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99)
얼굴 천재 배우님-99화(99/200)
얼굴 천재 배우님 099화
<탈출>은 개봉 첫날부터 빠르게 관객이 증가했다.
이와 관련된 기사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탈출’, 흥행 돌풍 시작됐다…. 예매율 압도적 1위] [오늘 개봉 ‘탈출’! 예매율 68.4%로 1위! 흥행 돌풍 조짐] [개봉 당일 100만 넘었다! ‘탈출’의 엄청난 오프닝 관객!] [신인 감독이 해냈다! ‘탈출’, 개봉 10시간 만에 100만 돌파] [지정현의 ‘탈출’, 순조로운 출발…. 개봉일 최다 관객 기록 경신!] [‘탈출’을 봐야 하나는 또 하나의 이유! 이시준의 미친 연기력!] [벌써 1,000만 관객 조짐…. ‘탈출’에 대한 호평 잇따라!]<탈출>은 회귀 전에도 엄청난 성적을 거두는 작품이었다.
김필성 감독을 일약 스타로 만들었던 작품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과거보다도 그 속도가 더 빨랐다.
개봉일 최다 관객 기록을 경신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제작 발표회에서 화제를 일으킨 것이 큰 역할을 한 모양이군.”
“<문명전파>의 효과도 톡톡히 봤죠. 그날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자네가 나를 조금 놀렸다면 덜 힘들었을 거야.”
“그랬으면 방송도 덜 재밌지 않았을까요? 홍보 효과도 적어지고?”
“하여튼 한마디를 지지 않는군. 영화 시작 전에는 참 겸손한 친구였는데 말이야.”
지정현과는 정말 많이 친해진 상태였다.
몇 달간 매일 촬영장에 붙어 다니며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였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도 이제 지정현이 예전처럼 한없이 대하기 어려운 선배가 아니었다.
친한 형과 같은 느낌이었다.
“두 분이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것은 지금 방금 화장실에서 돌아와 말을 걸고 있는 김필성 감독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제 김필성 감독은 과거의 나에게 영화에 대한 열변을 토해내던 어려운 사람이 아니었다.
“어떤 이유로 우리 영화가 개봉 첫날부터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나. 분석해 보고 있었습니다.”
“아아. 그거야 제가 제작 발표회에서 일부러 키 높이 깔창을 무대에 벗어 놓았던 덕분이죠. 하여튼 센스가 쩔었다니까.”
김필성 감독이 너스레를 떨었고 지정현이 피식, 웃으며 그 말을 받았다.
“그날 그럴 정신이 있긴 했습니까? 긴장하느라 벌벌 떨었던 거로 기억하고 있는데.”
“긴장했다니? 누가요? 오히려 저는 키 높이 깔창을 일부러 벗어 놓으면서 이시준 배우님한테 신호까지 줬다니까요?”
“무슨 신호요? 키 높이 깔창이 바닥에 있으니 얼른 챙겨라?”
“일부러 키 높이 깔창을 벗었다. 그러니 그것으로 제작 발표회를 발칵 뒤집어 놓아라. 이시준 배우님도 기억나죠? 제가 신호를 줬던 거?”
김필성 감독의 뻔뻔한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기억납니다.”
“거봐요!”
“감독님이 얼마나 긴장했는지 키 높이 깔창까지 축축하게 젖어 있더라고요.”
“에이! 내가 잘못했으니까 거짓말하지 마요! 깔창이 벗겨지다 못해서 땀까지 흘린 건 너무 최악이잖아!”
김필성 감독이 당황해 소리쳤고 우리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누군가가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영화관 측의 스태프였다.
“무대 인사 준비 끝났습니다! 지금 올라가시면 될 것 같아요!”
스태프의 안내를 따라서 나, 지정현, 김필성 감독은 무대 인사를 위해 영화관으로 입장했다.
영화 개봉 일주일 전부터 주말마다 이런 식으로 무대 인사를 하는 게 보통이었다.
오늘은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총 5개의 영화관에서 무대 인사를 할 예정이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종영이 10번이었고 시영이 10번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영화 시작 전 무대 인사를 하는 첫 번째 시영 스케줄이었다.
“영화 <탈출>의 감독님과 배우님들을 모시겠습니다.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
관객의 열띤 환호와 박수 속에서 우리 세 사람이 무대에 올랐다.
영화를 개봉한 이후라서 그런지 개봉 전주에 무대 인사를 할 때보다 반응이 좋았다.
김필성 감독이 가장 먼저 마이크를 손에 쥐고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깔창으로 여러분과 눈높이를 맞추는 감독 김필성입니다. 뜻깊은 주말에 이렇게 저희 영화를 선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영화 재밌게 보시고 주변 분들에게 홍보 부탁드리겠습니다.”
김필성 감독의 센스 있는 인사에 관객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제작 발표회에서 자신을 한 번 내려놓았기 때문일까.
전처럼 긴장하는 기색 없이 관객과 호흡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지정현의 차례였다.
“안녕하세요. <탈출>에서 윤우성 역할을 맡은 논리적인 사색가, INTP 지정현입니다. 개봉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은 분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자리를 꽉 채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남은 한 해 가정에 평화를 있기를 바라며 영화 재밌게 즐겨 주시기를 바랍니다.”
지정현은 정석에 가깝게 무대 인사를 했다.
조금 더 관객과 소통을 한다면 좋았겠지만 그것은 지정현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관객들은 지정현의 이러한 성격을 알고 있다는 듯 열렬히 환호를 보내 줬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였다.
“안녕하세요. <탈출>에서 김성연 역할을 맡은 이시준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나는 지정현처럼 정석에 가깝게 무대 인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쩐 일인지 객석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관객의 반응은 전부 좋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수준이 아까와는 달랐다.
그리고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환호성과 함께 관객들이 동시에 슬로건을 꺼내 보였기 때문이다.
탈출 천만 기원.
자체 제작한 슬로건에는 <탈출>을 응원하는 간단한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왼쪽 위편에는 내 얼굴이 작게 프린트돼 있었다.
몇몇 관객을 제외하고는 전부 슬로건을 들고 있었다.
푸른색 슬로건이 수놓은 객석을 나는 넋 놓고 바라보았다.
“아….”
홍보를 돌며 객석 사이사이 섞인 시럽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시럽이 객석 전체를 채운 적은 처음이었다.
다 함께 예매를 진행한 모양이었다.
이 이벤트를 위해 시간을 맞추고, 슬로건을 준비했을 팬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간신히 참으며 입을 열었다.
“시럽이군요…. 맞죠?”
“네! 맞아요!”
“시준 오빠! 너무 잘생겼어요!”
“이쪽이야! 이쪽 좀 봐줘! 시준아!”
팬들은 지금까지 정체를 밝히지 못한 게 억울하기라도 한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확실히 슬로건을 동시에 들어 올리는 이벤트를 진행하려면 정체를 숨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 마음에 또 한 번 감동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슬로건 문구에서도 팬들의 세심함이 돋보였다.
어쨌든 이곳은 <탈출> 무대 인사 현장이었다.
나만을 위한 문구가 아닌 영화를 위한 문구를 선정한 것이 좋았다.
진한 감동이 이어졌다.
그러나 계속 가만히 서 있을 수 없었다.
“준비해 놓은 무대 인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우리 시럽이 가득 들어와 있는 상영관이라면 다른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네요.”
“꺄아아악!”
“시준아! 사랑해!”
“울지 마!”
나는 이렇게 말하며 생각을 가다듬었다.
그런 뒤 천천히 시선 가득 시럽의 모습을 담으며 말을 이었다.
“항상 열렬히 응원해 주는 시럽이 있어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도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냥 이 정도만 할까. 여기서 더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이렇게 한다고 알아줄까.
안일한 생각이 들 때도 시럽이 있어서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너무 사랑합니다. 시럽. 다음에는 제가 꼭 선물을 준비할게요.”
내 인사 뒤로 지정현과 김필성 감독 또한 덧붙여 말했다.
이벤트를 해 주어 고맙고, <탈출>을 보고 나면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질 것이라는 얘기였다.
* * *
힘이 나는 무대 인사였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는 다음 날까지 무사히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었다.
이제 다음 주말까지는 무대 인사 스케줄이 없었다.
하지만 홍보를 게을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영화를 보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지만 언제 갑자기 뚝, 발길이 끊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와 지정현은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에 더 출연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우리 두 사람이 예능에서의 케미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지정현이 예능 출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문명전파> 같은 프로그램에 한 번 더 나갔으면 좋겠군.”
“홍보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그래야죠. 그런데 원래 예능 출연은 최소화하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생각이 바뀌었네. 어제 오랜 팬 한 분이 다가와서 인상 깊은 얘기를 해 줬거든.”
“무슨 얘기요?”
“내가 <문명전파>에 나와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 줘서 너무 기쁘다더군.”
확실히 배우에게 있어서 팬의 존재는 소중했다.
또 이런 말 한마디에 오랜 신념이 바뀌기도 했다.
결국 신념이라는 것은 팬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지키는 것이니까.
‘역시 지정현 선배님은 팬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는 배우구나. 괜히 롱런을 하는 게 아니었어.’
내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지정현이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또 자네의 팬들이 이벤트를 해 주는 걸 보고 있으니 조바심이 들더군.”
“네?”
“이대로라면 젊은 팬을 전부 빼앗길 것 같은 기분이었어.”
“…그랬습니까?”
“그래. 그러니까 자네가 괜찮은 프로그램을 생각해 보게. 어떤 게 좋겠나?”
영화 홍보를 위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그런 까닭에 방송사 구분 없이 가장 화제성이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택하는 게 좋았다.
‘괜찮은 프로그램이 많지….’
그러나 왠지 그냥 몸이 편한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지 않았다.
지정현이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예능 프로그램의 정수라고 할 만한 곳에 출연하고 싶었다.
‘이왕이면 제대로 홍보도 할 수 있는 곳….’
그러자 곧장 떠오르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다.
‘<배틀맨>….’
아시아 전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배틀맨>은 유난히 녹화가 혹독한 것으로 유명했다.
한창 ‘이시 형제’라는 단어가 유행할 때도 이러한 혹독함 때문에 <배틀맨> 출연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딱 출연하기가 좋겠어.’
그렇게 나는 지정현에게 <배틀맨>의 이야기를 꺼냈다.
“오오. <배틀맨>이라면 나도 알지.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이지 않나.”
“맞습니다.”
“그래. 언제까지 너튜브 채널만 돌면서 영화 홍보를 할 수 없겠지.”
“그렇죠. 그럼 <배틀맨> 출연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나는 여경찬에게 이야기를 해 <배틀맨> 출연 의사를 밝혔고.
며칠 뒤 가장 빠른 날짜로 촬영 일정이 잡혔다.
* * *
며칠 후.
<배틀맨>의 촬영 중 지정현이 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솔직히 말하게. 이 방송…. 나 골탕 먹이려고 출연하자고 한 거지?”
얼굴 천재 배우님 99화
저 자│빌리언맨
발 행 인│원스토어 주식회사
펴 낸 곳│원스토어 주식회사
출판등록│제 2016-000040
주소│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원스토어 주식회사
ISBN│979-11-6795-057-4
정가│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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