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
000
신이 물었다.
“네 소원이 무엇이더냐.”
“섹스.”
신이 다시 물었다.
“난 네 열망에 호응하여 나타난 축구의 신. 정녕 네 소원은 무엇이더냐.”
“섹스.”
축구의 신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진정 네 소원은 무엇이더냐.”
“씨발섹스!!”
001
눈을 깜빡여본다.
…꿈?
식은땀을 흘렸는지 등어림에서 느껴지는 기분나쁜 축축함.
불쾌함에 일어나 앉으니 세상이 어두컴컴하다.
익숙하지 않은 침대를 더듬거린 끝에 핸드폰을 찾아냈다.
화면을 켜보니 새벽 4시.
“…하. 이게 뭔 개꿈.”
한숨을 내쉬며 던지듯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4시 40분이라. …더 잘까.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웠지만 다시 잠들긴 글렀다.
몇 번을 뒤척이다 다시 일어나 앉았다.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해보니 오늘 7시에는 자취방에서 나가야했다. 괜히 늦잠자다 지각하는 것보단 일찍 일어나는게 낫겠지.
오늘은 합숙 첫 날이 아닌가.
합숙 첫 날.
즉, 축구부에 정식으로 입부하는 날이다.
자랑스러운 호진대학교 축구부의 신입부원이되는 날이란 뜻이지.
…자살마렵네.
호진대.
속칭 후진대.
서울에서 차타고 4시간은 훌쩍 넘는 거리에 위치한 지잡대 중의 지잡대로 수능 시작하자마자 다 찍고 잤다는 전설의 용사마저 받아주는 지잡대 계의 최고존엄.
…내 미래, 이대로 괜찮은가?
암담함에 한숨만 폭폭 내쉬지만 그나마 위안은 내가 공부로 입학한 건 아니라는 점.
수능컷으로는 밑바닥을 뚫고 들어가 내핵까지 닿을 지경이 호진대지만 예체능, 특히 체육계열에선 나름 괜찮다고 한다.
그러니까.
자랑은 아니지만 난 호진대에서 나름 에이스로 꼽히는 축구부 부원이라는거지.
“빨리 주전먹고 활약해서 K리그 가고싶다아~”
남들은 K리그? 그것도 리그냐며 비웃지만, 사실 축구인에게 있어 K리그만 해도 엘리트 중의 엘리트 선수만 가능한 진로다.
세상에 축구한답시고 뽈차는 사람은 많고, 선수랍시고 초중고 축구부 생활 한 사람도 많다. 그러나 K리그에서 뛰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K리그 팀은 총 12팀.
2부리그까지 해봐야 23팀에 불과하다.
축구는 11명이 경기하는 스포츠이니, 주전 11명에 로테이션 11명하면 22명. 거기에 백업 맴버 좀 더해봐야 한 팀 평균 선수의 숫자는 적으면 30명, 많아봐야 40명이다.
즉, 팀의 1군 선수 뎁스는 기껏해야 30~40명 이라는거다.
K리그 1부, 2부 통틀어 23개 팀이 존재하니 결국 국내 프로 리그에서 뛸 수 있는 사람이래봤자 고작 700~800명 내외.
전국의 축구 꿈나무는 수 천, 수 만명인데 K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고작 이 정도다.
그뿐이랴.
라이언킹으로 유명한 선수는 40대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결국 한 해에 K리그 진출할 수 있는 선수는 수십 명으로, 가히 머가리 깨지는 경쟁률이 아닐 수 없다.
무섭다, K리그…!
‘…뭐, 말은 이렇게해도 결국 국내용 선수도 못 된다는거지.’
K리그 경쟁률이 얼마니, 선수층이 어쩌니… 어쩌구저쩌구해도 고작 국내리그다.
국내리그도 씹어먹지 못해서야 무슨 놈의 유럽파가 되겠는가.
중학교 시절까진 천재로 이름 좀 날렸다.
작은 체구에 뛰어난 발재간, 준수한 순간가속도, 압도적인 민첩함과 반응속도 그리고 훌륭한 바디 밸런스가 메시를 연상시킨다나뭐라나.
물론 메시를 연상시켰다는거지 난 메시가 아니었다.
미래 성장치까지 끌어다 쓴 건지, 고등학생 때의 더딘 성장은 유망주를 나락으로 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이 모양이지.
“이럴 때 상태창이라도…??”
이게 왜 진짜 뜨냐?
* * *
곰곰히 생각해봤다.
개꿈이라 생각한 것이 개꿈이 아니라면?
진짜 꿈…이라기엔 뭔가 이상하지만, 여튼 그 꿈이 진짜라면?
‘뭔가 이상한데?’
나는 분명 섹스를 소원으로 빌었다.
섹스.
여자랑 그렇고 그런, 응응하는 행위.
그게 대체 어떻게 축구랑 이어지는거지?
억지로 연관시켜보면 인기있는 축구선수들은 당연히 이성에게도 인기가 많은지라 수도없이 섹스하고, 축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하체와 지구력이 중요시되는 운동이다보니 섹스 만족도가 높다는 정도?
이런 건 아닐테고.
역시… 그건가?
다시 한 번 상태창을 띄워봤다.
【기술】 【정신】 【신체】
개인기 062 |시야 046|주력 059
드리블 055 |예측력 044|가속력 063
트래핑 057 |판단력 042|밸런스 056
숏패스 048 |집중력 056|민첩성 059
롱패스 041 |오프더볼 047|반응속도 079
슛팅 045 |공간마크 038|파워 054
프리킥 042 |침착성 052|점프 046
헤더 038 |리더십 040|지구력 047
태클 032 |팀워크 039|회복력 065
【히든】
천재성 046 | 매력 045 | 지능 028
【신장 175cm|63kg】
【보유 포인트】 특전 포인트 50P
*최초 한정 특전 포인트 지급!
*특전 포인트는 어떤 스탯이든 1포인트 당 1씩 올라갑니다!
눈앞에 뜨는 반투명한 홀로그램.
‘아 씨. 글자 왤케 많아. 숫자도 많네. 난 숫자랑 안 친한데.’
그나저나 이 숫자… 너무 낮지 않나?
보통 게임을 보면 한계치가 99나 100인데 내 숫자는 왜 40~60대냐. 얼씨구. 심지어 30대도 있네.
“…그렇군! 알았다!!”
이 스탯창의 한계치는 80이 분명하다!!
전성기 메시도 개인기 8x이었을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중학생 시절부터 프로급이라 평가받는 내 개인기가 고작 62라는게 말이 안 된다.
“응? 포인트가 있네?”
글자랑 숫자 많은 건 질색이지만 억지로 보다보니 특전인지 뭔지 포인트가 있었다.
아, 50포인트나 있으면 당연히 써야지.
“어디보자… 어떻게 분배해야 잘 분배했다고 소문날까.”
테크닉에 투자해서 메시가 될까? 아니면 낮은 것부터?
고민도 잠깐.
남자는 역시 몰빵이지.
왜, 축구판에서 유명한 격언이 있잖은가.
작은 육각형이 되느니 장점이 특출난 선수가 되라고.
50포인트.
많다면 많은 포인트지만 이걸 수십 개에 나눠 분배하면 어중간한 육각형 선수밖에 되지 못할터.
그러니까 나는 메시가 되겠… 어?
“히든? 이건 뭐야.”
천재성? 매력? 게다가 지능은 또 뭐야. 뭔데 내 지능이 고작 28이냐.
분명하다. 이거 만든 놈은 양심터진 놈이.
물론 내 성적이 좀 처참하긴하다.
그러나 그건 축구부이기 때문인지 결코 내 머리가 나빠서 그런 건 아니다. 나도 애들처럼 공부했어봐. 성적이 이렇게 나오나.
축구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그럴 뿐, 하면 잘 한다.
우리 엄마가 그랬다. 하면 잘 한다고.
‘…다예년은 멍청하다고 하긴 했는데.’
망설이지 않고 포인트를 분배했다.
【히든】
천재성 046 | 매력 095▲| 지능 028
【신장 175cm|63kg】
【보유 포인트】 0P
크으 이게 섹스지.
섹스!!
아쉬운 능력치가 눈에 밟히지만 내 선택,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다.
축구야 뭐… 훈련하면 성장하겠지만 매력, 이 매력이란 놈은 훈련으로 성장할 수 없는거니까.
캬~ 이래도 내 지능이 28이라고?
‘그래. 인생에 축구가 전부는 아니잖아? 일단 잘 생겨야 섹스도…?’
뭐…지?
왜 이렇게 온 몸이 아프지?
어두워지는 시야에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이 들어온다.
설마 이대로 죽는건가?
아, 안 돼! 아직 한 번도 못해봤는데!!
눈앞에 첫사랑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유치원 들어가기 전부터 옆집에 살며 친했던 소꿉친구년. 유딩부터 초딩때까지 그렇게 붙어다녔는데… 고백하니까 질색하는 표정으로 매몰차게 거절한 썅년이지만 얼굴은 진짜 예뻤는데. …몸매도 존나 쩔었지.
기회를 봐서 다시 고백하려고 했는데… 씨발.
하필 마지막에 이런 흑역사가…
삐비빅! 삐비빅!!
“헉!”
알람소리에 벌떡 일어나보니 아침이다.
…어? 뭔가 기시감이 드는데.
“아나 이게 무슨 개꿈.”
입부 첫날부터 아주 지랄이네.
시간을 확인하니 아침 먹을 시간도 없다. 아침이 뭐야, 지금 준비해도 지각삘인데.
서둘러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머리만 대충 말린 뒤 허겁지겁 옷을 걸치며 뛰쳐나와 달렸다.
워낙 외진 곳에 있는 학교다보니 자취방도, 주변 지리도 모두 낯설기만 했다.
한참 뛰어가는데 길가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남녀가 보인다.
“아 싫다고요.”
“잠깐만, 잠깐만 시간 좀 내주세요.”
“싫다니까!”
아침부터 재수없게 바퀴벌레 한 쌍이 눈을 더럽…힌다기엔 여자가 너무 예뻤다.
내가 본 여자 중에 제일 예쁜데?
발걸음이 슬슬 느려진다.
아 예쁜 여자 구경은 못참지.
옆을 지날 때 괜히 코를 킁킁거려봤다. 뭔가 좋은 향기가 나는 것도 같고.
캬~ 아침부터 운이 좋군. 개꿀~
“저기요.”
아쉽게 지나치는데 여자가 불쑥 말을 걸어 깜짝 놀랐다.
“저요?”
“네. 그쪽이요.”
이렇게 예쁜 여자가 나한테 말을 걸다니. 혹시 나한테 관심이 있나… 따위의 망상은 하수나 하는 법.
나는 내 주제를 잘 안다.
더불어 예쁜 여자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때문에 감상하긴 좋아도 엮이긴 싫어하고.
“왜요.”
“왜요?”
뭐. 왜.
“하. 이 남자 좀 떼줄래요?”
“내가 왜요.”
“…왜요?”
뭔가 같은 말이 반복되는 거 같은데.
“저기요. 저 지금 좀 바쁘거든요? 그쪽 일은 그쪽이 알아서 해결하세요.”
도와줘봐야 거들떠보지도 않을거면서.
나는 잘 안다.
왜냐하면 예쁜 여자한테 실컷 이용당해봤으니까.
“저, 저기요! 저기요!!”
몰라 안 들려.
진짜 지각하기 전에 빨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