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01)
101
후반기 시즌이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난 지금, 프랑크푸르트 선수단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하며 아쉽게 승격 기회를 놓친 프랑크푸르트는 올해 역시 2부 리그에 남게되며 몇 몇 선수를 떠나보내야 했다.
스스로 떠난 선수도, 구단에서 내보낸 선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구단을 떠난 선수 중 상당수가 선수단의 퀼리티를 보장하는 인재였다는 것.
독일의 2부 리그는 유럽의 여타 군소 1부 리그보다 재정적 기반이 탄탄하지만, 사람이나 구단이나 그 씀씀이는 환경에 따르는 법. 재정적 안정도가 높아지면 지출 역시 그에 맞춰 높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부 리그 시절 계약했던 고연봉 선수들의 급여를 2부 리그 급여체계로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
그나마 재정적 기반이 탄탄하니 강등 직후 재승격을 노리며 고액 연봉자를 붙잡을 수 있었지, 재정이 부실했다면 이조차 힘들었을거다.
그렇게 간신히 얻은 한 번의 기회마저 무산되고, 2부 리그에 잔류한 프랑크푸르트 선수단은 시즌을 시작하기 앞서 많은 유출을 겪어야했다.
이번 시즌 역시 목표는 승격이었지만, 작년보다 확연히 낮아진 선수단 퀼리티에 과연 현실적으로 승격이 가능할지 모두가, 심지어 구단 내부 인사들마저 회의적인데 선수들이라고 그걸 모를까.
이길 경기는 이기고, 질 경기는 지며 전반기를 마무리 한 프랑크푸르트의 순위는 6위.
18개 구단이 참여하는 리그 테이블에서 상위 30%에 들었으니 객관적으로 낮은 순위는 아니지만, 승격에 도전하는 구단이라기엔 부족한 순위였다.
그렇다고 구단이 빅 샤이닝을 할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후반기 영입이라곤 고작 20살의 어린 동양인 하나. 겨울 휴식기를 보내고 온 선수단이 분위기가 밝지 않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러나 후반기가 시작되고 상황은 달라졌다.
20살의 어린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후반기 4연승, 리그 경기만 따져도 3연승을 거두며 순위 역시 4위로 껑충 뛰어올랐으니까.
* * *
스포츠에는 기세란 것이 존재한다.
눈에 보이는 것도, 정량적으로 측정할수도 없지만 필드에서 뛰는 선수라면 누구나 느끼는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
프랑크푸르트는 독일 구단이지만 1군의 외국인 선수 비중이 적지 않은 팀이며, 그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게 남미 선수들이다.
남미계의 특징은 분위기에 무척 민감하다는 것.
좋게 말하면 분위기를 탔을 때 능력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며 무서워진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기복이 심하다는 점인데 이번엔 다행히 긍정적인 쪽으로 특징이 발현되고 있었다.
“요우, 홍! 그건 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분명 이쪽으로 움직이는거보고 달려들었는데!”
팀의 왼쪽 풀백을 맡고 있는 브라질 출신 브루노는 매사 낙천적인 녀석이다.
나이는 이제 겨우 24살이면서 벌써 아들, 딸 하나씩을 둔 유부남인 걸 알았을 땐 좀 충격이었지. 더 충격적인 건 자식이 2명이나 있는 녀석이 10대마냥 철없이 군다는 것이고.
그래도 원체 흥이 넘치는 녀석이라 그런지 아직 말이 서툰 나에게도 거리낌없이 다가온다.
“그냥 하면 되던데?”
“다시, 다시 해!”
승부욕 넘치는 녀석의 도전을 받아줬다.
얜 맨날 깨지면서도 이러더라.
“안 되겠다. 분명 못 막을 느낌은 아닌데… 이상하게 뚫리네.”
“이번엔 나! 내가 홍에게 도전한다!”
몇 번의 대결에서 번번히 뚫린 브루노가 포기하자 지켜보고 있던 치차로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남미 커넥션 중의 한 명으로 아르헨티나 출신의 치차로는 길고 긴 본명 대신 ‘치차로chícharo’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뜻은 스페인어로 완두콩.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어를 쓰니까 이상할 건 없다.
완두콩이란 별명대로 초록색 눈동자를 지닌 작은 선수다.
공식 프로필상 신장이 169cm라는데… 실착하고 이 정도면 실제론 160중반 아닐까.
작고 왜소한 체격이지만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
의외로 거친 몸싸움에도 곧잘 버텨내며, 민첩하고 재빠른 몸놀림으로 한 탈압박 능력이 좋아 팀의 불 운반을 담당한다.
“아오! 이번엔 아슬아슬했는데! 그치? 위험했지, 홍?”
“오. 인정. 진짜 뺏길뻔했어.”
분명 공격에 재능이 있는 미드필더답게 수비능력이 썩 좋은 친구는 아닌데 이상하게 수비수인 브루노보다 뚫기 힘들단 말이지.
“말도 안 돼! 내가 치차로보다 쉽다고!? 거짓말이지 홍!?”
“진짠데. 내 체감이니까 너무 믿진말고.”
이 두 명에 더해 세르게이라는 친구까지가 가장 친하게 어울리는 녀석들이다.
나이도 20대 초~중반으로 젊은 선수들이고, 성격도 좋은 녀석들이라 어울려 다녔더니 요즘에는 프랑크푸르트의 4총사라고 부른다나 뭐라나.
“내가 보기에도 브루노를 상대할때보다 치차로를 상대하는게 더 힘들어 보이는군.”
“그쵸? 주장도 그렇게 보이죠?”
웃으며 지켜보던 주장 알렉산더 마이어의 도움에 치차로가 반색한다.
“음. 홍의 테크닉은 뛰어나지. 내가 1부에서 상대한 어지간한 공격수와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는 편은 아냐.”
주장은 올해 32살의 센터백.
팀이 1부에 있던 시절부터 뛰어왔으니 뛰어난 공격수를 많이 상대해봤을터. 과연 뛰어난 분석이다.
음. 음.
“하지만 이렇게 못 막을 수준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란 말이지.”
엥?
주장의 말에 브루노와 치차로가 낄낄 비웃는다.
“거봐. 적응되면 넌 죽었어.”
“네 패턴은 이제 다 분석했다고.”
아오, 맨날 지면서 허풍은.
“아냐. 오히려 반대야. 홍은… 익숙해져도 막기 힘들거야.”
“왜요?”
순수하게 궁금한 표정의 두 남미 선수를 보며 턱을 쓸던 주장이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관찰한 홍의 돌파 스타일은 예측 불가능한 플레이라기보단… 내 움직임을 파악하고 반응하는 식이야. 그러니까… 그래, 반응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갈 수 없다고 할까.”
주장의 진지한 말에 모두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보면 내 스탯 중에서 가장 높은게 반응속도긴하지.’
확실히 지금 확인해보니 반응속도가 가장 높다.
반응속도의 스탯은 79.
지금까지 열심히 투자하여 올린 테크닉조차 75인데, 한 번도 올린 적없는 능력치라기엔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다.
‘컨디션 좋고 경기에 몰입되는 순간에 가끔 시간이 느려지는 느낌이 들던데… 이거 때문인가?’
종종 그런 경우가 있다.
특촬물의 슬로우모션이나 AV의 시간정지물처럼 시간이 느리게 흘러갈때가.
“아하. 주장의 말은 홍이 호나우지뉴보다 호나우두 같다는거구나.”
브루노가 손뼉을 쳤다.
브라질리언다운 비유.
전설의 레전드라 할 수 있는 호나우지뉴나 호나우두나 전성기엔 아무도 못 막는다던 선수들이지만 세부적인 스타일엔 차이가 있다.
선수라면 누구나 훈련을 하고, 경기를 뛸수록 정형화되기 마련이다.
이른바 선수의 스타일.
예를들면 ‘메크로’라 불리던 뮌헨의 아르엔 로번처럼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며 왼발슛을 날리는 플레이같은.
그러나 호나우지뉴는 축구 선수가 쓸 수 있는 거의 모든 개인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선수. 연습도 아닌 실전에서 온갖 기기묘묘한 개인기로 돌파를 하고 패스를 뿌려대니 수비가 예측할 수가 없다.
반면 호나우두는 믿을 수 없는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
알면서도 신체가 따라주지 못해 따라할 수 없는 그런 플레이를 펼친 괴물이다.
그래서 호나우지뉴는 몰라서 못 막고, 호나우두는 알아도 못 막는다는 말이 있었지.
“민준. 브루노보다 치차로가 상대하기 어렵댔지? 그건 아마 치차로의 반응속도가 빠르기 때문일거야.”
브루노도 기동성이 중요한 풀백답게 큰 키는 아니다.
170중반 정도.
물론 160중~후반인 치차로에 비하면야 훨씬 크지만.
“음… 맞는 말 같아요. 제 돌파 스타일이 트리키하다기보단 상대 반응을 살피고 움직이는 편이니까요.”
지금까지 경기 내용을 떠올려보면 확실하다.
“이봐, 홍. 내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 내 생각엔… 네 키가 갑자기 크면서 바로셀로나에서 밀려난 게 오히려 다행인 것 같군.”
“네?”
통역사형이 잘못 번역해줬나?
내가 뭘 들었나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통역사형을 바라보니 자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쁜 뜻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정말 다행이라는 뜻이야. 홍, 네 스타일은 네게 있어 일정 기준 이하의 선수들을 상대로 무적에 가깝지만 반대로 네 반응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상대에겐 무용지물이야.”
솔직히 좀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팀의 주장이자 베테랑, 무려 나이가 12살이나 많은 32살의 아저씨에게 무턱대로 화를 낼수도 없는 노릇.
아무리 한국 문회가 유교니 꼰대니하고 유럽 문화가 자유분방하다지만 그렇다고 선후배 개념이 없는 건 아니다.
유럽도 선후배 기강이 강한 곳은 강하고, 꼰대스러운 면이 있는 곳은 꼰대스럽다.
그 유명한 박지성 선배의 맨유 생활을 살펴보면 유소년들에게 하는 선배들의 행위가 한국의 꼰대스러움과 비슷해서 경악했다지 않나.
“내가 1부에서 상대해 본 선수중에는 너처럼… 아니, 솔직히 너보다 반응이 빠른 선수도 있었다. 그건 아마 라 리가에서도 같을거야. 지금은 네 신장이 급격히 크면서 밸런스가 무너져 라 리가에서 부진했다고 알려졌으니 네 평가가 크게 떨어지진 않았겠지만, 이 약점이 알려지면 네 몸값에 타격이 클거다. 그러니 지금부터 대비하도록 해. 1부에는 괴물같은 선수들이 많으니까.”
…아무래도 포인트가 더 필요할 것 같다. 최대한 빨리.
“야. 치차로.”
“어?”
“오늘 너네 집에 파티없냐?”
“갑자기? 왜?”
의아한 듯 되묻는 녀석의 초록색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왜긴.
너네 집의 그 사돈의 팔촌의 사촌이라는 예쁜 초록색 눈동자 누나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