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98)
얼굴 천재 배우님-98화(98/200)
얼굴 천재 배우님 098화
“내가 뭐였지? INTP였나?”
“오오! 인팁! 논리적인 사색가! 조용하고 과묵하며 논리와 분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좋아하시나 봐요?”
“어? 그걸 바로 아시네요.”
“그럼요. 여기에는 MBTI 박사들만 모여 있다고요.”
릴라가 제작진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지정현은 정말 그 말을 믿는 건지 진지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 그럼 <문명전파>에는 MBTI를 얼마나 잘 아는지 면접도 보는 건가요?”
릴라가 당연하다는 듯 지정현의 말을 받았다.
“물론이죠. 저쪽에는 캐나다 핼리팩스 대학교에서 성격 유형학과 MBTI 전공을 한 친구도 있어요.”
“어떤 분이요?”
“저쪽에.”
“안경 쓴 분? 그래. 공부를 잘하게 생겼네. 축하해요.”
“아하학. 아니. 도대체 뭘 축하하는 거예요.”
지정현의 진지한 태도는 뜻밖의 웃음 포인트였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게 컨셉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지정현은 1995년에 데뷔한 배우였고 그런 만큼 최신 유행에 밝지 못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요즘에는 이걸 이렇게 해요’라고 하면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편이었다.
앞서 내가 <문명전파>에 출연하자고 얘기를 했을 때 크게 반대를 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릴라는 뒤늦게 지정현이 진심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학. 정말 그 말을 믿은 거예요?”
“응? 뭐가 거짓말이었나요?”
나는 서둘러 지정현에게 설명했다.
“면접으로 MBTI를 얼마나 잘 아는지 보는 게 사실이 아니래요.”
“아니라고? 그럼 저분도 캐나다에서 학교를 나온 게 아닌 건가?”
“네. 그런가 봐요.”
“아아.”
<문명전파>에서의 인터뷰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
릴라는 요즘 유행이라는 핑계로 지정현을 속였고 지정현은 계속 속으면서도 그 말을 믿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지정현에게 사실을 설명해 주는 역할을 맡아야 했다.
하지만 같은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자 나도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지정현을 같이 속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정현 배우님은 어쩌다가 MBTI 검사를 해 보게 됐나요?”
릴라의 질문에 지정현이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문명전파>에 출연한다고 해서 예습을 좀 했죠.”
“오올. 예습. 그래서 총점이 얼마나 나왔어요? 85점? 86점?”
릴라의 질문에 당황한 지정현이 내 쪽을 바라봤다.
“MBTI에 총점 같은 것도 있었나?”
“…네. 밑으로 계속 스크롤을 내리면 가장 끝에.”
“정말? 왜 난 못 봤지. 분명 설명을 꼼꼼히 다 읽었는데.”
지정현의 표정을 보고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고 릴라가 얼른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 농담이에요. MBTI에 총점 같은 게 어디 있겠어요.”
“없어요? 뭐야? 왜 날 속였지?”
지정현이 배신감을 느끼는 듯 나를 원망했다.
나는 얼른 그 사실을 모른 척 대답했다.
“어? 없어요?”
“자네도 몰랐나?”
“네. 몰랐어요.”
“하여튼…. 자네도 참 나이도 어리면서.”
지정현은 속은 줄도 모르고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스튜디오가 또 한 번 뒤집어졌다.
“아하학. 너무 웃겨. 두 분 케미 뭐예요? 아니, 이시준 배우님. 엄청 예의 있고 착하시길래 좋은 분인 줄 알았는데, 으학. 완전 우리 스타일인데요?”
지정현은 나마저 자신을 속인 것을 알고 잠시 충격 받은 표정을 짓고선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지정현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물론 지정현이 재미를 위해 이 정도 장난은 문제없이 받아 줄 거라는 걸 알고 한 행동이었다.
“으하. 후…. 이제 좀 진정하고…. 이시준 배우님.”
“네. 말씀하세요.”
“그러고 보니 아직 이시준 배우님의 MBTI의 못 물어봤네요. 검사해 보셨나요?”
“아. 저는 ENFJ가 나왔습니다.”
“엔프제! 정의로운 사회 운동가! 소통력이 뛰어나고 타인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군요!”
“아아. 네. 그런 설명이었던 거 같네요.”
“뭔가 이시준 배우님이랑 잘 어울리는 느낌이네요. 엔프제.”
“그런가요?”
“엔프제치고는 조금 말수가 적은 느낌이긴 한데 다른 부분은 거의 다 맞는 거 같아요.”
“네. 저도 설명을 읽어 보니까 특징 중 비슷한 게 많은 거 같더라고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 지정현이 나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중얼거렸다.
“엔프제라니. 부럽군. 나보다 더 좋은 MBTI가 나온 것 같아.”
“더 좋은 MBTI요? 그런 건 없는 건데요?”
“아. 맞아. 아까 총점이 있는 게 아니라고 했지. 헷갈렸네. 인터뷰 계속하지.”
하지만 이미 인터뷰를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간신히 웃음을 참았던 릴라가 다시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아하학. 더 좋은 MBTI래. 아. 배 아파. 왜 이렇게 웃겨.”
릴라가 배를 잡고 웃든 말든 지정현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진지한 얼굴로 어떤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의도한 엉뚱함이 아니라는 게 포인트였다.
나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릴라의 다음 질문에 답했다.
* * *
<문명전파> 촬영은 웃고 떠들다가 금방 끝이 났다.
어찌나 웃었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문명전파>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우리 영화 홍보를 제대로 한 게 맞나?’
너무 정신이 없어서 영화의 제목을 말하고 소개 멘트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한 것 같기도 하고 안 한 것 같기도 했다.
지정현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는지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정현 선배님][21:33] 오늘 수고 많았네 [지정현 선배님][21:33] 그런데 말이야 [지정현 선배님][21:34] 우리 영화 소개 시간을 가졌던가?어렴풋이 생각이 나는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그렇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며칠 후 <문명전파> 채널에 우리의 영상이 올라왔고 영화 홍보를 제대로 했음을 알 수 있었다.
릴라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나한테 확실히 소개 멘트를 시킨 것이었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문명전파> 영상의 조회 수가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어제 영상이 올라온 걸 늦게 확인했나,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영상은 오늘 올라온 게 맞았고 불과 몇 시간 만에 100만을 돌파했다.
그러더니 다음 날에는 200만을 돌파해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지금의 결과에 너무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원래도 <문명전파>의 조회 수가 잘 나오는 편이었지만, 이건 좀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그 이유를 파악했다.
<문명전파> 영상의 조회 수가 비상식적으로 상승한 것은 지정현의 활약 덕분이었다.
대한민국 톱배우인 만큼 지정현은 본래 인기가 많았지만 조금 딱딱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문명전파>에서 뜻밖의 허당미를 선보였고 그게 많은 사람의 호응을 끌어냈다.
평생 손을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 고고하게 존재할 것 같던 배우가 갑자기 친근하게 다가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문명전파> 영상의 업로드 전 제작 발표회가 이슈가 된 것도 조회 수에 도움을 줬다.
실제로 <문명전파>의 영상을 본 사람 중에는 제작 발표회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된 사람이 많았다.
댓글을 확인하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MBTI가 원래 이렇게 웃긴 거냐고ㅋㅋㅋㅋㅋㅋㅋ
-이 좋은 인재를 이제야 알아봤다니ㅠㅠㅠㅠㅠ
-아ㅋㅋ 이번에 문전 왜 이렇게 웃겨ㅋㅋㅋㅋㅋㅋㅋ
-원래도 문전이 게스트 매력을 잘 끌어내는 걸 알았지만 이번에는 완전 ㄹㅈㄷ
-지정현 완전 가식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반전 오졌다;;
-누가 지정현이 그냥 멋있기만 한 사람이래!
-이시준도 옆에서 적절하게 딜을 잘 넣네ㅋㅋㅋ
-처음에는 지정현을 보호해 주다가 결국 같이 공격하게 된 1인ㅋㅋㅋ
-둘이 진짜로 친한가 보다ㅋㅋㅋ
-지정현 성격이 생각한 것보다 털털하고 좋은 듯?
-저렇게 재밌는데 참을 수 있냐고ㅋㅋㅋ 나라도 못 참을 듯ㅋㅋㅋㅋ
-스크롤 내리면 맨 밑에 총점 있다고 한 거 대박ㅋㅋㅋㅋ
-제작 발표회 때 사고 날 뻔한 거 이시준이 센스 있게 대처해서 개웃겼는데ㅋㅋㅋ
-나도 그것 때문에 문전까지 쫓아오게 됐음ㅋㅋㅋㅋ
-222 그 영상의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ㅋㅋㅋㅋ
-키 높이 깔창ㅋㅋㅋㅋ 그거야말로 진짜 레게노라고ㅋㅋㅋㅋ
-문전에 김필성 감독 못 나온 거 너무 아쉽네ㅋㅋㅋ 셋이 케미 지렸던데ㅋㅋㅋ
-거의 개그 유랑단 같았음ㅋㅋㅋ 제작 발표회에서 기자들 웃음바다 되고ㅋㅋㅋㅋ
-탈출이 코믹 영화냐? 얘네 왜 이렇게 웃기고 다녀ㅋㅋㅋㅋ
-어디 또 나왔으면 좋겠다…. 누구 소식 아는 사람?
-아직 영화 개봉 안 했으니까 어디든 또 나오지 않을까?
-배틀맨 한번 나왔으면 좋겠다ㅋㅋㅋ 너무 웃길 듯ㅋㅋㅋ
-배틀맨보다는 토크 방송이 낫지 않을까? 말하는 게 웃기던데?
-ㅇㅇ 그쪽이 나을 듯ㅋㅋㅋ 그나저나 영화 기대되는 건 나뿐이냐?
-영화는 이미 지정현이 독립 운동가로 캐스팅된다고 했을 때부터 기대했지ㅋㅋㅋ
-거기에 이시준까지 뿌렸으니 영화가 재미없으면 이상ㅋㅋㅋ
-감독이 너무 신인이라서 불안하지 않냐? 나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
-Why am i laughing kkk can’t stop!!!
-키 높이 깔창으로 사람 웃긴 거 보면 센스 지릴 듯?
-탈출팀 응원합니다!
-적어도 코믹 장면에서 관객의 배꼽은 확실히 잡게 할 것 같음ㅋㅋㅋ
-그래서 개봉일 언제라고? 그거 확인하려고 영상 한 번 더 봤는데 웃느라 또 놓쳤다ㅋㅋ
-시사회 평 엄청 좋던데 둘이 케미 좋아서 더 기대되네 영화관 가서 봐야겠음
그렇게 <문명전파> 덕분에 영화 개봉의 기대감이 한껏 고조됐다.
내가 기대한 것보다 더 훌륭한 홍보 효과였다.
그 덕분에 우리는 여기저기 많은 프로그램에서 섭외 요청을 받을 수 있었다.
관객 초청 시사회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환호성이 쏟아졌다.
“지정현이다!”
“저기 이시준이다!”
“이쪽에 김필성 감독이 있다!”
기자 및 평론가 시사회가 있던 제작 발표회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것으로 우리는 <탈출>의 성공을 어느 정도 직감할 수 있었다.
제작 발표회를 할 때보다 열정적으로 기자들이 따라붙어 취재를 하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였다.
그리고 때마침 한 평론가가 <탈출>에 대한 한 줄 평을 올렸다.
대한민국에서 영화 평론가로 가장 유명한 이병진의 한 줄 평이었다.
[가장 위대한 애국은 이웃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한다]한 OTT 플랫폼에 별점 4.5점과 함께 올라온 이 한 줄 평은 기대감의 정점에 찍는 데 충분했다.
평소 3점이 만점인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듣는 이병진이었다.
그런 그가 4.5점을 준 것이다.
* * *
일주일 후.
마침내 <탈출>이 개봉했다.
얼굴 천재 배우님 98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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