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07)
107
DFB-Pokal, 속칭 포칼컵이라 부르는 대회는 단판제로 운영된다.
전후반 90분으로 진행되며 무승부일 경우 30분의 연장전으로, 만약 그마저도 동점이라면 승부차기를 통해 최종 승자를 가린다.
매 경기가 단판이다보니 여타 단판제와 마찬가지로 이변이 자주 발생하는데, 전통의 강호 바이에른 뮌헨이나 도르트문트, 샬케 같은 팀들조차 초반 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생기기도 한다.
실제로 2021/2022 시즌에는 8강 진출팀 중 절반인 4팀은 2부 리그 팀일정도.
프로부터 아마추어팀까지 광범위하게 참가하다보니 종종 프로팀과 아마추어팀의 대전이 성사되기도 한다.
규정상 프로팀과 아마추어팀이 붙을 경우, 아마추어팀이 홈팀 자격을 얻는다.
프로팀 간의 경기일 경우엔 먼저 추첨된 팀이 홈팀 권한을 가져간다.
이러한 규정에 의거, 현지시간 4월 3일 16시에 개최되는 DFB-Pokal 준결승전의 홈팀은 프랑크푸르트. 바로 도이체 방크 파르크Deutsche Bank Park에서 열리고 있었다.
“네, 여기는 포칼컵 준결승전이 열리는 도이체 방크 파르트입니다. 아, 경기장이 아주 꽉 찼는데요?”
“그렇습니다! 무려 5만이 넘는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꽤 큰 규모의 경기장인데, 지금 홈 팬들로 가득 찼어요. 시청자 여러분께도 들릴지 모르겠지만 계속 챈트가 울려퍼지고 있거든요.”
“제가 물어보니 Im Herzen von Europa이라는 이름의 응원가라고 합니다. 선수 소개 전 부르는 응원가라고 하는데… 아, 말씀드리는 순간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캐스터와 해설위원을 비추던 화면이 경기장으로 전환된다.
각자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어린 아이들, 플레이어 에스코트의 손을 잡고 경기장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송출되고 있었다.
“스타팅 라인업입니다. 양 팀 모두 똑같은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군요.”
“맞습니다. 프랑크푸르트와 함부르크 모두 4-3-3을 기본으로 하는 팀입니다.”
“김형찬 해설위원님. 그렇다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있을까요?”
캐스터의 물음에 해설위원이 준비한 자료를 보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
“홈팀 프랑크푸르트의 경우 아무래도 우리 홍민준 선수를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팀의 경기를 챙겨본 시청자라면 아시겠지만, 프랑크푸르트의 공격은 홍민준 선수의 발끝에서 시작되고 끝나거든요.”
“그런데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데요. 홍민준의 선수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던 치차로 선수가 벤치로 바졌는데요?”
“네. 치차로 선수는 미드필더 진영에서 특유의 민첩함과 센스, 탈압박 능력을 바탕으로 볼 운반을 책임져 주었는데요. 팀의 기동력을 극대화시키면서 공간을 만들어 홍민준 선수에게 쏠리는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던 치차로 선수지만, 아무래도 수비적인 부분에선 부족함이 있었죠.”
“아~ 프란츠 발더 감독이 이번 경기 공격보다 수비에 신경을 썼다, 그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치차로 선수를 대신해 출전한 선수가 히바우두 선수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아무래도 상대가 같은 2부 리그팀이 아닌 1부 리그 팀인 함부르크이기 때문에 보다 활동량이 많고 수비력이 좋은 히바우두 선수를 투입한걸로 보입니다.”
프랑크푸르트 라인업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던 중 현지 중계 방송이 홍민준을 단독샷으로 잡아주었다. 클로즈업되는 얼굴.
“와~ 홍민준 선수 정말 잘 생겼네요. 제가 해외 축구 중계 경력만 십 년이 넘는데, 이탈리아나 프랑스, 이런 미남으로 유명한 나라 선수들도 많이 봤거든요? 압도적입니다, 홍민준 선수.”
“이야… 그렇군요. 확실히 이 선수 실력도 실력이지만 외모로도 유명하죠?”
두 방송인의 찐텐에 채팅창이 ‘ㅋㅋㅋㅋㅋ’로 도배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찐이닼ㅋㅋㅋ
ㄴ진심이 묻어나는 해설이라 이거 귀하군요
—근데 홍민준이라면 그럴만해…
ㄴㅅㅂ 축구보려고 왔는데 왜 자괴감이드냐…
ㄴ홍민준 ㄱㅅㄲ… 제발 꼬추는 3cm…
ㄴ응 아냐 전에 경기중 찍힌 사진에 윤곽 다 드러났어~ 흑형 수준이야~
ㄴ이게 나라냐 씨발!!
—ㅋㅋㅋㅋ옆에 양남들 졸지에 의문의 오징행이놐ㅋㅋㅋ
ㄴ아ㅋㅋ 우리 홍민준 선생께서는 한남이든 양남이든 차별없이 학살한다궄ㅋㅋㅋ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확인한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정신을 차리고 진행을 이어갔다.
“함부르크입니다. 함부르크 선발 명단에서도 낯선 선수들이 꽤 보이는데요.”
“부상에 시달리는 함부르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벌써 부상 명단에 오른 선수만 7명이에요.”
“아~ 7명이면 심각하네요. 전반기 호성적을 거두던 함부르크, 후반기 들어서며 끊임없이 부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입니다.”
“네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 윤혁 선수. 붕괴된 함부르크의 중원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며 에이스로 자리잡았습니다. 벌써부터 팀의 핵심이란 말이 들려오고 있어요.”
“홍민준 선수는 어떻습니까?”
“하하, 그 선수야 뭐. 이미 핵심아니겠습니까?”
“두 코리안리거가 각자의 팀에서 핵심적인 선수가 되다니. 정말 기쁜일 아니겠습니까.”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열심히 중계 방송을 진행하는 사이, 최현배 부장의 시선이 시청률 그래프를 향했다.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는 직선.
‘됐다!!’
해외파의 활약에 목말랐던 해축팬과 미남으로 유명한 홍민준과 훈남 윤혁으로 유입된 여성 시청자. 거기에 무지막지한 광고물량으로 유입된 라이트한 팬까지.
최현배는 축축해진 손바닥을 바지에 문질렀다.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것까진 자신이 할 수 있다. 흥미가 생길 수 있는 구도를 짜고, 스토리를 부여하고, 광고를 쏟아붓는 건 자신의 역할.
그러나 시청자 유입이 단발성으로 끝날지, 꾸준히 유지될지 여부는 자신이 아닌 선수들의 몫. 이제 자신의 역할을 끝났다. 남은 건 선수들의 몫.
‘그러니까 제발 명승부를 만들어줘라!!’
두 손을 꼭 마주잡은 최현배는 기도했다.
두 팀… 아니, 두 한국 선수가 명승부를 연출하기를.
* * *
입장하면서 윤혁 선배와 잠깐 인사를 나눴다.
바르셀로나에 이적할 당시만해도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는데… 막상 내 앞에 놓인 건 꽃길이 아닌 불꽃길.
남들은 하필 키크는 타이밍이 이적 직후라 운이 안 좋았다고 생각하지만… 뭐, 실상은 내가 경솔하게 키에 포인트를 쓴 탓이다.
내가 자초한거라 변명할 수 없다지만 이성적으로 그렇다는거고. 사람이 어쩌 이성적으로만 살까.
감정적으로 좀 불쾌하다. 아무리 필요에 의해 영입했다지만 고작 반 년도 안 되서 팽시키다니. 조금만 기다려줬으면, 뭐 2~3년도 아니고 고작 6개월만 기다려줬으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을텐데.
어떤 의미론 차라리 속이 편하다.
바르셀로나가 냉정한 비지니스를 보여주었으니까. 이러면 나도 부채감없이 내 손익에 따라 움직이면 되지.
그렇게 내가 남들이 보기엔 운이 없게, 실상은 내 뻘짓으로 불꽃길을 걷고 있을 무렵 윤혁 선배는 꽃길을 걷고 있었다.
나름 전력이 탄탄한 분데스리가 중위권 함부르크로 이적하며 주전 경쟁에 어려움이 있을거란 예상과 달리 경쟁자들이 부상으로 나자빠지고, 그렇게 얻은 기회에 출장한 윤혁 선배는 예상외로 출중한 경기력으로 팀에 녹아들고.
운과 실력이 모두 맞아떨어지며 윤혁 선배는 성공적으로 분데스리가에 안착했다.
음… 생각하니까 실제론 윤혁 선배가 호진대 최고 아웃풋이네. 말만 바르셀로나지 2부에서 뛰는 나보다 1부에서 뛰는 윤혁 선배가 당장은 더 보여준게 많으니까.
그래서 더 의욕이 생긴다.
윤혁 선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고, 친분도 있지만… 그래도 승부는 승부니까. 인사할때보니 윤혁 선배도 눈동자가 뜨거운 게, 아무래도 오늘 경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윤혁 선배가 내 마크맨으로 붙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 선배, 테크닉은 별로지만 축구 지능은 내가 아는 한국 선수들 중 최고니까.
경기장에 나서며 반사적으로 관중석을 훑었다.
준결승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많은 홈팬들의 열렬한 챈트에 웅웅 울리는 경기장.
그러나 지금,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수만명의 홈팬이 아닌 단 두 사람… 이 아닌 4사람.
부모님과 양 옆을 차지한 오하린과 윤다예.
구단의 배려로 vvip지정석에 앉은 부모님의 모습을 찾는 건 쉬웠다.
경기 시작전에도 인사를 나누었건만, 막상 경기 시작 직전 부모님이 관중석에 있는 걸 보니 이상한 기분이다.
어린 시절, 한창 천재 소리 듣던 중학생 시절까지만해도 부모님이 경기 구경오는게 당연했는데.
대학교에서, 올림픽에서,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에서 활약했지만 정작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제대로 경기를 치룬 게 얼마만인가.
1년, 2년도 아닌… 무려 3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잘해야겠다.’
오랜만에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치루는 경기, 망칠 순 없지.
삐이익!
심판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