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02)
102
라틴 사람들의 문화는 이질적이다.
지리상 아메리카로 분류되지만 북미와도 다르고, 뿌리가 된 서양과도 다르다.
짧지만 스페인과 독일에서 지내며 겪어본 바, 한국인에겐 유럽인보다 라틴계 사람들이 기질적으로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족중심적인 문화나 정많은 기질은 한국인과 비슷하게 느껴졌으니까.
“들어와, 들어와!”
호들갑스러운 치차로를 따라 그의 집에 들어서니 온 가족이 나와서 환영해준다.
“홍!! 너무 반갑구나! 네가 언제 또 오나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단다.”
“이런 세상에! 홍이라니!”
치차로의 어머니와 볼을 가볍게 대는 볼키스를 나누고 아버지와 악수를 한 뒤,
“으응? 누구라고? 홍? 오, 일본인이니? 아니라고? 아 그럼 중국인? 미안하지만 난 중국인이 싫단다. 으응? 것도 아냐? 아하! 한국인? 전쟁은 나쁜거란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와도 인사를 나누고,
“어서오렴. 홍이라고? 아주 예쁘게 생겼구나.”
“마리안. 남자한테 그게 무슨 실례야.”
“어머어머 미안하단다. 그치만 너무 예쁘게 생겨서 나도 모르게 호호.”
“어쩜 얼굴이 이렇게 하얗지? 넌 수염도 안 나니?”
“이봐! 나랑 풋살 한 번 해볼까?”
치차로의 고모, 이모, 사촌, 팔촌… 하여간 수많은 친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우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잖아! 홍, 어서와!”
“와 한국인이야! 봐 봐, 내가 말했잖아! 한국인은 다 잘생겼어!!”
그들의 자식과도 정신없이 인사를 나눴다.
그보다 꼬맹아. 한국인이라고 다 잘생긴 건 아니…지만 입 다물고 있자. 한류팬인 것 같은데 잘못된 착각을 가지고 살다 한국에가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지네. 부디 실망하지 않길 바란다.
“나도 왔지롱!”
숨어있던 브루노가 흥겹게 몸을 들썩이며 등장하자 모두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작은 집이 아니지만 이게 대체 몇 명이야.
치차로는 아르헨티나 청소년대표 출신의 유망주.
그 유명한 브라질의 라이벌 국가답게 아르헨티나도 어디가서 축구로 밀리는 나라는 아닌지라 연령별 대표팀을 지낸 치차로의 재능 역시 뛰어났다.
팀이 1부에 있던 시절 큰 맘 먹고 영입한 유망주라고 했으니까.
이제는 25살로 유망주라 불릴 나이는 지난데다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어쨌든 팀이 1부에 있던 시절 영입한 선수답게 꽤 고액 연봉을 받는다고 알고 있지만… 이 많은 일가친척을 먹여살리려면 부족하지 않으려나.
중남미는 국가 기반이 취약해서 제도나 복지가 빈약하다고 한다.
국가가 보호해주지 못하니 자연스레 사회 기본 단위인 가족중심 문화가 발달하였고, 그게 좀 기형적으로 발전해서 한 명이 성공하면 일가친척이 죄다 성공한 사람에게 붙어산다더니 과연.
“Hola, 민준.”
정신없던 인사가 끝났나 싶었는데 뒤늦게 들려온 인사에 짜증이—
“Hola, 에바.”
솟구치긴커녕 반가움이 물씬 피어올랐다.
스페인어로 인사를 건네온 것은 초록색 눈동자가 매력적인 여자, 에바였다.
* * *
시끄러운 소음에 맞춰 정신없이 에바와 몸을 비빈다.
얄상한 허리 위에 놓인 손바닥에 땀이 차서 라틴인 특유의 매끄러운 피부 위를 미끄러지듯 유영하지만 에바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듯 몸을 흔들고 있다.
현란한 조명에 부드러운 갈색 머리칼이 언뜻언뜻 드러나더니 홱, 순식간에 에바의 팔이 내 목을 휘감는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공기 속, 반짝이는 초록색 눈동자가 가까워지고 이내 입술에 뜨거운 감촉이 닿았다 떨어졌다.
“아핫!”
얼떨떨하게 입술을 매만지는 내 반응에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웃음을 터뜨린 에바가 다시금 신나게 몸을 흔든다.
‘이거 괜찮나.’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다.
치차로의 집에 놀러갔을 땐… 아니, 에바와 인사를 나누었을때까진 건전한 홈파티였다.
바르셀로나 시절, 남미 선수의 초대를 받아 처음 홈파티에 참석했을 때는 헐리우드 영화처럼 남녀가 뒤엉켜서 술을 들이키며 물고빠는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건전해서 아쉬웠던… 아니, 안심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집에서 흥겹게 노는 정도?
뭐, 구석에서 몰래몰래 진도를 빼는 경우도 목격하긴 했지만 대체로 건전하게 웃고 떠들고 술마시며 춤추는 수준.
프랑크푸르트에 와서도 남미 선수들 홈파티에 몇 번 초대받은 적이 있다. 치차로의 홈파티에도 몇 번 참석했었고. 그래서 이번에도 으레 그러려니, 시간을 들여 꼬시려고 했는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람.
계기는 에바의 교묘한 유혹이었다.
말은 잘 안 통해도 원래 낯선 남녀관계는 외모와 분위기라고, 바디랭귀지로 어찌저찌 잘 진행되던 중 에바가 은근슬쩍 스킨십을 하는게 아닌가.
웃으면서 괜히 어깨를 치고, 말하면서 은근히 팔뚝을 쓸어내리고, 눈웃음치면서 살짝살짝 허벅지를 터치하고… 처음엔 설마싶던 것이 이어지는 스킨십에 딱 눈치챘다.
이거 그린 라이트구나.
나도 신호를 준다고 에바의 손을 살짝 잡았더니 방긋 웃은 에바가 뭐라뭐라 얘기를 하고는 대뜸 잡아끌길래 따라나선 것이 방금까지의 상황.
도착한 곳은 치차로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수상쩍은 건물이었다.
에바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홈파티가 아니라 진짜 헐리우드 영화에서나 보던 농밀한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시끄러운 음악이 귀를 찌르고, 요란하게 돌아가는 조명과 후끈한 공기 속에서 정신없이 몸을 흔드는 사람들.
다행히 가루나, 주사기나 뭔가를 흡입하는 기색은 없었지만 끈적하고 농밀한 분위기가… 소문으로 들었던 부비부비 클럽이 이럴까.
남녀가 뒤얽혀서 미친듯이 춤을 추고있는 그 속으로 이끈 에바는 멀뚱히 선 내 앞에서 살살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살랑살랑 허리를 흔들어대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의아한 듯 쳐다보는 에바.
‘이런 씨바… 춤은 에반데.’
춤이라니.
유치원 재롱잔치 이후로는 춰본적없다.
거절이라 여긴건지 굳어가는 에바의 표정에 하는 수 없이 몸을 움직였다.
“아? 아하핫!”
에잇 씨바.
이럴 줄 알았어.
어색한 몸놀림… 보단 발버둥에 가까운 춤에 웃음을 터뜨리는 에바를 보며 생각만하던 것을 실행에 옮겼다.
바로 부비부비.
이건 춤을 못추는 나라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에바와 딱붙어 끈적하게 몸을 부벼대자 놀란 듯 멈칫하던 에바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몸을 부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 둘은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딱 붙이고 농밀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이걸 춤이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
이미 반쯤은 애무가 된 몸짓에 에바의 숨결이 거칠어진지 오래.
잔뜩 성난 내 물건 위로 엉덩이를 부비던 에바가 불쑥 손을 뻗는다.
크기를 가늠하는 듯 볼록하게 윤곽이 드러난 트레이닝 바지 위를 문지르던 에바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스쳤다.
“민준.”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는 목소리.
안 들린다는 표시로 귀를 톡톡 두드리고 가까이 가져가니,
“후우~”
장난스레 입김을 불어넣는다.
솜털이 쭈뼛서는 느낌에 화들짝 놀라 멀어지니 깔깔 웃은 에바가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위? 위에 뭐가…”
반사적으로 계단을 확인했다.
때마침 만족스러운 얼굴로 내려오는 남녀.
이거… 그거 맞지?
힐끔 에바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요란한 조명에 언뜻언뜻 드러나는 풍성한 갈색 머리칼과 특유의 초록색 눈동자.
과연 올리비에 핫세의 출신국답게 아름다운 얼굴이다.
특히 마음에 드는 건 유럽 애들이 환장하는 하관이 발달하고 떡대 좋은 억센 인상의 미녀가 아닌 전형적인 동아시아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여리여리한 인상의 미녀라는 점.
‘음… 언젠가 게르만 눈나도 따먹어보고 싶긴 한데…’
강인한 게르만 눈나라면 내가 따먹는게 아니라 따먹히는게 아닐까.
어쨌든 에바는 내 취향에 부합하는 선이 얇은 미녀.
이런 미녀가 유혹하는데 빼는 건 내 취향이 아니지만… 그치만 에바는 치차로의 사촌의 사촌의 누나인걸.
…응? 이 정도면 남 아닌가?
“민준?”
바지 위로 터질듯 윤곽이 드러난 분신을 쓰다듬는 에바의 손길.
이건 안 되겠다.
덥썩 에바의 손을 잡았다.
이런 곳은 처음이지만 들어본적 있다.
축구 선수들도 남자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해온 남자들답게 성욕도 왕성하고 특히 20대 초중반의 선수라면 여자 좋아하는 건 동서양을 떠나 똑같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또래들끼리 떠들다보면 자연스레 여자 얘기가 나오기 마련.
특히 남미 선수들이 놀기도 잘 놀아서 그런지 이런 쪽으로 빠삭했는데… 이 동네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두어 군데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동네 인기인인 축구 선수들답게 아무데서나 놀았다간 망신당하기 일쑤이니, 나름 그들만의 노는 장소가 필요하겠지. 그때 관심없는 척 들었던 장소 중 하나가 딱 여긴거 같다.
어쩐지 올때도 참 찾기 어려운 곳에 입구가 있다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입구에 있던 험상궂은 남자들이 문지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에바의 얼굴을 보고 제지하지 않더니, 에바가 여기 단골인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에바의 손을 잡고 2층을 올라가니 은은히 열띤 소리가 들려온다.
음… 방음 상태가 어째 좀… 근데 어디로 들어가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에바가 손을 흔든다.
뭔가했더니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가리키는 손가락. 에바의 안내를 따라 3층에 들어서니 이쪽은 또 신기하게 조용했다.
그 중 한 곳을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 바지가 쑥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