠.”
“네. 그래서 감독님의 지갑을 좀 탐냈습니다. 꽤 두툼해 보이길래 돈이 많이 들어 있는 줄 알았어요.”
내 대답에 박규림을 비롯한 기자들이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김필성 감독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내 말을 받았다.
“진짜 지갑은 키 높이 깔창보다 두께가 얇아요. 이시준 배우님이 투자한 돈을 이미 전부 다 썼거든요.”
“그걸 다 쓰셨구나….”
나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기자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사 좀 잘 써 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내가 애원 아닌 애원을 했고 기자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 기자들은 신이 난 사람처럼 타자를 계속 두드리고 있었다.
그렇게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탈출>의 제작 발표회가 마무리될 수 있었다.
다행히 내가 부탁한 대로 온라인상에는 좋은 기사가 많이 올라와 있었다.
[‘탈출’ 첫 시사회, 기자 및 평론가의 호평 잇따라] [지정현X이시준 ‘탈출’ 캐릭터 포스터 공개] [(포토) 이시준 꽉 찬 취재진 바라보며 찰칵] [바닥에 버려진 ‘탈출’ 감독의 깔창? 이시준의 재치 있는 갈무리] [이시준의 재치로 웃음바다가 된 ‘탈출’의 제작 발표회 현장] [‘탈출’ 이시준, ‘투자하느라 통장 잔고가 비었다’ 감독의 깔창 탐낸 이유 밝혀] [지정현, 이번에도 천만 넘을 수 있을까? 높아지고 있는 ‘탈출’의 기대감] [키 높이 깔창을 공개하는 신인 감독의 패기! ‘탈출’의 행복한 제작 발표회] [일단 영화가 재밌다! 점점 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탈출’] [감동의 눈물에서 유쾌한 웃음으로 마무리된 ‘탈출’의 시사회 및 제작 발표회(종합)]제작 발표회는 좋은 평가를 받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탈출>이 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별개였다.
그래서 걱정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다행히 <탈출> 또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것만으로도 제작 발표회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제일 큰 산은 넘은 셈인가….’
하지만 영화 홍보는 이제 시작이었다.
겨우 기자 및 평론가 시사회와 제작 발표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우리의 첫 번째 홍보 행사는 영화의 마니아를 위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일반인들은 기자 및 평론가 시사회와 제작 발표회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게 현실이었다.
결국 영화가 흥행하려면 일반 관객을 끌어들여야 했다.
그렇게 우리는 <탈출>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기 위해 예능 출연을 결정했다.
나와 지정현이 출연하기로 한 첫 번째 예능은 <문명전파>였다.
* * *
<문명전파>는 SBC에서 제작한 너튜브 채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정현은 <문명전파>의 출연에 부정적이었다.
오래 방송을 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너튜브 채널보다 공중파의 파급력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차라리 SBC의 다른 예능에 나가는 게 낫지 않나?”
하지만 때로는 웬만한 공중파 프로그램보다 너튜브 채널이 인기가 많았다.
특히 <문명전파>는 조금 더 자유롭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너튜브 채널의 특징이 가장 잘 살아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쪽 구매 영향력이 가장 큰 20~30대의 관객이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기도 했다.
나는 이 점에 관해서 지정현에게 설명했다.
다행히 지정현은 내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생각이 그렇다면 <문명전파>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하지.”
“진행 방식이 조금 독특한 편이니 <문명전파>의 영상을 몇 개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러는 게 좋겠군. 너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니까. 영상은 어떻게 볼 수 있나?”
나는 지정현의 핸드폰을 받아서 <문명전파>의 채널을 찾았다.
그중 영화 홍보 영상을 모아 놓은 재생 목록을 클릭하자 여러 제목이 떴다.
지정현은 그 제목을 쭉, 훑더니 가만히 중얼거렸다.
“<뜻밖의 지옥>….”
<뜻밖의 지옥>은 한 달 전 개봉한 박준 주연의 영화였다.
예상대로 870만 관객 동원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끝내 1,000만을 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이 정도만 해도 나쁘지 않았다.
<뜻밖의 지옥>이 조금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라는 걸 생각해 보면 더욱더 그랬다.
그나저나 박준도 <문명전파>에 출연해 영화를 홍보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지정현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영상을 보면 되는 건가?”
“네? 아. 네.”
“그렇군. 여기서부터는 내가 직접 영상을 보도록 하겠네. 도와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그럼 전 이만 먼저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또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 주세요.”
그렇게 나는 지정현에게 핸드폰을 돌려주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슬쩍, 지정현이 재생하는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뜻밖의 지옥>을 왜…. 준이 형이랑 사이가 나쁜 게 아니었나?’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아무 영상을 재생하다가 <뜻밖의 지옥>을 눌렀을 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리고 그날 밤.
지정현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지정현 선배님][22:13] 자네 말대로 문명전파에 출연하기로 해서 다행이군 [지정현 선배님][22:13] 이곳에서 우리 영화를 홍보한다면 꽤 주목을 받겠어 [지정현 선배님][22:14] 그나저나 MBTI 검사라는 게 있던데 이건 어떻게 하는 건가?그러고 보니 <문명전파>에 출연하려면 MBTI 검사가 필수였다.
<문명전파>의 진행자인 릴라가 MBTI의 신봉자였기 때문이다.
사실 MBTI는 릴라뿐이 아니라 최근 거의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였다.
다만, 문제는 나도 아직 MBTI 검사를 해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Sijun][22:14] MBTI! [Sijun][22:15] 여기 링크로 들어가서 검사하시면 됩니다! [Sijun][22:15] 그러고 보니 저도 아직 검사를 못 해 봤네요!그렇게 지정현에게 링크를 보내고 나 또한 MBTI 검사를 시작했다.
10분이면 끝나는 검사라고 들었는데 꼼꼼히 문항을 체크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몇몇 문항은 번역이 잘못됐는지 여러 번 읽어야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후…. 드디어 끝났네. 이게 내 성격 유형인 건가?’
나는 내 성격 유형에 대한 설명을 읽어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MBTI 팩폭이라는 것도 찾아봤고 고개를 들어 보니 새벽이었다.
나는 지정현의 MBTI를 물어볼 걸 그랬다고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 *
며칠 후.
<문명전파>의 촬영 날.
릴라는 영상으로 보던 그대로였다.
“안녕하세여, 안녕하세여! 반갑습니다! 하… 저희가 사실 저예산이라 조명이 부족한데 두 분 모시니까 조명을… 조명이 필요 없겠는데요? 조명 몇 개는 반납해도 되겠어요! 자체 발광이라는 말은 이런 분들한테 하는 거구나.”
텐션이 엄청나게 높았다.
지정현은 릴라의 ‘주접’에 당황한 듯했지만 곧 적응했다.
릴라가 능수능란하게 방송을 잘 진행한 덕분이었다.
그중 가장 놀라운 것은 <문명전파>의 자료 조사 능력이었는데.
릴라는 지정현이 잊고 있던 과거의 인터뷰 내용까지 꺼내와 질문을 던졌다.
“1999년 시네마21과의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때부터 인기가 많았다. 뒷골목에서 껌을 씹고 있으면 여학생이 다가와 그 껌 좀 줄 수 있어요? 질문을 던질 정도였다. 나는 그래서 항상 주머니에 껌을 한 통 챙겨 다녔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는데 사실인가요?”
지정현은 조금 놀란 기색으로 되물었다.
“제가 그런 얘기를 했었다고요?”
릴라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지정현 배우님. 공식 해명해 주시죠.”
지정현이 당황한 기색으로 말을 고르다가 대답했다.
“뒷골목에서 껌을 씹었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껌은 항상 넓은 대로에서 씹었어요. 꼭 종이에 싸서 버렸고요. 여학생이 껌을 달라고 한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다만 씹던 걸 달라는 건 아니었을 거예요.”
결국 인터뷰에 MSG를 쳤다는 얘기였다.
“아. 뭐야. 지정현 배우님. 이렇게 거짓말을 해도 되는 거예요?”
“2000년이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고 아무 말이나 뱉었는데…. 이게 이렇게 부메랑이 돼서 돌아오네요.”
“아하학. 2000년에 지구가 왜 멸망해요. 뻔뻔한 것 좀 봐. 지정현 배우님 MBTI가 뭐예요?”
그리고 드디어 MBTI 얘기가 나왔다.
얼굴 천재 배우님 97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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