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04)
104
극도의 쾌감이 지난 후 나른함이 찾아왔다.
남들은 이때 현타가 온다는데 나는 정력이 강한건지 1~2번으로는 부족함만 느낄 따름. 3~4번은 싸야 만족스러운지라 바로 다음을 준비한다.
벗어준 바지 주머니에서 콘돔을 꺼내려고보니 요란하게 진동하고 있는 핸드폰.
무시하려다 문득 이상한 예감에 액정을 확인하니…
「정실」
하린이다.
음… 안 받으면 삐지니까 일단 받아볼까.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어, 하린아. 왜?”
—어디야?
“어디긴. 나 오늘 치차로네 홈파티 놀러간다고 했잖아.”
—흐응. 진짜로?
반사적으로 대답하려는 입을 합, 다물었다.
잠깐. 반응이 뭔가 이상한데…?
잠깐의 고민.
“사실 치차로네 홈파티에 참석한 건 맞는데… 중간에 나왔어.”
—그랬구나. 어쩐지. 네 두 꼬맹이 친구가 근처를 지나가더라고.
“그, 그랬어? 하하.”
좆됄뻔했네.
장하다 내 육감.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아. 방금 구단에서 연락받았는데…
“헤이. 민준?”
…좆됐다.
뒤늦게 입술에 손가락을 올렸지만 너무 늦었겠지?
—흐응. 그래, 여자랑 있었구나.
“에이~ 그냥 길가는데 내 팬 만난거야. 알잖아, 내 인기? 그래서 팬 서비스 좀 해주고 있었지.”
—쑤시는것도 팬 서비스라면 팬 서비스겠네.
“…….”
늦었구나.
—들어와.
“넵.”
일단 집에 숨어있다가 내일쯤 호텔에 가보자.
화날을땐 잠깐 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옛날 유명한 병법가도 그랬다. 삼십육계라고. …아님 말고.
—호텔방으로.
“…….”
그러나 오하린은 이것마저 예상했다는 듯 그렇게 말하곤 전화를 끊었다.
뚜, 뚜 소리만 울리는 핸드폰을 응시하다 주머니에 넣으니 에바가 화난 표정으로 뭐라뭐라 쏘아붙인다.
“아. 미안. 쏘리, 쏘리. 에이전…”
“아? agente?”
이대로 에이전트라하고 중요한 계약건이라 변명한다면 무난히 넘어갈 수 있겠지.
그러나… 그러고 싶지 않다.
“아니. 애인. amante”
“하?”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쏘아보던 에바가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려다 그대로 주저앉는다.
몸에 힘이 안 들어가는 모양.
내 그럴 줄 알았지.
나랑 하고 난 여자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라 놀랍지도 않다.
사실을 밝힌 건 밝힌거고, 에바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어서 수건에 물을 묻혀서 조심스럽게 에바의 몸을 닦아준 뒤 옷을 입혀줬다.
찌릿한 시선으로 노려보긴 했지만 순순히 몸을 맡기고 있던 에바가 비틀거리며 방을 나서는 걸 부축해주니 신경질적으로 밀어내다 오히려 본인이 넘어질뻔 했다.
그뒤로는 순순히 부축을 받아 나온 에바를 택시태워 보낸 뒤, 부랴부랴 집으로가 샤워를 하고 호텔로 향했다.
* * *
프랑크푸르트 구단의 연고지이자 헤센 주 최대의 도시인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Frankfurt am Main은 이름처럼 마인 강변에 세워진 도시다.
독일에서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 쾰른 다음인 5번째로 큰 도시답게 80만에 달하는 인구를 지녔으며, 광역권을 기준으로 하면 독일 내 3번째인 600만 가까운 인구를 자랑한다.
유럽의 여타 대도시, 이를테면 파리나 런던 같은 도시들이 오래된 건물이 많은, 좋게 말하면 고풍스럽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낡은 것과는 다르게 2차 대전으로 파괴되어 재건하며 고층 빌딩이 가득한 현대적 도시답게 이곳을 연고지로 삼은 프랑크푸르트는 재정적으로 상당히 부유한 편에 속했다.
오하린이 머무는 메리어트 호텔은 구단의 홈구장 도이체 방크 파르크에서 불과 7km도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중간에 마인 강을 건너야 했지만 차를 타면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인셈.
“당케Danke.”
날 알아본 택시 기사가 받을 수 없다고 버텼지만 그거 얼마나 된다고. 싸인과 함께 팁이 포함된 돈을 자리에 두고 내렸다.
볼캡쓰고 나왔는데 효과가 하나도 없네.
누가 유럽인은 동양인 얼굴 구분 못한다고 했어. 잘만하는구만.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피해 재빨리 호텔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서 아무층이나 눌러 내린 뒤, 다른 엘리베티어로 갈아타서 또다시 아무층이나 눌러서 내린다.
몇 번 반복하고 적당한 층에서 내린 뒤 계단을 통해 오하린이 머물고 있는 특실에 도착해 미리 받아둔 카드키를 대고 문을 열자,
“늦었네.”
팔짱을 낀 오하린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하… 알아보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흐응.”
이건 진짠데.
물론 중간에 샤워한다고 집에 들러서 더 늦어지긴 했지만… 최근 활약 덕분인지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들어와.”
문을 닫고 들어서자 앞에 우뚝 버티고 있는 오하린과 자연스레 가까워진다.
전에는 시선 높이가 비슷했는데 이젠 살짝 내려다보네. 캬~ 이게 높은 곳에서 맡는 공기의 맛?
“킁킁.”
팔짱을 끼고 뚱하니 올려다보던 오하린이 뜬금없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는 냄새는 맡기 시작했다.
“뭐해?”
“냄새.”
“냄새? 뭔 냄새?”
그럴리가.
이렇게 냄새 맡을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샤워까지 하고 왔는데.
“향수 냄새.”
“에이. 사진 찍어준다고 바짝 붙다가 뱄나보네.”
능청스럽게 대답하며 지나치려는데 오하린이 손이 불쑥 바지속으로 들어갔다.
…응?
자연스러운 손놀림으로 내 거기를 주물주물 주무르는 오하린의 행동에 벙쪄있길 잠시.
“이게 뭐…”
“했구나?”
“…….”
아니, 어떻게 알았지!?
진심으로 놀랐다.
식겁했다.
거기 좀 만져보고 어떻게 아는거야.
초능력이냐?
당황했지만 침착하고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한다.
축구를 하다보면 이런 일, 비일비재하다. 그때마다 놀랐다고 벙쪄 있을 순 없으니 빠르면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퀼리티 있는 선수를 가르는 법.
내 판단은…
“읍?!”
묻지마 키스다.
나와는 달리 당황한 티를 내며 버둥거리는 오하린.
안 되지.
벗어나지 못하게 꽉 끌어안고 키스를 이어가자 반항하던 오하린이 포기한 듯 버둥거림을 멈춘다. 살짝 찌푸리는 눈살과 달리 열렬히 호응해오는 오하린의 혓바닥.
쫍, 쫍 소리를 내며 서로의 입술을 물고 빨길 한참.
어느 순간부터 치켜뜨고 있던 오하린의 눈이 만족스럽게 휘어졌다.
‘됐다.’
여기서부턴 쉽지.
키스를 이어가며 슬그머니 팔을 푼다.
혹, 다시 버둥거리면 바로 끌어안을 수 있게 잔뜩 긴장하고 있던 것이 무색하게 오하린은 눈까지 감고 키스에 심취해 있는 상태.
신경을 돌리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키스를 하며 옷을 벗겨낸다.
다행히 뒤에 단추가 달린 블라우스네. 하나씩 단추를 풀고, 서양인 못지 않은 풍만한 엉덩이를 감싼 청바지 버클을 풀때까지 오하린은 키스에 심취해 있었다.
하긴.
이적이니 계약이니 훈련이니 데뷔전이니, 그간 얼마나 바빴던가.
나야 훈련과 경기만 신경쓰면 된다지만 에이전트인 오하린은 계약, 독일어 배우기 위한 선생님, 살 집을 둘러보고 계약하고 신경쓸게 많았겠지.
그러다보니 의도한 건 아니지만 꽤 오래 못했다.
녀석도 많이 쌓였겠지.
“하린아.”
“하아….”
입술 사이로 길게 이어지던 타액이 빛을 받아 반짝이다 끊어진다.
여운에 취해있는지 몽롱한 표정의 오하린을 부르니 흐릿한 대답이 돌아왔다.
“하린아. 침대로 갈까?
“으응.”
좋아.
내 경험상, 여자는 감정과 분위기의 생물이다.
오하린은 다른 여자에 관대… 하다기엔 윤다예 한정으로 까칠하지만, 어쨌든 윤다예를 제외하면 비교적 관대한 편.
그렇다고 감정이 없는게 아니다.
오하린도 질투심이 있고 소유욕이 있다.
다만 사생아라는 태생 때문인지, 어린 시절의 고립된 성장 환경 때문인지 이상할 정도로 ‘본처’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그 ‘본처’라는 관념이 좀 어긋나 있다는 것.
오하린의 상식에서 능력있는 남자에겐 여러 여자가 따르는게 당연한거고, ‘본처’가 여타 ‘첩’을 관리하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게 재벌가의 일반적인 인식인지, 오하린의 어긋난 인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본인은 ‘본처’로서 내 여자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건 확실했다.
포인트 때문이라도 다수의 여자가 필요한 내 입장에서야 다행이지만, 미안한 건 어쩔 수 없는 노릇. …그렇다고 여자를 포기할 순 없지만서도.
어쨌든, 이에 따라 내 문란한 여자 관계도 비교적 관대하게 넘어가고, 심지어 내 여자로 인정한 애들한텐 도움도 주는 것 같다.
다만, 본처는 어디까지나 자신 하나 뿐이며 당연히 모든 여자 중 최우선은 자신이라는 입장.
그런데 자신은 오래 방치해두고 다른 여자랑 놀아나고 있다?
음… 오하린이라면 크게 화내진 않겠지만 좀 삐지긴 했겠지.
이미 들킨 상황에서 괜히 되도 않는 변명을 해봤자 상황만 악화될 뿐, 오하린 마음이 상한다는 건 불변의 사실.
그럴바엔 차라리 화 좀 풀리고, 좋은 분위기에서 화내는게 낫다.
똑같이 혼나도 빡친 상황에서 혼나는 것과 섹스 후 나른한 여운을 즐기면서 혼나는 건 차원이 다른 법이니까.
경험상 그렇다.
“자. 폴짝.”
“폴짝.”
“잘했어요.”
폴짝 뛰어오른 오하린의 엉덩이를 받치자 기다렸다는 듯 길쭉한 다리가 허리를 휘감는다. 자연스레 목에 휘감기는 팔.
키가 크니 이런 게 좋단 말이지.
가슴팍에 와닿는 따듯한 온기와 손바닥에 착 감기는 말랑말랑한 엉덩이 감촉을 느끼며 귓가에 대고 속살거린다.
“예뻐. 우리 하린이 너무 예쁘다.”
“으으응~”
귀가 약점인 오하린답게 귓가에 속살거리자 진저리치듯 몸을 움찔거린다.
엉덩이를 받친 손으로 주물거리며 남은 손으로 쏙 들어간 척추 라인을 따라 부드럽게 쓸어내리니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하린의 입김이 거칠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